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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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임에 있는분께 <아몬드>라는 제목의 이유를 듣고는 읽고 싶어졌다.
아몬드크기만한 편도체의 이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니. 제목 참 읽고싶게 잘지었다 싶었다.

초~중반부에는 엄청난 흡입력이다. 퇴근후 도서관에 7시쯤 도착해서 문닫는 10시까지 3시간을 내리 읽게 만들으니 말이다. 진짜 내인생소설이 되는줄 알았다.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지 싶은 수많은 표현들이 있었고 나를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특히 도라의 등장부터는 흥미가 떨어졌다. 로맨스가 뚜렷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도라는 애매하게 퇴장하고,  결말은 k-신파, 한국식 결말로 끝난다.

책에 시작과 끝에서 이 이야기가 비극일지 희극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감정이 없던 윤재가 감정을 얻게되는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얻게 되고서 얻을 고통과 힘든점들이 생길테니 말이다.
윤재는 감정이 없어 불편하지 않았다. 걱정한건 윤재의 어머니였다.
감정이라는게 꼭 얻어야만 하는걸까? 일종의 장애인데 꼭 윤재가 바뀌어야만 했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청소년 소설이다보니 [성장]이라는것에 키워드가 맞춰진게 작가의 의도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윤재가 바뀌려 하지 않아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랬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것중 하나가 헌책방이다.
이 장소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중 하나는 윤재가 말을 너무 잘한다는거. 그래서 어머니의 헌책방에서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아니었다면 몰입이 깨졌을것 같은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니 이런표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책에 관해서 말하는점이었다. 책은 조용히 있다가 내가 펼치는 순간, 내가 원하는만큼만 이야기를 쏟아낸다는것, 영화와는 다른 단어와 빈공간들에서 내 생각이생겨난다는것들이 책이 좋아진 요즘 공감이 많이 가는 문장이었다.

반대로 아쉬움이 남는건 <사랑의 기술>을 곤이에게 주었던것, 곤이는 사랑을 받아야할 아이이기 때문에 이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을 윤교수에게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작가의 의도가 이해 되지 않았다.

기대가 컷던탓에 아쉬웠던 책이지만  중반까지는  몰입감 있게 읽을수 있었고, 
생각해볼 주제가 많은 책이었다.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만큼만. - P141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영상 속의 이야기는오로지 찍혀 있는 대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만 존재했다. 예를들어, ‘갈색 쿠션이 있는 육각형의 집에 노란 머리의 여자가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책 속의 문장이라면 영화나 그림은 여자의 피부색, 표정, 손톱 길이까지 전부 정해 놓고 있었다. 그 세계에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 P54

-친해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예를 들어, 이렇게 너와 내가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 같이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 특별히 돈이 오가지 않는데도 서로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 이런 게 친한거란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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