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일기예보를 보고 나갔다. 그런데도 나가자마자 비를 맞았다.

오늘 늦은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했잖아.

아침부터 온다고 안했잖아...

우산을 사기도 애매하고 맞고 다니자니 그것도 애매하고.

왜 항상, 그냥 나가면 비가 오고 우산 들고 나가면 비가 거의 안 오는 거임?

그러다가 고민하고 편의점에서 산 비닐 우산이 집에 몇 개나 있는지...

실내에 있을 거니까, 비 오는 거리는 조금만 걸어가면 되니까, 우산을 사지 말자, 라고 생각했는데...

 

퍼뜩,

검정 장우산을 하나 꼭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던 게 기억났다.

그런데 늘 쉽게 구매해지지 않아서 잊곤 했는데,

영화 <강남 1970>을 보면서 다시 검정 장우산이 생각났다.

아, 검정 장우산 아주 튼튼한 걸로 하나 마련해야겠어.

좀 묵직한 걸로, 우산 살이 튼튼한 걸로, 방수가 아주 잘 되는 걸로...

영화는 재미없었는데, 기억나는 한 장면은 이 님들이 죽은 누군가를 묻던 산.

그날 비가 엄청 내렸고, 모두 검정 슈트에, 검장 장우산을 다 쓰고 있었던 거지...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한 장면.

근데 또 너무 잘 어울려서 빠지면 서운해질 장면...

 

 

 

스토너를 읽고 있는데, 지금 한 50페이지 읽었나...

왜 이렇게 페이지가 안 넘어가지...

이 부분만 지나가면 술술 넘어가려나...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입소문을 들었으나, 나에겐 아직...

그런데 책은 페이지수에 비해 가볍게 잘 만들어졌다.

들고 읽어도 손목에 부담이 덜 감.

 

 

 

 

아, 요즘 이거에 빠졌어. 힐러...

지창욱은 우리 7살 조카를 닮아서 자꾸 보게 되고, 연기도 잘한다.

스토리도 재밌다.

흘러가는 내용이야 뻔하지만, 그 뻔함을 계속 지켜보게 하는 게 드라마의 매력 아닐까.

다음 회가 기다려지게 하는 드라마 오랜만에 만났다.

힐러, 박봉수, 서정후...

 

 

 

 

 

<나가수3>에 하동균이 나온대. 꺄올~!!!!

티비에 얼굴 잘 비추지 않는데 의외네... 탈락하지 않으면 몇 회는 나올 거잖아.

무조건 첫방은 보겠어!!

 

 

 

 

 

 

이성과 감성이 새로운 표지로 나와서 궁금하군... 양장본이 아니어서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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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5-01-2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 하동균의 팬으로서...이번 나가수3에 출연은 반갑지만...광탈하면 너무 슬플것 같아요. ㅠㅠ 제발...오래 살아 남아주길 바라면서 무릎끓고 볼판입니다.

구단씨 2015-01-22 14:46   좋아요 1 | URL
불후의 명곡에 하동균이 나왔을 때 엄청 집중해서 봤어요.
탈락 안 하고 졸업할 때까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금요일 밤 10시를 매주 기다릴 텐데요... ^^

오후즈음 2015-01-2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13회를 한다고 하니 완전 기대되네요. 이수가 나가수한테 팽 당하는거 보니 물론 그도 잘못 했지만 참 그렇네요. 제작진들이 진득하지 못하고 팔랑귀 같고
 

도서정가제 이후로 책 구매하는 횟수나 금액은 줄었으나, 그래도 책은 계속 살 거임. 더 신중하고 더 읽고 싶은 책으로. (응? 그러지 않겠어?)
외국문학을 좀 읽고 싶어서 고전 몇 권 구입했는데, 그것도 차근차근 읽어주겠어. 한국문학 좋다고 그것만 먼저 눈에 들이니, 취향이 무서워지더라고. 외국문학이 너무 도톰하고 읽기 힘들고 어려워졌어.(뭐는 어렵지 않겠냐마는...) 그래서 다시 읽어보려고. (응? 넌 원래 게을렀는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히잉... 그래고 해볼 거임.)
적게 읽고 느리게 읽고 독서 기록하지 않았던 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한 달에 10권쯤 기록으로 남겨야겠어.(한달에 10권 읽을 수나 있어?) 그냥 끄적끄적 몇줄이라도... (응? 원래 그런 거 성실하게 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해보겠다고.) 읽은 줄도 모르고 같은 책 두 번 구매하는 일은 이제 그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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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체브라시카 시리즈 세트 - 전3권 -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 + 체브라시카의 첫 여행 + 체브라시카와 서커스 안녕, 체브라시카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원작, 야마치 카즈히로 엮음, 김지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조카들에게 보내주려고 종종 아이들 책을 관심 있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발견한 체브라시카는 아주 귀여운 캐릭터다. 시리즈의 첫 번째인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의 캐릭터 소개에 의하면, 체브라시카는 곰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닌, 그냥 체브라시카. 얼핏 귀여운 아기 원숭이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네. ^^ 처음 만날 때부터 콱 꼬꾸라지는 모습이어서 그랬는지 이름이 러시아 어로 ‘쓰러지다’, ‘푹 고꾸라지다’라는 뜻의 ‘체브라시카’가 되었다. 곰 같은 색으로 털옷을 입었지만, 덩치로 보니 곰도 아닌 것 같고. 말 그대로 그냥, 체브라시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것을 배제한 채로 인정하면 되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새 친구>

오렌지 상자에 같이 실려 낯선 나라로 온 체브라시카는 새로운 환경을 접한다. 정말 낯설고, 친구 한 명도 없다.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 같은 걸 품고 있는 동그란 눈이 안쓰럽고 귀여워서 지켜보던 중, 악어 게나의 친구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간다. 그곳에서 악어 게나, 여자 어린이 가랴와 마을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중 심술궂은 할머니 샤포클라크는 백발의 악동 같다. ^^ 욕심쟁이에 장난도 도가 지나치고. 어딜 가나 꼭 한 명 있는 못된 친구 같은 역할을 샤포클라크 할머니가 표현하는 듯하다. 이들 모두 하나가 되어 '친구의 집'을 짓기로 한다. 누구나 망설이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곳, 수줍게 주춤거리지 않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 마음 놓고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동물 친구들이 힘을 합쳐 친구의 집을 만들고 행복과 우정의 함박웃음을 짓는다.

 

 

두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첫 여행>

악어 친구 게나와 함께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된 체브라시카.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기차표를 분실한 것을 알게 되고,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알고 보니 기차표를 샤포클라크 할머니가 숨긴 것. 기차표를 되찾지 못한 게나와 체브라시카는 기차에서 내려 철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숲을 발견한다. 아름다운 꽃, 싱싱한 버섯, 나무 열매 같은 자연을 처음 접하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신기해하면서도 손으로 꺾거나 망가뜨리지 않는 예쁜 손.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어느 강에서 보게 된 오염물질. 그 오염된 물이 공장에서 흘러나와 강으로 흐르는 것을 봤지만, 공장 주인은 딱 잡아뗀다. 게나만의 재치로 응징해주고 공장에서 더 이상 폐수와 매연을 내보내지 못하게 혼쭐을 낸다. 게다가 숲에서 만난 나쁜 사람들의 악행에 도 서슴없이 복수한다. 동물을 잡으려 놓은 덫으로 혼내주고, 물고기를 몽땅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을 건져 올렸을 때 나타난 악어 게나가 겁을 주고. 아주 통쾌한 한방으로 인간의 욕심을 지적한다. 그리고 다시 떠나는 기차 여행. ^^

 

 

세 번째 이야기 <체브라시카와 서커스>

마을에 서커스단이 왔다. 체브라시카와 친구들이 처음 구경하게 된 서커스가 마냥 신기하다. 온갖 재능을 뽐내고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싶지만 탈락한 친구들. 그 중에 외줄타기에 도전하고 싶은 소녀 마랴가 불합격하고 우는 모습을 본 게나와 체브라시카는 마랴와 함께 외줄타기 연습을 하며 도와준다. 줄에서 자꾸 떨어져도 다시 올라가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마랴를 응원하고 서커스단에 도전하게 한다. 단장은 마랴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서커스 공연에 오르도록 한다. 동물들의 친구 마랴는 공연에 성공해서 서커스단에 입단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체브라시카는 어떤 동물일까 상당히 궁금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분류에 포함되는 동물인지...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그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듯, 그런 고정관념을 배제한다. 어디서 왔든,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아무런 상관없이 체브라시카라는 이름만으로 존재하게 한다. 정글에서 와서 낯선 동물들과의 첫 만남이 두려울 수도 있는데, 악어 게나의 친구 모집 공고는 어떤 기회를 만드는, 먼저 손 내미는 제스처였다. '우리,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잖아.' 하는 의미였다. 이 책을 만나게 될 연령대가 4~7세라고 나온다. 취학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아이들이다. 엄마 품에서, 집에서 익숙한 얼굴과 생활하다가 처음 가게 된 곳의 단체생활이 얼마나 두려울지... 조카들이나 주변의 아이들을 봐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처음 유치원 등원 차량에 아이가 타는데 우는 경우가 많다. 엄마와 떨어진다는 두려움, 모두 새로운 얼굴, 낯선 환경 속에서 보낼 시간이 공포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듯이, 자꾸 넓은 공간, 다른 사람들을 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듯이, 체브라시카 첫 번째 시리즈는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어우러져 가는 과정을 말한다. 친구를 사귀게 되고, 서로 함께 하는 공감을 만들어가고, 우정을 쌓아가는 방법을 그렸다. 아이가 낯선 친구와 환경에 점점 적응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듯하다. 그 적응과정이 앞으로 어떤 시간을 이어가게 할지, 어떤 아이로 성장하게 할지 긍정적으로 기대하게 한다.

 

체브라시카 두 번째 시리즈인 여행은, 좀 더 큰 세상 속으로 뛰어든 모습을 그린다. 그 여행에서서 만나게 되는 세상의 부조리와 부패, 자연의 망가짐을 지켜보게 한다. 아이에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공장의 매연과 폐수를 내뿜는 게 비일비재한 세상, 오염되는 자연을 방치하면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사람들. 자연의 번식과 유지가 필요하고 당연한 건데, 그것을 자신의 뱃속에만 채워 넣으려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횡포를 알려주면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자연은 어느 한 가지로만 설명되고 포함되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자연을 만들고 유지해왔다. 그걸 한 번에 망가뜨리려는 사람에게 보내는 귀여운 경고를 동물 친구들이 대신하고 있다. 악어 게나가 폐수의 출구를 엉덩이로 막아 공장으로 폐수가 역류하게 만들었던 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독한 말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표현해도 되지만 그것 보다는 재치 있게 상황을 되짚어가게 하는 모험 같은 전개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제법 잘 어울린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될 일임과 동시에,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지 또 한 번 배운 셈이다.

 

세 번째 시리즈 서커스는, 자신감과 우정이 아이의 어떤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지 보게 한다.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었던 마랴에게 매번 실패하는 줄타기는 절망일 것이다. 잘되지도 않고, 줄에서 계속 떨어지고, 하지만 서커스 단원은 꼭 되고 싶은 마랴의 간절한 마음. 그때 옆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게나와 체브라시카의 모습이 훈훈했다. 아이들끼리의 공감대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그 바탕에는 되고 싶은, 바라는 일에 어떤 마음으로 도전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저앉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 넘어질 때마다 포기하고 싶지만 간절한 바람을 항상 상기하게 되는 것, 그 옆에서 응원가를 불러주고 같이 손잡아주는 친구가 고마워서 더욱 노력하게 되는 시간. 마랴의 줄타기 연습 시간은 그런 온기로 행복했을 것 같다.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되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림이 상당히 부드럽게 그려지고 동물들의 모습이 예쁘게 표현되었다. 체브라시카의 처음 모습은 지금 같지 않았다던데,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큰 귀, 크고 둥근 눈, 밤색 털을 가진 동물. 상상만 해도 귀여움 그 자체다. 순진무구한 큰 눈을 반짝이며 많은 것을 보고, 큰 귀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캐릭터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네 차례의 올림픽에서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되어 활약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러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하고... 꾸준히 재생산되어 많은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게 자연스럽다.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캐릭터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전개와 활약, 마음을 담은 이야기가 다정하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자라면서 꼭 한 번은 마주하고 겪게 되는 에피소드에, 아이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 배우면서 봐야 하는 것들, 호기심을 채우며 즐길 수 있지만 결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자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다. 감동과 재미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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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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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눈을 맞추는 시간.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읽으며 <빨간책방>의 문을 여는 이동진의 목소리를 저절로 떠올린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동진의 얼굴을 본 게 훨씬 더 오래전이지만, 이동진은 귀로 듣는데 제법 잘 어울리는 목소리와 말투를 가졌다. 고요하고 다정한 목소리, 차분한 말투. <빨간책방>의 청취자가 많은 이유 중에 그게 한몫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나처럼 게으른 독자도 생각나면 챙겨 듣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팟캐스트다. 그 방송의 오프닝 에세이를 이렇게 만났다.

 

새 신발을 신었을 때

발가락이나 뒤꿈치에 생긴 물집 때문에 고생한 일,

누구나 있을 겁니다.

 

기타를 처음 배울 땐 어떤가요.

어느 순간 손가락 끝의 껍질이 벗겨지고 굳은살이 박이지요.

 

사람과 사귈 때도 그런 물집과 굳은살의 시간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면

당연히 부딪치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고요.

그 마찰 때문에 마음에도 물집이 생기죠.

 

하지만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타든, 신발이든, 사람이든,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는 건 그런 시간을 통과한 다음이니까요. - 43페이지. 물집과 굳은살

 

에세이인데 시 같다. 짧은 글이 어떤 운율에 맞춰 읊조리는 느낌이 나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다섯 개의 키워드로 나뉜 이야기다. 사이, 마음, 책, 독서, 삶. 각 키워드가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 그건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일상과 생각을 그대로 연결한 것처럼 자연스럽다. 세상 속 우리 시선, 고민, 바람 같은 게 그대로 묻어있어서 친근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이 어려워 겪게 되는 일들을 ‘사이’라는 필연적 조건이라 표현하며 이해하게 한다. 관계 맺음과 이어감의 어려움을 굳은살로 만들어야 한다고 에둘러 말한다. 처음부터 익숙해지는 건 없는 법, 찢어지고 물집이 생겨가면서 굳어지는 살이 만드는 게 관계임을 풀어낸다. 환절기가 한 번씩 지날 때마다 설명하기 힘든 그 마음의 출렁임이 부담스러웠는데, 저자는 그걸 계절과의 연애처럼 표현한다. 한 계절이 끝나가고 있음이, 한 번의 연애가 끝나는 것처럼 여기게 한다. 아, 계절의 흐름을 이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이 계절을 이렇게 흘려보낼 수도 있는 거였구나, 싶은 안도감 같은... 살면서 겪는 많은 감정을 한 가지씩, 살짝, 조용할 목소리로 건네는 속삭임 같다.

 

긴 외출 후에 돌아와 우편함을 열 땐

조금 들뜬 기분이 듭니다.

숫자들만 가득한 공과금 고지서 속에

어쩌면 다른 게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죠.

우표가 붙은 엽서, 누군가의 지문이 묻은 손 편지.

그런 것들 말이지요.

 

마음의 근황을 물어오는 뜻밖의 편지를 기다리는 일.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그렇게 혹시나, 어쩌면, 하고 기대를 품고

스팸 메일이나 납세고지서 같은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릅니다. - 196페이지. 어쩌면 오늘 우리는 편지를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서 만나는 책 이야기는 ‘그래서 책 이야기를 하는 방송의 문을 여는 것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이 낯설지 않아서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독서가 사람 살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말하는 저자. 단어와 문장과 페이지에 눈을 맞추며 느끼는 것들. 사람, 시간, 세상, 그리고 더 많은 것. 살면서 여러 가지를 ‘지어가는’ 일이 소소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과정이 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풀고 있다. 본방송을 듣기 전의 애피타이저 같은, 본방송을 다 듣고 난 후 맛보는 후식 같은 글.

 

(비밀을 하나 말하자면) <빨간책방> 초기를 제외하면, 사실 나는 오프닝 원고를 미리 읽어보지 않는다. 그 글을 처음 대하자마자 눈과 뇌를 거쳐 의미와 리듬을 한꺼번에 굴리면서 입 밖으로 내미는 짧은 순간의 신선한 긴장감에서 출발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글을 온전히 믿고 순전히 즐긴다. - 이동진

 

이동진의 추천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저자의 글이, 아직 남은 겨울에 온기를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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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보스
정이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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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내 옆에 웬 낯선 여자(남자)가 누워 있다?'

솔직히 새로운 설정은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로 시작된 이야기가 신선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짧고 굵다는 건 이 소설을 두고 한 말 같다. ^^ 장편소설 분량을 딱 반토막 낸 분량으로, 해야 할 말만 간단명료하게 적어놓은 듯한 분위기. 군더더기 빼고 느슨해지는 분위기 빼고, 치고 빠지는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짧은 시간에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여 즐기기에 충분한 소설.

 

오랜만에 한국으로 들어온 강욱의 어느 날 아침. 햇살의 따가움에 잠을 깨고 일어났는데, 자신의 침대에 웬 여자가 누워 있다. 간밤에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원나잇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 술이 떡이 되어 누워있는 이 여자는 누구인가? 이상한 여자일세. 그게 한번이면 아량을 베풀어 볼만도 하건만, 두 번이나 반복되는 건 또 뭔가. 도대체 이 여자가 자신의 집에 어떻게 들어온 건지 몰라 신경이 거슬리던 사이, 여자의 가방 속에서 신원을 확인한다. 희미하게 웃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리고 여자의 약점(?)을 쥐고 거래를 한다. '너 나한테 빚 졌다!'

 

얼마 후, 강욱과 여자는 태용건설에서 재회한다. 여자는 신입사원 강욱의 상사 김수현. 외모 멀쩡하고 일 끝내주게 잘하는데 워커홀릭이다. 자신의 침대 위에서 본 여자와 회사에서 마주한 여자의 이미지가 다르다. 이 여자, 뭘까? 시건방진 캐릭터 그대로 강욱은 느물느물 자신감 넘치는 신입으로 수현을 대하고, 겉으로 단단하게 보이는 수현은 강욱의 놀림 같은 관심에 공격당한다.

 

실실 쪼개며 속을 끓게 만드는 남자의 매력이 상큼하다. 딱 눈길이 가게 만들어졌다고 해야 하나. 까칠한 듯하면서 말랑말랑한 마음을 갖고 사는 매력덩어리를 그대로 심어놓은 것처럼, 얄미운데 딱밤보다는 괜히 옆구리를 찔러주고 싶은? 뭐, 좋다는 얘기지. ^^ 그런 강욱이 자신의 배경을 숨기고, 목적을 두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였기에 그 사실을 수현이 알게 될 때를 대비해 준비를 한다. 수현에게 향하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시간차 계획을 세운다. 두 사람 사이에 알게 모르게 생긴 비밀. 이 잘난 남자가, 자신에게 미친듯 관심을 보이는 남자가, 기껏 신입사원이었던 남자가, 사실은 내가 다니는 회사의 오너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는 거야?!

 

많은 이들이 가볍게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짧은 후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마적 분위기가 충분히,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장편과 단편 그 사이의 장점을 살려 짧고 굵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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