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보스
정이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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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내 옆에 웬 낯선 여자(남자)가 누워 있다?'

솔직히 새로운 설정은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로 시작된 이야기가 신선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짧고 굵다는 건 이 소설을 두고 한 말 같다. ^^ 장편소설 분량을 딱 반토막 낸 분량으로, 해야 할 말만 간단명료하게 적어놓은 듯한 분위기. 군더더기 빼고 느슨해지는 분위기 빼고, 치고 빠지는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짧은 시간에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여 즐기기에 충분한 소설.

 

오랜만에 한국으로 들어온 강욱의 어느 날 아침. 햇살의 따가움에 잠을 깨고 일어났는데, 자신의 침대에 웬 여자가 누워 있다. 간밤에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원나잇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 술이 떡이 되어 누워있는 이 여자는 누구인가? 이상한 여자일세. 그게 한번이면 아량을 베풀어 볼만도 하건만, 두 번이나 반복되는 건 또 뭔가. 도대체 이 여자가 자신의 집에 어떻게 들어온 건지 몰라 신경이 거슬리던 사이, 여자의 가방 속에서 신원을 확인한다. 희미하게 웃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리고 여자의 약점(?)을 쥐고 거래를 한다. '너 나한테 빚 졌다!'

 

얼마 후, 강욱과 여자는 태용건설에서 재회한다. 여자는 신입사원 강욱의 상사 김수현. 외모 멀쩡하고 일 끝내주게 잘하는데 워커홀릭이다. 자신의 침대 위에서 본 여자와 회사에서 마주한 여자의 이미지가 다르다. 이 여자, 뭘까? 시건방진 캐릭터 그대로 강욱은 느물느물 자신감 넘치는 신입으로 수현을 대하고, 겉으로 단단하게 보이는 수현은 강욱의 놀림 같은 관심에 공격당한다.

 

실실 쪼개며 속을 끓게 만드는 남자의 매력이 상큼하다. 딱 눈길이 가게 만들어졌다고 해야 하나. 까칠한 듯하면서 말랑말랑한 마음을 갖고 사는 매력덩어리를 그대로 심어놓은 것처럼, 얄미운데 딱밤보다는 괜히 옆구리를 찔러주고 싶은? 뭐, 좋다는 얘기지. ^^ 그런 강욱이 자신의 배경을 숨기고, 목적을 두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였기에 그 사실을 수현이 알게 될 때를 대비해 준비를 한다. 수현에게 향하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시간차 계획을 세운다. 두 사람 사이에 알게 모르게 생긴 비밀. 이 잘난 남자가, 자신에게 미친듯 관심을 보이는 남자가, 기껏 신입사원이었던 남자가, 사실은 내가 다니는 회사의 오너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는 거야?!

 

많은 이들이 가볍게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짧은 후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마적 분위기가 충분히,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장편과 단편 그 사이의 장점을 살려 짧고 굵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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