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립다.

뭔가 엉터리 같은 며칠을 보내고 났더니 온몸에 피곤이 덕지덕지...

 

뭔가 자꾸 생각날 것 같은데, 끝까지 생각나지 않더라.

그게 뭐였지? 어떤 장면이었지? 내가 읽었던 게 맞나? 싶은 물음표만 줄줄...

생각해내야 하는데 결국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구절이 아니라 어떤 장면을 기억해내고 싶었던 건데,

끝까지... 생각이 안나.

 

 

그래서 뜬금없이

어린왕자를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이 책을 읽긴 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아주 오~래 전에 읽었을 거다.

집에 책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는 걸 보니,

아마 조카 누군가에게 줬는지도 모르겠다. 버리진 않았으니 분명...

 

그래서 당장 펼쳐보려면... 구매해야겠지.

결국, 도서정가제 전 마지막 책구매는 어린왕자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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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 사람들만 아는 진실
진양 지음 / 청어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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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고 시작할 수 없는 마음처럼, 마침표도 그렇게... 『이별한 사람들만 아는 진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그걸 가지고 애가 탔던 시간이었다. 나는 그때의 애가 탐을 허기지다는 느낌으로 받고는 했었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그립다는 또 다른 표현이라고 누군가가 그러던데. 그런 걸로 보면 가끔은 폭식하듯 채우는 끼니가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그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외롭다는 것도, 그립다는 것도 잘 모르고 살았는데... 그런 것을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 적도 없었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살아왔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면서 ‘그건 그리움이야.’라고 답을 말해주는 것만 같을 때는 빵점 맞은 시험지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다 틀려서 빗금처럼 그어져 있는 점수표, 오답 노트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할 문제들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느낌. 그럼 이럴 때는 시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배우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럼 절반은 맞을 수 있을까.

 

사랑을 시작할 때, '이때쯤 끝내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하는 경우는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굳이 그 유효기간을 계산하지도 않았었고. 누군가를 마음에 담으면 담은 채로, 그러다 어느 날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오면 헤어지는 것으로 한 번의 사랑을 끝내고는 했다. 원래 그런 거라고,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많은 일 앞에서 ‘원래’라는 부사를 붙여서 말을 하고 나면 그게 맞는 것처럼 여겨지고는 했다. 이미 끝난, 아니면 어긋난 많은 일 중에서 유독 사랑이란 것에 ‘원래’라는 말을 붙이기는 싫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말을 붙인다. 그러면 한 번의 웅얼거림은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으니까. 은수와 지후의 일들 앞에서도 나는 내내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했다. 너희의 사랑, 인생, 그리고 또 다른 것들이 찾아오는 이 시간도 원래 그렇게 흘러간다고 말해지고 싶어지고는 했다.

 

서은수와 강지후는 3년 동안 연애를 했다. 어느 날 은수는, 둘 사이의 스파크가 없어서, 시들해진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지후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놈의 스파크가 없어서 헤어지자 말하는 여자. 반면 제법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남자.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비밀연애를 3년이나 했는데, 이젠 그 헤어짐의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할 수도 없는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원래 비밀연애는 그런 것이니까. 서로를 끌어안고 자폭할 수 없으니, 서로가 그 공간에서 쿨하게 살아남고자 담백해야 한다. 그들의 이별은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조금의 위로는 날려주고 싶어진다. 사랑이 쿨하지 못한데, 어떻게 이별이 쿨할 테냐.

 

이 나이 정도(?) 살아보니,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었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어울릴 듯하다. 물론 그 안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캐릭터들은 소설에서 등장할 수 있는 조연들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이 소설은 현실의 모습을 더 많이 눈에 담게 했다. 두 사람의 이별 순간부터 그려지던 것이 수상하더니, 결국에는 그들의 이별 후 모습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마음을 드러나게 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와 누가 손을 내미는 것도, 누군가는 그 손을 잡는 것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다고... 누군가와 헤어지고 다시 만난 적이 없었으니, 지금 은수와 지후의 모습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헤어진 누군가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뒤돌아서서 가느라 그 뒷모습도 안 봤으니 알 턱이 있나. 그땐 그랬다. 알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혹시라도 만나다가 그 마음이 식으면, 싫어지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끝내자"

아주 오래전 누군가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연애를 시작한 적이 있다. 연애를 하다 끝이 날 때는, 조용히 연락 끊고 사라지지도 말자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면 바람이나 양다리는 허용할 수 없으니, 상대의 가슴에 더 큰 상처를 주지 않게 솔직하게 표현자고. 누군가에게 이별을 먼저 이야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상대를 더 아프게 만드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어디로 숨어버리듯 사라지지도 않았고, 그만이라는 의사표현도 분명히 했고, 누군가를 만나면서 바람이란 것은 허용하지 않았으니 상대에 대한 예의를 다 지켰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헤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상대가 다른 이를 좋아해서 바람을 피우기도 하고, 헤어지자는 말을 못해 조용히 연락을 끊어버린 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늘 가슴에 품었던 이별방식은 저런 거였다.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것. 연애라는 이름이 그 어떤 목적지로도 갈 수 있겠지만, 그 목적지가 이별이라면 솔직하게 입 밖으로 꺼내는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은수의 입장을 쉽게 이해했다. 가슴에 스파크가 일지 않아서 이별하자 말하는 은수에게 공감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별의 말을 들었을 지후를 살짝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누구에게 잘못을 물을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뭔가 부족한 감정들이 싫어서 이별을 얘기해야만 했던 은수도, 스스로의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면서도 그걸 이별로 연결하지 못한 지후도... 각자의 자리에 있었던 두 사람의 입장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고 이야기한다면 오지랖일까. 아니면 가슴에 불꽃을 피워줄 다른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대해 좋은 점들만 열거해주어야 했을까. 나는 그냥, 내가 많이 느끼지 못했던 그들의 시간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그러면서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흘려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생각했다. 그때 내가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한번쯤 뒤돌아봤으면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을 하는 과정이 보통의 절차라면, 이 이야기는 거꾸로 진행된다. 헤어짐을 말하는 순간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그 헤어짐 후의 두 사람의 모습을 담으면서 사랑에 대한 많은 생각을 남겨주고 있다.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누군가의 감정을 안타깝게 지켜보게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은수와 지후, 두 사람의 이별후 마음을 보게 한다. 당사자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알아차리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제 3자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려니, 참... 그래서 소설인가 싶다가도, 바로 며칠 전에 본 누군가를 떠올리면 일상인가 싶기도 하다. 문학이 주는 재미는 여기서 또 한 번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현실을 소설 속에서 발견하게 하는 것. 아니면 반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일 테고.

 

"처음 사랑이 시작할 때, '아, 사랑이다.' 라고 말을 하고 시작한 건 아니라는 것."

"이별도 똑같지. 입 밖으로 '이별하자' 꺼냈다고 해서, 그게 이별인가." (160페이지)

이것만큼 정석인 말이 있을까. 우리가 사랑을 하기 시작할 때나, 이별을 하게 될 때는, 출발선에 서서 "요이~땅" 하는 신호음과 함께 출발하는 달리기가 아니라는 것. 사랑도, 이별도...

 

몇년 전, 우연히 발견하듯 만났던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던 그 순간 나만의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힘든 마음을 힘들다 말하지 못한 때여서, 누군가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한참을 쥐고 흔들었던 책이었으니까.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힘들었던 게 사랑 때문은 아니지만... 어딘가 깊은 곳으로 뚝 떨어져있는 것 같은 기분에 더 깊은 우물을 파게 하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 속의 이야기가 그리 심각하게 우울하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닮아있는 우리네 현실 같은 이야기에 깊게 빠지게 되어서라고 하면 핑계가 좀 되려나.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건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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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즈음에, 내 옆에 쌓여있는 책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아, 이 상태로 책 읽기를 계속할 수는 없겠구나.' 심각했다. 방이 워낙 좁은 데다가 정리 따위는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라 책이 몇 권만 더 쌓여있어도 금방 심란해진다. 책으로 방이 지저분해도 딱 그만큼이어야 했다. 늘어나는 책이 차지하는 어지러움은 바로바로 치워버려야 답답증이 가셨다.

 

생각해보면 그건, 책을 읽지 않고 살거나 책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해결될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게으른 책 읽기를 하는 나지만, 책을 가까이하지 않고 사는 건 잘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책 구매에 신중해지고 책 읽기를 가볍게 하자고. 언젠가부터 조금씩 들었던 생각을 올해 시작하면서 제대로 실천해보자고 다짐했었다. 올해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11월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으니, 찬찬히 되돌려 생각해본다. 나는 그 다짐을 잘 실천하고 있었는지...

 

 

 

3.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할 때마다 다 읽고 반납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그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5권쯤 대출하면 그중 1~2권은 대출기한 때문에 다 읽지 못한 채로, 혹은 아예 읽지 못한 채로 반납하기도 했다. 당연히 반납해야지. 그래야 다음 이용자가 읽을 수 있고 나도 도서연체자가 되지 않을 테니까. 못 읽은 책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도 반납하고 나면 그만인데, 이상하게 같은 책을 다음에 또 대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그만큼 읽고 싶은 책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못 읽고 반납한 도서를 다시 대출한다는 건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나에게는 그렇게 대출하고 읽지 못한 채로 반납한 도서가 몇 권 된다. 그런 식으로 세 번 대출했는데도 못 읽고 반납한 도서는 구매하기로 했다. 세 번이나 그 번거로운 일을 반복했다면 그건 그만큼 읽고 싶었다는 말이고, 못 읽고 반납했다는 건 그만큼 아쉽고 안타까웠다는 거다. 그아쉬움에 또 대출할 것 같아서 아예 구매해놓고 옆에 두고 읽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구매한 책이 몇 권 있다. 그중 하나가 <영원의 아이>다. 처음 구판으로 세 권짜리를 대출했을 때 못 읽고 반납했고, 개정판으로 나왔을 때도 못 읽고 반납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개정판의 그 두툼한 두께에 지레 겁을 집어먹었는지도 모른다. 못 읽은 그 아쉬움에 항상 보관함에서 먼지만 덮고 있던 목록이었는데 지난번 반값행사 때 구매했다. 고이 모셔놓고 얼른 읽어주고 싶어서 매일 쓰담쓰담 쳐다보고 있다. 괜히 안심된다. 물론, 아직 읽지 않았다. @@

 

 

 

 

 

 

 

 

 

 

3.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서점 몇 곳의 플래티넘 등급이었다. 다른 어떤 조건 때문에 등급이 올라간 게 아니고 순수주문금액으로만 만들어진 결과였다. 가족이 같은 아이디로 구매하니까 그렇기도 했지만 나도 책 구매를 큰 고민 없이 하는 편이었다. 그게 몇 년 동안 계속된 등급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구매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책은 게으르게 읽고 책 사는 속도는 엄청 빨랐으니까. 책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도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인지 아닌지, 책값이 적정한지 아닌지(책값의 적정 기준은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임.), 지금 이 책을 읽을 시간이 되는지 안 되는지, 같은 여러 가지 고민이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읽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만 구매를 완료하곤 했다. 그러니 안 봐도 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분명 읽고 싶은 마음 하나로 책을 사들였는데 읽지도 않은 책은 쌓여가고, 그 책탑만 보면 괜히 피곤해지고,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그로 인해 나 혼자 스트레스를 만들고...

그래서 생각을 많이 바꿨다. 내가 정말 이 책을 읽고 싶은지, 꼭 지금 구매를 해야만 하는지 최소 세 번 이상은 생각하고 구매하자는 것. 책값이 비싸고 싸고 하는 문제가 우선이 아니다. 책으로 이루어지는 충동구매가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깨닫고 보니, 책은 좋은 것이지만 무조건적인 책 구매가 절대 좋은 일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라도 할인 기회를 놓쳐 다른 구매자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사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이 책이 지금 구매해야 하는지를 꼭 세 번 이상은 고민하고 결정하자고.

그렇게 구매한 책이 김경민의 <시 읽기 좋은 날>이다. 두 번쯤 고민하고, 도서관에서 대출해 살펴보다가 결국 구매했다.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고, 김경민의 차근차근 말하는 듯한 분위기가 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젊은 날의 책읽기>가 조금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거에 비하면 <시 읽기 좋은 날>은 감정에 취하기 좋은, 시를 부르는 시 이야기다. 좋다.

 

 

 

 

 

 

 

 

 

 

 

 

3.

가끔 내가 지금 소장하고 있는 도서를 가만히 살펴볼 때가 있다. 그중에는 최근에 구매한 책도 있지만 몇 년 전에 구매하고서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도 있다. 시간이 없어서 못 읽은 경우도 있고, 책의 무게감(내용) 때문에 한 번에 호흡하기 힘들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먼지만 덮은 책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끌어안고 있는 책이 늘어갔다. 어떤 목적을 두고 필요해서 구매하기도 했고, 한번 가볍게 읽어보려고 구매한 책도 있다. 책이 저마다의 목적을 두고 책장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자리만 굳건히 지키고 있는 책을 가만히 놔두는 게 옳은 일일까. 물론 그렇게 자리만 차지한 책들도 언젠간 내 손에서 펼쳐지겠지. 하지만 그 '언젠가'라는 막연함으로 몇 년 동안 방치되고 쳐다보지도 않는 책들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답답한 마음에 내 눈에 걸리는 책을 가만히 쳐다보곤 했다. 그 책들은 대개 두 부류다. 아직 읽지 않았기에 소장 여부를 고민하게 하는 책, 이미 나에게 한번 읽힌 상태이기에 소장 여부를 고민하게 하는 책. 물론 그렇게 방출(중고로 팔거나 다른 이에게 나눔 하거나)하고 후회할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구매한지 3년 이상 된 책을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분명하게 소장해야 할 책이 고민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외의 책들, 이도저도 아닌 채로 머물러 있는 책들. 이 경우도 분명하게, 적어도 세 번 이상은 고민해야 한다. 내보내 놓고 가능하다면 후회를 안 하게. 이 책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 내 책장에서 내보내도 되는 이유를 잘 판단해서 책이 누르는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얼마간의 책을 내보냈다. 작년에 몇백 권을 내보낸 것에 비하면 올해는 거의 처분하지 않은 셈이다. 새해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것을 많이 고려한 책 구매 방식 덕분이다. 다행이다.

 

 

 

 

이렇게 하는 게 잘한 일일까 많이 고민했다. 지금도 그 고민은 계속된다. 아직도 이 부분에서 내 생각이 옳다고 100% 확신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년보다 올해, 예전보다 요즘 더 책을 대하는 마음이 나아지고 있는 걸 보면 괜찮은 결과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2014년이 한달 반 남은 지금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책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마음이 많이 심란했던 몇 달이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에는 책을 엄청나게 구매했다. 있는 돈 없는 돈, 얼마 안 남았던 적립금, 남겨두었던 상품권까지, 바닥까지 긁어서 구매 완료했다. ('위에서 계속 말하던 거는 뭐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름으로 고민에 또 고민한 신중한 구매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그...럴...거...야...) 몇 년 동안 보관함에 머물러 있던 책, 읽고 싶었지만 선뜻 손대지 못했던 세트 도서, 계속 미루기만 했던 고전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고른 읽고 싶었던 신간 몇 권, 조카에게 보낼 어린이 도서들. 책 구매 신중하자고 생각한 상태에서 데려온 책들이라 마음이 더 충만하다. 뭐랄까, 정말 고르고 골라 선택받은 아이들(책)을 보는 뿌듯함 같은 것... 이제 이 책들을 참 재밌게 읽기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막상 읽고 보니 생각보다 별로였어, 라고 내가 서운하게 대할 책이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내년에도 나의 이런 책 구매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도서정가제 시행이 불만스럽지 않게 ‘이 책은 이 가격을 주고 사도 정말 좋아.’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 많이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것...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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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2 2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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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3 1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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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 0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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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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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직은 남은 햇살이 따뜻해서 잠깐, 얼굴을 태웠다.

잠깐인데 뭐... 곧 추운 날만 계속될 텐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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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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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 창작론보다, 그의 일상 같은 이야기가 더 편하게 들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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