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파는 남자
햐쿠타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펭귄카페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정말 좋은 글, 좋은 문장이 뭔가요? 『꿈을 파는 남자』

 

가끔 나 스스로 ‘내가 책을 왜 읽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독자로 살고 있고, 읽는 게 좋아서 책을 대하고 있으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책 『꿈을 파는 남자』를 읽다 보니 나와 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이름을 새긴 책을 내고 싶어 하는가. 그 의문에 대한 답 역시도 독자의 입장에서처럼 다양하게 찾을 수 있겠지만, 유독 이 책의 주인공인 우시가와라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사람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인간의 과시욕에서 찾고 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출판 형식이 눈에 보이는데도,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점에 있다. 결국, 그 방식으로라도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이들의 목적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시가와라의 말처럼 그건 인간의 과시욕이면서 동시에 꿈을 이루는 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편집자 우시가와라가 있는 마루에사 출판사에 불황이란 말은 없다. 출판계에 항상 익숙하게 나오는 ‘불황’이란 단어는 그에게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다. ‘조인트 프레스’라는 의미로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돈이 마루에사 출판사를 유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조인트 프레스란 출판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출판사와 필자가 공동 부담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인데, 이는 출판사가 필자에게 사기를 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인쇄하는 부수를 줄이고, 서점에 배포하는 부수를 줄인다. 그러니까 당연하게 책을 출판하는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다. 말로는 조인트 프레스인데 실제 출판사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출판하는 모든 비용이 필자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자비출판이라고 불러도 되는 일을 그럴싸하게 출판사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것처럼 포장한다. 출판사는 필자에게 그렇게 거짓으로 응대하는 돈으로 운영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신축건물을 지을 만큼 필자의 귀한 돈을 축적한다.

 

여기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출판업자가 보기에 정말 대단한 글이라면, 책으로 내지 않고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라면 필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라고 할 게 아니라 출판사의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출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사기라는 거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간절하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혹은 아무런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 당신의 글이 미치게 뛰어나다는 감언이설로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당신의 글이 책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건 지구 최대의 불행이다!’ 수준의 슬픈 일인 것처럼 들리게 말한다. 그런 사기라면 필자가 비켜 가면 그만인 것을, 그런 사기가 통하게 되는 이유 또한 증명된다. 책을 통해 자기의 과시욕을 불태우고 싶은 간절함이 우시가와라의 영업을 대성공하게 한다.

 

이 책을 계기로 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 바보 같은 엄마들과 결별하고 수준 높은 친구들을 만든다. 나는 원래 그런 바보들과 어울릴 인간이 아니다. (118페이지)

 

당당하게 큰소리치면서 살아온 남자는 자신의 빛나는 인생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내야만 한다.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짜증 나는 잔소리로 들리는 것도 모른 채로 말이다. 자신의 교육방식과 태도가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주부는 책을 내서 보란 듯이 주변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 모이면 쓸데없는 얘기나 하고 연예인의 가십에나 열광하는 주변 엄마들과는 수준이 안 맞아서 어울릴 수가 없다. 그러니 책을 내서 확인시켜줘야만 한다. ‘내 수준을 따라와 봐~!’ 하고 큰소리칠 수 있는, 상대를 무시할 수 있는 눈빛을 날려주고 싶다. 인생 한방이라는 듯 살아가는 프리터는 또 어떤가. 자신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로. 그러면서 요즘 사람들이 소설을 읽지 않는 세태를 열변하고, 세상을 자기 발아래 있는 것처럼 여긴다. 그런 그에게 소설 제의가 왔다. 이제 그는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뜬구름 속에서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책을 내는 게 그리 간단하단 말인가? 남들에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그리 쉬운가? 더욱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건, 책을 내고자 하는 그 순수하지 못한 의도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그런 욕망이 있을 수 있다. 자기 이름을 새긴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것. 우시가와라의 말처럼 그게 자신의 꿈이었을 경우, 우시가와라는 사기를 치는 동시에 필자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이다. 그 안에 존재하는 과시욕이나 허영심이 없다면 더없이 좋은 꿈을 이루는 과정일 수도 있다. 마루에사 출판사의 조인트 프레스 출판 형식이나 정말 혹하게 말을 잘해서 그 사기가 성공하게 하는 우시가와라의 영업 태도를 나쁘게만 말할 수 없는 게, 씁쓸하게 보이는 이유가 그들의 그런 사기에 간절하게 걸려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출판까지는 가능하지만, 누구도 사지 않는 책, 그런 책이 아무렇지도 않게 출판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 아이러니다. 책을 내겠다고 마루에사를, 우시가와라를 찾는 사람들은 계속 몰려온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 그 책으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

 

"세상에 책으로 자기과시욕을 충족시키려는 인간이 왜 그렇게 많은지,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305페이지)

 

소설 속에서 우시가와라는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책을 내고자 하는 다양한 인생을 만나기도 하고 후반부에 가서는 기존의 작가라 불리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의 다양함을 볼 때마다 인간이 가지는 욕망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는 나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깊어 사기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할 수 있는 도구로 책을 이용한다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한다. 그런 일이 가능하게 하는 바탕에는, 책이 가지는 이미지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흔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거나 책 이야기라도 하면 무슨 교양과 지성이 철철 넘쳐흐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내 주변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뜻밖에 많더라.), 그런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럴 것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경험하고 부딪혀본 사람 중에는(그중에 나도 포함한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책을 대한다고 해서 다 그렇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되는 지식만큼 일상생활에서 쌓이는 지식도 어마어마할 수 있다. 현명하고 예의 있는 인간이 되는 데 있어서 책이 그 일부가 될 수는 있어도 ‘오직 책으로만’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책이라는 것을 통해 쌓아온 선입견이나 이미지가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굳이 그 욕망의 분출로 책을 선택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것은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다. 우시가와라가 그들에게 꿈을 파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수요가 있으니 성립되는 말이다. 그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게 꿈이라면, 그 꿈을 이루게 해주는 사기 같은 책 출판 형식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꿈(책을 출간하는 것)을 이루게 해준 것이 아닌가 말이다.

 

한편 우시가와라가 만났던 소설가들, 갈수록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에서 한때 잘 나갔다는 소설가들이 취하는 태도는 근거 없는 거만함으로만 보였다. 나는 소설가니까, 내가 쓰는 글은 대단하니까, 내 글을 이해 못 하는 독자의 수준이 낮으니까... 그들의 소설이 팔리지 않는 이유가 단지 그것뿐일까.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되겠다던 허무맹랑했던 프리터와 우시가와라가 말하는 공통점은 소설을 읽지 않는, 소설을 굳이 읽을 필요성이 없는 요즘 세상의 흐름이었다. 대중들이 더는 소설을 읽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은 많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SNS, 여행, 스포츠 등등. 시간이 생기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가. 굳이 소설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게 요즘 세상이다. 그러니 재미없는 소설은 더욱 읽히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만의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만을 탓할 게 아니라, 흐르는 시간만큼 변하는 세상에서 글이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되어 그 시간과 같이 흘러야 하는지를 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 소설 속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소설로 만들어낸 허구가 작용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소설가들의 태도가 만들어진 설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소설이니까 만들어진 설정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와 닿는 모습이라 더욱 귀 기울이게 한다. 팔리는 글을 쓴다는 게 자존심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싶어지는 건, 비단 나라는 독자 한 명의 마음일 뿐일까.

 

누구나 주목받고 싶어 하는 세상으로 보이는, 책을 읽는 사람은 없어도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많아진다는 설정이 우시가와라의 영업을 가능하게 했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게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욕망을 분출하는 모습이 서늘하게 보이는 소설이다. 그들이 그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도구로 선택한 것이 점점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책이었다. 책이 그들의 존재감을 부여하고, 자신을 과시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모국어만 쓸 줄 알면 글이라는 것은 아무나 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소설 속의 대화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명해질 수는 있다. 그 유명세의 시간이 짧을 뿐이지만... 소설에서 나오는 모든 에피소드가 오늘날의 출판 시장의 현주소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적 허영에 몰입하는 대중의 태도를 지적하는 모습이 날카롭다. 많은 것이 달라져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세계 중의 하나가 출판계가 아닐까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부장님. 전부터 한 가지 의문이 있었는데요. 좋은 문장이란 어떤 겁니까?"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229페이지)

 

내가 책이나 독자, 출판시장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 이 책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소설이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을 본 것 같다. 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봐야 할 진짜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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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7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7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은 게으르게 읽지만,

 

 

계속 출간되는 책을 구경하는 재미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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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전쟁 같다.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의 생각으로는, 지금 상황이 그렇다.

 

 

바쁘게 보냈던 오늘, 누군가는 난리였던가 보다.

인터넷서점의 접속이 어려우니... 어쩌고 저쩌고...

그랬나?

그랬나보다.

주변에서도 시끄러운 걸 보니, 지금도 마찬가지...

 

 

구매하고 싶은 책 한권이 생각나서 온라인을 켰더니, 아무데도 들어가지지 않는다.

겨우 로그인 되면 장바구니가 안열린다...

아, 이렇게 오늘 하루 난리였던거로구나...

사지 말라는 말인가보다.

 

 

그나저나 작년에 알라딘 이벤트로 10년 동안 플래티넘 회원 자격 득템했는데,

이거 어쩜 좋아...

쿠폰이나 멤버쉽 적립금이 빠진 자리에 어떤 혜택을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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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 정규 7집 Da Capo
토이 (Toy)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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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토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성시경, 이적, 김동률의 목소리까지 같이 들을 수 있다니... 어떻게 그냥 지나갈 수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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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밤
이아현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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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이름은 옴브레(그림자). 니제르라는 본명을 두고 옴브레라 불린다. 그의 본명을 아는 사람을 드물다. 그 스스로 그 이름을 언급하지도 않는다. 슬픔과 고통의 이름이기에. 마피아의 수족이면서 살인병기로 키워진 그가 어둠의 방에서 새로 태어난다. 빛을 거부하는, 오직 어둠만이 그의 목숨을 이어가는 것만 같다. 웃음을 모르고 온몸은 차가움으로 칠갑한 그는 살아 숨 쉬는 이유 따위 연연하지 않는다. 개 같은 삶을 이어가는 것, 그뿐...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고 여행길에 오른 여자 미우. 가진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만 여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언젠가 그 돈이 다 사라지면 그녀의 목숨도 사라질 거다. 그녀의 바람은 그 정도다. 오직 여행이 끝날 때까지만 목숨을 연명하는 것. 하지만 신은 그녀의 바람을 거부한 듯하다. 사랑을 잘라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그녀에게 선뜻 죽음을 선물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에게 차가운 온기를 건넨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우연처럼 조우한 옴브레와 미우는 오해와 사건으로 함께 한다. 물론 둘 사이에 스파크가 튀는 애정이 생겨서가 아니다. 옴브레가 쫓던 여자의 흔적을 미우가 가지고 있었고, 옴브레는 그저 사라진 여자를 잡기 위해 미우를 감금한 채 붙들고 있다. 딱 거기까지다. 더도 덜도 말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서로를 붙잡고 있으면 된다. 남자는 조직을 뒤통수치고 달아난 여자를 잡기 위해, 여자는 어차피 하는 여행의 연장선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거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재미없다. 이 소설은 예상하는 대로 옴브레와 미우가 서로를 마음에 담는 것까지 이어진다. 다만, 두 사람의 마음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에피소드나 장면들이 섬뜩하리만치 잔인한 게 많다. 인간에 대한 감각을 잃은 듯 마치 살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마피아 수장의 살인개 노릇을 하는 남자의 마음을 열어보고 싶어진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지, 혹여 다른 목적을 두고 그 시간을 견디는지 궁금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을 위해 여행길에 올랐는지, 눈앞에 보이는 잔인함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지...

 

살인이 놀이처럼 보이던 남자와 “죽여주세요.” 한 마디가 거침없이 나오던 여자 사이의 기류가 어둡다. 냉랭하다. 온통 어두운 방에서 악몽에 시달리던 남자와 나눠줄 거라고는 손에서 나오는 온기뿐이던 여자가 나누는 게 뭘까 싶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들이 함께 가는 곳이 정말 지옥이라고 할지라도 함께 가자고 손을 잡았으니, 가야지. 달빛을 달빛으로 보게 하는 눈을 열어주었으니, 누구도 담아본 적 없는 심장에 그녀를 담게 했으니, 가봐야지. 그게 지옥이든, 어디든...

 

상당히 어두운 내용이다.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겐 읽기가 편하지 않았던 소설이기도 하다. 남자의 위치나 역할이 거부감이 일었던 게 아니고, 장면 묘사가 잔인해서 부담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사람이 마음을 여는 순간 변할 수 있다고 보여준 건 애틋했다. 인간의 마음이란 그러할 테니.

 

전체적으로 무난히 읽을 수 있으나 개연성이 부족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아니라 좀 불편한 느낌이다. 또한 잔인한 장면들에 거부감이 있다면 망설여질지도 모르겠다. 읽기 어려운 게 아니라 취향 때문인지 선뜻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힘들었다고 해야 하나... 이 소설로 이아현 작가를 두 번째 만났다. 기존 작품들을 다 읽지 못해서 나름 기대감이 컸었던 듯하다. 조금 더 탄탄한 구조로 다음 작품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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