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이루어지는 길모퉁이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67
오카다 준 지음, 다나카 로쿠다이 그림, 김미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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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허풍, 깜찍한 거짓말, 우아한 농담이 감추어 놓은 것은 아름다운 추억, 고단하고 힘들었던 한 때, 어쩌면 가난하고 쓸쓸했던 유년, 슬픈 이별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말하는 할아버지와 듣는 손자를 보면서 살아온 삶이 이야기가 되는 것의 힘을 알겠다.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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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위험한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 슬기로운 책방 1
김현경 지음, 이수연 그림 / 리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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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으나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가 의젓하고 무엇보다 고착화 되어가는 어떤 생각들을 경계하고 허물려는 작가의 태도에 동의한다. 순전히 독자 개인적인 관심사겠지만 작품 속 대사는 일상의 말이 아니어야 할 것 같고, 이 작품집에서 아이들이 주고 받는 말들이 ‘읽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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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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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최선을 다하는 부분은 뿌리 내리지 못 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공항이 있는 신도시에 잠시 머물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국적을 얻은 후 그들이 뿌리를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난민에 대한 인식은 난민 캠프라는 말 대신 외국인 임시 보호 캠프라고 써야하는 상황이 설명한다. 난민은 현 단계에서 잠정적 테러 용의자이며 혐오 대상이다.

섬이라는 공간적 배치가 무언가를 의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난민신청자들의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미분양 사태로 어수선한 신도시의 외경이 낯선 곳에 첫 발을 디딘 난민들의 내면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지, 아니면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진 것 같은 도시를 보면서 기대를 가질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들은 왜 난민이 되었나. 작품은 인내를 갖고 그들의 상황을 열람하도록 이끈다. 이미 뉴스 등을 통해 대강 알고 있는 사례들을 개별화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슬람문화권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여성 명예살인, 중국 내 소수 민족과 한족 간의 종족 갈등, 베트남의 계급 갈등, 아프리카 여성과 프랑스 남성의 자유 연애를 바라보는 편견과 폭력 등. 거기에 자국내 미혼모를 통한 경제적 난민까지.

난민이 되어 국적 취득 전까지 머물게 될 캠프에 오게 된 그들이 잠시 머무는 동안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공개 되는 방식이다. 짧은 시간에 동병상련의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불화하고 끝내 국적 취득의 불가능을 알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섣부르게 희망을 제시하지 않아서 현실적이지만 난민에 대한 시각의 변경이나 생각의 시작점이 강렬하게 울리지도 않는다. 자칫 뉴스의 심화, 한 걸음 더 정도의 모험을 하는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난민은 콜럼버스처럼 탐험가인가, 아니면 잠정적 테러용의자이며 죽어 마땅한 추방자인가. 미혼모 해나를 통해 간신히 콜럼버스가 호명되기는 해도 난민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실마리는 쉽게 잡혀 나오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경계를 넘어 새로운 땅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느끼지 못한다면 난민에 대한 인식을 재배치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문학이 난민에 대해 새롭게 감각하고, 낮은 단계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체험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난민은 발생의 배후 못지않게 난민을 받아들이는 입장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다.

한 명의 난민은 대다수의 난민을 대표한다. 심사 없이 그들에게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원래 인간이 이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을 때의 자유, 여행자의 방문을 반겼던 원주민의 환대가 이 시대에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

현재의 우리 감각은 난민과 외국인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선택하는 수준이다. 이 작품이 이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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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달빛 식당 - 제7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이분희 지음, 윤태규 그림 / 비룡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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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기억에 양면이 있고 나쁜 기억을 잊는다는 건 그 기억의 다른 면까지 잃는 거라는 말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 작품의 환상체험은 먹고 잊는다는 행위를 통해 기억의 양면을 감각으로 느끼게 한다. 나쁜 기억을 통해 좋은 기억까지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발견의 전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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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똥 쪼물이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우수상 수상작 신나는 책읽기 51
조규영 지음, 안경미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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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활론의 가능성을 아동문학의 개성과 특질로 한정하는 것은 이것이 가진 인식의 힘과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세상의 질서를 뒤흔들어보는 새로운 감각의 훈련이기 때문이다. 지우개똥에 눈코입을 그린 후 숨을 불어넣자 자신을 만든 사람과 닮은 생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꽤 그럴싸하다. 이 작품을 이끌고 가는 지우개똥들은 당연히 아이들의 아바타다.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고 분신을 만들어야 지우개똥들과 울보도장이 유진이()과 깐깐 선생의 대리전을 벌일 수 있다. 현실의 불가능이 물활론적 세계에서는 가능해진다. 지우개똥들의 승리는 풀죽은 아이들이 강력한 외부의 힘과 질서를 뒤집어보는 체험이다. 이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한 감각이 현실세계에서도 작동하기를 바라는 것이 이 동화의 진심이겠다.

현실의 대리전 양상을 펼치고 현실의 약자가 승리하는 구도는 익숙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훈계가 아니라 칭찬이라는 것도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우선 짧은 문장이 주는 시적 리듬이 지루하지 않다. ‘지우개똥으로 만든 어떤 것에 숨을 불어넣자 생명 있는 어떤 것이 된다.’는 시적 순간은 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쓰고 지우는 행위로 생겨나는 지우개똥들이 쓰는 이의 마음을 닮았고 -쓰거나 달다로 존재의 본질을 증명하는 상상이 즐겁다. 두려운 상대-울보도장에 맞서 힘껏 싸워 준 지우개똥들이 없어지지 않고 현실의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작은 신-요정이 되어 줄 것 같은 마지막 장면도 안심이 되면서 여운이 길다. 깐깐 선생이 자신의 실수를 배우고 깨닫고 실수를 고칠 줄 아는 어른이어서 다행이다. 물활론적인 즐거운 놀이가 힘이 된다는 믿음은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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