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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은희경, 그녀는 언제 열일곱 살의 소년으로 되돌아온 것일까?
책속의 작가 사진을 보니 정말 열일곱 살들이 즐겨 입는 스키니진에 후드티~~
나이에 걸맞지 않는 옷차림인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건 내가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으면서 "작가는 어찌도 그리 열일곱 청소년들의 일상과 생각을 자신의 소리인 것처럼 잘 묘사하고 표현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때문인 것이 아닐까.
내가 그동안에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은 '내가 살았던 집', '비밀과 거짓말' '상속' 등을 들 수 있는데, 그러고 보니 정작 읽은 작품들은 단편소설을 비롯하여 몇 편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작가에 대한 느낌이 좋은 것은 예리한 관찰력과 표현력때문이었던 것같다.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게 되면서 기존의 성장소설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흔히, 성장소설은 비행 청소년이나 가정, 학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등학생 정도의 주인공을 내세워서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얕게 다루면서 엉성한 구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결말은 그들의 이야기를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끝맺게 된다. 그래서 깊이있는 독서를 하고 싶은 독자들은 그런 소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다.
'소년을 위로해줘'도 소재나 주제면에서는 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인 강연우. 어릴적에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신민아씨와 함께 살아 간다. 엄마의 직업은 옷 칼럼니스트이며 패션잡지 프리랜서. 엄마가 이혼을 한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엄마의 성격상 자신이 없으면 지레 포기해 버리는 타입. 그것은 자존심은 지킬지 모르나, 평생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시스템안에 들어가서 모멸감을 받기보다는 욕망, 꿈, 이런 거 없이 자신의 삶을 책임지면서 살뿐이다.
엄마의 애인이자 남자친구는 33살난 음악칼럼을 쓰는 사람. 엄청 연하남이기도 하다.
엄마의 이런 성격탓에 연우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일은 자신이 억지로 해결해 가면서 산다. 소극적으로 살아간다고 해야 할까.
연우가 이사온 집의 전 주인의 아들인 힙합가수 G-그리핀을 좋아하고 잊지못하는 채영
채영을 만나게 되어 첫사랑을 느끼게 되고, 우정과 같은 첫사랑을 이어진다.
여기에 미국유학중에 부적응자로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한 학년 아래인 여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독고태수. 그리고 여동생 독고마리.
독고태수의 아빠, 엄마. 연우의 엄마와는 달라도 너무도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
연우, 태수, 채영, 마리. 열일곱 살 소년 소녀들.
4인 4색의 성장과정과 환경과 생각과 고민, 그리고 성장의 아픔.
그 누구나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상처들.
이 소설에서는 소년 소녀들만에 국한된 것이 아닌, 그들의 부모들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욱 형까지도.
어른들도 사실은 완벽하지는 않은 것이니까. 상처투성이일수도 있고, 마음의 환자들일 수도 있으니까.
결말부분으로 가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같은 상태가 된다. 머리가 "멍" 때린다. 가슴은 멍멍해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앞에서도 썼듯이 작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너무도 속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것이다.
성장소설들이 갖는 칙칙하고 암울한 느낌이 아닌, 그렇다고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인데도 공감이 가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이 소설을 10년, 아니 5년 전에만 읽어다고 하더라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땐 시스템안에 들어가야만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날부턴가(독서의 영향인가) 모든 사람은 똑같은 삶을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두 똑같이 야자를 하고, 학원을 가고, 특기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건, 각자가 원하는 삶이 다르니까.
부모들은 자식들이 청소년시절일때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 1등만을 기억하는 사회" 라는 생각에 빠져 있으니까.
그런데,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각자가 원하는 삶은 각자가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소년을 위로해줘'의 청소년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연우가 원하는 삶, 채영이 원하는 삶......
그것을 이루어가라고.
연우와 신민아씨, 멋지지 않은가!! 정겹지 않은가 !!
아마도, 우리 사회에 이런 모자지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일상속에서 깊숙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엄마와 아들.
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관여하지 않는 듯한~~~
'소년을 위로해줘'의 소재와 주제는 얼핏 흔하고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도 작가는 탄탄한 구성과 뛰어난 관찰력, 그리고 섬세한 표현력과 각 인물들에 대한 세심한 심리묘사를 통해서 청소년들뿐아니라, 어른들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태수엄마처럼 태수가 원하는 세상이 아닌 세상 모두가 원하는 세상으로 소년들을 밀어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년들에게~~
소년들이 원하는 삶의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