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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공지영'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또 영화를 보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범인들의 모습을 대할 때는 정말 '천인공로할 놈'이라는 생각과 함께 최소한의 사형제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간혹 들기도 하지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들일까?', '그들의 비참했던 현실들을 세상은 왜 보듬어주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사형제도의 폐지가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죄를 짓는 사람들. 그들의 현실세계는 너무도 암담했던 '우울한 밤'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더구나 청소년들의 범죄는 가정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임이고, 국가의 책임이 아닐까....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은 모두 우울한 사람들이다. 우울을 넘어서 상처로 뒤범벅이 된 사람들이다.
소설의 첫부분에서 상당 부분을 읽기까지에는 어떤 내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인지 안개속을 걷는 것처럼 불투명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소설의 내용이 이야기위주로 흐르기보다는 심리묘사를 많이 하고 있기때문이다. 뒷부분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간간이 거론되는 '그사람'의 실체를 알기가 힘들기도 하다. '그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 '나'가 키우던 빨간새로부터 시작된다.
어느날 새장속의 빨간새는 뱀에게 잡아먹힌다. 그 사실은 새장속에 배가 불뚝나와서 새장속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뱀과 새장밑에 떨어진 새털이 말을 해준다. 뱀의 표정은 배가 불러서 흡족하다기보다는 무표정. 그 뱀을 남자는 잡아서 죽이고 배를 갈라서 비닐에 담아 물에 흘러버린다. 당연히 가해지는 징벌?
'나'의 어린날의 기억으로 떠오르는 이 단상은 현재의 자신의 직업에 대한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였다. 영아원에 있다가 마음 착한 부부에게 입양이 되고,그들의 포기로 다시 보육원으로... 그리고 베란다에서 떨어져 자살하려던 '나'를 '그사람'은 구해주었다. 보육원 주변을 달려다니기에 운동화가 낡아지는 속도가 다른 원생들보다 빨라서 꾸중을 듣는 '나'에게 '그사람'은 맘껏 뛰어다니라고 세컬레의 운동화를 사주기도 했다. 어려울 때마다, 힘겨울 때마다 '그사람'이 붙잡아주던 커다란 손. 그것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손이었고, 지금의 교도관이 되게 한 큰 힘인 것이다.
'나'가 구치소에서 만나게 되는 '야마이'
야마이는 신혼부부를 처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잡혀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항소조차 하지 않는 야마이. 18살이하의 소년이라면 사형제도를 피해갈 수 있는데, 몇 달 부족한 18살이었기에 야마이는 사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여기에서 '사형제도'를 되짚어본다. 똑같은 죄일지라도 형량은 달라질 수 있다.
범인이18살이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에 따라서.
여론의 향방에 따라서.
유족들의 거센 반응의 유무에 따라서.
사형의 기준은 어찌보면 애매모호할 수도 있고, 기준이 불분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교도관은 사형수의 집행을 보게 되는 것이다.
죽이기 위해 그 누군가는 끌고 가고 그 누군가는 끌려가고....
그것이 잘한 기능이 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역설적인가?
'교도관 주임의 말처럼 윤리적 개인도, 자각한 개인도 없다. 그런데도 사회는 제멋대로 잘 굴러간다. 나'가 어린날의 기억으로 살아나는 빨간새와 뱀, 그리고 뱀을 죽인 남자의 모습처럼....
'야마이'역시 보육원출신으로 친척집에 입양되었다가 심한 폭력에 시다리게 되고, 그가 폭행죄로 소년원에 있다가 출소하고, 또다른 폭행을 저지르게 되고 살인을 하게 되고.... 별 원한도 없는 사람을.
'나'는 '야마이'의 구치소안에서의 자살사건이후에 그에게 작은 희망을 가지게 해준다. 나에게 커다란 손을 내밀어주었던 '그사람'처럼....
'나'는 야마이에게 세상의 아름다운 것, 좋은 것들을 알려주고자 결심한다. 야마이는 감옥에서 내가 권한 책이며 음악을 듣고, 사람을 죽인 자신이 이런 즐거움을 누려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번민과 세상을 좀 더 알고 싶고, 살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며 판결을 기다린다 그리고, 야마이는 '나'에게 파란노트를 보내온다. 그속에 씌어있는 한 문장....
가슴이 시려오는 문장.
이 소설은 '나'와 '야마이'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자살한 보육원 친구 '마시타'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세상에 홀로 떨어진 소외된 아이들. 그들이 겪게되는 현실속에서의 부적응.
아니, 부적응이라기보다는 세상은 그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성냥팔이소녀가 창너머 보았던 따뜻한 가정의 모습.
그러나, 결코 그들은 그곳에 안주할 수 없었던 가정의 모습.
무책임한 부모들의 행동이 이처럼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 , '야마이', '마시타'....
그들은 잘못 만난 부모들로 인하여 혼란속에서 방황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며, 그런 그들은 아무도 받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사람'이 있었기에 조금은 덜 우울한 날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정도를 걷는 교도관은 아니다. 교도관이지만 폭행도 하고, 창녀를 사기도 하고....
이처럼 '나'도 역시 우울한 밤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야마이'에게 작은 희망을 전달할 수 그런 작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부모들의 행동과 역할' '범죄에 대한 인식'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사형제도의 존폐여부' 등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독자들도 우울해진다. 그 우울의 감정속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