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 위기의 팀을 빠르게 혁신하는 유연함의 기술
제프리 헐 지음, 조성숙 옮김 / 갤리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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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소한 역할 하나는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순식간에 역할을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전가지의 역할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회의나 대화를 성급하게 시작한다. 심리학자 타티아나가 지적한 것처럼, 유능한 리더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아를 다 꿰며 그 상황에 어울리는 자아를 능동적으로 선택한다. 우리는 사생활에서는 이런 역할 전환을 꽤 잘하는 편인다.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을 때면 우리는 어느새 비밀을 나누고 조언하는 상담자가 된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이런 카멜레온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p.90

 

가끔 보는 티비 예능 프로그램 중에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이라는 컨셉으로 각 분야의 사장 혹은 리더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 있다. 대부분 리더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팀원들이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에는 괴리감이 있었다. 리더 스스로는 자신이 유연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알고 보니 팀원들에게 그는 권위적인 리더였다든가 하는 식이다. 게다가 어떤 팀원에게는 리더가 독단적이었지만, 또 어떤 팀원에게는 우유부단하다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는 리더의 자질 문제이기도 하지만, 팀원들 각자의 개성도, 성격도 다르고 각자가 원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체 리더에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 걸까.

 

20년간 각계 최고경영자에게 리더십 전략을 코칭한 경영자 코치이자 하버드메디컬스쿨 심리학과 교수진 제프리 헐 박사는 '2021년 새로운 리더십'의 기준을 이렇게 제시한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팀원의 세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리더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플렉스(FLEX) 리더십'이란 때로는 권위적으로 때로는 개방적으로 상대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변화형 리더십을 말한다. 그는 '알파형 리더'와 '베타형 리더'라는 상반된 리더의 상을 제시하며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변신형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생사의 덧없음을 확연하게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삶이 한순간에 깨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매사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데이브는 원래의 알파형 모드로 돌아왔지만 나는 영원히 바뀌었다. 제프의 죽음도 한 원인이었고, 독불장군 리더의 베일 속을 들여다보면서 얻은 통찰도 한 원인이었다. 그 후 나는 마음을 드러내고 취약성을 내보이면서도 마음의 평안을 잃지 않는 의뢰인들을 수백 명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리더만이 모두를 움직이게 만들 힘을 얻는다.      p.199~200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보스는 권위를 앞세우는 알파형 보스가 아니라 베타형 보스이다. 목표를 중시하고 명령과 권위를 중시하는 알파형 리더십에 비해 베타형 리더십은 성장을 지향하고 과정을 중시한다.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 고압적으로 아래를 굽어보며 명령하는 알파형 리더에 비해 베타형 리더는 꼭대기가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언제라도 협력하고 나누고 교류하기를 원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파형 리더가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각각의 리더에 맞춰 '유연함의 기술'에 대해서 알려 준다. 알파형 리더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모두가 베타형 리더가 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한테 맞는 리더십 전략을 선택하면 된다고, 리더십 스타일에 주력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접근법을 바꾸는 '유연함'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이 책에는 리더십 에너지 자가평가 항목도 수록되어 있다. 결과에 따라 자신이 이성형 리더인지, 감성형 리더인지, 행동형 리더인지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느 리더십 유형인지를 파악하게 되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그에 맞는 대안을 더 정확히 알게 된다. 제프리 헐 박사는 경영자 코치로서 각계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코칭한 결과를 바탕으로, 리더의 유형에 따른 섬세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직 생활에서 한번쯤은 마주쳤을 매우 익숙한 상황들이 사례로 소개되고 있어, 각 부서의 팀장부터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바로 현장에 적용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신은 어떤 리더인지, 나의 리더십 성향을 알아보고 싶다면, 그리고 현장의 리더로서 위기를 겪고 있다면 이 책이 명쾌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오늘날 리더십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을 만나 보자. 지금은 알파형 리더십과 베타형 리더십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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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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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부러 난폭하게 너와 부딪칠 때 그건 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야
소말리아 내전에서 죽은 오십만 명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야, 난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 나라에서 성공하겠지, 여유가 없으니 열심히 일해야 할 거야, 구직 시장에 나갔을 때 힘들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너도 알잖아, 야즈? 난 희생자가 아니야, 절대 나를 희생자로 대하지 마, 우리 엄만 날 희생자로 키우지 않았어.     p.91

 

캐럴은 홍콩에 본사를 둔 새 고객과 이른 아침 회의를 하려는 참이다. 그녀는 명문대를 거쳐 현재 투자 은행의 부사장으로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새로운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편견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대하는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녀는 빈민 지역에서 중등학교를 나왔고, 열세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간 파티에서 집단 강간을 당했다. 그날 이후로 그녀에게 시간이 멈춰 버렸고, 캐럴은 그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에게도, 엄마에게도,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이 자신의 잘못 같았고, 공부니 학교니 다 상관없다는 생각에 점점 삐뚤어져 갔다. 하지만 그 일 이후 일 년이 되던 날, 미혼모로 살고 있는 자신의 미래, 엄마처럼 형편없는 저임금 일을 하며 생활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미래를 본다. 그리고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버미는 부자들이 다니는 유명 대학에 딸인 캐럴이 진학했을 때, 그리고 졸업식에서 학위 받는 모습을 지켜볼 때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해낸 딸이 대견했고, 자랑스러웠다. 그녀는 캐럴이 졸업 후 자신의 진정한 문화로 돌아와 훌륭한 나이지리아인 남편을 얻기를 바랬다. 하지만 딸은 투자은행에 좋은 일자리를 얻은 후 백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통보한다. 엄마에게 한 번도 소개한 적 없는, 사귄 지 오래된 영국인 남자 친구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버미는 분노에 휩싸인다. 그리고 캐럴이 열세 살 무렵 학교를 빼먹고 성적이 곤두박질 쳤던 시절만큼이나 속수무책이라고 느낀다. 버미는 물론 딸이 그 당시에 집단 강간을 당했던 일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왜 딸이 성공에 집착하는 지도, 왜 나이지리아인과 결혼할 생각이 없는 지도 말이다.

 

이 작품의 각 장은 이렇게 딸인 캐럴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나면 엄마 버미와 친구 라티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캐럴의 학교 교장 셜리와 그녀의 엄마, 동료 교사의 삶이 교차되면서 펼쳐지고 있다. 완전히 다른 열두 여성의 삶은 그렇게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연결되어 있고, 어떤 순간에는 서로 교차되고, 결국 오케스트라 화음처럼 어우러진다. 그렇게 이들의 이야기는 억압과 편견에 맞서 살아온, 지금도 뜨겁게 살고 있는 우리 여성들의 삶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겪는 일들이 절대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 전에도 겪은 적 있었고, 앞으로도 겪을 일이며, 지금 현재 지구 상의 어느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우리를 공감하게 만들고, 함께 연대하게 만든다.

 

 

그녀는 노력했다, 혼자 먹을거리를 행복하게 사러 가고, 혼자 잠자리에 행복하게 들고, 옆자리가 빈 침대에서 행복하게 일어나고,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더는 그녀 뒤에 대고 휘파람을 불지 않는 걸 행복하게 여기려 했다(생각해보니 예전엔 그들이 그러는 걸 싫어했다)
거울 속 중년의 몸을 바라보며 얼굴 주름을 당기지 않으려 했다, 여성의 모습은 모두 각기 다른 형태와 크기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는가?
퍼넬러피는 자신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p.413~414

 

이 작품은 브리티시북어워드를 비롯해 영국의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문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2019 부커상 수상작이다. 흑인 여성 최초의 부커상 수상이자 마거릿 애트우드와의 공동수상이라는 점도 화제였다. 무엇보다 백여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혈연 혹은 친분으로 이어진 열두 여성의 삶을 담고 있는 독특한 방식의 여성 서사를 록산 게이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저명한 인사들이 앞다투어 추천했다. 작가인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문학에 흑인 영국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게 불만스러워서 열두 명의 흑인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는 백인 학생들 가운데 유일한 흑인으로 보낸 학창 시절과 획일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학교와 달리 다양성을 존중하는 예술의 세계에 매혹되고, 연극 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최초의 흑인 여성 극단을 경영하는 제작자이자 배우로 살아온 저자의 삶들이 반영되어 있다.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현실에 불만을 품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했던 경험이 있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여성 서사와 그걸 바탕으로 구축된 캐릭터들의 힘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감동을 안겨주는 드라마로 완성된다.

 

무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이 소설은 형식적인 면에서도 대단히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체 문장이 운문의 형태를 띠는 산문으로, 문장 부호 사용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침표를 사용하지 않은 문장들이 대부분인데, 덕분에 문장이 끊임없이 흘러간다는 느낌도 들 것이다. 마치 물이 흐르듯이 천천히 문장들이 인물과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시제와 문장부호, 띄어쓰기 모두 일반적인 책들과 달라서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독특한 구조가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점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게 된다. 영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성소수자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사는 동안 절대 알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두툼한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들의 삶을 경험해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내 삶으로부터 멀어져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인물들도,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도 현실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열두 명의 여성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열두 색깔의 삶을 살아내고 있지만 그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가 세상과 나누는 대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마침표 대신 수많은 쉼표와 행갈이로 문장과 문장이 흘러가는 독특한 소설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살아 숨 쉬는 압도적인 서사의 힘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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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카피어블 - 아마존을 이긴 스타트업의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 전략
짐 매켈비 지음, 정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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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문제를 풀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해결책을 찾으면 또 새로운 문제가 딸려온다. 문제-해결-문제의 사슬은 둘 중 한 가지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문제 해결에 실패해 망하거나,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독립적인 혁신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나는 이 혁신 과정을 ‘혁신 쌓기 전략’이라고 부른다. 혁신 쌓기 전략은 경영인 캠프에서 참가 기념으로 나눠주는 플리스 재킷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혁신 쌓기 전략은 의도적인 계획이 아닌, 외부 위협에 대한 일련의 반응이다.    p.80~81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카드 리더기를 만든 스타트업 '스퀘어', 이들은 창업 4년 만에 매출을 13배, 5억 5천만 달러까지 끌어올리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어디든 발을 걸치는 아마존이 똑같은 기능을 지닌 카드 리더기를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앞세우며 내 놓은 것이다. 아마존을 물리친 기업의 사례는 전무했다. 스퀘어는 모두가 경악할만한 방법을 택한다. 어떤 대응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아마존에 대응할 방법은 그들의 방식을 바꾸는 것뿐이었는데, 그들이 쌓아온 모든 방식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이유였고, 결과는 놀랍게도 아마존의 패배였다. 1년 뒤 아마존은 리더기 사업에서 철수했고, 그 일을 발판 삼아 스퀘어는 미국 금융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책은 '스퀘어'의 공동창업자인 짐 매켈비가 성공하는 스타트업과 실패하는 스타트업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를 비롯해서 무엇이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를 만드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에는 작은 혁신을 쌓아 모방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동일한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비밀을 ‘혁신 쌓기 전략(innovation stack)’이라 칭하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들을 열거해 보여주고 있다. 유리 공예가에서 시가총액 74조 원의 CEO가 된 짐 매켈비의 성공신화를 만든 ‘혁신 쌓기 전략’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이 책이 단순한 경제경영서였다면 다들 느릿느릿 움직일 때 과감하게 경쟁자들을 모방하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기업가 정신에 대한 책이다. 기업가적 기업은 절대 남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혁신을 추구하면 집단이 주는 편안함이 사라져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그 두려움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두려워도 할 일을 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믿기 힘들겠지만 제대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두려움은 경쟁에서 큰 우위가 될 수도 있다.     p.280~281

 

이 책에는 '스퀘어'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손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것부터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무료 가입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굉장한 팁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켈비가 제시하는 '혁신 쌓기 전략'은 '스퀘어'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오늘날 유명한 기업이 된  ‘뱅크 오브 이탈리아’, ‘이케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사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뱅크 오브 이탈리아가 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 신기술이 있어야만 스타트업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깬 이케아의 경우, 규제와 관행을 뛰어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들을 통해 이들 기업이 어떻게 ‘혁신 쌓기 전략’으로 독창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 수록된 정보들은 책이나 강연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인사이트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창업을 고려해봤거나 고려 중이라고 하는 직장인들이 꽤 많다고 한다. 이제는 회사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기술과 자본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사업을 준비 중이라면, 이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돈으로 만드는 스타트업 성공의 기술을 배워 보자! 시작하는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스퀘어의 경영 철학이 당신을 위해 새로운 길을 밝혀줄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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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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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마이클 샌델의 신작이 드디어 나오네요. 능력주의는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샌델의 날카로운 통찰! 이번에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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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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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잠에서 깬 소년은 살랑이는 뱀의 꼬리를 발견한다. 방문을 열고 나서자 집 안을 온통 휘감고 있는 뱀의 몸통이 보였다. 꿈쩍도 않는 뱀의 몸통을 보며 소년은 손가락으로 뱀을 세게 꼬집어 본다. 그러자 창문 밖 저 너머에서 비명이 길게 울려 퍼진다.

 

소년은 창문을 넘어, 정원 끝까지 뱀의 몸을 따라 가 본다. 그리고 뱀을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집 바깥, 담장 너머에도, 거리 곳곳에도 뱀의 몸통이 사람들과 표지판과 건물들을 휘감은 채 이어져 있었다. 소년은 계속 길을 걸어 나가며 비를 흠뻑 맞기도 하고, 도시를 벗어나, 숲으로 향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다시 날이 밝고, 소년은 계속 앞으로 향한다.

 

소년은 결국 뱀을 만나게 될까. 구불구불하게 길게 이어진 뱀의 몸통은 소년을 어디까지 데려가는 것일까. 소년은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무섭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까.

 

 

이 작품은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이다. 표지 이미지를 가득 채운 것도, 페이지를 펼치면 만나게 되는 것도 구불구불 기다란 뱀의 몸이다. 모든 페이지를 가로지르고 있는 뱀의 모습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하는 길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통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년이 뱀을 만나러 떠나는 모험 속에서 보여지는 길 위의 세상은 무심코 지나치면 그저 평범한 모습이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그 속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각자 혼자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어느 지점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교차되면서 하나의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뱀과 소년이 만나게 되고, 소년은 외로운 뱀에게 이야기를 들려 준다. 소년이 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서 읽을 수밖에 없도록 표현되어 있다. 가만가만 글자를 따라 가면서 읽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도 이렇게 아름답지만, 이 작품의 그림들 또한 기존의 그림책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 이는 리노컷이라고 해서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으로 리놀륨 판을 깎아서 표현하는 볼록판 형식의 판화로 표현된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모든 구성 요소를 조각하고 스캔한 다음, 퍼즐 조각처럼 재조립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아주 특별한 그림책을 만난 듯한 기분도 들었다. 갈수록 어른을 위한 그림책과 아이를 위한 그림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외로운 존재들이니 말이다. 내가 미처 몰랐던 곳에서 누군가 '내가 여기에 있어'라고 말해 주는 듯한 그런 따뜻함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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