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매探梅' 5 
뒷산을 넘어온 바람과 함께 소록소록 함박눈이 내린다. 반가운 눈이기에 뒷산을 봐야하지만 시선은 한사코 앞산 자락을 넘나든다. 고대하던 설중매雪中梅 피었기에 매향을 탐하는 마음에 일은 손을 떠난지 이미 오래라 눈 앞에 어른거리는 매향을 쫒아 기어이 길을 나선다.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저 보여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제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함민복의 시 '달과 설중매'다. 매화를 탐하는 마음을 이렇게 달콤하고 애절하게 노래한 이가 또 있을까.

조선 사람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매화를 화목 9등품 중 1품으로 분류해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이라 했다. 옛사람들이 눈길에 길을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꽃을 탐하는 마음에 어찌의 선비의 고상함만 있었을까.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설중매의 향기는 눈바람도 거스를 수 없다는듯 속절없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아,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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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취'
동악산 8부능선 언저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후론 가끔씩 눈에 띄는가 싶더니 익숙해지니 자주 보인다. 무엇이든 그렇게 품으로 파고들었던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회문산 마른 겨울숲에서 잎이 지고 난 후 다른 모습으로 만났다.


여름에 피는 꽃보다 잎에 주목하는 식물이다. 잎이 단풍나무 잎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단풍나무와 비슷한 취나물이라고 해서 '단풍취'라고 한다. 꽃은 무더운 여름 줄기따라 하얀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에 열리고 갓털이 있어 바람을 타고 퍼진다.


봄에 어린순을 데쳐서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묵나물로 먹는다. 향기로우면서도 매운 맛이 나는 잎을 쌈싸 먹기도 한다.


괴발딱취, 장이나물로도 부르는 단풍취는 '순진', '감사'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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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속의 생각'
-문일평, 태학사

문일평文一平(1888~1939)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민족주의 사학자로, 호는 호암湖岩이다. 교육 활동과 일제 강점기 조선의 고서적, 역사에 대한 연구 등을 하였다. 그는 정인보, 안재홍과 함께 1930년대 조선학 운동을 주도한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일평 선생의 '화하만필花下漫筆'과 '사상史上에 나타난 꽃 이야기'를 정민 선생이 꽃에 따라 새롭게 배열하고 현대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매화, 배꽃, 진달래, 철쭉, 영산홍, 동백, 해당화, 살구꽃, 복사꽃, 장미, 작약, 연꽃, 나리꽃, 봉선화, 도라지꽃, 할미꽃, 박꽃, 접시꽃, 앵도화, 백일홍, 무궁화, 목련화, 사계화, 맨드라미, 능소화, 난화, 난초, 편화, 제비꽃, 모란꽃, 서향화, 치자, 해바라기, 수선화, 옥잠화, 금전화, 패랭이꽃, 추해당, 수구화, 양귀비, 국화, 나팔꽃"

위와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꽃에 대해 그 연원을 밝시고 꽃을 노래한 시와 시조 등을 중심으로 꽃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냥 보고 지나치는 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의 주변에 있으며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과 의지를 담은 문한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곧 꽃 피는 봄이 시작된다. 그 꽃은 평범한 일상에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문일평의 글 맛과 함께 꽃이 전하는 향기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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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보름날이다. 천연기념물 제482호. 전라남도 담양군 무정면 봉안리(술지마을) 은행나무다. 500년을 시간이 훌쩍넘는 동안 사람이 들고 난 자리를 지켜왔다.

무엇보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나무 둘레를 돈다. 간밤에 당산제를 지낸 흔적이 금줄로 남았다. 나와 내 이웃의 안녕을 바라는 간절함도 함께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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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다리나무'
계곡 돌틈에 자리를 잡고 훌쩍 키를 키운 날씬한 나무를 만났다. 비교적 매끄러운 수피가 큰키에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손으로 만져보니 물가에서 만난 나무치고는 의외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잎마져 진 후에 만났으니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무의 수형과 수피 그리고 겨울눈 뿐이다. 회문산 자연휴양림 계곡에서 만났다. 그곳에 갈 때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는지 지켜 볼 것이다.


합다리나무는 한국의 중부 이남의 바닷가나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는 큰키나무다. 어린 가지에 갈색 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피며, 가지 끝에 길게 모여 달린다. 열매는 둥글고, 붉게 익는다. 새싹은 향긋한 맛으로 데쳐서 먹기도 한다.


합다리나무라는 이름은 줄기가 학다리 같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방에 따라 합대나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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