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

그래, 눈은 이렇게 내리야 제 맛이다. 목화 솜 타서 솜 이불 누비는 할머니의 마음 속에 때 펼쳐놓은 그 포근함을 품으라고 눈은 이렇게 온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예년과는 다른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대한을 맞이하는 오늘은 제대로 겨울의 맛과 멋을 전해준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하늘에서 무엇이든 내리면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지난 밤부터 많은 눈이 오고 있지만 날은 포근하여 눈과 놀기 적당하다.


이 순간을 어찌 놓치랴~.
눈이 땅위에 그려놓은 그림에 눈맞춤하며 혼자만의 즐거움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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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벗님 오셨다. 늘 그자리 세그루 벚나무 곁을 지키며 시끄러운 소리로 한 때를 소란스럽게 하는 것을 아는 것일까. 살포시 내려 앉더니 원래부터 제 자리인양 이내 편안한 모습이다. 굳이 피리 서의 번거러움을 더하지 않아도 먼산을 품은 물과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를 알려주는 갈대와 물 위에 노니는 청둥오리와 아주 가끔 반짝이는 윤슬까지 노래 아닌 것이 없다.


독락獨樂, 짧은 시간 길게 노는 나만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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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결국 눈은 오지 않았다. 늦은밤 푸르러 깊더니 아침은 무게로 더 깊어진 하늘이다. 해보다 부지런한 구름들이 자리잡은 곳에 늦장부리던 해가 겨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서로가 민망한듯 저절로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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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
눈 오기만을 기다렸다. 붉은 열매가 눈에 들어오길 반복하지만 눈 속에 묻혀 더 붉어질 속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붉은 열매 열리고 나서부터는 출근길 인사하듯 눈맞춤하면서도 사진에 담지 않았던 이유다.


봄에는 연둣빛 새순으로, 여름은 하얀 꽃으로,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가는 잎과 줄기로, 겨울엔 눈 속에서 더 붉어지는 열매로 사시사철 좋은 나무다. 잎도 붉고 열매도 붉지만 그렇게 붉어지는 과정에 하얀꽃과 노란 열매가 있기에 가능한 일임을 이제는 안다.


남천은 모든 재액을 물리친다 하여 정원수로, 혼례 때 색시의 가마 속을 지키는 뜻으로 방석 밑에 잎을 넣어 주기도 했고 임산부의 순산을 기원하며 마루 밑에 깔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의 일상에 정화, 해독 등의 의미와 함께 두루두루 사용되며 이로부터 유래한듯 '전화위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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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말을 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내 반짝거리며 눈맞춤 하자고 조르는 것이다. 한낮 짧은 시간이지만 주고 받는 눈길이 애사롭지 않다. 이미 마음 통하는 것을 알기에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들이댄다. 그것이 싫지않은 이는 수줍은 미소로 잠시 고개 숙여 그 마음에 답한다.

윤슬, 꿈 속의 신기루었던걸까.
하늘 한번 올려다본 짧은 틈에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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