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볕인양 그럴싸한 폼으로 사방을 애워싸고 덤벼들며 아애 통으로 품을 기세다. 굳이 양지바른 곳 찾지 않아도 될만큼 넉넉한 볕이 코끝까지 와 있는 봄을 뜀박질하게 만든다. 살랑거리는 바람따라 꽃향기 스민다. 살포시 다가온 볕에게 품을 열어두니 아직은 끝맛이 맵다. 

아차하는 순간 봄볕이라 속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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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꽃놀이
얼마만에 오르는 길인지 기억도 까마득하다. 무등산의 품에 살다 벗어나 집근처 놀이터가 생긴 후 다소 멀어진 산이다. 지난해 함박꽃을 보자고 오른 후 두번째 꽃보러 무등산을 오른다.


증심사주차장-제1수원지-평두메능선-바람재-토끼등-중머리재-새인봉삼거리-약사사-증심사주차장


험한 길이 아니기에 봄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피며 '변산바람꽃' 피었다는 곳으로 올랐다. 능선을 올랐는데 이정표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겨우 눈맞춤 할 수 있었다. 지난해 불갑사에서 보고 두번째 눈맞춤이지만 개체수가 워낙 적어 다음을기약 한다.


봄날의 볕이 좋은날 사람들이 산으로 몰렸는지 바람재에서 새인봉삼거리는 북세통으로 봐야할 정도라 산의 몸살이 시작된듯 싶어 괜히 걸음만 빨라진다.


두번째 꽃 복수초는 여기저기 올라오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이른꽃들은 이미 지고 이제 제철이라도 되는듯 발옮기기가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산에 노오란 등불을 켜 놓은듯 장관을 이루겠다.


따사로운 햇볕과 계곡의 힘찬 물소리와 물오른 가지들의 끝에서 겨울눈이 풀어지는 생기로 봄은 이미 이만큼이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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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고운 밤이다. 깊어가는 밤 기온도 이미 겨울 본연의 차가운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품을 줄여가는 달을 보며 뜰을 서성이는 것이 추위에 떨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며 은근한 달빛에 운치까지 더한다.

달이 높이 떴습니다 
나는 지금 
달 아래 가만히 서 있습니다 
달 아래 서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다 지워지고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지워지고 
이런 일 저런 일 다 지워집니다 
이런 달 아래서는 나도 
깨끗하게 지워지고 
달만, 
둥근 달만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김용택의 시 '달'이다. '다 지워지고'마는 달 아래 서 있다. 

가득 차는가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간다. 스스로의 힘으로 빛나지 못하지만 그 빛이 도를 넘지 않기에 마주볼 수 있는 틈을 허락하는 달이다. 스스로의 품을 채우고 또 비우기를 반복하는 것이 마치 지기성찰의 과정에서 복잡한 심사를 비워내는 사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의 모습을 지워가는 달 아래서면 복답한 심사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롯이 달과의 눈맞춤만 남는다. 하여, 달 아래서면 그 달과 닮아가는 자신을 본다. 깊어가는 밤 시간을 아끼며 달을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달만, 
둥근 달만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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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불알풀'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꽃을 보는 일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 속에 핀 매화나 설중 복수초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꽃이 어디 그것뿐이랴는 듯 양지바른 곳에 이른 봄꽃들이 피어 눈맞춤을 기다리고 있다.


이름도 아주 민망한 풀이 꽃을 피웠다. 그치만 꽃의 색깔도 모양도 이쁘기만 하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 피는 꽃이 벌써 피었다. 밭이나 들, 집 앞 화단이나 공원의 산책로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크기의 예쁜 꽃이다.


이 식물의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열리는 열매가 개의 불알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 것인데 사실은 일본어로 된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이렇게 붙여졌다. 일부에서는 '봄까치꽃'이라고 부르자고 하지만 같은 종의 다른 식물과의 문제로 이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개불알이란 명칭이 붙은 꽃으로는 '개불알꽃'이 있는데, '개불알풀'과는 종류가 전혀 다른 종류다.


또 하나 특이한 별칭으로는 '큰지금'이라는 이름이다. 지금이란 한자로 '지금地錦', 즉 땅 위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봄날 이 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비단을 쫙 깔아놓은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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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박균호 저, 북바이북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특이한 인연이었다. 책읽기에 푹 빠져지내는 한사람으로 매번 이용하던 온라인 서점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접하고 구입후 언제나 처럼 후기를 올렸다. 얼마 후 낯선이로부터 메일이 왔고 그 책을 지은 저자였다. 자신의 첫번째 책을 읽고 처음으로 후기를 써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수집한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헌책, 절판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박균호 KyoonHo Park 다.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를 통해 헌책이나 절판본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내가 가진 책 중에서도 그런 수집의 대상이 되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 그중 하나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이다. 마냥 책만 읽던 내게 책장의 책을 다시 살피게 한 사람이기도 하다.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독서만담'도 책에 관한 저자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책 좋아하는 이에게 흥미로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톡톡튀는 시각과 학교 선생님의 꼰대기질(?)이 다분하게 보이는 글 맛까지 잘 어우러져 굳이 책읽기와 책수집에 열을 올리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모처럼 웃음 지으며 책장을 넘긴다. 책 제목처럼 저자의 책에 얽힌 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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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23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