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한겨울부터 이른봄까지 엄마의 마음이 담겼다. 휑한 밭에 하나둘 올라오는 냉이를 캐고 모아두었다 챙겨주는 것으로 기억에 각인되었다. 기운 빠진 엄마는 이제 넓은 밭에 씨앗을 뿌려두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냉이를 키우신다. 엄마의 마음이 담긴 냉이된장국에 달래장이면 이른봄 이른봄 달아난 입맛은 저절로 찾아온다.


보고자하는 마음 없이는 볼 수 없는 꽃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마져도 마땅찮은 것이 작기까지 하다. 눈에 쉽게 눈에 보일리 만무하다. 그러니 보고자하는 마음이 필요한 꽃이다.


어린 순과 잎은 뿌리와 더불어 이른 봄을 밥상으로 올려놓은 나물이다. 냉잇국은 뿌리도 함께 넣어야 참다운 맛이 난다. 또한 데워서 우려낸 것을 잘게 썰어 나물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나생이ㆍ나숭게라고도 하는 냉이는 '맨(빈) 땅에서 새로 생겨난 생명체로 먹을 수 있는 반가운 나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뿌리까지 몽땅 내어주는 것으로 본다면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라는 꽃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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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3-02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냉이 된장국을 끓였는데, 무진님 서재에서 냉이꽃을 보게 되었네요. 당연 식물이라면 꽃이 있을텐데, 왜 냉이 꽃은 생각하지 못했는지...냉이 꽃도 참 곱네요.

무진無盡 2017-03-03 21:29   좋아요 1 | URL
이쁜꽃이 피지요? 일부러 보지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참 많다는걸 알게됩니다 ^^
 

'나를 찾아가는 길'
-이용휴 글, 박동욱ㆍ송혁기 역, 돌베개

이용휴李用休(1708~ 1782). 호는 혜환惠寰이며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로 성호학파의 대표적 문인이다. 영조 때 생원시에 합격했으나 이후 출사하지 않았다. 당대의 문장가로서 초야에 머문 선비였으나 남인계의 문권을 30여 년 간 주도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추종을 받았다. 주자학의 구속을 그 이전에 있었던 경전에 입각하여 부정했으며, 문학을 영달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았다. 성호 이익의 조카며 정조때 천주교 관련 사건으로 옥사한 이가환이 그의 아들이다.

하층민의 삶을 긍정적으로 다룬 '해서개자 海西丐者'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저서로는 '탄만집', '혜환시초惠寰詩抄', '혜환잡저惠寰雜著'가 있다.

이 책은 연암 박지원과 동시대에 살며 문장으로 쌍벽을 이룬다고 평가받는 이용휴의 글 중에서 '삶과 죽음, 참 나에 대한 성찰과 기록'을 박동욱과 송혁기 두 사람이 선별하여 옮겨 쓰고 엮은 책이다.

다소 낯선 인물 이용휴의 삶과 문학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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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春
비를 예고하는 봄의 시작이 참으로 곱다. 빛이 번지는 땅과 하늘 사이에 봄 기운이 자리잡고 있다. 하룻밤 차이로 얼굴에 닿는 빛의 무게와 공기의 온도가 달라진 것을 알게 한다.

비로소 봄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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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바람도 잠들어 풍경소리 요원한데 아침달을 매달고 풍경이 흔들린다. 바람이 전하는 소리야 이미 마음에 넘치도록 담았는데도 바람도 울리지 못하는 풍경소리 가슴에 닿고 또 닿는다.

날이 밝아 풍경소리 눈으로 보라고 달은 아침까지 견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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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뜰에 가득한 달빛에 이끌려 토방을 내려선다. 어느새 반이나 품을 줄여버린 달이 눈 앞에 걸렸다. 반달이다.

반달詠半月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누군가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 놓았나
견우가 한 번 떠나가 버린 뒤로
수심에 겨워 벽공에 던진 거라네

*황진이의 시조로 반달에 담은 마음이다. 가슴에 담은 님을 향한 마음이 이토록 절절하여 어찌 살았을까. 옥으로 만든 얼레빗으로 하늘에 걸렸다. 달에 투영한 마음들 중에 황진이는 반달을 얼레빗으로 서정주는 '동천冬天'에서 그믐달을 우리님 '고운 눈썹'으로 비유한다.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오르는 빛"

*이해인의 시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중 일부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에도 "빛이 있어/혼자서도/풍요로워라" 이 모든 것이 다 겨울 반달 덕분이라고 한다.

달은 늘 사람들의 곁을 멤돌며 세상사 시름에 겨운 마음들을 다독여 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을 보는 사람 마음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은 찬기운이 엄습하는 이른 아침 낮게 뜬 반달이 그윽하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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