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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으로 읽는다. 꽃이나 사람이나 목숨을 이어가고 꽃 피고 지는 모든 순간이 간절하지 않은 때가 있을까마는 자잘한 일상에 묻혀 잊어버리고 사는 스스로가 안쓰러워 그렇게 이해하고픈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새벽 이슬처럼 내린 비는 멈추었고 꽃잎에 망울망울 꽃 마음이 맺혔다.

한층 깊어진 가을 아침, 꽃은 내게 간절함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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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立冬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드는 절기다.

입동이 지나면 막바지 감을 따고, 김장을 준비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고,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고 한다.

입동인 오늘 날씨로만 본다면 바람도 잠잠하고 햇볕은 따사로워 겨울을 실감하기는 아직 멀었다. 더욱이 올해는 몹쓸 비가 자주 내렸던 까닭에 가을이 주는 계절의 맛과 멋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하여, 아직은 가을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더라도 입동이면 겨울의 시작이니 몸과 마음의 깃을 잘 여며야할 것이다. 춥지 않을 마음자리를 위해 난 무엇을 마련해야 할까.

입동立冬에 가만히 마음 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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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늦장을 부리는 아침해가 산을 넘어왔다. 포근하게 햇살이 번지는 들녘 그 너머 먼 산을 마주한 이 시간이 하루를 거뜬하게 넘길 수 있는 힘이다.

출근길 분주한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가슴 열어 스스로에게 그 햇살 스밀 수 있는 틈을 내어준다.

참으로 고마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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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 달의 모습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미 깊어 사람마음에 붉은 단풍이 들어 휑한 가슴에 달이 있어 그나마 위안 삼는다.

마음은 저곳의 함성 속에 있고 몸은 이곳 저수지 뚝방에 서서 오랫동안 눈맞춤 한다. 살고자 거리에 선 이들의 머리 위에 희망의 표상으로 머물러 함께 할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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何必絲與竹
山水有淸音
무엇 때문에 실과 대나무가 필요하겠소
산수 속에 맑은 음악이 있는데.

*중국 진나라 때의 시인 좌사의 '초은招隱'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실은 현악기를 대나무는 관악기를 이르는 말이다. 

전해오는 말에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어느 날 뱃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를 따르던 문인 후궤라는 사람이 아첨하여 말하기를 "이만한 뱃놀이에 여인과 음악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소명태자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좌사의 이 시구절만 읊었다고 한다.

볕 좋은 날 푸른 하늘 가운데 하얀구름 떠가고 바람따라 흔들리는 나무가지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춤사위와 솔바람 소리에 화답하는 새 소리 들리는데 더이상 무엇을 더하여 자연의 소리에 흠뻑 빠진 감흥을 깨뜨린단 말인가.

산을 넘어오는 바람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음이 묻어 있다. 가을가을 하고 노래를 불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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