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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꽃 향기를 전한다.
11월의 첫날, 하루 사이에 확연히 다른 공기다. 차가움 속에서 가볍고 맑음이 전해져 몸은 움츠려드나 마음은 개운해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다른 꽃들이 열매맺고 다 시들어져 다시 따뜻한 다음날을 준비할 때, 제 때를 알아 추워져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것들이 있다. 차꽃 피었으니 이제 서리도 눈도 가깝다. 한겨울 추위와는 사뭇 다르게 품으로 파고드는 그래서 더 시린바람이 꽃을 피우고 그 꽃의 향기를 산 너머 멀리까지 전해준다. 

그대, 옷깃도 마음깃도 잘 여미시라. 맑고 고운 차꽃의 향기로 안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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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한복판에 서서ᆢ.
사람의 손길이 머물러 형상을 내었다. 결을 거슬러 나무를 자르고 골을 파는 동안 무엇을 염두에 두었을까? 본래 자신의 모습과 다르다고 사람을 탓하지도 않았을 나무의 속내에서 짐작되는 바가 있기는 하다. 

무엇을 보는가는 결국 보고자하는 사람의 속내가 드러나는 일이기에 나무보다 먼저 그 사람을 보고자 한다. 시간에 노력을 더하는 수고로움이 쌓여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것이 사람의 관계다. 함께 걷고 같은 곳을 보며 마음을 더해가는 수고로움이 있어야 비로소 깊고 넓어질 그 길에 함께 설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랫듯이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무에게 시간이 겹으로 쌓여 자연스러움으로 남았다. 온 것보다 더 많은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무는 자신이 나왔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다시금 확인한다. 시작된 후 단 한 순간도 그 품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ᆢ. 시월의 마지막 날, 가을 한복판에서 그대는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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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햇살이 스며든다. 고추, 가지, 깻잎 등 남은 텃밭 정리하고, 감을 따고 나면 뒷산 여전히 고울 물매화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가을이 여물어가는 숲 속에 무엇이 더 있을지 늦은 걸음으로 올라가 볼 것이다.

툇마루를 건너 온 새들의 재잘거림, 마루를 지나 스며드는 햇살로 눈부신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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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햇살이었다. 한 낮 그 햇볕의 따스함을 그대로 담아 거리에 서는 사람들의 가슴에 온기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백성이 역사의 주인으로 당당했던 그 거리에 다시 그때의 그 백성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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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가는 길'
贈李聖徵令公赴京序

누런 것은 스스로 누렇다 하고, 푸른 것은 스스로 푸르다 하는데, 그 누렇고 푸른 것이 과연 그 본성이겠는가? 갑에게 물으면 갑이 옳고 을은 그르다 하고, 을에게 물으면 을이 옳고 갑은 그르다고 한다. 그 둘 다 옳은 것인가? 아니면 둘 다 그른 것인가? 갑과 을이 둘 다 옳을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혼자다. 지금의 선비를 보건데 나처럼 혼자인 자가 있는가. 나 혼자서 세상길을 가나니, 벗 사귀는 도리를 어찌 어느 한 편에 빌붙으랴. 한 편에 붙지 않기에 나머지 넷, 다섯이 모두 나의 벗이 된다. 그런즉 나의 도리가 또한 넓지 않은가. 그 차가움은 얼음을 얼릴 정도지만 내가 떨지 않고, 그 뜨거움은 흙을 태울 정도이나 내가 애태우지 않는다. 가한 것도 불가한 것도 없이 오직 내 마음을 따라 행동할 뿐이다. 마음이 돌아가는 바는 오직 나 한 개인에게 있을 뿐이니, 나의 거취가 느긋하게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유몽인柳夢寅(1559∼1623). 조선 중기의 문신·설화 문학가다. 이글은 북인에 속하는 유몽인인 서인인 이정구와의 우정을 회고하고 진정한 우정의 소중함을 담고 있는 '贈李聖徵令公赴京序'의 일부다.

섭정攝政의 시대, 잃어버린 것이 어디 정치에 그치랴. 세상이 하수상하니 꽃도 제 철을 모르고 핀다. 봄 꽃이 가을에 피어 그 붉음을 더하니 보는 이의 마음에 무서리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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