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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달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데를 드디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데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는 작자·연대 미상의 백제가요다. "정읍현(井邑縣, 현재의 전라북도 지명)에 사는 행상의 아내가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므로, 높은 산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남편이 혹시 밤길에 위해(危害)를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나타낸 노래"라고 전해진다.

간절함이다. 이 밤 거리에 서서 역사 현장의 당당한 주인으로 선 사람들의 마음 속에 품은 바도 그 간절함에 근거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 국민이 국민의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 간절함이 광장에 꽃으로 핀 것이다. 

간절함이 모여 꽃으로 핀 머리 위에 달이 솟아올랐다. 거리에 선 100만 명, 전국 각지의 광장과 거리 그리고 마음은 광장으로 보내놓고도 삶의 현장에서 가정에서 제 자리를 지켜야하는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서 그 모두를 희망의 빛으로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비추시라. 

지극정성의 간절함이 모여 그 소망 이뤄지는 날까지 한시도 놓치지 말고 함께 하시라.

달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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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단풍'


살만 섞는다고
내 사람이 된당가
시퍼런 나뭇잎에
뻘건 물이 들대끼
그냥 죽고 못 살 정도로
화악 정이 들어부러야제
저것 잠 보소
저것 잠 보소
핏빛 울음 타는
전라도 단풍 보란마시
아직 갈 때가 안 되얏는디
벌써 훌훌 저분당께
뭔 일인가 몰라
뭔 일인가 몰라
물어나 봐야 쓰것네
물어나 봐야 쓰것네


*임찬일(1955~2001)이 어떤사람인지는 모른다. 이 시를 풍문으로만 듣고 이제서야 제대로 만난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남녘땅 나주 출신이란다. 작품으로 '임제'라는 장편소설도 있고 '알고 말고 네 얼굴' 등의 시집도 있다. 2001년 젊은 나이 47세에 타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시만큼 전라도가 품고 있는 맛과 멋을 오지게 쏟아내는 사람의 말을 접하지 못했다.


어제 내린 비로 곱던 단풍도 제 빛을 다하지도 못했는데 다 떨어지고 말겠다. 아쉬움보다는 몹쓸 회한만 남기고마는 이 가을이 야속타. 시인의 단풍과 내가 눈맞춤한 단풍의 붉은 속내는 다르지 않을진데 시인의 단풍풀이에 허방을 걷듯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그렇게 당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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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식이 전해지는 하루의 시작이 꾸물꾸물하다. 꼬박 일 년을 준비하고도 바람에 의지해 먼 여행을 떠나야하는 왕고들빼기의 수고로움이 오히려 대견해 보이기까지 한다. 

부디 긴 바람이 멀리불어 그 꿈을 실어다주길 바라며 두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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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가을하늘답다. 볕이 귀한 시절을 보내는 동안 시름에 겨웠던 마음에 위안 삼으나는듯 높고 깊고 푸른 하늘이 열렸다.

억새 하나, 그 하늘이 무색하리만치 한껏 마음을 열어 기지개를 편다. 원래 저 하늘이 제 품인양 포근하게도 안겼다.

2016년 깊은 가을, 유독 휑한 가슴으로 살아야하지만 그 방향도 그 끝도 알 수 없는 허망 속에 갇혀서 절망하기엔 더이상 내놓을 것이 없는 목숨들이다. 그 목숨들이 희망으로 살아갈 길을 열어 푸른하늘에 안긴다.

억새가 안긴 그 하늘을 가슴에 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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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족한듯 할때, 그 달에 주목한다. 틈이 있어서 더 여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 가을 밤 달과 함께하니 오히려 그 짧음을 탓할 일이다.

달의 시간 속으로 기꺼이 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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