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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서울 전시회 소식에 발만 동동거리다 결국 가지 못하고 말았었다. 우연히 접한 전주 전시회 소식에 설 연휴를 틈타 옳거니 하면서 달려갔다.

서너번을 돌아보는 동안 머리속에 들었던 그 모습은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며 피어나는 미소와 눈맞춤 했다. 나는 무엇을 보고자 했을까.

돌에서 꺼냈지만 여전히 돌에 갇힌 미소는 향기로운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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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꽃들이 졌을 때

진홍 물든 채 온통 다 졌을 때

아아 그래도 나에겐 사랑 뿐이예요

지금도 변함없는

그렇게 피고 지는 동백의

그 사랑이 아파 내 가슴에 담는다

*이선희 동백꽃이라는 노래의 일부다.

오동도에는 아직 동백이 닿지 못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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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월홍매

찬서리 고운자태

사방을 비추어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신라사람 최광유가 노래한 납월홍매다.

매년 정월 초하루에 찾아가 설익은 붉은빛을 가만히 품는다. 한해를 여는 날이니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대신한다. 매년 그자리에 있는 잔에 떨어진 홍매 하나를 주워 올려놓는다.

정갈하게 두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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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함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가져온 

봄소식으로 채워지는 것이라 

텅빈 충만을 누리는 일만 남았다.

산기슭에 복수초도 피었다니 

급하게 달려오는 봄마중 보다는 

아직은 누리지 못한 겨울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할 때다.

잘 보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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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樹平沈雨意遲 연수평침우의지

晩來看竹坐移時 만래간죽좌이시

老禪碧眼渾如舊 노선벽안혼여구

更檢前年此日詩 갱검전년차일시

이내 낀 나무 어둑하나 비 내릴 기미 없고

늦어 돌아와 대숲 바라보며 오랫동안 앉았다

늙은 선사의 푸른 눈은 전과 다름없는데

지난 해 읽은 시를 오늘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

*조선사람 유호인(兪好仁, 1445~1494)의 시다. 호는 임계(林溪)·뢰계(뢰溪). 조선 전기의 문인. 시ㆍ문ㆍ서에 뛰어나 당대 3절(絶)이라 불리었다.

매화 피었다는 섬진강 언저리를 거닐었다. 수줍은 홍매는 한두송이 볼까말까 하여 아쉬움을 더하기에 푸르른 대숲으로 들었다. 대숲의 서늘한 기운이 엄습하나 열린 틈 사이로 봄이 오는 듯하다.

대숲을 벗어나 지난 해 읽은 시를 다시 읽으며 다음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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