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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春 탐춘

盡日尋春不見春 진일심춘불견춘

杖藜踏破幾重雲 장려답파기중운

歸來適過梅花下 귀래적과매화하

春在枝頭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온종일 봄을 찾았지만 그를 찾지 못한 채,

지팡이 짚고 산 넘고 물 건너 몇 겁을 돌았던가

돌아와 매화나무 끝을 보니

봄은 이미 가지 끝에 와 있었던 것을

*송나라 때 사람 대익 戴益의 시다. 비슷한 내용의 시가 무수히 많다. 내용에 공감하는 이가 시대를 초월하여 많았나 보다.

섬진강가에 매화가 제법 피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봄 기운이 이제는 내가 사는 곡성까지 닿았다는 의미다. 모월당慕月堂 뜰에도 청매가 제법 피었다.

심히 어수선한 세상이라 마음둘 곳 찾을 길이 요원하지만 대문 밖으로 나서길 권한다. 매화 핀 강가나 한적한 산길을 걸어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오는 봄을 한발 앞서 마중가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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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명의 기운이다. 어찌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긴 눈맞춤으로 봄을 품는다.

이른 봄에 숲에 드는 이유다. 하늘을 가릴 큰키나무와 자신을 덮을 풀들이 자라기 전에 일을 마쳐야 하는 식물들의 오묘한 색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서둘러 땅을 헤치고 나온 기운이 힘차다. 환영이라도 하듯 햇볕의 인사가 곱기만 하다. 날개를 활짝 펼치며 숲을 환하게 밝힐 그날을 기다린다.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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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3월인게지
너의 향기가 세상으로 스며드는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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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가 아닌 곳에 꽃이 있다. 가까이 가보니 못된 인간 하나가 꽃대를 뽑아 나무 둥치에 옮겨 놓았다. 저렇게 해놓고는 이쁘다고 사진을 찍었나 보다. 몹쓸 인간 같으니라고.

번개탄

신동진벼

암소

정순신

*애초에 사람을 향한 마음이 없다. 생각하는 머리마져도 없다. 혼자라면 어르고달래 방법을 찾아볼 염두라도 낼까 싶지만 속한 무리가 모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벌거숭이 임금이 따로 없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근본이 없으니 곧 시들고말 것이다. 욕심이 불러온 자리가 언듯 좋아보이나 결과는 뻔하다. 천년만년 누릴거라 생각하겠지만 화무십일홍이라 이미 지는 날만 남았다.

5년?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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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아름답고 저녁도 아름답고, 날씨가 맑은 것도 아름답고 날씨가 흐린 것도 아름다웠다. 산도 아름답고 물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답고 돌도 아름다웠다. 멀리서 조망해도 아름답고 가까이 가서 보아도 아름답고, 불상도 아름답고 승려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안주가 없어도 탁주가 또한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람이 없어도 초가樵歌가 또한 아름다웠다.

요컨대, 그윽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맑아서 아름다운 곳도 있었다. 탁 트여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높아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담담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번다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고요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적막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고, 누구와 함께 하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름다운 것이 이와 같이 많을 수 있단 말인가!

이자는 말한다.

“아름답기 때문에 왔다. 아름답지 않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옥(李鈺, 1760~1815)의 중흥사 유기重興寺 遊記 총론總論의 일부다. 장황스럽게 펼쳐놓았으나 결국 가佳, 아름다움에는 따로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닐까.

섬진강 탐매探梅를 시작으로 혹 때를 놓칠세라 빼놓지 않고 다니는 꽃놀이의 모두가 이 아름다울 가佳로 모아진다. 대상이 되는 꽃만이 아니라 가고 오는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과 사물이 그러하며 무엇보다 함께하는 이들이 아름답다. 대상이 아름다운 것은 보는 이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이를 공유하는 모두가 그렇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꽃놀이를 가는 이유다. 이미 시작된 봄 우물쭈물 머뭇거리지 말자. 후회는 언제나 늦다.

겨울을 건너온 남도의 노루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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