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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월홍매

찬서리 고운자태

사방을 비추어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신라사람 최광유가 노래한 납월홍매다.

매년 정월 초하루에 찾아가 설익은 붉은빛을 가만히 품는다. 한해를 여는 날이니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대신한다. 매년 그자리에 있는 잔에 떨어진 홍매 하나를 주워 올려놓는다.

정갈하게 두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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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함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가져온 

봄소식으로 채워지는 것이라 

텅빈 충만을 누리는 일만 남았다.

산기슭에 복수초도 피었다니 

급하게 달려오는 봄마중 보다는 

아직은 누리지 못한 겨울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할 때다.

잘 보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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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樹平沈雨意遲 연수평침우의지

晩來看竹坐移時 만래간죽좌이시

老禪碧眼渾如舊 노선벽안혼여구

更檢前年此日詩 갱검전년차일시

이내 낀 나무 어둑하나 비 내릴 기미 없고

늦어 돌아와 대숲 바라보며 오랫동안 앉았다

늙은 선사의 푸른 눈은 전과 다름없는데

지난 해 읽은 시를 오늘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

*조선사람 유호인(兪好仁, 1445~1494)의 시다. 호는 임계(林溪)·뢰계(뢰溪). 조선 전기의 문인. 시ㆍ문ㆍ서에 뛰어나 당대 3절(絶)이라 불리었다.

매화 피었다는 섬진강 언저리를 거닐었다. 수줍은 홍매는 한두송이 볼까말까 하여 아쉬움을 더하기에 푸르른 대숲으로 들었다. 대숲의 서늘한 기운이 엄습하나 열린 틈 사이로 봄이 오는 듯하다.

대숲을 벗어나 지난 해 읽은 시를 다시 읽으며 다음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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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梅탐매'

무엇이 달라졌을까? 섬진강 소학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도 마음이 느긋하였다. 예년같으면 한달음에 달려갔을 것인데도 올해는 짐짓 여유를 부렸다.

이른 길을 나서는 것은 활짝 핀 매화보다는 한두송이 피어나는 매화가 주는 무엇이 있기에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찬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가지 끝에 핀 갖 피어난 매화도 좋고, 눈 속에 묻혀 빼꼼히 얼굴 내미는 설중매의 모습도 좋지만, 새색시 볼 마냥 붉그스래 채 피지 못하고 홍조띤 얼굴에 담긴 수줍은 향기가 먼저다.

꿈틀거리는 가지 끝에 매달려 겨울을 건너는 운용매를 앞에 두고도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주춤거림이 수줍은 향기 만큼이나 고운 마음이다.

올해 두번째 만난 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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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中自慶 한중자경

日日看山看不足 일일간산간부족

時時聽水聽無厭 시시청수청무염

自然耳目皆淸快 자연이목개청쾌

聲色中間好養恬 성색중간호양념

한가한 내게 축하한다

날마다 산을 보건마는

아무리 봐도 늘 부족하고

언제나 물소리를 듣건마는

아무리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자연으로 향하면

귀와 눈은 다 맑고도 상쾌해

그소리와 그빛 사이에서

평온한 마음 가꾸어야지

​* 고려 후기 승려 충지(沖止, 1226~1292)의 시다. 세속을 떠난 이의 마음일까.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일상이지만 늘상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 자연에 둘러쌓인 곳에서 산다. 눈앞에 펼쳐진 순간들이 늘 새로운 것을 아는 이들만이 누리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한가함, 어디서 무엇을 하든 누리는 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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