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열다섯 분 스님들이 들려주는 행복한 법문
원산 스님 외 14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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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스스로 수행하는 자에게만 열리는 가장 먼 곳에 위치한, 가장 작은 문이다.

수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 수행遂行은 생각과 계획에 의한 일의 실행을 말한다. 둘, 수행修行은 행실과 학문을 닦으되, 스스로 생리적 욕구를 금하고 정신과 육체를 훈련하는 것이다. 이는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마음수련과도 같다. 이에 나는 수행의 의미를 수행遂行에서 수행修行으로 나아간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이것이 곧 우리가 삶에 임하는 자세의 기본을 형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을 향해 나아가는 스님들의 법문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신자信者의 처지를 떠나서 '지금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들, 정작 구원하고 찾아야 할 삶의 의미를 망각한 사람들, 제 마음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마음이 제멋대로 늘어지고 줄어드는 고무줄도 아닐진대, 왜 우리는 그 마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지금까지 세상을 원망하고 타인을 구속하면서 스스로 악惡을 자처하여 행하는지.

 

"무상無相으로 몸을 삼아야 합니다. 무언가 있다고 하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살아갈 순 없다. 적어도 최소한의 내 몫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옳다고 할 것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법보신문>과 월간<불광>이 공동기획한 책으로써 열다섯 분의 스님이 들려주는 법문이 차례대로 소개된다. 나는 이 책에 실린 법문에 대하여 가타부타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법문이 향하는 곳은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우리가 변변찮은 환경에서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학문이란, 결국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는 동안에 주어진 목숨을 멋지게 살려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할 수만 있다면, 제 힘이 아닌 타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쟁취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욕망은 아마도 끝끝내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마음으로 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가?

 

 

"도(道)란 상(相)과 용(用)을 떠난 체(體)를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인연으로 만들어진 상(相)이며, 그 작용인 용(用)만 보고 삽니다. 그러나 도인은 체(體)를 보고 사는 사람입니다. 체는 깊은 거울과 같아서 모든 것을 잠시 비출 뿐, 비어 있습니다. 거울은 그 어떤 집착도, 구하는 바도 없고 미추를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분별을 일으켜서 생각을 만들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도몽상(顚倒夢想)이요, 병목생화(病目生花)입니다. 허공에 본래 꽃이 없는데 보는 사람이 눈병이 생겨서 허공에서 꽃을 보는 것입니다."(p.106) 해인사 승가대학 강주 해월 스님의 법문 중에서

 

마음이 인간을 만들고 인간이 삶을 만들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마음이 곧 우리의 삶을 찾아주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매일 책을 읽는다. 책이 다루는 내용도 제법 중요하게 여기나, 그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책이 보여주는 세상의 이치를 발견하는 지적 행위에 있다. 세상에 책은 넘쳐난다. 그중의 한 권이 나의 선택으로부터 나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행하는 독서는 가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책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렇다고 이 마음마저 그것을 하찮게 여기진 않는다. 다시 배우는 것이다. 일 년 전의 감동이 다시 태어나고, 나는 다시 감동하여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하여 나는 매일같이 책을 읽고 글을 적는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므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생사를 논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발라야 생사가 자연의 섭리 따라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스님들의 법문을 읽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을 찾게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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