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마치 하얀 눈이 나무에 내려앉은 듯한 모습.

바람이 불면 꽃잎들은 휘날리고,
눈앞은 자연스레 꽃길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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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맑은 공기

부드러운 햇빛

기분 좋은 바람

흐드러지게 핀 하얀 벚꽃.

 

반짝반짝하고 너무나 예뻐

누군가와 함께 하고픈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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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머
이종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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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장르 중 SF 요소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쉼 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영상도 그렇고 조금 먼 미래에서는 말도 안 되고 엉뚱하다고 핀잔을 들을법한 독특한 상상력들이 다 이루어지며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것들은 언젠가 정말로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소설 『커스터머』의 배경은 이백 년 후의 지구다. 거대한 모래 폭풍이 지구를 덮친 이후로 아름다운 자연은 사라졌고, 세상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게 된다. 사막 도시의 모래 구역, 가장 피해가 적었던 태양 구역, 마지막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특수한 방공호에 들어가 모래 폭풍을 피했던 비취 구역이다.


  모래시에 살고 있던 소녀 ‘수니’는 태양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여자이면서 동시에 남자의 몸을 가진 중성인 ‘안’을 만나 친구 이상이 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신체를 변형하는 커스텀 기술이 발전되고 대중화된 시대 속에서 수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자 스스로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고심하고 찾아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커스텀이 신체의 일부를 바꾸는 것이라면 커스터머는 신체를 바꿔서 다른 존재가 된 사람이다. '커스텀을 한 사람'과 '커스터머'는 다르다. 누군가는 그 차이를 미묘하다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의미다.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지 스스로 선택한 사람.
그게 커스터머다.
난 커스터머가 될 것이다. (p.29)

 


  소설을 읽으며 커스텀에 대한 작가의 설정에 깜짝 놀랐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눈의 형태, 눈동자 색깔, 피부에 문양을 넣는 것, 머리 색깔, 심지어 몸에서 특정한 향이 나게 해주는 냄새에 관한 커스텀도 가능했고, 나아가 꼬리와 날개, 뿔도 선택할 수 있으며 동물의 머리로 커스텀한 사람도 등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식물계 커스터머는 몸에 식물을 심어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울 수도 있다. 커스텀 가게는 큰 도시일수록 많이 있으며 사람들은 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며 쇼핑하듯 이러한 것들을 고를 수 있다. 마치 지금의 우리가 옷가게나 화장품 가게를 둘러보듯이.


  누군가는 뭘 이렇게까지 바꿀 일인가 싶겠지만, 그것은 개인 선택에 달린 일이다. 무엇보다 커스텀은 신체 변형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 또한 고칠 수 있는 큰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어찌 되었든 소설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커스터머들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이야 저 정도의 기술과 선택사항이 없을 뿐이지 외모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소설 속 상황이 조금 더 낫다고 봐도 좋으리라. 쉽게 외모로 남을 평가하고 평가를 받는 외모지상주의, 외모 우월주의는 지금의 세상 쪽이 더 심한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커스텀을 단순히 외모에 대한 욕구, 신체를 바꾸는 것에 관한 것으로만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외적인 변화는 내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쳐 더 나은 나를 만들기도 한다. 혹은 정말로 원했던 자신의 모습을 커스텀을 통해 실현하기도 한다. 전자든 후자든 그것들을 합하여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그려지는 만큼, 이 소설에서 커스텀은 곧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소설 속에서 모두가 커스텀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커스터머의 존재를 매우 싫어하는 커스터비아는 커스텀을 반대하고 피켓 시위를 벌인다. 갈등, 대립, 사건 사고도 발생한다. 그리고 이 책은 커스터머를 중심축으로 하면서도 인간복제와 돌연변이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는데, 덕분에 기술발전에 대한 빛과 그림자는 물론 거기에 파생되는 사회적, 도덕적, 윤리적 문제 역시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커스텀. 신체에 불편함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외모에 변화를 주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약간의 커스텀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그럼에도 현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사람은 보는 것, 보이는 것에 많이 좌우되지 않던가. 게다가 자신감이 생기면 사람은 알게 모르게 말도 행동도 달라진다.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하여 개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에도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만약 가능하다면 어떤 커스텀을 해보면 좋을까. 이런 모습도 좋고 저런 모습도 좋다. 뭐 어떠한가. 상상은 누가 뭐래도 자유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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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모르겠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99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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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실이나 가치관 혹은 사람에 대해 어느 순간 확신이 들지 않으면서 머릿속에 혼란이 오는 경우. 아니면 그동안 분명 잘 알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어느 순간 아님을 알게 되는 경우. 이럴 때 우리는 선뜻 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워지며 동시에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그리하여 읽게 된 『오늘은 잘 모르겠어』. 제목에 끌려 펼치게 된 시집이다. 


  그런데 몇 번 되뇌어 볼수록 ‘오늘은’이라는 단어가 있고 없고가 큰 차이를 만들어냄을 발견해본다. 단순히 ‘모른다’고 해보자. 이것은 무언가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거나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 잘 모르겠어’라는 문장은 다시 말해 이전까지는 잘 알았다는 뜻이다. 즉, 대충 얼버무리려는 게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생각했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비록 그 결론이 이렇다 저렇다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눈동자/내가 오래 바라보면 한 쌍의 신(神)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잠에는 사랑을 나눴고/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꺼풀은 지그시 닫히고/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새는 다시 날아오나//신은 언제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p.28~29,「오늘은 잘 모르겠어」전문)

 


  그러고 보면 세상은 모르겠는 것 투성이다. 그중에는 직접 겪는 것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어떤 것들은 여전히 잘 모르겠는 것으로 남을 때도 있다. 그러니 남들에게는 있고 자신에게는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겠는가. 시인의 ‘모른다’는 「축복은 무엇일까」에서도 이어진다.


  시인은 아이가 없으므로 아이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묻는다. 그러다 이내 '나는 그 사실을 소유한 적이 없다‘며 자신이 어찌 알 수 있겠냐고 답한다. 아이 대신 시가 있고 당신이 있지만 여전히 시인은 축복은 무엇일까 물음표를 던지는 중이다.  

 


  한편「강아지 이름 짓는 날」은 진지한 분위기가 오히려 웃음을 자아냈던 시다. 
  조만간 집에 새 강아지가 오는데 이름을 짓기 위해 온 식구가 모였다. “어머니는 "검둥이"가 어떠냐 물었다. 우리는 새 강아지의 털 색깔은 갈색이라 답했다. 어머니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p.184) 이 부분을 읽었을 때부터 감이 왔다. 아, 범상치 않은 가족이다, 새 강아지 이름 짓기가 만만치 않겠구나, 라고. 


  아니나 다를까 여동생은 "그렇다면 브라운 Then Brown"을, 인공지능을 전공한 남동생은 "야생지능 Wild Intelligence"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쉽사리 의견 조율이 되지 않던 그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제수씨는 “커피 한잔”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새 강아지 이름으로 혹은 이쯤에서 커피 한 잔 어떻겠냐는 두 가지 의미가 다 들어있는 듯하다. 그야말로 적절한 타이밍과 센스까지 갖춘 재치만점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식구들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시인은 사진 한 장을 떠올린다. 강아지와 함께 잠든 자신의 모습을 담은, 아버지가 찍어주신 어린 시절의 사진이다.
  이 시는 강아지 이름 짓기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리움까지 아우른다. 왠지 더욱 애틋해지는 기분이었다.

 

 

여동생이 물었다. "아버지라면 강아지 이름을 뭐라고 지었을까?"
남동생이 답했다. "우리 뜻대로 하라고 했겠지."


어머니와 제수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강아지 이름을 짓기 위해 온 식구가 모인 날이다.
고인의 뜻을 마음 한구석에 새기고
우리는 밤이 늦도록 토론을 이어간다.
(p.189, 「강아지 이름 짓는 날 」부분)

 


  짝을 이루듯 「나는 시인이랍니다」라는 시와 「나는 이제 시인이 아니랍니다」라는 시도 기억에 남는다. 시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나는 시인이랍니다」에서 말하는 시인은 많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사물을 조용히 관찰하고 오래오래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뒤이어 「나는 이제 시인이 아니랍니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시 쓰기를 멈춘 오늘 밤은 시인이 아니라고. 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들은 마무리되지 않고, 어느새 시 쓰는 생각 대신 노동과 행복에 대해 걱정을 할 뿐이다. 그러나 괜찮다. 이 세상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시를 쓰고 있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글쓴이는 몇 번이고 언급한다.


  시인은 아니지만 어쩐지 관찰하고, 생각하고, 시를 쓰고 싶어지는 오늘이다. 단 한 명이라도 시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니 거기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세상 어딘가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멋진 일이다. 평범함이 모이고 모여 어둠은 시 쓰는 사람들로 반짝이고 충분함은 늘 지속될 테니까.

 

 

그리고 물론 당신에게 나는 말합니다.
잊지 말아요. 나는 시인이랍니다.
슬퍼 말아요. 나는 시인이랍니다.
시는 우리 사이에 벨벳처럼 펼쳐져 있어요.
그것의 양 끝은 우리가 잠들 때 서로의 머리맡에 놓여 있어요.
(p.97, 「나는 시인이랍니다」부분)


하지만 나는 압니다.
오늘 밤 이 세상에 한 사람은 반드시 시인입니다.
오늘 밤 누군가가 시를 쓰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p.103, 「나는 이제 시인이 아니랍니다」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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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만 빨강이 잘 어울리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딸기를 보면서, 얘는 또 왜 이렇게 예쁜 빨강인 걸까 감탄하고는 한다.

거기다 딸기만의 달달하고도 싱그러운 과일향!

빨강만 있으면 보는 사람이 너무 단조롭지는 않을까하여

물방울 모양에 초록 꼭지까지 갖춘 귀여운 과일이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상큼하면서도 달콤함이 한가득 퍼지는데,

슬슬 더워질 기미를 보이며 봄이 살짝 힘겨워진다면 딸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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