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머
이종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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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장르 중 SF 요소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쉼 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영상도 그렇고 조금 먼 미래에서는 말도 안 되고 엉뚱하다고 핀잔을 들을법한 독특한 상상력들이 다 이루어지며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것들은 언젠가 정말로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소설 『커스터머』의 배경은 이백 년 후의 지구다. 거대한 모래 폭풍이 지구를 덮친 이후로 아름다운 자연은 사라졌고, 세상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게 된다. 사막 도시의 모래 구역, 가장 피해가 적었던 태양 구역, 마지막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특수한 방공호에 들어가 모래 폭풍을 피했던 비취 구역이다.


  모래시에 살고 있던 소녀 ‘수니’는 태양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여자이면서 동시에 남자의 몸을 가진 중성인 ‘안’을 만나 친구 이상이 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신체를 변형하는 커스텀 기술이 발전되고 대중화된 시대 속에서 수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자 스스로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고심하고 찾아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커스텀이 신체의 일부를 바꾸는 것이라면 커스터머는 신체를 바꿔서 다른 존재가 된 사람이다. '커스텀을 한 사람'과 '커스터머'는 다르다. 누군가는 그 차이를 미묘하다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의미다.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지 스스로 선택한 사람.
그게 커스터머다.
난 커스터머가 될 것이다. (p.29)

 


  소설을 읽으며 커스텀에 대한 작가의 설정에 깜짝 놀랐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눈의 형태, 눈동자 색깔, 피부에 문양을 넣는 것, 머리 색깔, 심지어 몸에서 특정한 향이 나게 해주는 냄새에 관한 커스텀도 가능했고, 나아가 꼬리와 날개, 뿔도 선택할 수 있으며 동물의 머리로 커스텀한 사람도 등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식물계 커스터머는 몸에 식물을 심어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울 수도 있다. 커스텀 가게는 큰 도시일수록 많이 있으며 사람들은 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며 쇼핑하듯 이러한 것들을 고를 수 있다. 마치 지금의 우리가 옷가게나 화장품 가게를 둘러보듯이.


  누군가는 뭘 이렇게까지 바꿀 일인가 싶겠지만, 그것은 개인 선택에 달린 일이다. 무엇보다 커스텀은 신체 변형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 또한 고칠 수 있는 큰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어찌 되었든 소설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커스터머들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이야 저 정도의 기술과 선택사항이 없을 뿐이지 외모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소설 속 상황이 조금 더 낫다고 봐도 좋으리라. 쉽게 외모로 남을 평가하고 평가를 받는 외모지상주의, 외모 우월주의는 지금의 세상 쪽이 더 심한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커스텀을 단순히 외모에 대한 욕구, 신체를 바꾸는 것에 관한 것으로만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외적인 변화는 내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쳐 더 나은 나를 만들기도 한다. 혹은 정말로 원했던 자신의 모습을 커스텀을 통해 실현하기도 한다. 전자든 후자든 그것들을 합하여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그려지는 만큼, 이 소설에서 커스텀은 곧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소설 속에서 모두가 커스텀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커스터머의 존재를 매우 싫어하는 커스터비아는 커스텀을 반대하고 피켓 시위를 벌인다. 갈등, 대립, 사건 사고도 발생한다. 그리고 이 책은 커스터머를 중심축으로 하면서도 인간복제와 돌연변이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는데, 덕분에 기술발전에 대한 빛과 그림자는 물론 거기에 파생되는 사회적, 도덕적, 윤리적 문제 역시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커스텀. 신체에 불편함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외모에 변화를 주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약간의 커스텀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그럼에도 현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사람은 보는 것, 보이는 것에 많이 좌우되지 않던가. 게다가 자신감이 생기면 사람은 알게 모르게 말도 행동도 달라진다.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하여 개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에도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만약 가능하다면 어떤 커스텀을 해보면 좋을까. 이런 모습도 좋고 저런 모습도 좋다. 뭐 어떠한가. 상상은 누가 뭐래도 자유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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