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코스톨라니 투자총서 1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한윤진 옮김 / 미래의창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재테크를 하긴 해야겠는데 수입은 한정적이고, 은행에 예금이나 적금으로 돈을 불리기에는 이자가 너무 낮은 요즘. 누군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면, 우리는 내심 부러워하며 그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는 한다. 자신도 대박이 나길 바라며 잠시나마 달달한 꿈을 꿔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좋을까.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이 책은 증권계의 거목이라 불렸던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역작으로, 돈과 투자에 대한 그의 풍부한 인생 경험과 조언, 그리고 그 자신이 직접 지켰던 투자 원칙들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직접적으로 어딘가에 투자하라고 콕 찍어 일러주기를 바랐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딜 들여다봐도 이렇게만 하면 이만큼 돈을 번다, 하는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증권투자에 대해, 주식에 대해 그 양면성을 제대로 바라보고 진단하며 주변의 소문이나 분위기에 흔들리는 대신 투자자의 감을 키워나가도록 조언해준다.

 


코스톨라니는 살아생전 외환, 원자재, 현물, 선물 등 모든 유가증권에 투자했고, 호경기나 불경기일 때도 늘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런 그는 이 책에서 몇 번이고 강조한다. 돈에 대해 한결같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돈은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어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이 말을 들으면 고개는 끄덕이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어딘가에 투자를 했을 때 분명 거기에는 손실도 있을 수 있고, 수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우리는 제발 자신의 돈만은 마이너스 대신 플러스, 플러스, 오로지 플러스로 수익이 나길 기대하길 바랄 뿐이다. 게다가 실패를 했을 때는 손실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왜 거기에 투자를 했나 자책하고 후회하며 잃은 돈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에 매달리게 된다. 돈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코스톨라니의 말이 새삼 대단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아마도 대다수는 돈 앞에서 금방 흔들리고 초조함을 느낄 것이다. 이 책에서 코스톨라니는 돈에 영향을 미치는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 설명하며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방법을 고려하기를 권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먹이를 유인하기 위해 수많은 마법을 동원하고,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주식시장의 이런 변덕에 대해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고, 왜 이렇게 변덕스러운지에 대해 어떤 논리적 설명도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말이다. (p.112)

 


그는 옛날 프로이센의 몰트케 원수가 전쟁의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한 네 가지 요소, 즉, 4G를 가지고 있다며 투자자 역시 이 4G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4G는 돈(Geld), 생각(Gedanken), 인내(Geduld), 그리고 행운(Gluck)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상승운동과 하강운동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데 책에서는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으로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주식시장의 역사는 바로 붐과 폭락의 반복 그 자체이다.”(p.188) 그러므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현재 주식 시장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시세가 오르고 있는지 떨어지고 있는지, 거래량이 어떠한지 그 흐름을 읽어내고 연관성을 판단해 매도와 매수를 한다면 투자는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코스톨라니는 돈과 행운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주관인 ‘생각’과 다른 이의 말과 각종 심리적 혼란에도 자신을 굳건히 지킬 ‘인내’가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그가 정보를 얻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코스톨라니는 일상의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었다.

 

나는 어디를 가든지 정보를 얻는다. 도둑에게서, 이사회에서, 혹은 장관들이나 유흥가의 여성들에게서도 정보를 얻는다. 다만 은행가와 브로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빼고. 이들의 시선은 자신들의 코끝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며, 흔히 비유하는 말로 하자면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본다. (p.233)
장기적 안목을 가진 투자자들은 이런 일상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제대로 진단을 하려면 이 모든 뉴스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 중략 ...)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이해하고 상관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며 그에 맞게 행동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p.245)

 


뉴스 자체보다는 그 행간을 읽어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코스톨라니. 마지막으로 그는 투자자들을 위한 열 가지 권고 사항과 열 가지 금기 사항을 들려주는 것으로 이 책의 글을 끝맺는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들 사이에서, 투자란 돈에 대한 감각은 물론 자신의 신념 또한 꾸준히 키워나가야 하는 작업임을 배워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롬 토니오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는 저 위에 펼쳐진 하늘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나간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푸르름, 나아가 지구 밖 우주를 향해. 그러나 생각해보면 하늘만큼이나 닿지 못하는 광활한 곳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바다다. 그리고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 고래가 존재하고 있으니, 오늘도 그들은 푸른 심해 어디에선가 자유롭게 거닐고 있을 것이다.

 


  『프롬 토니오』. 이 책은 환상적이면서도 기이하고 신비로우며 아름답다. 작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다 밑의 바다, 고래와 영혼의 언어의 세계를 보여주며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문장을 펼쳐낸다. 어느 날 이 책의 주인공 미국인 화산학자 시몬 앨리엇은 마데이라 남쪽 해변에서 파일럿 고래 수십 마리가 해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마치 ‘그 이름처럼 날개를 잃고 불시착한 경비행기처럼 보였(p.5)’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사이에 거대한 흰 수염고래가 한 마리 있었고, 그 입에서 정체불명의 생물이 나왔다는 점이다. 시몬은 그것을 모포로 덮어 집으로 데려온다. 점점 사람의 형상을 갖춰가며 말을 할 수 있게 된 그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점점 하나씩 떠올려 간다.

 

“내가 누군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디에서 왔는지는 말할 수 있네. 유토피아는 두 가지의 어원을 갖고 있어. 유토포스(eu-topos), 말 그대로 '좋은 곳'이라는 뜻이지. 그리고 우토포스(ou-topos),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네. 이 세계엔 유토피아가 없지만 내가 있었던 세계엔 있지. 바다 깊은 곳에 또다른 바다가 있네. 바다의 바다라고 해야 할까. 거기에 유토(euto)가 있네. 그곳의 대기가 이렇게 황금빛이었네. 머리 위의 하늘과 흐르는 물결 속에 금이 녹아 있었지. 녹은 철과 금으로 이루어진 바다, 유토. 나는 그곳에서 건너왔네.”(p.96) 


  그는 자신이 토니오(Tonnio)라고 불렸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토니오는 전투기 조종사였으며 비행기가 포격 당해 망망 바다 한가운데 착륙을 시도했었다. 그러던 중 흰 수염 고래에게 삼켜져 지구의 중심을 향해 잠수했었고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바다, 유토라는 세계에 갔다가 다시 거기서 건너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오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지금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토니오라는 존재도 그렇고 고래의 언어를 청각은 물론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한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도 눈앞에 그대로 그려지는 듯했다. 특히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바다 아래의 세상이자 세계의 안쪽에 대한 묘사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며 점점 빠져들게 했다.
  더불어 이 책은 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통해 그것을 읽는 사람 역시 함께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바다에 잠수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앨런을 찾느라 거의 자신의 삶을 포기했었던 시몬도, 가족을 잃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데쓰로도 어느새 저마다의 상실과 슬픔에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점차 삶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토니오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로 힘을 모은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유토라는 세계를 꿈꿀지도 모르겠다. 고래를 보고 싶고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분명 그곳은 육체의 고통도, 나이 듦과 죽음이 없는 초월적인 세상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토니오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죽음이 있기에 ‘삶’을 갈망하고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의미, 그리고 살아있다는 느낌은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피부와 피부가 닿는 것. 전해지는 온도와 정서. 이 모든 것이 토니오에겐 너무도 강한 힘으로 와닿았다. 여기가 유토가 아니라는 확신. 다시 지상의 존재로 돌아왔다는 실감. 육체와 육체를 통해 주고받는 살갗의 느낌과 피부밑을 흐르는 혈액의 뜨거움. 그 느낌은 살아 있다는 선명한 인식과 함께 한 걸음 앞에 죽음이 있다는 절대적 현실을 깨닫게 했다. (p.205)


“그래, 차라리 이렇게 늙어가는 이 느낌이 삶의 감각이지. 죽음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안전한 삶은 왜 지루한 걸까. 시몬, 이야기를 더 해도 되겠나? 유토란 정말 따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 누구라도 좋으니 붙잡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진다네.” (p.230)

 
“...마음의 시간은 흐르지만 유토의 육체는 제자리에 멈춰 있다는 건...... 그것은 생각처럼 좋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더군. 이상하다, 이상하다, 느끼다가 마침내 무감각해지네.” (p.231)

 

 

  토니오는 시몬과 데쓰로 그리고 우리에게 전한다. 죽음이란 그것으로 끝이 아니며 영혼은 그곳에 머물고 있으니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다고. 반드시 만나게 된다고. 『프롬 토니오』는 죽음과 사랑과 삶에 대해 따뜻하고 편안하며 부드러운 온기로 한없이 그렇게 마음을 데워주는 책이었다.

 

“우리들에게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뭘까? 죽는 순간의 통증? 더 살 수 없다는 아쉬움? 아니야.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혼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지. 떠나는 자도 남겨진 자도 같은 이유로 두려워하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죽음 저 너머로 떠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속에 데리고 간다네. 남겨진 자들은 반대로 죽은 자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기억 속에 담아 함께 살아가지. 데쓰로 자네처럼 말일세. 그것이 기억이고 추억이야. 그것은 환상이나 환영 같은 것이 아니야. 영혼은 바로 그곳에 머문다네. 그리고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내가 앨런을 만나고 온 것처럼. 만날 수 있지. 아니, 반드시 만나게 되네.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누군가가 간절히 찾는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어.” (p.2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하얀 눈이 내릴 때마다 손을 내밀어 본다. 그러면 깃털같이 가볍고 폭신해 보이는 그것은 손에 내려앉자마자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눈(雪)은 그처럼 묘한 매력이 있었다. 새하얀 절경으로 아름다움을 선사하면서도 차가움이란 속성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만 좀 더 오래 두고 볼 수 있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두 손에 힘을 쥐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리 사라져버릴 뿐이다.
  2018년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수상작 <작별>은 바로 이러한 점을 잘 담아냈다. 이 작품은 벤치에 앉아 깜박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눈사람이 되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놀랍고 당황스럽고 무서울 법도 하건만, 여자는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한강 작가는 눈사람이 된 그녀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양쪽 모두와 호흡하며 그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애틋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슬픈지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책은 「작별」 외에도 6편의 수상 후보작을 담고 있어, 다양한 작가의 개성 넘치는 글들을 한데 모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차라리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억울해하거나 아는 사람이라도 잡고 하소연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녀는 자신이 눈사람이 되었음을 인정하며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직감할 따름이다. 그래서 그 모습이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던 것 같다. 특히 아이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밝게 말한다거나 하룻밤 지나면 괜찮아질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부디 그녀의 시간이 좀 더 이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그녀가 아이를 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마주 안았다. 순간 그녀의 왼쪽 가슴이 더워졌다. 얼어붙은 줄만 알았던 눈두덩 안쪽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새어 나오려 하는 것을 느꼈을 때 그녀는 아이를 안았던 팔을 풀며 말했다.
현관문 닫아야겠다. 공기가 너무 따뜻해.
아이가 돌아서서 현관문을 닫는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열여덟 평 아파트의 내부를 일별했다. 그녀가 소유해온 모든 사물들이 그 안에 있었다. (「작별」, p.37)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지만 체감하는 속도나 양과 질은 저마다 다른 삶의 시간들.
그 시간은 유한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조금만 더 버텨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또 바랐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흩어지기 전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치 못해 사업을 시작하는 어른들을 위한 책
송명빈 지음 / 베프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를 틀면 자주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가 바로 취업난에 대한 소식이다. 그러나 지금 직장이 있다 하더라도 걱정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창업 그리고 사장님이 되는 꿈. 우리는 주변에 잘 되는 곳을 보며 자신 또한 그곳처럼 대박신화를 이뤄내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러한 소망만 가지고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 게 바로 창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동안 자세히 알고 싶어도 조언을 구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면 이 책을 추천해본다.
저자가 차근차근 옆에서 하나하나 일러주며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잘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창업에 대한 조언을 시작하기 전에 저자 자신의 직장 생활 이야기부터 시작하며, 창업을 시작하기 전,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부터 중요하다며, 본인의 ‘핵심역량’은 무엇인지를 질문해온다. ‘성공을 가능케 하는 힘, 남들에겐 없는 나만의 동력, 그것이 핵심역량이다. (p.57)’ 그리고 아이템 선정을 할 때는 리스크를 최소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사업은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며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시뮬레이션하고 그에 대한 차선 및 3선책을 준비하라는 말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사업을 시작하면, 잘 되겠지라는 마음,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의 마음은 알겠으나 이런 마음은 막연하기만 할 뿐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미리 연습하고 대응책을 미리 만들어둔다면 나중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비용이 들겠지만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책은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말하지 않고 기본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음을 말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예를 들면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 혹은 사무실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며 무료 혹은 초저가 홈페이지 개설이나 오픈 마켓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말한다. 매출을 일으키는 제품 역시 그것이 형체가 있을 수도 있고 형체가 없는 서비스도 하나의 제품이 될 수 있다며 각각 그에 맞는 사례를 함께 제시해주니 이해하기가 훨씬 편했다.
  특히 세금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계약서에 관한 것, 헷갈리기 쉬운 용어 등 자칫하면 그냥 넘어가거나 실수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자세히 언급해 주니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훌륭한 지침서라 할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시인선 101
문태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맑은 날들의 연속이다. 하늘은 마치 누군가 물감을 덧칠이라도 한 듯 푸른빛을 더해가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위를 향해 높이높이 뻗어 나가는 중이다.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햇살. 덕분에 오후는 맑고, 밝고, 선명하다. 이러한 날씨는 왠지 모르게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과 달리 저마다 처한 상황이나 여건 때문에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차선책으로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의 작은 산이라도 둘러보면 좋겠지만 그 또한 여의치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와 같다면, 그 계절을 담아낸 시 한 편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넌지시 추천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괜찮았다. 아니, 괜찮다를 넘어서서 제법, 의외로 좋았다.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어쩐지 투명한 문을 통과해 그곳에 가닿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노란 산국 담겼던 빈 바구니에 밤새 가득합니다
내일 낮엔 더 짙어진 산국을 따 담겠습니다
(「가을날」 전문)

  
  생명이 돋아나는 봄을 지나 미풍이 불어오는 초여름,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시린 날씨까지. 이 시집의 시들은 마치 계절이 만들어낸 발자국을 한 걸음, 한 걸음 따라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언덕, 호수, 잔물결, 새벽하늘, 초승달, 별, 시골에서 막 딴 모과’와 같이 자연을 담아낸 시어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렇게 시를 읽는 동안에는 부산스러움과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함과 초연함 속에 머무를 수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온몸에 힘을 빼고 시를 음미하는 것이다.

 

마른 풀잎의
엷은 그림자를
보았다


간소한 선(線)


유리컵에
조르르
물 따르는 소리


일상적인 조용한
숨소리와
석양빛


가늘어져 살짝 뾰족한
그 끝
그 입가
(「어떤 모사」 부분)


  페이지 너머로 잔잔함 가운데 물 따르는 소리가 실제로 들려오는 듯하다. 소리의 표현은 ‘바닷가의 파도 소리, 귀뚜라미 소리, 어릴 적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가을비 낙숫물 소리,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는 새와 낙엽을 비질하는 소리’처럼 다른 시에서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처럼 시인은 시각적인 묘사 외에도 청각적인 부분을 잘 포착해 각 작품을 좀 더 감각적으로 살려내고 있었다. 여기에 시인의 감성까지 더해지니 시의 분위기는 훨씬 풍성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바퀴가 되어 굴러가고 순환되고 있음을 문태준 시인은 말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해와 달이 그러하고 자연이 그러하듯, 이 시를 읽는 모두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바퀴가 잘 굴러가기를 소망해본다.

 

아름다운 바퀴가 영원히 굴러가는 것을 보았네
꽃, 돌, 물, 산은 아름다운 바퀴라네
이 마음은 아름다운 바퀴라네
해와 달은 내 님의 하늘을 굴러가네
(「일륜월륜(日輪月輪) - 전혁림의 그림에 부쳐」 부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