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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지음, 정병규 북디자인 / 보림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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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네요. 비가 오는 날은 아이와 앉아 비에 관한 책을 한두 권은 꼭 읽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비가 오는 날에...>랍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얼마나 기발한 상상입니까? 발빠르기로 소문 난 치타가 글쎄 우산이 날아갈까 봐 꽉 붙잡고 있구요. 사자는 물 본 김에 물이나 실컷 먹고 있네요. 비가 오니까 나비가 걸어다녀요. 걸어다니는 나비 본 적 있나요? 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티라노사우루스까지, 무시무시한 호랑이가 동굴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 한번 보세요.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를 누가 뿌리나 했더니 글쎄 용이었군요.

비도 점점 더 많이 오고 번개도 치는데 아빠는 뭐하느라 안 오시는 걸까요? 세상에나, 아빠가요 비오는 날에 나오는 동물 친구들하고 구름 위에 올라가서 "이히히히" 신나게 놀고 있었네요. 집에서 엄마랑 아이는 책 읽으면서 아빠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에요.

정말 비만 내리는 책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실컷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니 너무 좋군요. 비만 오면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코끼리는, 무당벌레는, 지렁이는..." 하면서 노니까 밖에 나갈 수 없어도 즐겁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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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선생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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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선생님은 정말 멋지네요.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입니다. 선생님이란 한 아이의, 아니  수많은 아이들의 영웅으로 남을 수도 있고 기억 속에서 그냥 사라져버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정말 고학년이 되도록 책을 더듬더듬 읽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로 어떤 선생님도 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만일 폴커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났더라면 그 친구의 인생은 많이 달라졌겠지요? 글을 제대로 못 읽던 소녀 트리샤가 이런 훌륭한 책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폴커 선생님도 정말 몰랐을 거예요.

이 책은 많은 선생님들께서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가끔은 알림장에 빨간 펜으로 '아무개는 학습 부진아입니다. 가정에서 좀더 많은 학습 부탁 드립니다.'라고 써 보내는 선생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폴커 선생님은 이런 아이에게 어떻게 했을까요? 우리 주변에도 곳곳에 한국형 폴커 선생님이 숨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큰 아이가 내년이면 학교에 갑니다. 그 아이의 꿈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거랍니다. 만약 아무 노력도 안 하고 학습 부진아라고 가차없이 낙인 찍는 그런 선생님을 만난다면 내 아이의 꿈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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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누가 만들었나 뒹굴며 읽는 책 3
윌리엄 제스퍼슨 지음, 윤소영 옮김, 척 에카르트 그림 / 다산기획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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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 산이 있어 아이들(다섯 살, 일곱 살)과 자주 산책을 합니다. 산에 들어서면 이야기꺼리가 무궁무진하지요. 나무, 꽃, 새, 계절의 변화 등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면 한두 시간은 정말 후딱 지나가곤 한답니다. 그런데 <숲은 누가 만들었나>를 읽은 후 아이들과의 산책이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엄마, 저 작은 상수리나무도 이 숲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엄마, 이 숲에서도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애."

"엄마, 이 숲에도 여우가 살고 있을까?"

그동안은 숲의 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젠 숲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은 지금 있는 이 숲이 예전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50년, 100년 후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상상하며 즐거워합니다.

이 책을 맨처음 읽어주었을 때 딸아이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  눈물이 나오려고 해."

"왜?"

"몰라, 그냥 눈물이 나오려고 해."

아마 딸아이도 숲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들으면서 뭔가 알 수 없는 감동을 느꼈던가 봅니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때 숲은 더 숲다운 숲을 이루어갑니다. 많은 아이와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숲과 자연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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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2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집 가까이에 산책할 숲이 있는 것도, 그렇게 감수성 풍부한 딸아이를 둔 것도, 부럽기 그지없네요.^^
 
완당평전 2 (반양장)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학고재신서 32
유홍준 지음 / 학고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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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살다 다시 돌아온 서울은 정말 살 만한 곳이 아니었죠. 그나마 녹지가 많은 과천에 살아 몸과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여긴 공공 도서관이 2개나 있어 보고 싶은 책을 수시로  가져다 볼 수 있습니다.

과천에 와서 본 책 중 하나가 <화인열전> 이지요. 2권 1책으로 처음 접하는 조선 시대 최고 화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한동안 푹 빠져 있었죠. 그러던 중 국립 현대미술관(역시 과천에 있음)으로 가족 나들이 갔다가 기념품 매장에서 <완당평전>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 도서관으로 갔죠.

이 책을 읽다 보면 도대체 학교를 왜 다녔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분명 학교에서 역사와 문학과 철학과 미술을 배우고 공부한 건 맞는데 역사를 꿰뚫는 통찰력도, 문학이 주는 인간적 울림도, 철학적 사유도, 미술을 통한 아름다움의 세계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런 건 시험에 나오지 않았죠. 유홍준 선생의 출세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크기와 풍부함에 대해 첫발을 내디뎠다면 <화인열전>을 통해 우리 것을 보는 눈을 뜨게 되고, 선생의 역작 <완당평전>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역사와 인물,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무엇을 이해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완당 선생이 마지막 열정을 사른 과천에 산다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 건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보너스였습니다. 게다가 때마침 과천 시민회관에서 열린 추사 탁본전은 어쩌면 나를 위한 전시회가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작은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들을 실제로 보게 된 감동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을 보는 모든 독자들께 감히 권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꼭 실물 작품을 보는 기회를 가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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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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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한두 권의 책쯤은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는 편입니다. 이 책은 네살바기 아들이 보자마자 덥석 집어든 책이었지요. 첫장을 넘기면 깜깜한 밤하늘에 새하얀 달, 새하얀 눈가루, 눈으로 뒤덮인 지붕과 나무들, 그리고 눈 쌓인 길만 보입니다. 정말 추워 보입니다.

그렇게 추운 날 황소 아저씨 혼자 외양간에 잠들어 있네요. 그때 먹이를 찾아나선 생쥐 한마리가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고 달려가다 그만 황소 아저씨에게 들켜버렸지요. 생쥐가 오들오들 떨며 동생들 먹이를 구하러 온 사연을 말하자 황소 아저씨는 선뜻 맛있는 찌꺼기 실컷 가져가라고 합니다.

매일 황소 아저씨 구유에서 먹이를 가져 나른 덕분에 동생들도 다 자라 함께 먹이를 구하러 옵니다. 황소 아저씨는 그 추운 겨울 밤을 혼자서 외롭게 보내다가 귀여운 생쥐 형제들이랑 가족이 되었답니다. 그리고는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함께 살았대요.

첫장에선 눈 때문에 새하얗던 배경이 점점 어두운 청색을 띠다가 마지막 장에서 다시 하얀 빛깔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처음 만났던 차가운 느낌이 아닙니다. 밝은 빛깔의 황소 아저씨 몸 여기저기 붙어 잠들어 있는 생쥐 형제들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넉넉한 마음을 가진 황소 아저씨 덕분에 생쥐 형제들은 먹이 걱정 안 해도 되고, 황소 아저씨는 가족이 생겨 심심치 않게 겨울을 보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요. 아이들도 이 책을 보며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나누는 마음을 배울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 서점에서 만난 정승각 선생님의 따뜻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생쥐들에게 인정을 베푸는 황소 아저씨만큼이나 넉넉하고 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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