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6년 봄에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 와서 많이 외로웠지만 남편이 친구 역할을 했어요. 말은 안 통했지만 마음은 통했어요. 남편이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저는 일요일만 기다렸어요. 왜냐하면 제가 한국 음식을 다 못 먹었는데 매운탕은 먹었어요. 그래서 일요일마다 매운탕을 먹으러 갔어요.  

집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못 먹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 음식을 다 좋아해요. 한국 음식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된장찌개예요. 처음에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무지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서 어머니께서 밥을 다 해주셨어요. 반찬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특히 된장찌개가 좀 이상했어요. 냄새가 너무 강하고 색깔도 약간 누렇게 생긴 것이 어떻게 보면은 사람의 대변 같았어요. 그런데 어머님이랑 남편은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그때 저는 그냥 멍하게 앉아만 있었어요. 

남편은 밥을 먹을 때마다 "이거 먹으면 몸에 좋아" 하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 음식을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그래서 어머님과 남편이 늘 걱정을 했어요. 저도 언제나 한국 문화, 한국어, 한국 음식 등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어요. 별것 있겠어요. 음식인데 한번 먹어 보자고요. 그래서 먹어 봤어요. 그런데 먹어 보니 마음 같지가 않았어요. 마음속으로 한 그릇을 다 먹겠다고 했는데 딱 한 번 먹고는 숟가락이 안 갔어요. 그때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어머님과 남편은 하루에 세 번이나 된장찌개를 먹어서 말이 안 나왔어요. 그때는 베트남 쌀국수가 정말로 먹고 싶었어요. 친정엄마도 보고 싶고 쌀국수도 먹고 싶어서 몰래 울었어요.  

하지만 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이대로 살면 저만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배웠어요. 된장찌개를 잘 못 먹었지만 만들었어요. 어머님이 맛있게 끓였다고 칭찬을 하셨어요. 그리고 저도 조금씩 먹을 수 있었어요.  

제가 된장찌개를 안 먹을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된장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 먹게 될거야." 저는 그냥 웃었어요. 그리고 한국에 오고 1년이 지나고 메주를 만들었어요. 메주콩을 깨끗이 씻고 가마솥에 넣고 물을 넣어요. 그리고 불을 때기 시작했어요. 콩이 익는 동안 고구마도 구워 먹고 기다렸어요.  

고구마를 먹으면서 어머님이 이야기를 하셨어요. 옛날에 어머님이 할머니께 배웠던 된장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앞으로 나 살아 있는 동안은 된장 담글 때 꼭 옆에 있어야 돼. 그래야 네가 배울 수 있어." 

콩 익는 냄새가 났어요. 어머니는 불을 끄고 볏짚을 가져왔어요. 

"어머니, 볏짚으로 뭐하는 거예요."   

"이것을 밑에 깔아주면 메주가 잘 마르지." 

그리고 불을 또 땠어요. "이따가 불을 또 때자."  

"왜요?"  

"콩을 여러 번 끓여야 돼."  

그래서 네 번이나 계속 반복했어요. 제일 힘든 것은 콩을 찧는 거였어요. 큰 절구로 막 찧었어요. 시작했을 때는 쉬웠는데 나중에는 힘이 빠져서 절구를 못 들었어요. 네모 모양으로 만든 메주를 방에서 겨울 내내 말린 다음 항아리에 담았어요.  

어떻게 담갔느냐면 소금물에다 메주를 넣고 고추 3개, 대추 5개, 숯 한 개, 계란 한 개를 넣었어요. 계란은 소금물 간을 보는 거예요. 계란이 물 위로 조금 보이면 간이 딱 맞아요. 그리고 햇빛이 나는 날 뚜껑을 열었다 덮었다 1년이 지나면 간장물을 떠내요. 그러면 나머지가 된장이 되는 거예요. 

된장 만들기 참 힘들어요. 처음에는 된장 한 그릇을 가볍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독특하고 맛있는 예술 작품 된장을 자랑하고 싶어요. 지금 저는 두부와 호박을 넣은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해요. 기회가 있으면 베트남에도 된장을 소개하고 싶어요.  (2010년 12월 레티김탄) 

 ***  한국인인 나도 제대로 모르는 된장을 해마다 만들고 있는 탄이 너무나 대견하고 예뻐서 그녀가 쓴 글을 소개합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적응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도 느껴지는 글이네요.  표현이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그대로~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꿈꾸는섬 2010-12-0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너무 좋은 일 하고 계시네요. 이 글 읽는데 마음이 너무 짠해요. 한국음식, 문화 모든게 낯선 새댁의 고충이 느껴지네요.ㅎㅎ 이젠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한다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네요.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소나무집 2010-12-09 09:16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적응 기간이 2년 정도인 것 같더라구요. 2년만 지나면 그런대로 살아가요. 가족들과 이웃들이 관심을 갖고 따듯하게 해주면요. 이젠 한국 음식이 베트남 음식보다 더 맛있대요.

프레이야 2010-12-0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요.
소나무집님도 그런 일 하시나요?
친정엄마도 보고 싶고 베트남 쌀국수도 먹고 싶어 울었다는 글귀가 특히 찡하네요.

소나무집 2010-12-09 09:02   좋아요 0 | URL
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어요. 힘든 일도 많고 그래서 한 학기만 하고 그만두어야지 했는데 일년이 다 되어가네요. 정이 드니까 쉽게 못 그만두겠어요. ^^

마노아 2010-12-0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아, 정말 대단한 걸요. 한국인도 된장 직접 담그기 힘드는데 그걸 손수! 게다가 글도 잘 쓰는 걸요. 감동이에요. 브라보!!!

소나무집 2010-12-09 09:05   좋아요 0 | URL
이런 학생을 보면 정말 부끄러워요. 나중에는 전통 음식 만드는 법을 후손들에게 이어줄 사람들도 농촌에서 어른들께 제대로 배운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아닐까 싶어요.

엘리자베스 2010-12-09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새댁들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김장에 된장까지...정말 대단하네요.
가르치러 갔다가 배우고 돌아온다던 소나무집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소나무집 2010-12-10 00:25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내가 뭐 대단한 거라도 가르치는 선생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정말 겸손한 마음이 되었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녀들이 오히려 고마워요.

순오기 2010-12-0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곳에 시집와서 적응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짠하네요.

나도 얼굴이 화끈거려요. 나이 오십이 되도록 만들어 볼 생각도 안 하고 살았어요.
정말 이젠 배워서 담가야 나중에 우리 애들한테도 퍼주고 그럴텐데...
우리 모두 된장 간장 고추장 담글 줄 아는 주부가 됩시다!!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될 듯.

소나무집 2010-12-09 09:10   좋아요 0 | URL
첫해에 메주를 만들 때 힘들다 말도 못하고 절구질을 시키는 대로 했나 봐요. 며칠 동안 팔을 들 수도 없을 정도로 아팠다고 그러더라구요. 힘든 일 정말 많았는데 시어머니 알면 서운해할까 봐 방에 들어가서 몰래 울고 안 힘든 척하며 살았대요.

마녀고양이 2010-12-0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저보다 훨씬 낫네요.
하기사 저희 세째 형님은 태국 분인데,
김치 담그기 예술이예요. 저는 제대로 못 담그는데. 창피.

그런데, 이분 글 너무 잘 쓰시네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10-12-10 00:31   좋아요 0 | URL
저도 탄에게 나중에 된장 만드는 거 배우러 가겠다고 했어요.
그죠? 잘 쓰죠? 맞춤법 틀린 건 제가 교정을 해줬어요.

qualia 2010-12-1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티김탄 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여성분들은 베트남 분이든 한국 분이든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숱한 말 못할 고난/고초/고통/시련을 꿋꿋이 감내하고, 결국은 저렇게 많은 사람한테 뭉클 감동을 선사하잖아요. 레티김탄 님, 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요. 탄 님, 힘 내셔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그런데 베트남 여성분 얘기를 들으니, 한 베트남 여성이 또 한 분 생각나네요. 제가 반찬거리를 잘 사러 가는 할인 마트가 있는데요. 그곳에 아주 예쁘신 베트남 한 분이 점원으로 일하고 계셨죠. 정말 친절하고 상냥하셨어요. 우리 한국말도 잘해서 (주인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면) 근무를 똑떨어지게 아주 잘하셨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반찬거리를 사러 갔더니 그 베트남 분이 안 보이시더라구요. 제가 반찬거리를 사러 갈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는데요... 어찌된 일일까... 그 가게 갈 때마다 예쁘고 상냥하셨던 그 베트남 분이 항상 생각난답니다...

(2010-12-09 21:59 ― 저도 맞춤법에 틀린 게 있어서 다시 고쳐 썼어요.ㅋ)

소나무집 2010-12-10 00:37   좋아요 0 | URL
정말 존경스런 다문화 가족 외국인 여성들이 많아요. 요즘 한국 며느리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을 어린 나이에 척척 해내더라구요. 탄도 이제 스물다섯이에요. 반찬 가게 그분도 궁금하네요.

BRINY 2010-12-0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모국어 실력이 뛰어나다라고 하던데, 이 분도 그러신가봐요. 저 정도 글을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소나무집 2010-12-10 00:47   좋아요 0 | URL
아마 저 글 쓰느라고 밤을 새웠나 봐요. 수업 하면서 보니까 눈이 빨갛더라구요. 외국인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 한 문장 한 문장 오래오래 생각하다 보니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