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김정욱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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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 겁니까?"
1996년 일본에서 폭력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던 중에 고등학교 학생이 던진 질문이다.
학생이 이렇게 질문하거나 아들, 딸이 우리에게 물어보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잠시만 생각해보자. 당시 일본 문부성은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 논리적인 이유를 팜플렛으로 작성한다고 언론에 해명했다고 한다. 아마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이다.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가? 사람의 목숨은 본래 소중한 것이니까, 하늘이 내려준 것이니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여,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되면 세상이 무지막지한 지옥이 되니까... 등등 철학적, 도덕적, 논리적인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일본의 한 지성인이 말한 것이 아마 적절한 대답일 것이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논리적인 이유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이유는 '그래서는 안되니까 안된다"라고 하는 것 이외에는..."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가?"와 마찬가지의 질문이 '왜 약자를 못 살게 굴어서는 안되는가?', 왜 쓰레기를 버리면 안되는가?'일 것이다. "왜 자연을 파괴하면 안되는가?" 역시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주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나라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 설명할 수 없다고. 이런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직감의 문제고 도덕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토건공사는 멀쩡한 강을 죽일 뿐 아니라 무수한 자연의 생명과 지구를 파괴하고 결국에는 사람을 살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와 같은 양심적인 지성인들과 많은 국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하게 말한다. '왜 강을 파괴하면 안되냐고?' 그것은 '안 되니까 안된다'
 
저자는 40년 넘게 환경공학의 모든 성과를 검토해 보았지만 정부의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환경공학적, 수문학적, 생태학적 측면에서 하나의 타당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타당성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우리 강산을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뜨릴 큰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한 가지만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일리一理가 있다'고 하고 싶지만 저자가 그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정부의 논리를 살펴봐도 정말 하나도 없으니 국립대에 근무하는 저자로서도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저자가 생각할 때, 강의 파괴보다도 더 끔찍한 것은 이 잘못된 토건공사를 정부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자연을 살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유익한 정책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4대강 토건공사가 어떤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어떻게 강과 자연을 죽이는지, 그러면 왜 사람들이 살 수 없는지를 말하고 있다. 정부가 논리로 그 타당성을 주장한다고 하고 있기에, 저자 역시 논리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즉 4대강 토건공사의진실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보고서라 할 수 있다.(1부) 그리고 2부에서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나눔문화]의 오래된 회원이기에 책의 중간에 박노해 시인의 시가 실려 있다.
 
1부 [4대강 토건공사의 변신]에서 저자는 정부가 주장하는 '4대강 살리기'는 '한반도 대운하'에 다름 아니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임을, 정부가 주장하는 일곱 가지가 모두 이론적, 논린적, 상식적으로 허구임을 밝힌다. 정부의 일곱 가지 주장이란, 1. 강바닥의 더러운 퇴적물을 준설해야 한다., 2. 4대강 토건공사는 물을 깨끗하게 만든다., 3. 4대강 토건공사는 물 부족을 해결한다., 4. 4대강 토건공사는 홍수를 예방한다., 5. 4대강 토건공사로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6. 4대강 토건공사는 하천 생택계를 살린다., 7. 4대강 토건공사는 강을 더 아름답게 한다.를 말한다. 저자는 각 항목에 대하여 학문적, 전문적, 논리적인 헛점과 거짓말 등을 지적하며, 모든 항목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4대강 토건공사는 전국의 토건과 투기를 장악하고 있는 '강부자'와 지역의 '토호세력'의 이득을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진정한 강 살리기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2부. [이 땅에 살기 위하여]에서 저자는 몇 가지 원칙과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한국과 인류의 미래에 드리우는 암울한 먹구름을 제거하기 위하여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고 근본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며, 자원 재활용율을 높여야 하고 지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용량 이상의 환경훼손 행위를 정당해해서는 안되다는 점이다.
 
서구와 달리 한국의 대학 교수들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지성인이자, 스승으로서 사회 문제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토목공사에 대해 많은 교수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아직 한국의 지성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의 대학과 학문에도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 특히, 저자는 한국의 최고 대학으로 인정받는 서울대학교의 전공 교수로서, 정년을 앞둔 노년의 전문가로서 앞장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무한한 존경심이 들었다.
 
지금껏 '4대강 살리기'라는 허울만 남은 이명박 정부의 토건공사에 대해 나는 제대로된 이해도 하지 못했고 피상적인 수준에서 심정적으로 반대만 해왔다. 나의 대학 전공이 직접적으로 '토건'에 해당함에도 성실하게 문제에 다가가지도 못했고 동기들, 선후배들과도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물론 그 반대 역시 사무실, 식사자리, 술자리에서 주변 사람 몇몇에게 주장하고 동조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그 속임수 정책과 진행과정을 내 시간과 노력을 통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막아내려고 노력하지도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저자에게 부끄러웠고 그동안 반대 운동에 나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 될 것이다.
 
며칠 전 언론에 보도된 범종교계의 4대강 반대집회 기사를 아래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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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은 자유롭게 생명은 평화롭게”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종단 성직자 생명평화 기도회가 열렸다. <사진> 
범종단연대회의는 오늘(4월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기도회를 거행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 정부를 비판하고 저지 운동을 강력하게 펼칠 것을 결의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조계종 환경위원회, 불교환경연대,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 행동, 원불교 환경연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천도교 한울 연대 등 200여 명의 종교인이 참석했다.

연대회의는 “지난해 1만 여 명의 각 종단 성직자들이 모여 4대강 토건 공사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토건 공사를 강행했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자연을 죽이고 사람 목숨까지 죽이고 있기에 종교인들은 시청 광장에 다시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인들이 지향하는 세상은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우선되는 생태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앞장서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4대강 복원 운동과 물이용 부담금 폐지운동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또 생명평화를 거스르는 정치인에 대한 퇴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4대강 토건 사업은 지금 중단해도 결코 늦지 않다”며 “수 천 년 이 땅을 보듬고 흘러왔고, 수 만년 계속 흘러갈 생명의 강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죽어가는 강을 위한 평화의 절 40배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스님들과 목사, 신부, 수녀 등 각 종교인들은 생명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염원하며 절을 했다. 이어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순으로 생명의 강을 되찾기 위한 선언문을 낭독하고 종교별 의식을 치렀다.

전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 주경스님은 이날 선언문에서 “4대강 사업으로 수천 수억의 생명을 죽이고 소멸시켰다”며 “이번 종교인 모임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님은 “수 천 년 수 만 년 흘러온 자연은 영원히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생명의 강을 위한 노래 및 종교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피리연주 등의 공연도 펼쳐졌다. 
 

불교신문 홍다영 기자 
(
http://www.ibulgyo.com/archive2007/201104/201104081302287393.asp)  

[ 2011년 4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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