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 느린걸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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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생존한 종의 DNA가 후대에 전달되어 남녀의 성향을 결정했다. 남성들은 도전적인 성향을, 여성들은 안정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남성의 성향이 더 적합하므로 인류의 문화는, 남성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문화 내에서 남성은 소모적 존재가 되어 착취당하고 있다. 사회의 위험한 일은 주로 남성이 맡고 그들이 노력한 대가를 누리는 것은 배우자와 자녀다' " 책과 삶 독서신문 12월호"

 

솔직히 이 글을 읽고나서 조금 과격히 표현하자면 빡쳤다. 남성의 산물이라는 사회생활에서 소모적 존재가 되어 착취 당한다는 표현에 공감하지 못하는바 아니지만, 착취의 대상에 아내와 자녀까지 포함시키는건 무슨 심보란 말인지. 소모적 가치의 기준을 사회에 두고 봤을때 그런 논리가 형성된다면 그래 가정으로 시선을 돌려 소모성을 찾아보자. 어디에 그 기준점을 둘 수 있는가. 저 칼럼의 기준대로 '소모성' 으로만 놓고 따져본다면 아내에게서 찾을 수 있을터. 달리말에 가정내에서는 아내의 가치를 먹고 사는게 남편이라는 말이 된다는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울분을 아무리 토해내도 세상은 가정내에서 발생되는 가치를 '소모성'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단지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소비적 형태'로 전환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모든것을 '소비적' 형태로만 계산한다. 집을 살 수 있는지, 차를 살 수 있는지, 좋은 옷, 좋은 신발, 좋은 가방을 들 수 있는지를 놓고 판가름 한다. 재산의 척도를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결정 내리는 사회. 그리고 그런 무리들로 세상은 형성되어 살아간다.

 

 

작은 전세집을 얻어 결혼식을 올린 우리에게 주변에서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넓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할것을 무수히 권유받곤 했다. 지금 장만하지 않으면 영영 얻을 수 없다는 둥, 집값이 폭등해 더이상 집 구매가 어려워질꺼라는둥, 지금이 딱 기회라는등의 낭설로 신랑과 나를 현혹시키며 집을 사지 않은 우리가 마치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불안과 절망감을 느끼게 만들곤 했다. 이런 상태를 이반 일리치는 "현대화된 가난" 혹은 "풍요 속의 절망"이라고 일컬었다.

 

"이 가난은 산업 생산성이 가져다 준 풍요 속에 살면서 삶의 능력이 잘려나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풍요 속의 절망이다. 이 가난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창조적으로 살고 주체적으로 행동 하는데 필요한 자유와 능력을 빼앗긴다. 그리고 플러그처럼 시장에 꽂혀 평생을 생존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게된다"p6

 

아침에 일어나 메일함을 열어보면 밤새 무수히 쏟아져들어온 각종 광고 메일들과 쇼핑 딜 문자들은 마치 다수의 선택이 정답인양 선택을 종용하고 참여하지 못하는 현상에 소외감을 느끼게 만들거나 빈곤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채무적 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기 쉽상이며 사회적으로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이런 현상들에서 가장 내 살갗에 와닿는 일은 내 주변에서 나와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치 상실'에 무뎌져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좋은 평수의 집에서 살아야하고, 좋은 차를 뽑아야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며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사람들을 '좋은 사람'으로 규정짓으므로써 소비적 가치 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자녀들은 좋은 학교에서 좋은 옷을 입은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꾸짖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는 일 역시 고통스러웠다. 멀게는 현대화가 일으킨 변화라지만, 현대화에 마비되어 가난과 차별이라는 새로운 낙인들이 생성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바라볼때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필요가 현대화 될때마다 가난에는 새로운 차별이 하나씩 붙는다"p35

"부자들은 상품속에든 필요에 중독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가 만든 환상에 마비된다"p80

' 간단히 말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세상과 접촉하지 못한 채 지내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일을하고, 자신이 느끼는 것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p10

 

이반 일리치의 책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는 현대인들이 상품에 의존하여 삶이 몰수되는 과정에 무뎌져가는 감각을 우려한다. 자율성은 무너져가고 경험은 같아지며 욕구는 좌절되는 경험과  전문가들의 권위주의적 독식사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전문가들이 양산해내는 상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와 그런 구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져가므로써  점점 더 짙어지는 소비의 환락상태에 빠지는 현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된 사람들이 쓸모없는 인간으로 낙인되는 가혹한 시선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시대는 다음과 같이 기억될 가능성이 더 높다. 모든 세대가 삶을 빈곤하게 만드는 풍요를 광적으로 쫓느라 자유를 모두 양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정치를 역사상 최초로 복지 수령자의 불만을 조직하는 것으로 바꾼 다음에는 전문가 전체주의를 덮어버린 시대였다고"p57

 

 

꼭 적게 소비하고 상품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해서 '옳은 가치'라고 규정 짓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치' 의 기준이 '소비'의 기준으로 변환되어지고 사람의 척도를 '소비의 척도'로 내세우는 현대화의 거센 바람에 소멸되어가고 있는 인간 본연의 고유한 가치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힘이 상품성에 의존하지 않고 삶이 몰수 되지 않는 힘이 있을때 올바른 가치 기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 뿐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올바른 가치 기준을 마련하여 단단히 뿌리박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들을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세상. 새해에는 그런 시간들이 많이 찾아들길 바라는 마음. 이 책을 함께 읽고 열띤 토론을 거쳐 생각을 다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의미있는 일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 일리치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참 얇은 문고본 판형의 책이지만 알찬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치만 이반 일리치가 말하는 전문가들의 독식사회에 대한 우려를 모두 다 동의할 수는 없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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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30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과학 책들을 읽다보면 이반 일리치의 글을 인용한 걸 많이 보게되었는데 굉장히 공감이 가서 한번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그녀의 저서는 아직 못읽고 있었네요. 저는 <학교 없는 사회>를 꼭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내년 독서목록에는 반드시 넣어봐야겠습니다^^

해피북 2015-12-30 19:5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통해 이반 일리치를 알게 되었는데 공감가는 대목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과 <전문가들의 사회>가 조금 겹치는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학교 없는 사회>라는 책도 호감이가네요 ㅎ 그런데...저기...음...이반일리치가 여성이었군요. 저는 남자분인줄 알았어요 ㅜㅜㅋ

2015-12-30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12-30 20: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두막을 짓고 살수도 없고 말이죠. 비슷한 생각을 갖은 분들과 모여산다고해서 사회생활을 안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함께 사는 세상이니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그래도 이곳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큰 위안이 되는것같아요 ㅎ

살리미 2015-12-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제가 댓글에 실수를 ㅋㅋ 해피북님 댓글보고서야 제 실수를 알았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남자분이 맞을걸요? ㅎㅎㅎ 제가 왜 그녀라고 써놨을까요? ㅋㅋㅋ

해피북 2015-12-31 21:20   좋아요 0 | URL
크흐흐흐. 그럴수도 있죵~~
 
마녀배달부 키키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사쿠마 레이 목소리 /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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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의 나이로 마녀 수업을 위해 집을 떠나게된 키키의 좌충우돌 사회초년 정착기 쯤이라고나 할까. 야박한 인심 속에서도 따스함을 간직한 사람들 곁에서 씩씩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즐겁게 보게 되었는데. 마지막에 고양이 지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이 의외였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마법을 회복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게 되었는데.. 왜 지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된걸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물론 위태롭게 회복된 마법이었고, 아직 수행중이라 배워야할 점이 많다는 사실도 있지만, 그 이전에 부족했을때도 지지의 말을 다 알아듣곤 했던 키키였는데... 하는 궁금증!! 솔직히 키키가 힘들어 할때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새로사귄 여자친구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조금 얄밉기도 했지만 너무 귀여운 지지였는데.. 말을 하지 못하니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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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8 1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본 영화라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이런 비유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디뎠는데 알고 보니 그 재능이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지고 자신감도 없어서 소심해질 수 있잖아요. 키키가 마녀로서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고양이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게 되는 것 처럼요.
우리가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세상에 나가지만 사실 그 재능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가 쉽지는 않죠. 때때로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도 하고요. 키키가 마법을 잊어버리는 장면에서 저는 현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꿈을 잊고 살아가는 것을 비유한다고 봤어요. 그렇지만 계속 자기가 마녀라는 것을 잊지않고 노력한다면 키키가 마녀능력을 되찾듯이 다시 꿈꾸며 살아갈 수 있을거예요. 비록 영화에 지지와 다시 소통하는 장면이 나오진 않았지만 키키가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를 타고 다시 날아올랐듯이 언젠간 고양이 지지의 말도 다시 알아 들을 수 있지 않겠어요?
영화의 순서랑 결말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아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키키랑 지지가 굉장히 귀여웠던 기억만 생생하네요^^

해피북 2015-12-29 09:50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 굉장히 정확하게 기억하시는걸요. 저도 키키가 사회에나와서 또래 친구들과 모습을 비교하고 자주 위축이 되고 자신감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사회 생활의 초년병들에게 찾아드는 무려감 같은. 자기 생각했던 일들이 사회로 나와서 괴리감 같은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 보여서 키키가 참 안되보였어요. 그런데 지지는 새 여자친구 생겨서 키키하고 지내주지도 않고 말이죠. 어찌나 얄밉든지요 ㅋ 그래도 너무 귀여운 고양이라 인형을 찾아보니 일본 직수입으로 판매해서 잠시 고민해보기도 했답니다 ㅋㅋ 저도 배우 심형탁씨처럼 지지 덕후가 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 ㅋㅋ

서니데이 2015-12-2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랜만에 이 영화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해피북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2015-12-29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2-28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엄청 좋아했는데 ㅎㅎ
요즈음은 차분히 볼 시간도 없고.. 안타까워요~~

저는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에 사회와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아이의 순수함을 잃어가는 과정일수도 있구요~~ 아이에서 어른이 되듯이 키키가 성장해가면서 어릴적의 말도 안되는 것 같은 동심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마법도 기술로만 접근했을때는 진전이 없었듯이요..
동심.순수함을 다시 찾게 되면 지지의 말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억이 맞나 모르겠어요 ㅋ 본지 한 7~8년 된것 같은데요 ㅎㅎ

해피북 2015-12-30 10:07   좋아요 1 | URL
끼약~~ 지금행복하자님 닉네임 사진이 박보검이예요~~우왕 아침부터 눈이 호강했어요 ㅋㅋ 저도 키키를 보면서 순수한 마음을 다치게 되고 다른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실망하는 모습들이 속상했어요. 누구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일 뿐인데 그 순수하고 아이같은 마음이 사회 속에는 단단히 굳어가는 것 같고 그걸 지켜만 봐야한다는게 안타깝더라고요.ㅎ 그런데 7~8년전의 일을 기억해내시다니 지금행복하자님 대박이세요 ㅋ

cyrus 2015-12-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린다짱님도 키키에 관한 글을 올렸던데 신간도서도 아닌 오래전에 나온 만화영화 감상문이 하루에 동시에 나온 건 처음 봅니다. 며칠 전에 저는 서로 다른 두 분이 문학동네판 《안나 까레니나》 감상문을 하루 동시에 올린 걸 본 적이 있어요. 이런 현상을 이제부터 `알라딘 찌찌뽕`이라고 불러야겠습니다. ^^

해피북 2015-12-30 10:12   좋아요 1 | URL
그쵸그쵸? 저도 글 올리던날 슬쩍 봤던 기억이 납니다. 린다짱님의 글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요 ㅎㅎ 저도 신기했어요. 그런데 음....cyrus님 설마..꼬집으실건 아니죠? 캬캬캬~~

비제 2015-12-30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여기 지지덕후 한명 더 추가요! 저도 마지막까지 지지의 말을 못 알아듣는 키키의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왜 그럴까 정말 궁금했었어요.
그래서 찾아보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화 개봉 때 가진 토크쇼에서 ˝지지의 목소리는 원래 키키 자신의 목소리로, 키키가 성장함에 따라 지지의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변한 것은 지지가 아니라 키키.˝ 라고 했다고 해요.
전 그래도 석연치 않아서 원작 소설도 보았답니다. 원작에서는 이렇게 설정되어 있어요. ˝엄마 마녀는 딸이 태어나면 같은 시기에 태어난 검은 고양이를 찾아서 함께 키우는데, 딸과 검은 고양이는 함께 자라면서 둘만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중략) 마녀가 고양이만큼 소중한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하게 되면 검은 고양이도 자신의 짝을 찾아 따로 살게 됩니다.˝
애니에서는 결혼까지는 아니었지만 키키가 연애감정 비슷한 것이 생겼을 무렵부터 지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과 맞는 것 같아요. 아무튼 지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나봐요.
애니도 좋지만 아무래도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원작소설을 보시는 걸 추천해요! 애니에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의미 모를 한마디도 소설을 보면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있거든요. 국내에도 번역본이 있더라구요! 가도노 에이코의 《마녀 배달부 키키》예요. 어린이소설이랍니다^^ (이 소설책 요즘 생각나서 다시 꺼내들었는데 해피북님의 리뷰를 보고 넘 반가워서 초면에 긴 덧글을 남겼어요. ^^;)

2015-12-30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제 2015-12-30 13:43   좋아요 1 | URL
북플 어플에서 남기느라 비밀글이 되어버렸나봐요. 코멘트 남기는 공간이 워낙 협소해서요 ㅠ_ㅠ;;;
지금 PC로 코멘트 수정하려고 들어와보니 벌써 답글도 남겨주시고~
이렇게 반겨주시고~ 넘넘 좋아요~~~>_<♡
그리구 코멘트 다시 공개로 수정했어요. 호호홋.
 
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연말과 연초가 가까워오면 자책과 다짐의 경계를 넘나들며 부끄러운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그중 나를 가장 부끄럽게 만드는 계획들은  '~~를 하겠다' 라는 다짐들이었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한자 공부를 하겠다''일본어 공부를 하겠다'와 같이 단 한 번 성공 해보지 못한 계획을 세워두고 늘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는 시간이 찾아들면, 마치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또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굳은 각오를 다지는 시간들이 찾아든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무수한 계획들은 한낱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수표처럼 덧없고 터무니 없다는 것을. 

 

마흔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에 공부가 굳이 필요한가를 놓고 본다면 내 실생활에는 필요성을 딱히 느낄 수 없다. 한국말만 장착하고 살아도 다 뱉어내지 못하는 시간에 굳이 영어나 일본어 또는 한자어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를 찾아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책을 읽을때 사전을 들춰야하는 불편함에서 시작 되었다. 이불에 폭 파묻혀 책을 넘기다가 덜컥 만나게되는 생소한 단어들. 그래. 모른척 넘어가주마 라고 생각하며 은근슬쩍 읽어보지만 분명 걸리고 넘어지는 부분이 찾아든다. 그럴때마다 답답함과 불편함 그리고 번거러움들이 공부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게 했다. 그러나 작심삼일. 이젠 '공부 할꺼야'라는 내 공허한 외침은 가족들에게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처럼 '그래 또 시작이군' 이라는 한심스런 눈길만 받을 뿐이다.

 

 

나는 정말 안되는 사람일까? 내겐 끈기라는건 없는 걸까. 하는 한심스런 자책의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마스다 미리의 책 '미치코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가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손에 집어들진 못했다. 기초가 부족한 사람이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인데 표지에 보니 '영어 입문 전에 읽는 입문서'라는 글귀를 나중에 보고서야 펼쳐들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오야마 미치코는 마흔살에 딸아이 한 명을 둔 워킹맘이다. 쇼핑센터에서 근무하는 그녀가 뉴욕 여행을 앞두고 영어공부를 시작하려는 포부 앞에서 단번에 '금방 실증 낼 것'이라고 못을 박는 아이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며 깊은 공감이 되었다.

 

 

 작심삼일이라는 단어 조차 부끄러워 사용하지 못할 시점이 되어버린 내 모습 마냥 앞으로 미치코가 정말 잘 해야할텐데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걱정은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공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기게 되었다.  학창시절 손에 묻은 볼펜 똥 만큼이나 새카매진 깜지노트를 과제로 제출하며 공부란 무조건 외우는것 이라는 습관에 길들여진 내게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지 말고 '언어의 유희'를 즐겨보라 넌지시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원래 자신의 민족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나

존재하지 않는 감정, 알지 못하는 시각을

다른 언어집단에게서 배우는 일입니다.

...........

자신이 태어나서 계속

그곳에 갇혀 있었던

'민족 사상'의 감옥에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로 부터 느껴본 적 없는 감촉의

'바람'이 들어오는

그런 생성적生成的인 경험 입니다.

외국어 공부라는 것은

그 '한 줄기 산들바람'을 경험하기 위한

것 입니다.'p143  '우치다 다쓰루

<시가지의 문체론 중에서>

 

 

모국어와 외국어를 조목조목 비유하며 한 걸음씩 전진하는 미치코는 작은 걸음에 조급해하지 말고 또 잘 모르는 부분을 이해한척 넘어가지 말고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을 즐겨보라는 메세지를 전달해주는 것만 같았다. 학창 시절에 다급했던 공부가 더이상 필요치 않은 나이이기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즐기며 해보라 권유하는 마스다 미리의 책은 '영어 입문서'라기 보다 '언어학 입문서'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역시~역시~ 하는 감탄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시간일 수도 있고 2016년의 연말이 되면 나는 다시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 머리를 쥐어 뜯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스다 미리의 권유대로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내딛는 작은 걸음으로 계획해볼 생각이다. 마음이 힘들고 공허해질때 다시 이 책을 펼쳐들어 마스다 미리의 다독이는 손길을 느끼게 된다면 꾸준히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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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5-12-2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화이팅요!!! ^ ^

해피북 2015-12-29 09: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달팽이개미님도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것들 이뤄나가시길 바랄께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살리미 2015-12-28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해 다짐하지만 잘 안되는 것들이 있어요. 이젠 창피해서 계획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데.. 매해 `그래도 또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것들요 ㅎㅎ
저도 한때는 영어공부가 목표였던 때도 있었고, 중국어를 배워보겠다 한 적도 있었는데 늘 그렇듯 다 흐지부지 되었죠.
그리고 새해에 절대 빠지지 않는 목표 다이어트!!! ㅋㅋㅋ
아... 진짜.... 다이어트는 제발 좀 성공 한번 해보고 싶은데 운동 보다는 앉아서 책보는게 좋고 저녁에 술마시러 나오라는 유혹은 절대로 거절을 못하는 성격때문에 매번 요요의 늪에 빠지지요 ㅠㅠ
저는 이모양이지만 ㅋ 해피북님 새해다짐은 꼭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해피북 2015-12-29 09:32   좋아요 0 | URL
크헉. 이렇게 격하게 공감이 되는 댓글 너무 좋아요 ㅎ 저두 이번에 살이 3k나 쪄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다이어트 하려고 밥을 적게 먹으면 또 배가고파져서 자꾸 뭘 먹게되고요 ㅋㅋ또 술은 월메나 좋아하는지 잘마시지 못해도 넙죽 받아먹곤한답니다. 어휴..내년에 다이어트 성공할 수 있을까요? ㅋ 함께 힘내보아요 ^~^

2015-12-28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휴일 보내고 계신가요 ㅋㅂㅋ~
저는 시댁가는 기차안인데요. 알라딘 메일을 확인하다가
저도 모르게 기차 안에서 빵~~터져버려서 소식 전해봅니다.ㅋ

알리단 메일을 보면 1년 동안 서재 활동을 결산하는 의미로 각종 랭킹을 확인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서재 기네스북 편을 보면 `방문자가 많은 서재` `100자평,마이리뷰`를 많이 쓰신 알라디너``페이퍼를 많이 쓰신 알라디너`등이 보여서 우와~ 하며 부러운 시선으로 읽고 있었는데 그 아래에 `서재에 댓글을 많이 남기신 알라디너`에 제가 3위에 있는 걸 본 순간 저도 모르게 하하하하~~하고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올 한 해 제가 정말 수다스러웠나봐요. 제 수다를 이해해주신 알라디너님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댓글을 많이 받으신 알라디너`에도 제가 있어서 올 한 해 정말 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뭉클했고요. 비록 한 해동안 많은 책을 읽지 못했고 많은 글을 적지 못했지만 많은 이웃님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와 책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 나눠요^~^ 모두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아참. 그리고 랭킹되신 많은 분들 축하드리고요. 혹시 랭킹에 오르지 못하신 님들은 2016년에 함께 하며 즐거운 이야기 나눠보아요^~^

알라딘 2015 서재의 달인
http://blog.aladin.co.kr/zigi/8081437

알라딘 2015 서재 기네스북
http://blog.aladin.co.kr/zigi/801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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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6 16: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해피북님 덕분에 제 정체를 알게 됐어요; 억))
`다른 서재 최다 댓글 작성자` 제 위에 해피북님이 있어서 조금 다행^^?
많이 자제하려 했는데도 이 정도였다니 음... 저 알라딘에서 고용한 댓글부대 아닙니다ㅎ;;;

전 장난기도 있지만 심각하고 과묵한 어른인 줄 알았는데 아녔나봐요;;; 그 반대?
언제나 제가 저를 더 모른다니까요.

해피북 2015-12-27 14:27   좋아요 0 | URL
이런이런! 저때문에 정체가 탄로나서 우짜죠 ㅋㅋ 이왕 이렇게 된거 무한 수다 장착하고 활동해보아요 ㅋㅋ
아직 며칠 남긴 했지만 먼저 손잡아 주신 님덕분에 지난해 정말 감사했어요 ㅋㅋ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남은 휴일 즐겁게 보내세요 으흐흐~~

살리미 2015-12-26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요~~~ ㅎㅎㅎ
그만큼 다정하게 말 많이 건네주셔서 저같은 초짜가 알라딘에 맘붙이고 살아갈 수 있었어요^^ 저도 더욱 분발해서 2016을 노려보겠습니다 ㅎㅎ

해피북 2015-12-27 14:28   좋아요 0 | URL
아궁 아니예요~~오로라님. 저 역시 제 주책바가지 수다를 받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데요. 또 좋은 책과 영화이야기가 얼마나 좋았는데요 ㅎㅎ 앞으로도 오~~~~~~~래오래 부탁 드립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12-26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해요 ㅎㅎ
누군가에게 말걸어주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좋은 일인데요~^ ^ 젤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 ^^내년에도 폭풍수다 부탁해요~~~ ㅎㅎ

해피북 2015-12-27 14:31   좋아요 0 | URL
지금행복하자님 우허엉~~저 정말 코끝이 찡해졌어요. 앞으로도 무한 수다 장착하고서 서재 방문할께요~~ 감사합니다 ㅎㅎ 즐거운 휴일 오후 시간 보내세요^~^

2015-12-27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12-27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는데 제이름은 없지만 반가운 이름들이 많아서 좋더라고요^^

연말 잘 보내세요~^^

해피북 2015-12-27 14:34   좋아요 0 | URL
아구 그렇쵸. 그렇지만 올 한해를 기반으로 2016년 함께 즐거운 추억 많이 쌓으며 내년을 멋지게 만들어보아요 ㅎ 고양이라디오님을 알게되서 반가웠고요 좋은 책 이야기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이야기나눠요. 오호호^~^

비로그인 2015-12-28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의 닉네임을 보고 반가웠어요.
빨리 축하드리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서야 왔네요.
축하드려요. ^^

해피북 2015-12-29 09:26   좋아요 0 | URL
아리님 감사합니다. 아리님도 베스트 서재 되신거 축하드려요. 올 한 해 여러가지 일로 많은 이야기 나누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더욱 돈독한 정 나눠보아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5-12-30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는 이런 시상식도 해주네요. 처음봐서 재밌고 신선하게 느껴져요. ㅎㅎ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책은 읽으면 느끼게된다. 영화로 보면 실망하게 될 거라고. 디테일한 표정과 말투,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네자매 캐릭터들의 쫀쫀함을 영화로는 깊이 담아 낼 수 없을거라고. 각양각색의 젤리처럼 저마다의 색깔을 갖은 네자매의 스토리를 계속 들여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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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2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12-24 20:10   좋아요 0 | URL
ㅎㅎ 어제 오로라님 덕분에 이 시리즈 다보면 영화도 보려고요. 달팽이개미님이 전에 고레에다 감독님 작품도 소개해주셨는데 고 작품들도 얼렁보고요 ㅎㅎ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12-2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너무 좋아서 영화를 안 보기로 맘 먹은 작품이에요~

해피북 2015-12-24 20:09   좋아요 0 | URL
ㅎㅎ오로라님 덕분에 지금행복하자님도 마음이 살짝 바뀌지 않으셨을지요 ㅋㅂㅋ.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입니다. 행복하고 즐거움 가득한 시간 보내세요^~^

살리미 2015-12-2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고레에다 감독을 믿어보려고요. 이 작품을 읽으며 왜 고레에다 감독이 이걸 영화화 하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상영관이 많이 없어서 내일 머~~얼리까지 보러갑니다.ㅎㅎ
이 시리즈 끝나지않고 계속 됐으면 좋겠어요.

해피북 2015-12-24 20:07   좋아요 0 | URL
ㅎㅎ 오로라님 덕분에 이 시리즈 다 읽으면 영화보면서 만끽하려고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5-12-2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되시고요,
가족과 함께 편안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북 2015-12-24 20:07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후애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5-12-2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해피북 2015-12-27 14:3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은 감기 좀 좋아지셨을까요? 오늘 바람은 차긴 한데 무지 춥진 않은것 같아요. 주말 남은 시간 동안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2015-12-26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6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