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장중하게 자전하는 별이 있는 반면, 팽이같이 지나치게 빨리 돌다가 제 형체마저 찌부러뜨린 별도 있다. 대개의 별들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내지만, 어떤 별은 하도 뜨거워서 엑스선이나전파를 내기도 한다. 푸른색의 별은 뜨거운 젊은 별이고, 노란색의 별은 평범한 중년기의 별이다. 붉은 별은 나이가 들어 죽어 가는 별이며작고 하얀 별이나 검은 별은 아예 죽음의 문턱에 이른 별이다. 이렇게다양한 성격의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4000억 개 정도 있다. 이 별들이복잡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우아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태양 하나뿐이다. - P43

행성은 혜성보다 좀더 큰 세계이다. 이들은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서 거의 원형의 궤도를따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주로 태양 광선에서 열을 공급받는다. 명왕성은 메탄 얼음으로 덮여 있는 행성으로 카론이라는 대형위성을 하나 거느리고 있다. 태양 광선을 멀찍이서 받는 명왕성에서는태양이 칠흑의 어둠 속에서 작게 빛나는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왕성, 천왕성, 태양계의 보석인 토성 그리고 목성은 거대한 기체 덩어리들이다. 이 목성형 행성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얼어붙은 위성들을주르르 거느리고 있다.  - P45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모든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이다. 태양의 중심에는 수소와 헬륨 기체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용광로가 자리잡고 있다. 이 용광로가태양계를 두루 비추는 빛의 원천인 것이다.
드디어 기나긴 여행이 끝나고 우리는 작고 부서지기 쉬운, 청백색의 세계로 돌아왔다. 우리의 상상력이 아무리 대담하게 비약한다 한들지구를 코스모스라는 광대한 바다와 대등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는 광막한 우주의 미아이며 무수히 많은 세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 P45

행성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푸른 질소의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서늘한 숲이 펼쳐져 있으며 부드러운 들판이 달리는 지구에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구는 생명이 약동하는 활력의 세계이다. 지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고 귀한 세상이다. 지구는 이 시점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유일한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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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스 COSMOS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있으며 미래에코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이 미지 중 미지의 세계와 마주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울림, 그 느낌,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하게 되는당연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P36

우리가 이제 떠나려는 탐험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에만 의존한다면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로 빠져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탐험은 상상력 없이는 단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여정의 연속일 것이다. 회의의 정신은 공상과 실제를 분간할 줄 알게 하여 억측의 실현성 여부를 검증해 준다. 코스모스는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보물 창고로서 그 우아한 실제, 절묘한 상관관계 그리고 기묘한 작동 원리를 그 안에 모두 품고 있다. - P37

빛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잰다. 빛은 1초에 약 18만 6000마일 또는 거의 30만 킬로미터, 즉 지구 7바퀴를 돈다. 빛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8분이면 온다. 그러므로 태양은 지구에서 약 8분 만큼 떨어져 있다. 빛은 1년이면 10조 킬로미터, 약 6조 마일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1광년이라고 부른다.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그것도 엄청나게 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 - P38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본다면 바다 물결 위의 흰 거품처럼 해아릴 수도 없이 많은 희미하고 가냘픈 덩굴손 모양의 빛줄기가 암흑을배경으로 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것들이 은하다. 이들 중에는 홀로떠다니는 고독한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하단이라는 집단을 이루며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코스모스의 암흑 속을 끝없이 떠다닌다. 이것이우리가 아는 코스모스의 가장 거시적인 모습이며, 여기가 바로 성운들의 세계이다. 지구에서 80억 광년 떨어진 곳, 우리가 우주의 중간쯤으로알고 있는 머나먼 저곳이 성운들의 세상이란 말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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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 자식이 말 잘한다고 생각해서 변호사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히려 글 잘 쓰는 우리 아이를 소설가 대신변호사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일지도모른다. 여담이지만 반성문을 잘 쓰는 아이가 있다. 스스로자신의 잘못이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는지 변명도 잘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도 그럴듯하게 써내는 아이들이 있다. 딱 이런 아이들이 변호사감이다.
- P26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우선 의뢰인과늘 소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도 필요하고 사건 수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업력 같은 수임능력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은 사건을해결하는 능력이다. 즉, 변호사에게는 현실의 문제를 법리적으로 잘 해석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능력의 바탕에 리걸 마인드가 있다. - P39

변호사를 찾아온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건의 해결인건 자명하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좀믿어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든든한내편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그런 마음에서 변호사를 찾아온다. 그래서 의뢰인이 힘들게 꺼내 놓은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쓴 서면에는설득의 힘이 있을 수밖에 없다. - P49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원고가 소를 제기하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므로, 설득의 대상은 판사에 국한된다. 그러므로 변호사인 나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때로는 경찰, 때로는 검사 또는 판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 P60

판례는 저작권법에의해 보호받지 않는다. 그러니 판례의 논리 구조, 표현과 문구를 마음껏 베껴 써도 무방하다. 나는 판사에게 익숙한 용어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 P64

설득은 타인의 생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한 편의 글로상대방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생각의 전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변호사가 쓰는 서면은 결국 ‘설득‘ 하나로 귀결된다.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도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모두 판사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 P69

법원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장소일까? 영화 속 주인공의 독백처럼 나역시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판은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재판의 당사자들에게는 소송의 목적이 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받을 돈이있다면 돈을 받기 위해서이고 죄가 없다면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변호사는 필요한 주장을 하고 그에 맞는 증거가 담긴 서면을 제출할 뿐이다. 그러니 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일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P71

브랜딩 공부를 위해 읽었던 책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되기로 했다』의 김키미 작가는 ‘마케팅은 나에게서 일어나는것이지만 브랜딩은 상대의 인식 속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마케팅을 통해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괜찮은 변호사라는 것을 알린다 하더라도 상대가 동의해주지않으면 브랜딩은 실패한다는 뜻이다.  - P109

즉 이미 만들어진지식을 내 관점에서 재가공하면서 나의생각이 덧붙여지고그러면서 새로운 지식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작가는 자신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이를 ‘편집‘이라고 칭했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다른 편집이다" "창조는 편집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글쓰기를 막연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147

찰하는 데 익숙합니다. 글을 쓰려면 패터슨처럼 관찰자의 눈으로 모든 것을 낯설게 보고 기록해야합니다. 겉모습이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같은 사람이 아니듯, 어제와오늘이 비슷해 보이도 365일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습니다.
글을 쓰려면 아주 조금씩 바뀌는 삶의 풍경을 예민하게 알아채는 감수성 훈련이 필요합니다."  - P156

신문 읽기가 익숙해지면 신문만큼 재미있는 읽을거리도없다.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상상력의 대부분은 신문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에는 세상 이야기, 사람 이야기, 경영 이야기, 문학 이야기 등모든 게 담겨 있다."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누구나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반드시 신문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고 소비하지는 않는다. 대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P190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고 일기 쓰기는그중에서도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제일 솔직하게 담아내는글이다. 일기를 쓰다보면 자연스레 나를 알아가게 된다. 그과정에서 내 마음 또한 견고해진다. 내 마음 앞에서 내가 진실할 때 글 속에 힘이 담긴다. 좋은 글쓰기는 바로 이럴 때 나온다. 일기 쓰기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하게 해주는 활동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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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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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책읽기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 제목에 ’~처럼이 붙어 있지만, 작가는 이렇게 읽는다는 뜻이지, 그것이 누구에게나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 자극적인 책‘, ’이상한책만 읽는다고 했다. 각자 상황마다 선호하는 책이 있고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고도 했다. 이 말은 정희진이 읽은 책을 보며 위축감이 드는 우리에게 묘한 위로를 준다. 그러므로 어떤 작가가 이렇게 읽는다고 해서 그것을 쫓아가려고 하기보다는 남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하는 차원에서 그중 관심이 가는 책을 몇 권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본문 내용은, <한겨레>에 게재한 정희진의 어떤 메모의 일부이며 서평이자 독후감이자 칼럼이자 비평이라고 한다.


1장 고통 2장 주변과 중심 3장 권력 4장 안다는 것 5장 삶과 죽음, 이렇게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져 있고 읽은 책과 그 소회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항상 강조하듯이 책 내용보다는 읽은 사람의 생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프롤로그에서 독서는 혼자 강을 건너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책 읽기는 물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강을 건널 때는 온몸이 젖을 수밖에 없지만 작은 개천을 건널 때는 물방울 튀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깊은 강을 건너다가는 몹시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고, 작은 개울이라도 물이 불었을 때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비가 온다면 어느 물가를 건너더라도 온몸이 다 젖을 것이다.‘(p18)

 



처음 본 순간에는 근사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내용을 읽고 나니 단순한 책 읽기가 아니라 심층의 책 읽기에 관한 것이어서 더욱 공감했다. 여성학자로서 일반적인 독자와는 다른 책 읽기를 하고 있기에 사회적인 약자나 부조리한 제도에 대해 아파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으니 이러한 지론이 나올 만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책을 다 읽을 수는 어렵겠지만 관심 목록에 올린 몇 권의 책을 간단히 언급하며 리뷰하려고 한다.

 



1. 현기영의 순이 삼촌

 

학창시절 교과서에 익숙한 민족문학의 대표 작가다.

제목은 향토적인데 비인간적인 현대사를 담고 있다는 대략의 내용만 알고 있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지면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다룬 문학은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시 접하게 된 계기로 관심 목록에 올렸다.

 



2. 다자이 오사무의 이십세기 기수

 

일본의 천재 작가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반가웠다.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타입의 인간형을 좋아하지 않지만 읽는 이를 무장 해제시키는 그의 치열한 절망에 어깨부터 몸부림이 온다고. 그런데 검색해보니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이십세기 기수는 나오지 않는다.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3. 이상문학전집1, 4

 

이상 시인 하면 <오감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난해한 시로 유명하다. ’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낯설지 않은 문장이다. 저자는 에이왁스(AWACS)를 언급하며 이상을 언급하기 시작한다. 수백 킬로미터 거리 밖을 볼 수 있어서 서울에서 평양 거리의 자동차 번호판까지 보인다는. 일제 강점기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던 민중, 그 상황에서 <오감도>가 나오고, 시에 은유, 메타포(metaphor)가 담겨있으니 난해한 건 당연하다. 더구나 일본어처럼 띄어쓰기도 없는 문장들이 반복되고 있다. 당시 시대 상황이나 시인의 시작 배경을 알지 못하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다. 1934년 이태준이 추천하여 30제 예정으로 <조선중앙일보>에 게재를 시작했으나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중단되었다 한다. 그리고 오감도가 조감도(鳥瞰圖)‘의 오타라고 생각한 이들도 많았다 한다.

 



<오감도>에 대해 초현실, 절망, 환상, 난해, 공포, 아방가르드, 심지어 민족 독립을 위한 병법까지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저자는 공포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 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다행히 시편 한 권이 있었다. 지금 읽어도 역시 온전히 이해하는 건 무리겠지만, 시를 다루고 읽는 1권이라도 읽어봐야겠다.

 



4. 프리모 레비의 살아남은 자의 아픔

 

평균 생존 기간 3개월인 아우슈비츠에서 110개월 버티고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의 저서다. 수용소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만 가장 유명한 것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아닌가 한다. 레비는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수용소 트라우마로 우울증을 앓다가 1987411, 자택의 층계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까.

 



 

정희진 작가의 책을 기회가 될 때마다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평소에 익숙한 분야의 책만 읽기보다는 다양한 저자의 생각을 접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독서 내공과 글쓰기의 신장으로도 이어질 테니 말이다. 에필로그에는 다르게 읽기와 독후감 쓰는 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좋은 독후감을 쓰려면 다르게 읽기가 필수라고 했다. 물론 다르게 읽는다고 저절로 좋은 독후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알만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쓰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책을 읽었다고 해도 같은 독후감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나만이 쓸 수 있고, 저자가 쓰지 못했거나 쓰지 않은 부분을 써서 새로운 주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부지런히 읽고 써야 그런 경지에 다다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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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07 1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처럼 읽고 쓸수 있다면야... 하지만 넘사벽입니다. 그래서 정희진샘의 책의 저도 좋아하는거 같아요. 언제나 다르게 읽기에 대한 모범답안같다고나 할까요?

모나리자 2022-08-08 11:32   좋아요 0 | URL
네, 그렇지요.. 그래도 열심히 읽고 쓰다보면 조금씩 성장하겠지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
건강 잘 챙기시고 새 한주도 화이팅 하세요~^^

새파랑 2022-08-07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절대 같은 감상이 나올수는 없는거 같아요. 결국 감상에는 자신의 감정이 반영될수 밖에 없기에? 그런데 좋은 독후감 쓰는건 정말 힘든거 같아요 ㅋ

모나리자 2022-08-08 11: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상황도 경험도 느끼는 감상도 모두 다르니까요.
네, 잘 쓰려고 하면 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ㅋㅋ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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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을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읽은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그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정희진의 정절과 절개는 그 자체로 너무도 순수하고 또 강력하다. 이때의 열녀란 소신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여자 인간이고, 그의 정절이란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고, 그의 절개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확실하게 들이대는 양심의 잣대다.”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P225)

 



 

 이렇게 멋진 찬사를 받는 작가라면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에 정희진처럼 읽기로 처음 만났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건 정희진 저자가 김진애가 예찬한 정절과 절개로 비유되는 열녀라는 단어를 과연 좋아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 책으로 만난 저자에 대한 느낌은 열녀의 이미지보다는 은장도를 찬 아주 씩씩하고 거침없는 언변의 여장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두루뭉술 넘어가는 무관심한 사안에도 여성학자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끄집어내어 우리 눈앞에 던져 놓는다. 그리하여 살살 우리의 촉수를 움직이게 하고 후련한 웃음을 웃게 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다시 앞의 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그 책에는 놀라움을 주는 말이 많았지만,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는 말에 나는 홀딱 반했다. 얼마나 강력한 인상을 주었던지. 그러므로 독후감은 자기에 대한 서사가 들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내용 요약으로 절반을 채우는 식의 쓰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저자의 책을 읽고 쓰는 서평이기에 어느 때보다 긴장된다. 저자는 원래 전압이 높은, 남들이 잘 안 읽는 불편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여기 나오는 스물일곱 편의 책도 그렇다. 하나같이 소수자, 약자, 여성, 흑인, 폭력, 여성차별 등이 주제인 책들이다. 각 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 하나씩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1장 아픔에게 말 걸기몸으로 견디며 쓴다는 부제가 달려있고 주로 통증과 불안, 고통을 주제로 한 8권의 책이 들어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는 메이 외 공저로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아직은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고통에 대한 소통이 불가능한 이유를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픈 사람은 건강한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접했다.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엔 의아했다. 그런데 저자는 인간의 몸의 개별성을 이야기하면서 누구의 삶을 대신 살 수 없고 대신 아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의 단절은 인간의 고유성이기 때문에 몸의 통증은 소통 불가능하다는 말에 금세 수긍하게 된다. 이 얘기는 뒤에 나오는 엄기호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의 내용에서도 부분적으로 연결이 되는데,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각자의 몸이기에, ‘몸의 통약이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안 아픈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문처럼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소리를 냄으로써 몸속의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박한 일상에 감사하듯이 아픈 몸을 치유하는데도 감사하는 마음이 기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p60~61)

고통에 대한 연구는 결국 글쓰기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철학자 김영민의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는 말에 덧붙여  공부는 쓰기 혹은 쓰기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2장 우리에겐 불편한 언어가 필요하다통념을 부수는 글쓰기라는 부제에 9권의 책이 들어있다.

 



 이 장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정희진은 페미니즘 책 읽기와 쓰기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쾌락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은 여성주의만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여성스러운행복감이 아니라 남성적인 쾌감이라고 했다. 지적이고 깨닫는 쾌락, 분노와 분열과 고통이 주는 쾌락, ‘나쁜 사람을 골탕 먹이는 쾌락,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비웃으며 무시할 수 있는 그런 힘의 느낌이라고 했다. 페미니즘에서 그런 쾌락을 느낄 수 있다니.

 



이 책의 내용은 성별, 남자, 여자, 인간, 자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전복시키며 정확히 바로잡는 매우 지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좋은 교과서역할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이 널리 읽혀서 성별, 가족, 섹슈얼리티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집단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외모나 나이 비하, 지역주의, 학벌주의 등으로 인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양성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영역의 행동 특성이나 심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면, 어린 학생 때부터 공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스테퍼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

'페미니즘을 '하나'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나는 평소 숱한 사람이 사상가들을 언급할 때 마르크스, 프로이트, 푸코, 루소……그리고 페미니스트 식으로 나열하는데 분노한다. 남성들은 '개인'으로 호명되는데, 어째서 페미니즘은 한 덩어리로 간주되는가? 이는 마르크스 한 사람과 모든 여성이라는 식의 발상이다.'(p150)(왼쪽 페이지)

 



'여성으로서 겪는 공통의 경험은 '적다'. 그러나 한 개인이 여성으로 간주되는 상황 탓에 겪게 되는 고통, 분노, 무기력, 희열, 깨달음, 욕망은 여기 다 적을 수 없는, 그야말로 인류의 역사 그 자체로서 혼돈에 가까운 복잡성을 지닌다. 흔히 말하는 '여성 문제(women's question)'는 실상 사회와 남성의 문제이고 이것이 '여성 문제'의 본질이다.'(P151)(오른쪽 페이지)

 



3장 몸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 질문하고 해체하는 글쓰기라는 부제가 달린 10권의 책이 들어있다.

 



 애그니스 스메들리의 대지의 딸에 대한 서평은 슬픔, 복수(複數)의 젠더(multiple gender), 애그니스 스메들리와 우리의 신여성 허정숙과 김활란, 시몬 드 보부아르까지 세 가지의 키워드로 비교하며 얘기를 풀어놓는다. 저널리스트였던 애그니스 스메들리가 가난, 성차별, 가족의 죽음, 죄책감, 분노, 상처를 안고 조국이었던 미국을 떠난 당시(1920~1930)가 배경인 자전소설이라고 한다. 이 얘기를 통해서 여성으로서 받는 성차별은 세상 어딜 가나 똑같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생각해보면 누구나의 여동생, 누이, 이모, 어머니일 텐데 왜 조화롭게 어울려 지내지 못하는 걸까. 여기서도 정희진은 좋은 독후감에 대한 언급을 강조하고 있다. 독후감은 언제나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하며 성찰적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서평을 쓴 사람은 한 사람의 독자일 뿐이지 모든 독자를 대변하는 길잡이가 아니라고.

 



 이전 책을 읽고 나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동안의 나의 독서를 돌아보게 했다. 너무나 읽기 편한 책만 읽지는 않았는지. 물론 개인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고 했고, 그 말에 위로를 받았었다. 나름 다양한 독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페미니즘을 비롯한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 그녀가 말하는 소위 전압이 높은 책은 일부러 찾아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멀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점을 반성한다. 그래서 여기 나와 있는 책을 다는 읽지 못하지만 적어도 한 권은 꼭 읽어보려고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2의 성과 더불어 찬사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이다. 이 책은 이론 자체로 내파와 여진 확장과 변태(變態)를 거듭하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원한 필독서라고 한다. 자신과 사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녀 불문하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정희진의 글쓰기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인기 있는 저자로 기억된다. 또 저자가 읽고 쓴 27편을 모은 서평집 이기도 하지만 독자에 대해서는 좋은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평범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사유하는 글쓰기, 좀 더 성장하고 싶은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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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18 17: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모나리자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ㅋㅋ 저도 정희진님이 열녀보단 장부 쪽을 선호하실것 같아요.😆

모나리자 2021-04-19 09:55   좋아요 1 | URL
그쵸?ㅎㅎ 여장부!
정말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이 다 모르는 책이었다는 거죠. 제목만 알고 있는 정도?
모든 독자가 편협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 한 권 읽고 마니아 된 거 있죠.ㅋㅋ 넘 웃기고 재밌어요.^^
새 한주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미미님~^^

공쟝쟝 2021-04-28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전압이 높은 독후감이라니!! 읽은 지 얼마 안되서 저도 생생해요.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고 난 후 제 독후감 역시 완전 바뀌긴 했어요!! 이렇게 또 희진샘의 저주를 받으신 분을 알라딘에서 만나뵙게 되다니! 넘 좋아요!!

모나리자 2021-04-29 10: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정희진처럼 읽기>를 먼저 시작했는데 참 강렬한 느낌이었어요.
정희진님 좋아하는 블로거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우리의 평범한 책읽기를 돌아보게 하죠.

저도 정말 반가워요! 공쟝쟝님.ㅎ 알라딘에는 닉네임이 얼마나 클래시컬하고 유머있고 개성있는지 놀랐고 재밌어요.ㅎ 친구 신청도 감사합니다. 제가 친구신청 트라우마(?)가 생겨서 우정상 받으려면 100년은 걸리겠다 했는데 1년이면 충분하겠네요.ㅋㅋㅋㅋ

4월 마무리 잘하시고 5월에도 화이팅! 응원할게요~^^

2021-05-07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1-05-07 19:45   좋아요 2 | URL
와우~ 감사해요~칭구님~ㅋㅋ
좋게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 책 읽고 당선작으로 뽑혀서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주말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scott 2021-05-07 15: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오늘 황사 먼지 조심, 건강 조심 ^ㅎ^

모나리자 2021-05-07 16:05   좋아요 3 | URL
와~ 진짜네요!!ㅎㅎ
기쁜 소식 전해 주셔서 감사해요~스콧님~~
입이 귀에 귀에 걸리는 중입니다~ㅋㅋㅋ
주말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_^!

새파랑 2021-05-07 16:10   좋아요 3 | URL
모나리자님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5-07 16:16   좋아요 3 | URL
축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새파랑님~^^!

미미 2021-05-07 1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 모나리자님 당선 축하드려요!! 이 멋진 책으로(정희진님 팬)당선되시니 더더 모나리자님 멋집니다. 행복한 불금과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1-05-07 19:47   좋아요 1 | URL
와아~감사해요~미미님~
플친 분들이 함께 당선 되어서 더욱 기쁘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미미님.^_^

초딩 2021-05-08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모나리자 2021-05-09 14: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초딩님.^^
덕분에 좋은 주말 보내고 있습니다.^_^

초딩 2021-05-08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와.. 이 책 정말 화자 많이 되는데, 전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요 ㅜㅜ ㅎㅎㅎ

모나리자 2021-05-09 14:48   좋아요 0 | URL
네, 정희진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초딩님도 언제가 만나실 날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