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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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언제 읽었더라...?!

제가 가지고 있는 책 발행을 보니

1판 1쇄 2005년 1월 15일

1판 121쇄 2008년 9월 5일

121쇄라니...

진짜 인기가 많았던 소설이었네!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뭐...

그 당시에 읽었을 때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공중그네 시리즈'를 모았었고 최근에 17년 만의 귀환한 이들의 이야기 역시도 읽었으니 진정 팬이 아닐까!

다시 역주행(?)하며 읽게 된 '공중그네 시리즈'.

닥터 이라부의 맞말 대잔치에 빠져보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배를 잡고 웃은 것이 몇 년 만인가!

못 말리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퍼뜨리는 요절복통 '행복 바이러스'

공중그네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있습니다.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들어오세~요!"

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몹시 뚱뚱한 중년 의사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1인용 소파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습니다.

살갗이 흰 바다표범 같은 용모에 가운 명찰에는 '의학박사 · 이라부 이치로'라고 씌어 있는데...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 역시도 왠지 보통 사람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들이었습니다.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피는 야쿠자 중간 보스,

어느 날부턴가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정신과 의사,

프로 입단 10년째인 베테랑 3루수가 1루 송구를 두려워하는 프로야구 선수,

자신의 작품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기 작가.

이처럼 아이러니하고 황당무계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한 명씩 찾아오면 이라부와 황금콤비를 이루는 간호사 '마유미'가 환자를 결박해놓고 다짜고짜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막가파식 치료법이 시작됩니다.

"자, 입 다물고 주사부터 한 대 맞자구!"

그리곤 이라부는 환자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다는 미명 하에,

예사로 일어나는 야쿠자들의 담판 현장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갖은 훈수를 두기도 하고,

하마 같은 몸으로 공중그네 서커스에 도전하기도 하고,

일탈충동에 시달리는 환자와 의기투합하여 육교에 기어 올라가 이정표를 슬쩍 고쳐놓기도 하는 등

황당무계하고 제멋대로의 치료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기적처럼 치유되어버리고 우리는 이들을 바라보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받게 됩니다.

"아~자!" 아이코는두 계단씩 뛰어 올라갔다. 밖으로 나가서도 내쳐 달렸다.

"야호~옷~"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 page 306

그래!

이 느낌!

신선했기에 유쾌했었음에!

그때의 재미있었다는 감정이 다시 올라왔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라디오 체조』를 읽었을 때 이 느낌이 사라져 조금 당황하곤 하였습니다.

재미보다는 위로였달까...

시간이 흘러 나도 변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조금은 실망감도 있었는데 다시 이 시리즈의 첫 권을 읽으니 그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차근히 한 권 한 권 읽어봐야겠습니다.

상상을 불허하는 엽기 의사 '이라부'.

"선생님. 저는 카운슬링을 받으러 온 건데요."

"소용없다니까. 이야기해서 낫는 거면 의사가 뭔 필요야." - page 210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완전히 터무니없는 말 같기도 하고...

의심스럽지만 그가 툭! 던진 말 한마디에, 그가 하는 행동을 통해 공감과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게 되는데...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 - page 304 ~ 305

덕분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 지도 모르겠습니다.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적극적인 노력 없이 공허한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위트와 풍자로 포착한 '오쿠다 히데오'.

마냥 웃을 수만은 없지만 그럼에도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면 저도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봐야겠습니다.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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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3-2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는 언제나 옳아요~~ 저도 재밌게 읽었었답니다^^
 
럭키 - 유쾌발랄 사기꾼의 복권 당첨금 수령 프로젝트
마리사 스태플리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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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소설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채로운 여성 서사가 담긴 도서를 엄선해 추천하는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추천 도서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고

이어 <뉴욕타임스> 에서 베르스셀러에 오르고

"<델마와 루이스>, <캐치 미 이프 유 캔> 의 밀도 높은 컬래버레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이라는 찬사까지.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어떤 이야기이길래 이렇게 사랑을 받는지 저도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5천억 원이 넘는

복권에 당첨되었지만,

당첨금을 수령할 수 없다면?

럭키



아버지 존 암스트롱과 함께 소소한 범죄로 생계를 해결하며 떠돌이 삶을 살고 있는 '럭키 암스트롱'.

아버지는 늘

"넌 세상에서 가장 럭키한 아이야. 가장 운이 좋다니까."

하고 말하며 주유소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복권을 한 장씩 샀었습니다.

"당첨되진 않겠지만 희망을 가져볼 수는 있잖아. 복권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끝내주는 사기야. 따지고 보면 정부도 우리랑 다를 게 없다니까. 우리처럼 사람들을 속여서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게 하잖아."

이번엔 럭키 차례였습니다.

충동적으로 복권꽂이에서 용지 한 장을 꺼내 어릴 때 재미 삼아 골랐던 숫자들을 표시를 하는데...

행운의 숫자가 있다고 생각했던 나이 11.

열한 살 때 어른이 되면 삶에 마법이 일어날 것 같아서 한시라도 빨리 이르고 싶었던 나이 18.

숫자를 고르던 시절의 아빠의 나이 42.

그날 달렸던 고속도로 번호 95.

그리고 그냥 고른 숫자 77.

출력한 복권을 지갑에 넣으면서 그녀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이따금씩 그 복권을 꺼내 아빠를, 그러니까 교도소에 가기 전의 아빠를 추억하는 자신을 그려봅니다.

커갈수록 하루도 빠짐없이,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생활을 끝내고 정착해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럭키.

그런데 여느 날과 다름없었던 그날.

아빠가 일하러 가면서 가끔 럭키에게 맡기고 가는 휴대전화가 울리게 됩니다.

"럭키, 내 말 잘 들어.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

그리고 이어진 말.

"우리 금고가 어디 있는지 알지? 내 매트리스 밑에 뒤져보면 비밀번호가 있을 거야. 그걸 찾아서 열어봐. 내가 너한테...... 아, 젠장, 그만 가야겠다."

아버지가 큰 사기 혐의에 연루돼 수감되고 혼자가 된 럭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 '케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둘은 곧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빠져들게 되고 이윽고 안정적인 삶에 닿을 듯했었지만...

케리도 아버지인 존과 별다를 게 없는 남자였습니다.

무엇보다 케리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범죄 누명을 쓰게 된 럭키.

가짜 신분증 여러 개와 머리 염색약 한 통, 가위 한 자루, 그리고 어제 산 복권이지만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지는 복권과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비록 아무런 가치도 없겠지만 주머니에 있으면 잠시나마 희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기에, 그런 희망이 있다면 다시 나아갈 수 있기에...

조여오는 포위망 속에서

'아이다호 편의점에서 팔린 3억 9천만 달러 복권의 당첨금 아직 회수 안 돼'

라는 자막을 보게 된 럭키.

'혹시? 혹시 나라면? 혹시 저게 내 복권이라면? 그 돈으로 무얼 하지?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거지?'

희망이 너울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조심스레 확인해 본 결과

11-18-42-95-77

복권에 당첨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되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첨자로 나서면 경찰에 붙들려 어쩌면 종신형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 앞에 럭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화끈하고 유쾌한 로드 트립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돈'...

이에 대한 럭키의 회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수년 동안 무엇을 위해 일했을까. 그 돈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왜 돈이 그토록 필요했을까. 그 돈을 위해 그들이 기꺼이 희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돈과 절도는 중독과도 같았다. 럭키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제 다른 사람으로 새 출발을 해야 했다.

아침이 되자 케리는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럭키는 거절했다. 그녀는 벌써 일어나서 옷을 입고 있었다.

"괜찮아. 곧 도미니카에 갈 거잖아. 거기에 가면 몸조리할 시간이 남아돌 텐데."

머릿속에서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속삭임이 들려왔지만 애써 모른 체했다. 그러곤 계속 나아갔다. 그녀가 아는 방법이라곤 그것뿐이었으니까. - page 261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이야기.

"누구에게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해. 세 번째 기회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 상대를 용서하지 않으면 우린 모두 혼자가 될 거야." -page 310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두 번째 기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지, 지금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건넨 말.

책을 덮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럭키가 럭키(Lucky)했던, 속도감 있게 몰입하면서 읽게 된 이 소설.

책으로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디즈니 스튜디오> 와 드라마 <LOST> 의 프로듀서가 픽업, 드라마화한 것도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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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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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 시.

바로 일제 강점 시 이별과 그리움을 주제로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을 노래한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

솔직히 그에 대한 관심이 많지는 않았기에...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한데...

최근에 박연준의 『듣는 사람』 책에서 저자의 말에

『진달래꽃』은 1925년, 스물넷의 소월이 생전에 낸 유일한 시집이다 총 127편의 시가 담겨 있다. 오래 걸려도 좋고 오래 걸리지 않아도 좋다. 끝까지 한번 읽어봐야 한다. 우리가 아는 시, 우리가 부르던 노래, 우리가 살면서 품은 소소한 설움들을 새로 만날 수 있다. 20대 때는 소월의 시가 낡고 촌스럽다고 오해했고, 30대 때는 '먼 옛날 정서'라 오해했다. 무지해서 그랬다. 정색하고 『진달래꽃』을 다시 읽으니 놀라운 데가 있다. 한시와 창가와 신체시만 있던 시절 소월의 시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모던한 시였을 것이다. 소월이 노래한 한, 슬픔, 어둠은 한국에서 자란 이들의 영에 정서적 DNA로 유전되고 있다. 우리에게 소월이 있다는 것, 이런 시인이 있다는 것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이다. - 『듣는 사람』, 박연준, 난다, page 98 ~ 99, 2024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시인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함을...

그동안의 무지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진달래꽃'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여

204편의 가장 많은 시를 찾아 수록!!

이건 운명이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깊고 무거운 어둠의 시대를 가볍고 찬란한 빛으로 바꿔준 김소월의 시어들.

이제야 오롯이 마주해봅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김소월 시집의 모든 것

노래와 영화, 그리고 드라마가 된 시인

최초 '실버들'이 유작임을 밝히고 생애의 연보와

사망 후 김소월의 문화예술 세계를 정리한 최신판!

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 시집은 초판본 『진달래꽃』 시집에 실린 127편의 시 외에 77편을 더 찾아 현재 출간된 김소월 시집으로는 가장 많은 총 204편을 싣고 있었습니다.

민족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서정시인으로 더욱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시인.

특히 그의 사랑에 대한 시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시어들은 너무나 감미로워 한글의 우수성까지 한껏 뽐내고 있으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언어로 AI도 복제할 수 없다고 하니...

정말 그가 우리의 시인임이 더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남편이 일본인들에게 폭행을 당하여 정신이상자가 되자 아들에게 기대며 지나치게 애착심을 가졌고, 숙모 계희영은 신학문에 눈을 뜨고 여러 문학작품을 섭렵한 인물로 조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탓에 '여성'을 화자로 두고 한과 슬픔, 벗어나지 못하는 상처를 절제하여 담고 있는 작품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가슴이 참 먹먹합니다.

서러움...

한...

그의 기억의 근원에서부터 비롯된 허무주의, 미래라곤 없는 듯이 느껴지는 암울한 현실, 연이은 사업의 실패와 경제적 빈곤, 문우 나도향의 요절과 이장희의 자살 등 그가 현실을 포기하고 비관적 운명론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쁜 일까지도 생의 노력"이라고 노래한 그.

그래서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만 그...

그가 참 그립기만 합니다.

맘에 속의 사람

잊힐 듯이 볼 듯이 늘 보던 듯이

그립기도 그리운 참말 그리운

이 나의 맘에 속에 속 모를 곳에

늘 있는 그 사람을 내가 압니다.

인제도 인제라도 보기만 해도

다시 없이 살뜰할 그 내 사람은

한두 번만 아니게 본 듯하여서

나자부터 그리운 그 사람이요.

남은 다 어림없다 이를지라도

속에 깊이 있는 것 어찌하는가,

하나 진작 낯모를 그 내 사람은

다시 없이 알뜰한 그 내 사람은

나를 못 잊어하여 못 잊어하여

애타는 그 사랑이 눈물이 되어,

한끝 만나리 하는 내 몸을 가져

몹쓸음을 둔 사람, 그 나의 사람......

시의 매력을 알게 해 준 김소월.

왜 그의 시를 읽어야 하는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시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던, 덕분에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어 치유받았습니다.

필사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김소월 시집.

하루에 한 시.

시를 쓰다 잠시 호흡을 고르다 다시 쓰다...

그렇게 그와 오롯이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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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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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

'미미여사'라는 닉네임이 있는, 저 역시도 믿고 읽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이번 소설집은 집필의 동기와 작품의 성격이 독특하였습니다.

2012년부터 자작 하이쿠를 제출하여 서로 돌려보거나 배우는 일명 '치매 예방 하이쿠 모임'을 시작한 후로 하이쿠의 세계에 매료된 미야베 미유키.

이듬해 17음으로 이루어진 하이쿠의 풍부한 스토리성을 형상화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하이쿠 고시엔을 소재로 한 소설은 어떨까,

하이쿠 모임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하이쿠 자체를 제목으로 한 소설'을 쓰기로 결정한 까닭은 지금껏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에,

무엇보다 미미여사이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이쿠 X 소설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이번 소설집.

또 어떤 매력을 선사할지 기대되었습니다.

미야베 문학의

새로운 도전!

"하이쿠의 세계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이 소설은 <작가의 말>에서 미야베 미유키가 이런 당부를 하였습니다.

"처음에 각 장 타이틀이기도 한 하이쿠를 감상하고,

그 후에 소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하이쿠를 읽으면

독후감과는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이 있을 겁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들어간 구절을 제목으로 한 12편의 소설.

의료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그린 에스에프, 결코 시들지 않는 열매가 등장하는 판타지, 사다코를 연상시키는 존재와 맞닥뜨리는 호러 등 다양한 장르가 그려져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참으로 묵직하였습니다.

시댁에서 고립된 며느리, 남자친구에게 스토킹 당하는 여자,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속는 딸의 삶을 엄마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 등...

'여성'의 이야기는 저 역시도 여자이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고 마냥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가슴 한켠이 아려왔었습니다.

17자에 담겨진 마음.

짧지만 강렬하였고 섬세하였으며 읽고 난 뒤의 여백에 제 마음을 더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래서 울림이 있었던 것일까...

하이쿠의 매력에 저도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책 제목을 접했을 때 무슨 말인가...? 했었습니다.

계속 읊어보다 소설을 접하고

"쳐다보지 마, 고개 돌려!"

커다란 등으로 막아주었다.

"노리카 사랑해! 이렇게 사랑한다니까!"

다쓰야 씨가 소리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외삼촌에게 꼭 안겨 엄마와 언니의 갈라진 비명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유리 너머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은 멀리 사라지고 달은 제자리에서 다시 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달님의 한탄을 들었다.

이 빛으로도 정화할 수 없는 게 있단다. 미안하구나. - page 86

다시 하이쿠를 읽으니 비로소 저에게 와닿았던...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올해도 같은 밥 같은 찬을 먹는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매년 방문하는 이 가족만 아는 비밀의 화원.

솥밥과 유채튀김.

유채꽃 전망대에서 지켜보는 한 가족의 역사.

세월은 흘러 이젠 전망대와 작별하는 회식을 하는데..

"헤어져도 봄과 꽃은 저기 그대로 있을 거야."

"와, 맛있다. 잘 먹겠습니다!!" - page 311

우리 가족도 이런 추억의 장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과 흘러버린 세월이 야속했습니다.

하이쿠를 읽다 보니 우리의 시조가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시조도 더없이 훌륭한 문학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일본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 계승시키고자 하이쿠를 더욱 발전시키고 세계화하는데...

하이쿠보다 더 다양한 주제를 더 깊은 내용으로 담을 수 있는 시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을 느끼며...

역시 '미야베 미유키'였습니다.

그동안 시대물을 주로 접해서인지 읽는 저로서는 어느 정도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이 '하이쿠 X 소설의 콜라보레이션'도 시리즈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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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하노이 & 하롱베이, 사파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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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베트남 중부와 남부에서 핫한 여행지를 찾아보곤 했었는데...

이번에 베트남 북부, 베트남 여행이 시작된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이곳엔 어떤 매력들이 숨어있을지 기대하며 책을 펼쳐봅니다.

해시태그 하노이 & 하롱베이, 사파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의 베트남 여행은 중부의 다낭과 남부의 호치민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베트남 북부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었지만 전통적으로 베트남 여행의 하노이와 하롱베이였습니다.

그래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려고 하면, 고민하는 것은 여행정보는 어떻게 구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베트남 북부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패키지여행을 선호하거나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자신이 원하는 곳과 맛집을 찾아 다녀올 수 있게끔 하노이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최신 정보를 담은 이 책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베트남의 수도로서 정치, 문화, 교육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하노이'.

하노이 시내만 보고 싶다면 1~2일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고 여유롭게 하노이를 보고 싶다면 2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천년 고도의 아기자기한 도시인 하노이.

고성이나 문묘, 호안끼엠 호수, 서호, 남대문 시장 같은 36거리 등 상당수 볼거리가 존재하였습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옛 분위기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프랑스풍 건물들과 베트남 오토바이 부대의 행렬 조화는 이곳만의 특색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이곳은 뜨겁게 달아오르게 되는데...

여기서 인상적인 건 마 마이 거리의 노상 생맥주였습니다.

생맥주의 맛이 매일 변화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는데...

처음 마시면 '이것이 비지떡의 맛인가?' 싶다가 다시 마시면 하노이의 진정한 맥주로 손꼽다가 나중에는 단맛까지도 나는 정체불명의 맥주 맛...

상상이 안되기에 한 번은 꼭 맛보고 싶었습니다.



하노이 근교로 눈을 돌리면

에메랄드빛 수면 위로 수천 개의 녹색 산봉우리가 솟아 있고 주변은 다채로운 색상의 전통 돛단배들로 가득한 '하롱베이'.

가장 위도가 높은 북부에 있고, 고산지대의 대륙성기후를 가지고 있어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눈이 오는 신기한 지방 '사파'.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하는 '난빈'.

정말이지 베트남은 문화와 역사, 아름다운 풍광을 한꺼번에 즐기기 위한 새로운 여행지로 손색없는 나라였습니다.

아직도 가 볼 곳이 무궁무진한데...

그래서 이곳으로의 여행이 더 설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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