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은 초판본 『진달래꽃』 시집에 실린 127편의 시 외에 77편을 더 찾아 현재 출간된 김소월 시집으로는 가장 많은 총 204편을 싣고 있었습니다.
민족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서정시인으로 더욱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시인.
특히 그의 사랑에 대한 시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시어들은 너무나 감미로워 한글의 우수성까지 한껏 뽐내고 있으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언어로 AI도 복제할 수 없다고 하니...
정말 그가 우리의 시인임이 더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남편이 일본인들에게 폭행을 당하여 정신이상자가 되자 아들에게 기대며 지나치게 애착심을 가졌고, 숙모 계희영은 신학문에 눈을 뜨고 여러 문학작품을 섭렵한 인물로 조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탓에 '여성'을 화자로 두고 한과 슬픔, 벗어나지 못하는 상처를 절제하여 담고 있는 작품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가슴이 참 먹먹합니다.
서러움...
한...
그의 기억의 근원에서부터 비롯된 허무주의, 미래라곤 없는 듯이 느껴지는 암울한 현실, 연이은 사업의 실패와 경제적 빈곤, 문우 나도향의 요절과 이장희의 자살 등 그가 현실을 포기하고 비관적 운명론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쁜 일까지도 생의 노력"이라고 노래한 그.
그래서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만 그...
그가 참 그립기만 합니다.
맘에 속의 사람
잊힐 듯이 볼 듯이 늘 보던 듯이
그립기도 그리운 참말 그리운
이 나의 맘에 속에 속 모를 곳에
늘 있는 그 사람을 내가 압니다.
인제도 인제라도 보기만 해도
다시 없이 살뜰할 그 내 사람은
한두 번만 아니게 본 듯하여서
나자부터 그리운 그 사람이요.
남은 다 어림없다 이를지라도
속에 깊이 있는 것 어찌하는가,
하나 진작 낯모를 그 내 사람은
다시 없이 알뜰한 그 내 사람은
나를 못 잊어하여 못 잊어하여
애타는 그 사랑이 눈물이 되어,
한끝 만나리 하는 내 몸을 가져
몹쓸음을 둔 사람, 그 나의 사람......
시의 매력을 알게 해 준 김소월.
왜 그의 시를 읽어야 하는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시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던, 덕분에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어 치유받았습니다.
필사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김소월 시집.
하루에 한 시.
시를 쓰다 잠시 호흡을 고르다 다시 쓰다...
그렇게 그와 오롯이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