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건 있더라고 - 야루 산문집
야루 지음 / 마이마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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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금요일 밤에>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행, 미술, 스포츠, 음식,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서진의 뉴욕뉴욕>.

올드 뉴요커 이서진씨는 30년 전과 달라진 뉴욕을 보면서 아쉬움과 감탄을 연발하곤 하였습니다.

"나 때는 이렇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하는 요즘.

저 역시도 가끔은 어릴 적 놀던 동네에 대한 추억으로 울적할 때 쯤 그곳에 가 보곤 하였었습니다.

내가 놀던 놀이터.

내가 자주가던 문구점.

그리고 학교.

그때의 풍경들은 제 추억 속 한 장으로만 자리잡고 있고 변한 모습에 씁쓸한 마음만을 간직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사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곤 합니다.

심지어 '나' 마저도 변했는데......

그래서 이 책이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길 바라는 제 이기적인 마음때문일까......


변하지 않는 건 있더라고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생각해 봐봐요. 동네에 계신 아주머니들은 모두가 뽀글이 파마를 하고 있고 그런 아주머니들이 누군가 흉을 볼때에는 말투가 전국 어디나 다 똑같아요. 누가 그렇게 하자고 합을 본 것도 아닌데 신기하리 만큼 비슷해요. 어때요. 말하니까 하나둘씩 기억이 펼쳐나고 있죠? 이렇게 우리는 다들 기억하고 있어요. 머리속에 일부러 달달 외운 것도 아닌데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이 흘러나오게 돼요. - page 6

무언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장면.

잊고 있었지만 우리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애기들.

참으로 정겨움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똑똑똑 누구십니까>에서는 이사 떡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사를 왔을 때 윗집, 옆집, 아랫집에 이사를 왔다면서 떡을 돌리러 갔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었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있어도 떡을 안 받겠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떡을 들고 갔다가 다시 들고 오게 되는 그 발걸음이 어찌나 무겁던지......

하지만 여기에 적힌 이야기는 우리네 인정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하였습니다.

"옆집에 왔어요 이사. 주래요 엄마가"

꼬마는 땅바닥 어딘가를 보면서 바들바들 그 떡을 내민다. 머리를 다듬길 잘했지. 쪼그려 앉아 꼬마가 건네는 떡을 받은 뒤 꼬마의 눈을 바라보며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꼬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는 꼬마가 혹시나 넘어질까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 집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한 후 작업실 안으로 들어왔다.

요즘 세상에 이사 떡이라니. 건네 받은 그 떡이 꽨나 따듯하다. - page 40

<#인품을 사려거든>을 읽고나서는 '방산시장'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래된 시장인지라 정이 아주 넘치는 곳이 이곳이다. 몇 번 얼굴을 튼 사이라면 가볍게 음료수도 건네 주시고 흥얼거리던 노래에 합창을 제의하시기도 한다. 내가 자주 가는 비닐집에 들어서면 사자아님은 꼭 인사 대신에 노래를 부르시곤 하는데 나는 가끔 그럴때면 화음을 넣어가며 순간적으로 방산시장 녹색지대를 결성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나면 사장님은 항상 퇴행성 류마티스가 싹 다 낫는거 같다고 기쁘게 울먹이신다. - page 80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대형마트나 백화점.

정렬화되어 있는 물품들 속에서 무인으로 셀프 계산까지 가능해지면서 점점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는 요즘에 익숙해져버리는 아이들에게 이 곳에서의 '인품'을 사러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냄새를 맡아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우리 아이는 훗날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엔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그리움으로 추억으로 행복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엔 부모님과 같이 갔던 곳.

이제는 내가 아이와 같이 가면서 느끼게 된 부모님의 감정, 그리고 그 시절들.

변하였지만 그 마음만은 변치 않았다고 느끼고 싶은걸까......

참으로 아이러니하였습니다.


잠시나마 추억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더 허전함이 밀려왔습니다.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은 것 중심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아련히 가슴 속에 남아 변화 속에 방황하는 나를 따스히 안아주고 있었습니다.


한 잔의 추억과 한 잔의 그리움이 묻어있었던 『변하지 않는 건 있더라고』.

한 잔의 커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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