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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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이 울립니다.

"택배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문 앞엔 택배상자들이 하나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택배들.

이 택배물품들을 전달하는 '택배기사'님들의 수고에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장르소설도 주인공이 평범한 '택배기사'라고 하였습니다.

하! 지! 만!!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택배로 인해 인생까지?!


과거를 덮으려는 자, 잃어버린 자, 잊으려는 자...

의문의 남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숨 막히는 이야기


침입자들

 


소설의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나의 일상은 사막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나의 일이고, 습기 한 점 없이 건조한 바람이 나의 시간이며, 끝없이 펼쳐진 모래가 나의 하루다. 먼 육지의 친구에게는 사막으로 집을 지으러 간 이의 소식으로 전해질 거다. - page 11


무엇 때문에 과거의 자신에게 이별을 고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이 흘러갈지 모른 채 사막 한 가운데 정처없이 서 있는 것 같은 그.

그의 이야기는 그해 여름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여벌의 옷이 든 가방, 9만 8천 원이 든 지갑, 마흔다섯의 나이와 텅 빈 시간만을 가지고 있는 그는 구인란 '택배기사 구함'이란 문구에 이끌려, '숙소제공'이란 말에 어느덧 그의 손은 구직란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몇 가지 질문과 답으로 그는 택배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숙소는 컨테이너.

그가 앞으로 택배일을 하게 될, 동료들에게 불리게 될 이름 '행운동'.

그렇게 그의 택배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다른이와 얽히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곳에서도 아침에 눈인사가 고작.

택배일을 하게 된 것도 사람과 마주할 일이 없기 때문에 시작을 하였지만 그의 주변은 그를 그냥 놓아주지 않습니다.

아니, 그에겐 뭔가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있기에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얽히게 되는데......


모든 직업에는 귀천이 없듯이 '택배기사'라는 직업 역시도 우리가 존중해야할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전한 행운동의 이야기는 '갑질'하는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이들을 향한 따끔한 충고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업의 정의는 간단하다. 나는 고객에게 불친절하지 않을 의무가 있고(친절까지는 의무가 아니다) 고객은 나에게 불친절할 권리가 없다(내가 먼저 불친절하지 않는 이상). 그뿐이다. 물론 일반 직자아이라면 직장에 다니는 것조차 위태롭겠지만 다행히 택배는 그렇지 않다. 욕설을 하지 않는 이상, 물건의 분실이나 파손이 아닌 이상 내가 손해 볼 것은 없다.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고 살아야 한다. 난 노동을 팔러 온 것이지 감정을 팔러온 것이 아니니까. 굳이 팔라고 하면 못 팔 것도 없겠지만, 그럼 자본주의의 윤리에 맞게 대가를 주든가. 하지만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 따위는 없다. 이런 걸 착취라 하고, 눈 뜨고 당하고 있는 걸 바보라고 한다. 가난하게는 살 순 있어도 바보로 사는 건 싫다. - page 75 ~ 76


사실 요즘같은 불경기일 때 청년들에게 '꿈'이라든지 '희망'이라는 단어는 용기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문'과도 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의 모습이기에 이 씁쓸함을 달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행운동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가리고 가리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은 사람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행운동'과 같은 사람이 내 주위에도 있다면......

나 역시도 한 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남곤 하였습니다.


결국 행운동은 다시 가방을 들쳐 메고 길을 나서게 됩니다.

그때 울리는 친구의 전화.


"아직도 사막에서 집을 짓고 있나?"

"그러려고 했죠."

"이봐, K. 우리는 지옥에 빠진 인간들이야. 지옥에는 입구만 있지 출구는 없어."

...

"이제 돌아올 건가?" - page 337 ~ 338


더럽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행운동은, 아니 K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그의 조용하지만 진한 향기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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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강국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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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개월 째 '사회적 거리두기'와 원치않은 '방콕' 생활, 반복되는 일상 속 제자리걸음에 지치고 지쳐버렸습니다.

그 어떤 위로도 도통 통하지 않는, 그 어떤 것도 원하지도, 원하고 싶지도 않은 상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발버둥치면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하나의 끈은 놓치않고 잡고 있었습니다.

독서.

예전만큼의 독서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책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냥 책에 제 마음을 살포시 얹어보았습니다.


걷다 보면

 


<PROLOGUE>에 적혀있던 그의 이야기.


그동안 언제나 머릿속에서는 영웅이었고 용감했고 당당했지만

현실에서는 늘 그것과는 반대였다.

비겁자였고 겁쟁이였다. - page 5


지금의 제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주저앉은 겁쟁이......

그래서 일어나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가만히 웅크리고

집 안에만, 머릿속에서만 머물러 앉아있다면

그곳에서 나와 걸어보자. - page 5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보려 합니다.


<운명>에서의 성철스님과 한 학생의 대화.


그렇단다. 바로 네 운명은 네 손안에 있는 것이란다. 다른 사람의 입에 달린 것이 아니란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네 운명을 포기하질 말거라. 모든 걸 운명에 맡긴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단다.

-성철스님


솔직히 내 운명은 내가 움직이는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알면서도 자꾸만 '운명'을 흐르는대로 내버려둔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남겨진 발자국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에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10억과 20대>에서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라디오에서 나온 재미있는 설문.

대상은 30대 40대며 지금 "10억을 받으시겠습니까 다시 20대로 돌아가시겠습니까"라는 설문.

실제로 주는 것도 아닌데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고민 끝에 내린 답은...... 10억을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면 20대의 나는 마냥 즐길 수도 없었습니다.

'스펙'이란 것을 쌓기위해, '취업'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곤 하였습니다.

30대인 지금의 저에겐 아직도 20대의 제 모습이 생생해서일까......

굳이 20대로 돌아가 다시 고민과 좌절을 겪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힘겨운데......

그래서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어떠한가? 10억인가 20대의 젊음인가...

물론 상상이다.

그리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를 당신의 생각과 의지로 바꿀 수 있다. 당신이 20대라면 30대에겐 10억의 가치가 40대에겐 30억 50대에겐 백억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삶을 나아가는 중인 것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생의 시간을 후회 없이 당당하게 세상을 만나기를 바란다. - page 97


그는 마냥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당신이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그리고 그 어느 날보다 '지금'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새삼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별 거 아니다'라고만 느꼈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은 '특별'한 것이었다는 것을......

과거에 미처 알지 못했던 저에게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보통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지금 내 앞의 길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한 발을 떼어봅니다.

그리고 걷다 보면......

언젠가 변했을 나도, 내 발자국을 따라오는 이들과의 즐거운 동행도 있을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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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 모든 언어가 멈췄을 때- 음악 한 줄기가 남았다
이채훈 지음 / 혜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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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진한 감동을 받곤 합니다.

수만가지 말들이 아닌 음으로 전하는, 그 음표들을 따라 마음을 맡기고 나면 어느새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들의 '방구석 콘서트'를 보면서 더없는 위로를 받았던 터라 '클래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책들 사이에서도 유독 이 책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이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음악이 이야기를 만나 만들어 내는 풍경

그 속에서 당신은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좋다


음악과 이야기로 잠시나마 지친 내 영혼에게 쉼을 허락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해설서가 아닙니다. 인생의 한 구비를 돌아온 지금, 제 삶을 풍요롭게 해 준 음악가들과의 만남, 그 축복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글들입니다. - page 6


음악을 사랑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난 다음엔 그와 나,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 마지막 장을 완성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7악장으로 이루어진 그의 이야기는 17세기 바로크 시대 음악가 비발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의 '봄'.

책 속의 QR코드를 찍고 잠시 음악을 감상 해 보았습니다.

악기가 내는 소리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카르멜'이 선사하는 '봄'.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책 속에는 작곡가의 노래마다 QR코드가 있기에 들으면서, 그리고 읽으면서 음악과 이야기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풍경 속에 독자들에게 잠시 휴식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클래식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 「아마데우스」.

영화 「아마데우스」는 평범한 음악가 살리에리가 본 천재 모차르트의 삶을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살리에리의 이 한 마디.

"왜 신은 자신의 도구로 저런 녀석을 선택했을까?"

모차르트에 대해 시기와 질투가 있었지만 결국은 궁정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며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등의 스승이자 선배로 이름을 남긴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니고 저자는 이 영화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작품이 아닌 곡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소년 살리에리가 성당에서 기도한 후 기적이 일어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장례 미사를 치르는 대목에서 흐르는 페르콜레시가 작곡한 <슬픔의 성모>.

음이 맑아서일까......

더없이 가슴 저미도록 아름답게 들리던 이 음악.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처절한 고통이 느껴져 음악의 마지막엔 숭고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어머니, 그녀는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을 보며 울부짖지조차 못했다. 극한의 슬픔, 현실에서는 체념할 수밖에 없지만 영원 속에 새겨져 한없이 빛나는 모성, 바로 성모 마리아의 마음이다. '내 육신이 죽을 때'에 이어 나오는, 끝부분의 '아멘'이 듣는 이의 눈물을 조용히 닦아준다. - page 52 ~53


책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하였습니다.

베토벤이 자기 음악을 듣게 될 후세의 인류에게 보내는 절절한 호소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이여! 한낱 그대와 같이 불행한 삶이, 온갖 타고난 장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자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위로를 받으라." - page 123


요즘같은 시국에 우리에게, 아니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 중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6악장으로 된 13번 현악4중주곡.

잠시 책을 덮고 그의 작품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조국의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눈을 감은 비운의 음악가 '윤이상'.

분단과 냉전의 기득권 체제가 한 인간의 삶을, 한 음악인의 음악을 억압했던 지난 날.

비록 고향으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그가 남긴 음악에서 전한 메시지는 실로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음악은 특권자들을 위한 성찬 식탁 위의 금잔에 담긴 향내 나는 미주의 역할만 할 수는 없다. 음악은 때로는 깨어진 뚝배기 속에 선혈을 담아 폭군의 코앞에다 쳐들고 그 선혈을 화염으로 연소시키는 강한 정열을 뿜어야 한다." - page 328


7악장을 마치고 난 뒤.

잠시 책을 덮고도 헤어나오질 못하였습니다.

음악 속에서 전하고자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책을 펼쳐 음악과 함께 빠져들 것 같습니다.

음악 풍경 속으로의 여행......

또다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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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 잼 토스트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4
문지나 지음 / 북극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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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벚꽃들이 자신의 꽃잎을 흩날리며 봄이 지나감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작년 이 맘 때엔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흩날리는 벚꽃잎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는데......


아련히 지나가는 봄이 아쉽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 이 그림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아련한 봄을 그림책과 함께 하려합니다.

버찌 잼 토스트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듯한 그의 모습......

책을 펼치니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겠네요.

그녀와 그의 이야기......

아이보다 어른인 제가 더 기대되었습니다.

 


'벚나무' 공원이라 그런지 벚꽃이 만개하였습니다.

그곳에서 토스트를 팔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토토'.

오랫동안 이곳에서 토스트를 만들어 팔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습니다.

여행가방을 끌고 있던 '모모'.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버찌를 따고 있네요.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된 토토.

 


"전 버찌를 아주 좋아해요.

이렇게 멋진 곳에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모모는 매일 토토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모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토토는 생각합니다.


'나도 모모처럼 넓은 세상을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름이 끝나 갈 무렵 모모는 다시 떠나야 했습니다.

버찌만 남기고 떠난 모모.


하나둘 떨어지는 버찌.

그럴수록 토토는 모모가 그립기만 합니다.

그녀가 남긴 버찌를 바라보며 문득 버찌로 잼을 만들기로 합니다.

정말 달콤한 버찌 잼.


다음 날, 토토는 손님들에게 버찌 잼 토스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더 크게 웃습니다.


다시 찾아온 봄.

 


모모의 편지를 읽으며 약속한 여름에 돌아올 모모를 기다리며 새 버찌 잼을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모모는 오로라를 보러 북쪽 얼음나라로 가게 되어 약속한 여름에 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자 토토도


"오로라가 너무 보고 싶어요..."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손님들.


이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 버렸습니다.


언제라도 돌아올 데가 있다는 걸 알면 힘이 날 거예요.


라는 이 한 마디가 자꾸만 가슴에 맺혀서......

그러자 아이도 놀란 듯이 저를 바라보며 살며시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엄마! 엄마 옆엔 내가 있으니까 힘내!"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토토도 오로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두 병의 버찌 잼은 가방에 넣고 떠난 그 발걸음에 과연 모모와는 만날 수 있을까......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달콤한 버찌 잼만큼이나 진한 여운이 남았던 『버찌 잼 토스트』.

그 맛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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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냐도르의 전설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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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의 외출이 말처럼 쉽지 않은 요즘.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방구석' 콘서트와 같은 집에서도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이번엔 '판타지 세계'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완전히 현실을 벗어난, 특히나 판타지 소설은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할 수 있기에 더없이 그 세계로의 여행이 고팠습니다.


네 종족의 왕자

서로 다른 야망

하나의 운명

오~!

벌써부터 흥미진진한 모험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조심스레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순간!

아~~~(책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중)

에냐도르의 전설

 


먼 옛날 인간은 에냐도르 대륙을 통치했다. 얼음처럼 차디찬 북부, 풍요로운 남부, 황량한 동부, 수산자원이 풍부한 서쪽 해안을 네 군주가 다스렸다. 그렇지만 대륙 전체를 지배하려는 욕망에 부푼 군주들은 후손에게 대륙의 통일을 요구했다. 더욱이 인간은 권력과 부를 점점 더 갈망하며 탐욕에 젖어 들었다. - page 9

 


역시나 인간의 욕심이 문제였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치게 된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위대한 마력을 지닌 대마법사.

왕국으로 돌아온 동부의 왕은 아들에게 명을 내립니다.

"어서 슈튜름 산맥으로 올라가라. 그리고 대마법사를 찾아 어떻게 해서든 네게 큰 힘을 선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왕국보다 훨씬 강력해진 우리 민족이 다른 왕국의 무릎을 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마법사가 네게 힘을 주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든 망설이지 말고 주거라." - page 9 ~ 10


동부의 왕자는 '드래곤'으로 화염과 돌풍으로 적군을 이겨내도록 변신시켰습니다.

그렇게 드래곤족은 마을과 도시를 정복하고, 농가의 수확물을 불태우며, 에냐도르 전 대륙을 공포와 경악으로 얼어붙게 하지 북부의 왕도 자신의 아들을 대마법사에게 보냅니다.

북부의 왕자는 드래곤보다 더 강한, 사악한 눈빛을 가진 '데몬'으로, 서부의 왕자는 데몬족을 이길 수 있는 '엘프'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에냐도르 대륙의 종족 사이에는 끝 모를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드래곤은 엘프를, 엘프는 데몬을, 데몬은 드래곤을 공격하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 page 13


그렇다면 남부를 통치하는 왕의 아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는 대마법사를 찾아가 다른 왕국의 왕자들과는 달리 당장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재능이 사자리면 결국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 거라는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대마법사는 그에게 말합니다.

"넌 불굴의 의지와 깊은 감수성을 지녔으며, 먼저 찾아왔던 왕자들만큼이나 용모도 품위가 넘치는구나. 무엇보다도 그들과 달리 네게는 용기가 있다. 그것을 내게 주면 네 적들이 지닌 권능을 전부 주겠다. 그러면 넌 천하무적이 되겠지. 네가 드래곤, 데몬 그리고 엘프를 모조리 굴복시키고, 네 후손이 영원히 에냐도르를 지배하게 하리라." - page 14

아마 다른 왕자들은 이 사탕발린 말에 넘어갔겠지만 그는 오히려 검을 뽑아 그를 향합니다.

그러자 대마법사는 그의 귓속에 이 말을 남깁니다.

"네게 내가 소유한 마력 일부를 넘겨 주겠다. 이 마력을 다른 종족에게서 인간을 지키는 데 활용하라. 그리고 네 이성을 사용하라. 너와 네 후손 중 일부에게만 이어질 마력이지만, 그 이상은 절대 얻지 못할 것이다. 너를 찢어발기려는 타종족의 힘에 비하면 소소하겠지만, 네가 지닌 의지, 매력, 열정, 증오 그리고 용기와 결합하면 앞으로도 계속 인간이 생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테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그것으로 너 자신과 종족을 지켜라. 하지만 언젠가 이 싸움에 지치는 때가 오면 다시 나를 찾아 이곳으로 돌아오라." - page 15


일찌감치 인간은 엘프의 노예로 살았었고 계속되는 전쟁터에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고아로 태어나 양부모 밑에서 자라는 동안 양부모는 계획한 것처럼 자신의 아들 카이를 희생시키는 대신 트리스탄을 내세웠고 마침 트리스탄은 엘프들에게 선택되고 맙니다.

그는 오롯이 카이만 뚫어져라 응시했다. 비록 혈연관계도 아니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위태롭게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살았지만 그래도 진짜 형제 같은 사이였다. 지난밤 이별을 고하며 카이에게 했던 말이 다시 트리스탄의 입가에 소리 없이 흘러나왔다. "꼭 다시 만나자!" - page 24

벌어진 입가에서 새어나온 이 한 마디가 참으로 가슴 미어지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카이 대신 마법사로 나선 카이의 여동생 아그네스.


이렇게 포로 트리스탄과 아그네스, 그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 카이.

수많은 우여곡절 앞에서 그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카이를 향해 다가와 몸을 숙인 사람은 바로 트리스탄이었다! 그는 귀까지 입을 끌어당기며 씩 웃었다.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 내가 약속하지 않았던가, 카이?" - page 541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하였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욕심이란......

피의 전쟁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이 모험의 끝엔 '희망'이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기대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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