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최근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역사 속 빛나는 업적을 낸 이들을 중심으로, 아니면 그 시대를 다스리던 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저번에 읽게 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같은 경우에도 '식물'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바라보게 되어서 '나라'가 중심이 아닌 '전세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물고기'였습니다.

과연 역사 속 '물고기'는 어떤 세계의 흐름을 만들어냈을지 기대를 하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성욕을 억제하기 위한 청어가

경제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를 바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솔직히 저도 서양의 음식문화라 하면 '고기'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설마 물고기가?'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서양 음식문화의 중심에 '고기'가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농업혁명 이후다. 그 무렵부터 일 년 내내 육류를 상시 공급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육류 소비량보다 생선 소비량이 훨씬 많았다. 실제로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는 일 년의 절반 정도 기간에 생선을 먹고 살았다. 왜 그랬을까? 당시 가톨릭교회가 한 해의 반 가까이 되는 기간을 단식일로 지정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식사를 하지 않는 날인 단식일 기간조차 생선 먹는 일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선 먹기를 허용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생선 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이렇게 단식일이 '피시 데이(Fish Day)'로 재탄생했다. - page 9


조금 놀라웠습니다.

'피시 데이(Fish Day)'까지 지정하면서 생선 소비가 많았었는데......

그렇다면 18세기 전까지의 세계사의 흐름을 주름잡은 이는 '생선'이라니!

그들의 힘찬 헤엄이 일으킨 국가의 흥망을 살펴보았습니다.


첫 등장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하지만 요즘은 수온의 상승으로 잘 잡히지 않는 '청어'가 나타났습니다.

몸길이 35cm정도의 작다면 작은 이 물고기가 그 잠재력은 어마하였습니다.


청어는 종교적 필요에서 탄생한 피시 데이에 거대한 수요를 창출했다. 또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으로 개발되어 국제시장으로 팔려나갔다. 그러고 보면 청어는 번듯한 상품으로 만들어져 국제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상품인 셈이었다. - page 22


바이킹은 해안이 후미져 들어간 만에 주로 살았다. 그들이 터를 잡고 산 땅은 환경이 열악하고 토지가 척박해 농업과 목축에 적합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들의 주요 식량은 농작물이나 육류가 아닌 어류와 해산물이었다. 그중에서도 청어와 대구가 특히 중요한 식량자원이었다. 토인에 따르면 10세기 무렵 바이킹의 잉글랜드 습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갑자기 농업생산량이 향상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청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시기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청어 풍어'가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상태가 10세기 말까지 이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 바이킹이 기지개를 켜고 다시 정복 활동에 나섰다. 방이킹의 활동 재개 역시 청어 때문이었다. - page 27


이는 청어가 세계의 흐름을 끌고 다녔다는 의미였습니다.

다르게 보자면 결국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식'을 좇았다는 의미였기에 그 전에 나왔던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과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식물' 편에서는 13가지의 식물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흐름을 바꿨다면 이번 '물고기' 편에서는 그 흐름을 이끈 대표적인 물고기 '청어'와 '대구'를 중심으로 37가지의 역사적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기 전 37종류의 물고기가 등장하는 줄 알고 나름 신기하고도 부푼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지만 2종류의 물고기 였다는 점에서 살짝 실망감도 없지않게 있었습니다.


청어로 인해 부를 쌓은 '네덜란드'와 '청어 경쟁'에서 밀렸던 잉글랜드가 눈독을 들였던 생선, 신항로 개척시대를 가능케 한 '대구'의 존재가 서서히 등장하게 됩니다.

청어와는 달리 대구는 회유어가 아닌 까닭에 대이동을 하지 않았지만 신항로 개척이 가능했던 이유는 말린 대구 스톡피시의 뛰어난 보존성과 '소금'으로 인해 보존성을 높였기 때문에 네덜란드인도 스페인인도 포르투갈인도 서인도제도에 배 한 척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대구가 1895년부터 오늘날까지 매사추세츠주 의회당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대구는 '자유'를 상징하는 생선이었다. 바이킹 시대와 신항로 개척시대에는 뛰어난 보존식품으로 뱃사람들에게 '항해의 자유'를 선사했다. 또 뉴잉글랜드에서는 청교도에게 '종교의 자유'라는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자유를 보장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대구의 상징성으로 근대 중상주의 보호 정책과 정면으로 맞부딪쳐 싸웠다. 여기에는 미국이 잉글랜드에 독립을 요구하는 배경에 자유롭게 물고기를 잡으며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대구잡이 어부들의 욕망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자유는 미국이 실현한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의 원류 중 하나를 형성했다. - page 210


청어와 대구.

너무나도 친숙하기에 막연히 '생선'으로만 알았는데 이들에게 잠재된 우리의 역사가 놀랍기만 합니다.

특히나 이 점에서.


『신약성서』에 나오는 물고기는 '가난한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베푼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고기가 지닌 이 성스러움은 먼저 청어를 통해 드러났고 대구로 이어져 발현되었다. - page 234


인류의 번성과 오늘날의 민주주의의 실현까지 가능케 하였던 청어와 대구.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함에 감사함마저 들었습니다.


이 대표적인 물고기 말고도 또 다른 물고기들은 없을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식탁 위에 존재하는 생선.

이들에겐 무슨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들어 '고전 문학'들이 새 옷을 입고 '완역본'으로 다시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소장하고 있어도 자꾸만 손이 가요 손이 가~♬


그동안 알고 있던 문학들도 '완역본'을 만나게 되면 색다른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엇보다 어마무시한 두께감......

'벽돌책'이라고도 불리는데 읽고나면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 있기에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저 역시도 격파하곤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읽게 된 이 소설.

우선은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서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미 만난 적이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그! 런! 데!!!

내가 알던 그 소설이 맞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낯선 세계의 마법 같은 무대에서

인간들의 진풍경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걸리버 여행기

 


내가 알던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거인국을 여행한, 신비와 모험이 가득한 나라에서 펼쳐진 여행기였습니다.

그랬던 그 소설이, 아니 '동화'라고 알던 이야기가 신랄한 '풍자소설'이었다니!

저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소설을 이끌어갈 주인공 '걸리버'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나를 케임브리지에 있는 임마누엘대학으로 보냈다. 나는 기숙사에 머무르며 3년 동안 공부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그렇게 넉넉지 못한 우리 집에서 나의 학비를 대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런던의 유명한 외과의사 제임스 베이츠 밑에서 4년간 일을 했다. 그리고 가끔 아버지가 보내주는 용돈은 여행에 필요한 항해술과 수학을 배우는데 썼다. - page 17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결국 그의 지독한 역마살이 시작되게 됩니다.

바다로의 항해!


항해를 한다고 바다가 잔잔히 흘러가게끔 해 주지는 않는다는, 결국 인간은 자연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음을.

거센 폭풍우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여행기는 시작됩니다.


소인국 릴리퍼트와 거인국 브롭딩낵에서의 이야기는 워낙에 유명하기에 읽으면서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그와 흥미로운 모험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되는 나라는 읽으면서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그려지면서 인간에 대한 비난과 독설과 풍자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은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가 등장합니다.

생김새며 차림새며, 얼굴까지 그토록 이상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은 수학과 음악을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저의 문외하였고 사색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이 나라 국왕은 내가 다녀본 다른 나라의 법률이나 정치, 역사, 종교, 관습보다는 오로지 수학에만 관심을 보였다. 또한 그마저도 양쪽에 선 시종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도 내가 하는 이야기에 무관심했고 매우 경멸스럽게 들었다. - page 216


너무나도 황폐하였고 가난과 고통이 가득한 이 곳.

백성은 굶어 죽어가는데 지배층은 사색만 하고 쓸데없는 연구에만 몰두하기에 그는 이 나라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영생불멸의 스트럴드브럭.

마냥 부러울 것 같은 '영생불멸'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더는 부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른 살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네. 하지만 점차 우울해지고 의욕이 없어지는데, 이러한 증상이 여든 살까지 계속되지. 이러한 사실은 그들의 고백을 통해 밝혀졌다네. 100년에 두세명밖에 태어나지 않다 보니 일반적인 관찰을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부족하거든. 거기다 여든 살이 되면 평범한 노인네들처럼 노망이 드는데, 절대로 죽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절망감 때문에 더 많은 결점이 생겨나지. 옹고집에, 푸념과 욕심이 늘고, 허영주머니가 늘어나고, 말도 많아지지. 남과 함께하는 법도 잊어버리면서 아들과 손자 외에는 따스한 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다네. 그렇다 보니 그들의 마음은 질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게 된다네. 그들은 주로 젊은이의 방탕함과 늙은이의 죽음을 시기하는데, 젊은이에게서는 자신들이 어떤 쾌락도 맛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고, 늙은이의 장례식에서는 자신들은 영원한 안식처로 갈 수 없다는 것을 한탄하기 때문이라네.

..." - page 279 ~ 280


그의 마지막 여행기인 곳, 말의 나라 '휴이넘'.

이곳에서 야만적인 짐승인 '야후'는 흡사 우리와도 닮은 형상이었습니다.

아니,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성격마저도......

특히나 그가 자신의 나라 '영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추악하고 비열하고 뻔뻔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결국 그는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곤 자신의 16년하고도 7개월에 걸친 장대한 모험을 아름다운 문장보다는 오로지 진실만을 다루어 기록하게 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동화로만 알았더라면 몰랐던 진실.

참으로 추악하고 비참하였습니다.

그리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야휴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되내이며 읽어가야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굴러 굴러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6
이승범 지음 / 북극곰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재밌어 하는 주제가 아무래도 '똥'이었습니다.

왜 그리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똥'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까르륵~

그러다 이 그림책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굴러 굴러

 


2개의 더듬이가 우뚝 솟은 저 아이.

아마도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가 봅니다.

까만걸 보니...... '개미'겠네요.


이야기는 '커다란 숲'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숲 속에는

커다란 코끼리가 있고

코끼리보다는 작은,

곰보다 작은 여우,

여우보다 작은 ,

닭보다 작은 개구리,

그리고 개구리보다 작은 개미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풍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점심시간'.

친구들은 빵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작은 개미는 빵 부스러기를 먹었답니다.


 


친구들의 놀림에 속이 상한 개미.

혼자서 터벅터벅이며 산꼭대기까기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다 그만!

배가 아파서 똥을 싸게 됩니다.

그리고 가만히 똥을 보니 친구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내 똥 작다!!!


그런데 그토록 작던 똥이

굴러 굴러

친구들보다 훨씬 커버렸습니다.

굴러오던 똥을 보던 친구들.

걸음아 나 살려라! 라며 도망갑니다.

 


그러다


풍덩!


다음 날 친구들은 개미에게 찾아가 엄지 척!을 합니다.

다시 개미는 친구들과 재밌게 놀게 됩니다.

역시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좋지요.

너무 재밌었던 나머지 개미는

아이고 배야!

배를 움켜잡으며 웃는데 친구들은 깜짝 놀라 도망가 버립니다.

 


역시나!!!

우리 아이는 '똥'이 나올때마다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엄마! 개미 똥이 엄청 커요! 나보다 더 큰 똥이야~!!!"


아마 그림책에선 자신보다 친구가 작다고 놀리면 안 된다는 걸 일러주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아이는 마냥 '똥'만 외쳤습니다.

그리곤 재미있다며 혼자서 책을 또 보고 또 봅니다.


글밥이 많지 않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있기에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이지만 열심히 혼자만의 이야기로 책을 읽고 또 읽어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아이의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는 클레이도우를 가져와 개미 똥을 만든다음 굴리고 또 굴립니다.

그리고는

"엄마! 제가 개미똥을 만들었어요!"

그저 저도 웃고 말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농장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책 읽어드립니다
조지 오웰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작가 '조지 오웰'의 작품을 만났었습니다.

『1984』

그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왠지 '고전문학'이라 하면 잘 읽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에 다른 이들과 같이 읽게 된 계기가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불편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단순히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모습은 소설 속의 배경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도 마주했던 모습이기에,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가 껄끄러웠습니다.

그렇게 그의 작품을 힘겹게 읽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동물농장

 

이 작품은 오웰의 작품 중 유일하게 유머가 가득한 작품이기에 대중친화적인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작보다는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경은 메이너 농장이었습니다.

주인 존스가 돌아가 침실의 불이 꺼지면 농장의 모든 축사에서는 부시럭거리는 소리와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동요가 일기 시작합니다.

노앙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미들 화이트종 수퇘지인 메이저 영감이 전날 밤 이상한 꿈을 꾸어 다른 여러 동물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됩니다.


"동무들, 우리들이 비참하게 살 수밖에 없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여기 있습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간의 잔인한 횡포 때문입니다. 인간이야말로 정말 우리가 싸워야 할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쫓아냅시다. 그러면 배고픔과 과로의 기본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것입니다.

...

동무들이여! 내가 여러분에게 간절히 전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반란이 언제 일어날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불을 보듯 확실한 것은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정의가 실현되리라는 것입니다.

동무들! 여러분들은 짧은 여생이나마 늘 이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미래 세대가 승리를 얻을 때까지 계쏙하여 투쟁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 page 15 ~18


그리고 그가 꾼 꿈 속에서의 불렀던,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조금씩 기억에서 잊혀졌던 노래 <영국의 동물들>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몇 번의 연습 뒤에 모두들 노래를 익혀 농장 전체가 떠나갈듯한 커다란 목소리로 <영국의 동물들>을 합창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사흘 후, 늙은 메이저 영감이 평화스럽게 숨을 거두면서 이 소설의 이야기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이상사회, 즉 소설의 제목인 '동물농장'이 건설되게 됩니다.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치밀한 사상체계로 용의주도하게 만들어 놓고, 거기에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인 세 돼지들, 스노볼과 나폴레옹, 스퀼러.

그들이 장악하게 된 동물농장엔 동물주의의 원칙을 칠계명을 만들게 됩니다.


1.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이 농장에서도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결국 지도자는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농장은 흘러가게 됩니다.

나폴레옹은 스퀼러를 대변인으로 내세워 점차 동물들을 지배하는, 혁명 전보다도 더 심한 착취와 독재체제가 강화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했던 '복서'는 존스가 다시 와서 농장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내가 좀 더 일하겠다'라는 개인적인 좌우명에 덧붙여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라는 격언을 바탕으로 풍차 만드는데 자신의 모든 기력을 쏟아붓게 됩니다.

점점 쇠약해져가는 복서.

결국 그는 비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소식을 전하면서 덧붙인 스퀼러의 말.


"나는 복서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머리맡에 있었어요. 거의 말도 할 수 없이 쇠약해진 그는 내 귀에 대고 풍차를 완성하지도 못하고 죽는 것이 유일한 한이라고 속삭였어요. '전진하시오, 동무들' 하고 그는 속삭였소. '혁명의 이름으로 전진합시다. 동무들. 동물농장 만세! 나폴레옹 동지 만세!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소, 동무들." - page 177


그리고 몇 해가 흐른 뒤 동물농장의 모습은 참으로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소설 속의 모습도 우리의 사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욕심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었던, 불과 몇 십 년 전의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닮아있었기에 또다시 가슴이 답답하였습니다.

도대체 권력이 무엇이길래......

왜 권력의 맛을 알게되면 변하게 되는것인지......


그 중에서도 '복서'의 모습.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열심히 부르짖었던 그들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거리에 나와 서로를 의지하며 외치던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단단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김달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 이별,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사랑......

이렇게 반복되다보면 어느새 이별의 상처엔 무뎌진다고들 하지만 막상 제 경험으론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할 때만큼이나 이별의 아픔은 너무나도 아팠기에, 그리고 그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지 않았기에 무엇보다도 조심스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제목에 이끌렸습니다.

사랑에 상처받는 이들을 위해, 관계를 위해 애쓰느라 나를 돌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김달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처를 주고받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얼마큼의 거리를 두어야

나를 잃지 않고, 서로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 page 10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는 것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그래서 또다시 상처받고 아파하며 '나'라는 존재마저 잃어버리는 이들에게 전하는 그의 이 한 마디가 벌써부터 큰 위로를 받곤 하였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정답은 없겠죠.

하지만 저는 최소한 상처 주는 그 사람보다

당신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page 12 ~ 13


이 책에서 작가는

사람에, 사랑에 지친 이들에게

가만히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토닥토닥...... 다독이면서 이 한 마디를 전하였습니다.

당신은 참 소중하다고......


예전에 제 모습과도 닮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내 사랑을 유지하고 싶어서 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긴장하고 나중엔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방어를 하고 있는 내 모습.

작가는 우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 page 65


그때 이 한 마디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 책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음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누구도 나의 자존감을 잃으면서까지 만나야 할 사람은 없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나 스스로 자존감을 깎으면서 누군가를 만나려고 할 때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건방진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내 자존감만큼은 굳이 스스로 깎아내리면서 헛되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적어도 관계의 핸들은 내가 쥐고 있도록 하자. - page 68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다란 변화를 원하기 전에 사소한 것이라도 할 수 있다면 실행할 것을.

그 사소한 것들이 언젠간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흔들렸던 제가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더니 흐릿하게 보였던 제 모습이 차츰 뚜렷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저 '괜찮다'는 위로보다 더 큰 위로를 건넸던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 속 깊숙이 울림을 주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