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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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쿠니 가오리'

그녀와의 인연은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에서부터 였습니다.

나의 대학 시절.

첫 배낭 여행으로 '이탈리아'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게 된 소설.

그녀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세련된 문체에 기나긴 비행 시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었었고 그 후론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곤 하였습니다.
 

매번 소설로만 접했는데 이번엔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기에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읽기와 쓰기의 삶에 대한

에쿠니 가오리의

비밀스러운 일기장이 열린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담긴 <쓰기>와 '읽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담긴 <읽기>, 그리고 세상을 관찰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일상이 돋보이는 <그 주변>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한 권으로 조금이나마 그녀의 작가로써의, 인간적으로써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병원이 두려워서 가지 않았던 그녀.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못이겨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와의 대화에서 그녀가 천상 작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말이죠."

​등을 쭉 펴고, 의사가 다시 말한다.

"아무튼 온 세계의 사소한 것들을, 어떻게 된 일인지 당신이 온몸으로 주워 모았다는 겁니다."

아아, 하고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아아, 그거군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하고 나는 말한다. 나는 소설가니까, 하고. 스툴에서 내려와 안심하고 진료실에서 나왔지만, 그 후에도 금귤베리가 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 page 17 ~ 18


그리고 그녀가 작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편지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 때 나는 내 머리가 투명한 상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언어가 없으면 텅 빈 공간인데, 겨울이라고 쓰면 바로 눈 내린 경치가 되기도 하고, 미역이라고 쓰면 바로 싱그럽고 반투명한 녹색 해초로 가득해진다. 그러니 글자가 뚫는 구멍은 필요하고, 아마 사람들은 예로부터 날마다 그 상자를 오가는 많은 것들을, 글자를 통해 바깥과 이어 왔던 것이리라. 아주 조금 시간을 멈춰놓고, 머물게 할 수 없는 것을 머물게 하려고.

쓴다는 것은, 혼자서 하는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 page 53 ~ 55


온 세계의 사소한 것들을 주워모아 투명상자를 통해 이루어진 그녀의 글들.

그렇게 채움과 비움 속에 완성된 그녀의 작품이 또다시 기다려지곤 하였습니다.


그녀의 읽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디에 가든 여기에 계속해 있는 것.

떠남과 동시에 머뭄의 의미를 지닌 '읽는다'는 행위가 더없이 멋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그녀의 일상이 엿보이는 <그 주변>에 담긴 이야기들이 잔잔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에 잠기게끔 하였습니다.


"혼내면 안 돼."

그때, 키를 잡고 있던 배의 주인인 작가가, 불쑥 그렇게 말했다. 앞을 향한 채, 내 쪽은 보지 않고 퉁명스러운 작은 목소리로.

"걱정하는 게 싫어서 혼내면 안 되지. 그냥 보고 있으면 돼. 그러다 떨어질 것 같으면 도와주면 되고."

나는 움찔했다. 나를 꿰뚫어 본 것이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마치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어른을 보는 기분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page 162 ~ 163


그녀는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멋진 책 한 권을 읽었을 때의,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마저 읽기 전과는 달라지게 하는 힘, 가공의 세계에서 현실로 밀려오는 것, 그 터무니없는 힘. 나는 이 에세이집 안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 page 212


이제서야 작가와 나 사이에 소통의 한 길이 열린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은 그녀의 작품 세계 속에 마냥 떠다니기만 하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녀의 작품과 그녀의 일상과 내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가 책 제목을 읊어보았습니다.

그녀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 page 129


이젠 그녀의 책을 읽으면 제가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한동안 머물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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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가, 알프레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9
카트린 피네흐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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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어른인 제가 관심이 갔습니다.

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체가 정겹게 다가왔었고 알고보니 작가 '카트린 피네흐'씨가 멋졌습니다.


지역의 난민들을 돕기 위해 그림 작업실을 만들어 자원 봉사를 합니다. - 작가 소개글


과연 누가 알프레드에게 이렇게 외쳤는지 아이와 함께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리 가, 알프레드!

 


우리의 알프레드.

어느 날, 누군가가 알프레드에게 외쳤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버림을 받게 되다니......

문득 『미운 오리 새끼』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을 읽고난 뒤 『미운 오리 새끼』를 읽어야겠습니다!)


아무튼 알프레드는 작은 의자만 챙겨 길을 떠나게 됩니다.


친구들에게 알프레드는 물어봅니다.

"혹시 내가 지낼 방이 있니?"


"얘들아, 너희랑 같이 있어도 되니?"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습니다.


저리 가!


알프레드는 다시 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 장면을 보곤 가슴이 찡 했는데......

옆에서 아이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엄마! 친구들이 나빴어요! 친하게 지내야지!"

우리 아이도 이렇게 잘 아는데......


저기 아주 작은 집이 보였습니다.

아하!

소니아의 집이라고 합니다.

소니아는 깊은 숲속에 혼자 살기에 아무도 소니아를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과연 소니아는 알프레드를 받아줄까요?


소니아는 창을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쟤는 누구지?

작은 의자를 가지고 있네?


그동안은 혼자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기에, 다른 이와의 왕래가 없었기에 소니아는 알프레드를 잘 알지 못합니다.

점점 자신의 집으로 다가오는 알프레드를 본 소니아는 날이 어두워지니 다시 집으로 돌아갈꺼라 생각합니다.


다음 날 아침.

집에 가지 않고 있는 알프레드에게 소니아가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안녕. 커피 한잔 줄까?

 


커피라니......

순간 아이는 저를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알프레드는 어른인가보다. 엄마가 마시는 커피를 마시네."

"아하하핫;;"

(멋쩍은 웃음만......)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알프레드가 우리에게 알려준 이야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사실!

어른들은 잘 알면서도 왜 못 지키는건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진압을 하는 이.

난민들을 향한 우리의 태도.

우리나라에 일을 하러 온 외국인에게 갑질하는 이.

아이들에게 보기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어쩌다 아이보다 제가 더 다짐을 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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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랑 돌멩이랑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0
베스 페리 지음, 탐 리히텐헬드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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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면 아이는 꼭 한 손에 돌멩이를 주워옵니다.

작년 유치원에서 방학 숙제로 돌멩이를 가지고 놀이하던 기억이 좋았는지 자꾸만 주워오는 돌멩이에 이번에 아이에게 돌멩이 대신 이 책을 손에 건네주었습니다.


막대기랑 돌멩이랑

 


막대기랑 돌멩이랑.

그렇게 등장하였습니다.

 


근데 서로 표정이......

알고보니 이들은 외롭고 쓸쓸했다고 합니다.

혼자 바라보는 바다와 밤하늘의 달.

특히나 혼자서 놀이터에 노는건 재미가 없겠지요.


그러다 막대기가 놀러왔습니다.

돌멩이도 놀러왔네요.

그런데......

장난꾸러기 솔방울이 다가옵니다.

 


"엄마! 솔방울 나빠요! 친구를 놀리다니!"

책을 읽다가 아이가 흥분하였습니다.

막대기가 솔방울에게 말한 것처럼 우리 아이도 외칩니다.

"저리 가!"

 


막대기의 이 한 마디가 어른인 저에게도 멋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막대기가 하는 일이야.

친구가 하는 일이기도 하지."


이제 막대기랑 돌멩이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혼자' 하던 일들을 '함께' 하면서 둘의 우정은 점점 자라납니다.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불더니 우리의 막대기가 바람에 날아갑니다.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돌멩이.

막대기를 찾아 다닙니다.

우리 아이도 돌멩이처럼 목놓아 외칩니다.

"막대기야~!"


저~~~~기 커다란 웅덩이에 뭔가 보입니다.

앗!

우리의 막대기가 웅덩이에 꽂혀 있었습니다.

어떻게 구출해줄까요?

(이건 책을 보셔야하는......)


우리의 돌멩이가 막대기를 구해냅니다.

그리곤 막대기가 했던 말처럼 돌멩이도 외치네요.

 


그렇게 이 둘은 '완벽한 짝꿍'이 되었답니다.

끝~!!


책을 읽고난 뒤 아이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저에게 얼른 나가자고 합니다.

그러더니 밖에서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가지고 흐뭇한 미소로 저를 바라봅니다.

(솔방울은 밉다고 챙겨오지도 않네요......)

"엄마! 여기 돌멩이랑 막대기 친구 데려왔어요. 집에 가요!"


집에 돌아와 혼자 돌멩이와 나뭇가지, 그리고 이 책을 펼쳐 이야기를 외칩니다.

역시!

엄마라면 아이의 이런 모습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이야기로 이어지니 독후활동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막대기와 돌멩이로부터 저 역시도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감동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들이 외쳤던 이 한 마디.

"진짜 친구가 하는 일이기도 하지."

우리 아이도 이런 친구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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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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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가 있습니다.

7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101세까지 작품에 열정을 불태우신 그녀.

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행복을 선사한 국민 화가.

그녀의 이름은 '모지스 할머니'.

그녀가 전한 이 말은 여전히 제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그럼 그냥 하시면 돼요. 삶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국민 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케아의 모든 디자인은 칼 라르손에서 시작된다!"

스웨덴 국민 화가의 일상 속 작은 행복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첫 장을 펼치니 이 책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일러주었습니다.


칼 라르손은 스웨덴의 국민 화가로 불리며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는 북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이자 공예 운동가이며, 부인 카린 베르구와 함께 8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스웨덴 팔룬에 있는 집 '릴라 히트나스'를 손수 가꾸는 행복한 삶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단란한 가정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입가엔 미소가, 마음엔 잔잔한 행복이 묻어나게 하는 그의 작품들.


카린과 함께 꾸민 집,

내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내 인생 최대의 작품이다.

- 칼 라르손 자서전 《나》 중에서


2853년 5월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빈민가.

한 남자아이가 태어납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아버지는 술에 흠뻑 빠져 살아가곤 사촌에게 돈을 빌린 뒤 사라지고 어머니와 둘이 남아 힘겹게 살아가게 됩니다.

이 아이가 바로 칼 라르손.


절망 속에서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긍정의 힘을 알려준 외할머니와 이 모든 상황을 견디며 가정을 지킨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겐 10대때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이 엿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신 선생님 야콥센은 미술로 진로를 택하라고 추천했고, 그의 친구인 코보랄 아트만이 오래된 연핀과 노트를 구해주며 칼을 응원한 덕분에 스웨덴 왕립예술아카데미의 기초 과정에 입학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칼은 책, 잡지, 신문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어머니를 돕게 되고 마침내 어머니 대신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청년이 되지만......


자신을 버리고 사라졌던 그의 아버지가 돌아오게 됩니다.

어린 칼에게 늘 심술궂은 목소리로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거지 같은 날이야." - page 51


라고 외치는 아버지에게 나라면 연을 끊을테지만 그는 아버지를 받아들입니다.


칼은 아버지로 인해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라야 했다. 그래서 이런 아버지를 사랑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그에게 아버지는 피해야 하는 무서운 존재였다. 아버지의 말에 복종해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칼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훗날 칼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돼서야 그를 용서했다고 고백했다. 어찌 보면 용서는 늘 받아야 할 사람이 먼저 한다. - page 61

 


이 그림은 내게 '모든 일은 흘러갔고, 우리는 괜찮다. 그러니 너도 용서하고 잘 지내렴'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 page 55


그래서 잠시 이 그림에 손이, 눈이, 마음이 머물곤 하였습니다.


칼 라르손은 파리와 스웨덴을 오가며 생계와 창작을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러다 평생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인 한 여성 화가를 만나게 됩니다.

'카린 베르구'

하지만 스웨덴에서 큰 사업을 하던 카린의 부모가 가난한 칼을 바로 마음에 들어할 리 없자 카린은 부모님께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전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제 인생을 이렇게 명확하게 느껴본 적이 없으며 그와 같은 의지를 지닌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칼은 성자아 과정에서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고, 어느 시점에는 자신이 처한 불행에 굴복당했지만 결국 자신을 믿는 힘으로 스스로 일어섰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에서 제 인생을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미래가 있을까요?" - page 77 ~ 78



칼과 카린 사이에는 8명의 자녀가 태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아들의 삶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둘째였던 울프 그림과 함께 적힌 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칼 라르손의 자화상 중 가장 유명한 작품.


 


그가 국민 화가가 될 수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칼이 그린 가족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추상적인 문장들로 그림을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계관을 그 누구보다 정교하고, 정확하며, 아름답게 그려 나갔다. 지극히 평범한 가족의 일상만으로도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이 화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삶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일보다 있었던 일들을 제대로 둘러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느낀다. - page 143


그의 그림보다 아름다운 집 '릴라 히트나스'가 소개되었습니다.

다른 집과 특별히 다르지 않지만 아주 작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누군가의 따뜻한 손으로 그려지고 만들어진 창조물들이 가득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 차이가 결국 '휘게', '라곰', '피카'와 연결됨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록>에는 그의 아내이자 역시 화가였던 '카린 라르손'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나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카린은 명성과 예술보다는 사랑과 가족을 원했기에 작품 활동을 포기하고 직물 디자인과 태피스트리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의 집안 곳곳에 자신이 디자인한 직조물과 자수로 장식하고 작은 소품부터 비교적 큰 가구까지 직접 만들고 칠하므로써 과거의 스웨덴이 오늘날의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방식을 제안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행복한 이유가 특별히 없었습니다.

나의 가족.

그리고 그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

서로를 향한 사랑이 있었기에 진정으로 행복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칼 라르손의 그림을 인정하고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칼의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는 '대신 행복해주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칼의 그림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다. 즉 칼 라르손 개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그림의 미래는 끝이 없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칼 라르손의 그림을 보고 가정의 행복을 느낀다. 지금 내 가정이 불행하면 불행하기 때문에 행복을 꿈꾸고, 지금 내 가정이 행복하면 이 행복을 유지하고 싶어서 또 행복을 꿈꾼다. 행복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칼 라르손의 그림을 보면 행복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고 찾는 것이다. - page 36


이 행복이 많은 이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누군가의 '인생 화가'이자 이케아의 '정신적 모토'가 된 칼 라르손의 삶과 그림 이야기.

다들 귀를 기울이며 그를 통해 자신의 행복 형태를 그려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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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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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OVID-19가 바꿔놓은 일상 중 하나가 '방구석'에서의 문화생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방구석 1열 랜선을 통해 콘서트 뿐만아니라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6월을 맞이하면서 '호국보훈의 달'에 기억해야할 기념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일상을 즐길 수 있게 피, 땀, 눈물을 흘린 이들.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하며 '역사'에 대해 찾아보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가볼 데가 이렇게 많았어?"

방구석에서 즐기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방방곡곡 숨어 있는 역사를 찾아 떠나다


방구석 역사여행

 


솔직히 여행이라 하면 '해외'여행을 떠올리곤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


특히 우리에게 낯설고 가기 더 어려운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이 더 잘 잊히곤 한다. 그래서일까? 국내에는 볼 것이 많지 않다고 투덜대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한민국은 어디를 가도 거기서 거기다."라는 대답을 듣는다. 그들은 해외는 다양하고 웅장한 볼거리가 많은 반면, 한국은 볼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어 식상하다고 말한다. 이 말에 반박하기라도 하면 해외를 많이 나가보지 않은 '우물 안 개구리'취급을 받기 일쑤다. - page 6 ~ 7


부끄럽지만 제 모습이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 갈 만한 장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에 대해 저자는 명쾌한 대답을 제시하였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

순간 입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허를 찔린 느낌이랄까......

그리고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지역마다 고유의 역사와 삶이 담겨 있어, 역사를 알고 다가가면 우리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협력하고 상생하는 모습, 경쟁하고 시기 질투하는 모습, 상처 입으면서도 때론 보듬어주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우리 모두가 비슷하면서도 모두 다른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 page 7


이제라도 제대로 우리나라를 즐겨볼까 합니다.

우리의 역사가 담긴 여행지 이야기.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첫 목적지는 '서울'이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기에 너무나 친숙하지만 그래서 더 모르는 곳.

백제와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도로 늘 역사의 한복판에서 아픔과 슬픔이 서려있는 이곳, 서울.

그중 5대 법궁 중 가장 많은 상처를 간직한 '경희궁'이 아련히 다가왔습니다.

일제에 의해 많은 것들이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화조차 받지 못한 현실.

그리고 잘못 틀어진 과거를 바로잡을 기회를 없애버린 친일파와 그 후손들에 의해 왜곡되고 농락당한 역사가 저 역시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경희궁의 얼굴이라 할 수 있었던 홍화문은 일제가 경성중학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남쪽으로 옮겨지고 1988년에야 비로소 경희궁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마저도 원래 위치가 아닌 남향에 놓이므로써 예전 위치를 알려주는 비석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언젠가 저도 그곳에 가게 된다면 그 작은 비석 앞에 잠시 눈을 감고 지난 역사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강북삼성병원 내에 존재하는 '경고장'.

일제강점기에 금광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최창학의 집이었지만 훗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권력을 잡게 된다면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 김구 선생에게 임시정부로 제공한 이곳.

이곳을 독립 이후 국내로 돌아오는 독립운동가들이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였지만 어의없게도 광복 이후 일제보다 더욱 강력한 세력에 의해 이곳에서 암살을 당한 김구 선생의 마지막으로 입었던 두루마기가 애처로이 걸려 있었습니다.

한국인이 가자아 존경하는 위인인 김구 선생이 피살된 장소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임시청사라는 큰 가치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외면했다는 사실이 이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써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서울을 비롯하여 경기도, 강원도, 충천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대한민국 8도 구석구석 우리의 역사가 담겨있는 곳으로의 역사여행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강원도 평창의 '이승복 기념관'은 6.25를 맞이하는 지금에 다시금 분단의 비극을 비추어주었습니다.

9살이었던 이승복 어린이는 총을 들고 일가족을 위협하며 먹을 것을 뺏어가는 무장공비에게 그저 학교에서 배운 대로 공산당이 싫다는 대답으로 인해 무참히도 살해되었던 이 소년.

저자의 이 이야기가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되새기며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승복 어린이 피살사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이승복 어린이의 죽음은 북한을 개돼지로 표현하며 죽여 마땅한 대상으로 가르치던 남한의 잘못일까? 아니면 무력 통일을 위해 민간인 사살도 서슴지 않았던 북한의 잘못일까? 나는 6.25 전쟁 당시 남북한 모두가 서로를 죽이며 씻지 못할 앙금을 남겨놓고 분단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소년이던 이승복이 신고 다니던 검정 고무신이 더 이상 흙길을 달리지 못한 채 기념관에 보관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기념관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9살짜리 이승복 어린이와 4살짜리 동생도 서슴지 않고 죽여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공산당이 무섭고 싫었다. 좀 더 솔직하자면 공산당이 싫은 마음보다는 무서움이 더 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역사의 비극이 65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고 착잡했다. - page 163 ~ 164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으로 뽑히는 '용머리해안'에 얽힌 전설도 몰랐기에 더 놀라웠습니다.

파도, 바람, 태양 등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절경 뒤에 숨겨진 제주도민의 애환이......

그래서 용머리해안은 우리에게 쉬이 길을 내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무지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부끄러웠습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해 준 이들의 발자취를 곱씹으며 따라가보고자 합니다.

조금씩 천천히.

느리지만 가슴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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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0-06-2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미있는 책 인가요?
역사책 사고 싶어서
찾아보는 중이에요

페넬로페 2020-06-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어보시는 것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유정호 2020-11-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방구석 역사여행 저자 유정호입니다.
너무나 좋은 평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방구석 역사여행이 완판되어 2쇄에 들어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