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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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황리에 뮤지컬 공연도 하고 있고 영화,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많이 알려진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주이자,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에 대해선 거짓된 소문들과 루머들이 많았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발언 중 유명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는 정작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던...

어쩌다 그녀의 삶이 이렇게 된 것일까...

이 책은 유럽 최고의 작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불리는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생을 미화도 폄하도 하지 않고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생생하게 재현했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불운한 왕비.

하지만 죽은 후에야 그 어느 때보다 프랑스의 왕비로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왕비.

이제 그녀를 평범한 한 여인으로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아가는지 바라보려 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공주로 태어나

프랑스의 왕비가 된 것은 운명의 우연이었다.

그러나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합스부르크 가문의 공주로 태어나 성년이 되기도 전에 프랑스의 왕비가 된 그녀.

그녀의 운명은 정략결혼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게 됩니다.

탐탁지 않은 시선들.

그렇지않아도 경박함과 쾌락에 대한 애착에 대해 그녀의 어머니의 당부도 있었는데...

"나는 너의 다른 모든 것보다 이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네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진지한 일에 관계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유혹에 빠져 임시비용을 지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대를 훨씬 넘어선 이 복된 시작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고 너희 내외가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너희 내외도 행복해지는 것, 모든 것은 그것에 달려 있다." - page 100 ~ 101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녀에 대한 가짜 뉴스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어머니의 경고 역시 허사였습니다.

"나는 지루해질까봐 겁이 나는걸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내뱉은 이 말로부터 '18세기' 사회와 시대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왕건이 창건되었고, 베르사유 궁전이 축조되었고, 예법이 완성되었고, 이제 궁정은 사실 아무것도 더 할 일이 없었고, 전쟁이 없으므로 장군들은 제복을 입힌 모자걸이에 불과했고, 신을 믿지 않게 되었으므로 대주교들은 보라색 승복을 입은 멋쟁이 신사들일 뿐이었고, 진정한 국왕도 옆에 없고 교육을 시킬 왕위 계승자도 없었으므로 왕비는 쾌활한 사교부인이 되어버렸고....

그들 모두가 파도처럼 힘차게 몰려오는 시대 앞에 지루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멍청히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찬 손을 그 파도 속에 밀어넣어 번쩍이는 돌멩이를 몇 개 건지며 놀았지만 아무도 시시각각으로 솟구치는 물결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위험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도망도 허사였고 승부에서도 패배했으며 인생은 끝장난 후였음에...

그렇지 않아도 백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어디에선가 자기들에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오랫동안 복종하고 굴종하다보면 좋은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믿으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허리를 낮게 구부릴수록 압박은 가혹해졌고, 세금은 더욱더 탐욕스럽게 그들의 피를 빨았고 거대한 불만이 오래전부터 먹구름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두 줄기의 눈부신 섬광으로 온 국민의 눈앞에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하나가 '목걸이 사건'이며 또 하나는 칼론의 적자재정 폭로였습니다.

이 청천벽력에 민중은 새파랗게 질리게 되고 결국 프랑스 혁명이 터져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칼날의 끝은 그녀를 향하게 되었고 1793년 10월 16일, 콩코르드 광장에서 남편의 뒤를 따라 단두대에 의해 참수당하게 됩니다.

"불행 속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됩니다."

왕권주의의 위대한 성녀도 아니었고, 혁명의 '매춘부'도 아니었으며, 특별히 선을 베풀 힘도 악을 행할 의지도 없는 그저 평범한 한 여인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이 평범한 여자가 생의 최후의 시간에 마침내 비극의 척도가 되고 운명처럼 위대해졌음에.

역사의 잔인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붙일 곳 없는 궁정 생활의 외로움 탓일까.

호화로운 파티와 화려한 의상, 장신구, 보석에 많은 비용을 들였던 그녀.

그런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전해질지조차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나의 이 편지에 의한 축복을 전해주세요. 아이들이 자란 뒤에 당신을 만나 당신의 착한 마음씨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기 주장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곧은 심지를 가지고 신뢰하고 화합하면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딸은 연상이므로 누나로서 풍부한 경험과 아름다운 마음씨로 동생에게 충고를 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누나에게 우정에서 우러나오는 염려와 봉사의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두 아이가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서로 도우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움 가운데에서도 우리들의 우정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행복이란 친구와 함께 그것을 나누어 가질 때 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족 말고 어디에서 아름답고 내적인 친구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아들이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훗날을 경계하기 위해서 되풀이하면, 우리들의 죽음에 복수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 page 517

아이들과 관련될 때 비로소 '행복'이 연결되었던 그녀.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두 아이들을 통해서일 뿐입니다."

라고 한탄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동안 그녀를 수식했던 말들.

허영과 음모의 대명사, 욕정의 화신,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그 어떤 수식어보다 '한 인간'으로써 관심과 이해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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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 힘든 하루 - 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일 때마다 버텨낼 힘을 준 문장들
김주절 지음 / 리듬앤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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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다...'

나이를 먹어감에 입에 달고 사는 말...

나만 힘든 건 아닌데 투정 아닌 투정을 해 봅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사는 게'를 입력하면 '힘들다' '지겹다' '재미없다'와 같은 단어들이 뒤에 자동 완성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해 보니 정말 '사는 게'의 뒤엔 '좋다' '행복하다' '즐겁다'와 같은 긍정적인 단어보단 역시나 부정적인 단어들이 보이는 것 보니 살아가는 우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 김주절이 힘들지 않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덜 힘든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건넸습니다.

주저 없이 저도 그 제안을 받아들여봅니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사람들이 싫어지고,

삶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골라 읽던 문장들을 꺼냈습니다."

조금 덜 힘든 하루



병원에 주사를 맞으러 간 저자.

주사실에 들어가 팔뚝을 내어 주고 나면 간이 콩알만 해집니다.

이 순간 들려오는 간호사의 한마디

"조금 따끔할 거예요."

이 말로부터 어느새 '조금 아픔'이라는 희망이 차오르는데...

여기서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서문이 떠올랐다고 하였습니다.

'인간은 장애물과 맞서 싸울 때 비로소 자아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 싸움을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주사'가 장애물이라면 '도구'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

그는 세 가지를 찾았다고 하였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넘기 쉬운 장애물은 없다고 '마음' 다지기.

장애물을 뛰어넘기가 힘들 때는 다른 방법도 있다는 '태도' 바꾸기.

때로는 격려를 보내고 때로는 위로를 건네는 존재와의 연결, 즉 타인과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

이 세 가지를 평소 모아둔 문장과 함께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폴 오스터, 조이스 캐럴 오츠, 토니 모리슨과 같은 작가들을 비롯하여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 배우 이정은과 황석정, 케이트 윈슬렛, 가수 마돈나, 테일러 스위프트 등 다채로운 59개의 문장들로부터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는 건 힘들지만,

조금 덜 힘든 하루는 있습니다.

"당신의 내일은

조금 덜 힘들 거예요."




이 문장에 마음이 홀렸습니다.

삶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만 같을 때.

다 내려놓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이 문장으로부터 깨닫게 된 점.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상처나 고통도 시간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점이다. 당신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과의 싸움에서 당신이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심지어 당신에게는 더는 싸울 의지가 남아 있지 않을 때도 시간만은 언제라도 당신 편이다.

오늘의 당신이 무탈하게 도착하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기다리는 자는 내일의 당신이다.

부디 그에게서 당신을 빼앗지 말기를.

그에게는 당신이 전부다. - page 41 ~ 42

그러니 부디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길...

그리고 몸소 느끼게 되는 이 문장.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성숙해진다는 생각을 했던 저.

하지만 나이와 정신적 성숙도는 비례하지 않음에.

사람이 성숙해지는 데는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훈련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교육받지 않을뿐더러 같은 경험을 쌓을 수도 없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성숙한 인간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명분을 주지는 않는다.

단, 그런 노력조차 하기 싫은 이들을 위해 미쓰요는 이색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자신의 매력적인 단점을 키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되라고 말이다. - page 167 ~ 168

무엇이든 '노력'을 해야 함을.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번 새롭게 느끼는 스스로에게 반성을 해 봅니다.

가볍게 읽어 내려갔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고

써 내려간 문장은 자꾸만 곱씹게 되었던 이 책.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하루의 처방전이 되어 나에게 '숨'을 주었고 덕분에 '조금 덜' 힘들었습니다.

이 문장이 모든 이들에게도 연결되어 모두가 각자의 조금 덜 힘든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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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지음 / 생각의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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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오후 작가님이십니다. ‘성공‘ 사례들을 보며 하나 하나 배울점을 발견하다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확장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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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지음 / 생각의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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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탐구 정신으로 거리낌 없이 파헤친 세상의 모든 흥미로운 일을 시원하게 독자 앞에 펼쳐놓는 지식 스토리텔러, 지식 오타쿠 '오후'.

사실 그의 작품 중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읽게 되었었는데...

과학을 일상의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다니!

그의 스토리텔링에 감탄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 책도 주저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성공을 말하며 크고 거대한 숫자를 뒤쫓는 이 시대.

오후는 어떤 '성공'을 이야기할 것인가?

또다시 그만의 유쾌하고 도발적인 필력에 빠져들어봅니다.

성공은 기술이다.

약점은 약점이 아니다.

이미지 하나로 사람의 인생이, 국가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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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스타트업 붐이 한창일 때, 미국에서 스타트업 관련 강의를 하는 한 교수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과거에 저를 찾아왔던 학생들은 무엇을 팔지 고민했습니다.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를 고민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공모에 당선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묻더군요."

너무도 뻔한 이야기.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옳다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며, 더 뛰어나거나 더 노력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닌...

특히 그것을 평가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함에......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야 있나!

어쨌든 태어났으니 성공을 꿈꿔야지!

그래서 저자는 운과 실력을 넘어 특별한 이미지를 획득해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공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일명 '보여주기' 전략.

약점을 보여주고, 가치를 보여주고, 가진 것보다 부풀려 보여주거나, 때로는 힘의 차이까지 보여주면서

'이래도 되나?'

싶지만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성공의 권위를 벗겨 놓는 작가 특유의 시니컬함에 허를 찌르면서도 어느새 '세상을 내 편으로 삼는 법'을 알게 되는...

또다시 저자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적 범죄가 들통났을 때마저 '이미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모나리자 도난 사건)?

절대적 강자와 일대일 매치를 앞둔 상대적 약자는 어떻게 빈틈을 노릴 수 있을까(88서울올림픽 개최 경쟁)?

도저히 말귀가 통하지 않는 상부를 홀로 상대할 때의 전략은(나이팅게일의 간호 행정 개혁)?

개인이 모여 국가와 가치를 파괴할 수 있을까('검은 수요일'과 영국 파운드화 몰락)?

등 시간과 공간을 넘은 열여섯 가지 성공 사례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성공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가졌음을, 그럼에도 무엇이 성공을 이끌지 알 수 없기에 성공은 참 어렵구나...를 느꼈습니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88서울올림픽.

여러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던 올림픽.

강한 상대와 맞붙었지만 그럼에도 이길 수 있었음에 배울 수 있었던 교훈.

그러니 언제나 다윗이 되어라. 당신은 수없이 지고 가끔 이기겠지만, 사람들은 당신의 승리를 기억할 것이다. - page 59

그리고 스웨덴 국적의 2003년생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매주 금요일 환경파괴에 침묵하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정치인들과 어른들에 저항하는 의미로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던 아이.

사실 학생이 금요일에 학교 안 가는 일이 환경보호에 무슨 직접적인 의미가 있겠냐마는 '어그로'.

어그로는 진심을 끌어야 끌린다. - page 140



개인적으로 피부에 와닿았던 식품의 안전에 대한 이슈.

이성보다 감정, 특히 불안이 강하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아니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나 글루탐산나트륨MSG 논란도 비슷하다. 거의 문제가 없으나 오직 비자연적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한다. 오해가 있음을 토로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건 과학자들의 일이다. 이 책을 읽는 우리가 눈여겨볼 자세는 진실을 밝히는 쪽이 아니라 시장을 장악한 쪽의 것이다. 그리고 대중이 원한 길을 살펴봐야겠지.

우리는 타인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두려움이 싹트면 이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어느 분야든 막상 그 분야에 뛰어들어서 살펴보면, 관행처럼 행해지는 일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럴만하지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업계의 눈에 당연한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당연할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대중이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렵거나 모호한 구석이 있다면, 당신은 그 부분을 파고들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같은 현상이라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명명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 page 158 ~ 159

무엇보다 이 책의 부록은 정말이지 오후 특유의 시원시원한 진솔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책을 내는 가장 쉬운 방법>.

이렇게까지 모든 걸 보여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서 전한 그의 말.

누군가는 분명 좋은 글을 쓰고서도, 심지어 내가 말한 모든 규칙을 따랐음에도 어떤 이유에서든 책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싶으나 쓰지 못한 이들, 썼으나 출판하지 못한 이들, 나를 포함해 출판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그 모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당신이 한 일 혹은 하지 못한 일의 많은 부분은 사실 당신 탓이 아니다. - page 270

다 읽고 나니 앞서 저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은 공허하다. 많이 가진 이도 빈손으로 간다. 결국 다 사라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존경할 만한 인생의 스승들은 이런 비슷한 류의 명언을 많이 남겼다. 맞는 말이다. 그중에 정말 빈손으로 가신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존경받는 사람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보통 맞는 말을 한다. 나는 그들의 위대한 말에 약간의 의견을 덧붙이고 싶다.

모든 것은 공허하다. 많이 가져도 빈손으로 간다. 결국은 다 사라진다.

그러니 움켜쥘 수 있을 때 움켜줘라. 성공에 겁먹지 마라. 훌륭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이 훌륭해진다. - page 9

그러므로 성공하자!

그럼 어떻게?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저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무엇을 어떻게 보여줘야할 것인가...

너무 어려운 숙제를 받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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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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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하며 자신들의 공략을 외치는...

하지만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 때일테니...

공략은 무슨...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그들...

그럼에도 이번엔 좀 나으려나 기대를 하는데...

어?!

태종 이방원이?!!

발상이 너무 신선하였습니다.

아니, 시기가 시기였기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과연 그는 우리에게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왕이 우리에게 온 것은 천행이었다!"

육백 년 전 태종 이방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몸에 빙의하다!

반목과 불신, 권력지향과 탐욕의 정치판을 뒤엎다!

국회의원 이방원



"의원님, 다음 일정 가시려면 준비해야 해요." - page 9

여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이동진'.

권력의 무서움을 미처 몰랐었습니다.

집권 2년 차,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정권 실세 양종훈 문화부 장관 재산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싸움에 가담하지 않으려 했던 동진.

동료 의원 하나 없는 초선 비례대표 의원의 외침은 치기 어린 소장파 정치인의 객기로 해석되었고 결국 끈 떨어진 젊은 정치인을 찾을 어떤 관료도, 언론인도, 정치인도 없었습니다.

2년 뒤.

자신의 운명이 '낙선'으로 결정됐음을 알았고 '악플'을 넘어 '무플' 신세가 된 동진.

"종묘를 꼭 가야 해?"

"장 보좌관이 말한 거잖아요. 반드시는 아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얼굴 한 번이라도 비춰야 한다고. 종묘잖아요. 지역구로 가야죠. 빨리 씻고 준비하세요." 다혜가 말했다. - page 13

보좌관 회의에서 선호는 죽으려면 제대로 죽어야 한다고 그래서 종로 출마를 제안했습니다.

동진은 뻔히 죽으러 가는 그 수가 마뜩잖았지만, 방법이 없다는 사실도 알기에 종묘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중한 음악이 들립니다.

종묘제례악.

노란색 보자기, 정확히는 위패를 감싼 보자기를 든 사람이 동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발을 헛디디는 것 같은...

부딪힌 동진이 바로 일어나긴 했는데...

"바로 일어나시긴 했는데, 그 뒤로 이상해요."

"왜?"

"의원님 같지 않으세요."

"뭔 소리야? 영혼이라도 바뀌었어?" - page 19

가지런한 눈썹, 적당하게 솟은 코, 아담한 눈망울, 그리고 열망을 감추려 애쓰는 얼굴.

분명 동진이 맞는데...

"과인이 연화방에서 눈 감은 지 어제와 같거늘, 영락 오뉴월의 비는 어디로 가고 지금 과인은 어디에 있는 건가. 자네들은 누구인가!" - page 20 ~ 21

자신이 '태종 이방원'이라 합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 속 장선호는 현대에 부활한 이방원의 정체를 숨기고 보좌관직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마음먹습니다.

한편 놀라운 현대 문물을 접하며 문명을 즐기려던 이방원은 특유의 권력욕으로 실세들의 다툼에서 정치적 책략을 내놓으며 장선호를 비롯한 이동진 측 보좌진들을 돕기 시작하고 이로써 이동진의 정치적 위상은 점차 올라가는데...

이들의 반대편에서 오직 권력과 야망으로 국회를 뒤흔드는 거물급 정치 인사들.

고성과 설전이 난무하는 현대의 국회에서 600여 년 전 이방원의 정치적 책략을 이용해 과연 이동진은 대선 승리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시대에 온 뒤로 많은 사람들이 과인을 평가하는 것을 보았지. 학살자라는 표현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자식에 관대했던 군주, 아버지와 대립한 패륜아 등등. 누군가는 '킬방원'이라고 하더군. '킬'이라. 과인의 이름 앞에 '죽음'이 있다니 생경한 느낌이었네. 과인은 모든 말에 부정하지 않아. 왜인 줄 아나? 나는 내 아이가 붙인 '태종' 이방원이기 때문이지. 결국 과인은 조선을 반석 위에 올렸어. 내 아이가 그래서 나에게 '태종'이라는 묘호를 붙인 게지. 과인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아나? '힘'과 '뜻'을 일치시켰기 때문이지. 자네가 말해준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포부, 좋네. 마음에 들어. 하지만 뜻을 관철하려면 반드시 '힘'이 필요하네. 지금까지 과인의 조언으로 힘을 얻기 직전까지 간 건 맞지만, 앞으로는 더 험난한 세월이 기다리고 있을 걸세. 자네는 그걸 잘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 page 315

이방원은 종종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내 육십갑자도 열 번이 지나 현세에 깨어났지만 요새 보니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보군? "

600년 전에도 한반도는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불안했으며 그때는 권력이 국민이 아닌 한 개인, '왕'에게 응축되어 있었기에

"권력이란 말일세. 다른 자들을 의식하면 제대로 쓸 수 없네. 나라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네가 똑바로 진두지위해야 한다는 걸 몇 번이나 말했나?"

동진이 방원에게 말했다.

"말씀해주신 걸...... 이해는 합니다만...... 지난번 토론 전에, 그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려면 증오와 반대만으로는 안 된다고요. 국왕께서도 그건 동의하지 않으셨습니까." - page 313

정치의 핵심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임을.

정치의 해법은 하늘에서 내려온 위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땅 위의 사람들 간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육백 년 전 태종 이방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이동진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래도 덕분에 짜릿했고 통쾌했으며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서 '타인에 대한 믿음'에 대한 덕목의 필요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

우리 역시도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여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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