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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었다는 뜻의 ‘old’와 어린애라는 뜻의 ‘boy’가 어우러진 기괴한 단어 올드보이'. 산 낙지를 뜯어먹는 최민식 연기가 일품인 영화의 제목이다.영문도 모르고 15년 동안 감금됐다 풀려난 남자의 비밀을 그린 영화.’ 남자는 자신이 왜 감금됐는가를 궁금해 하지만 더 큰 비밀은 왜 풀려났는가에 있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남자는 온전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진실과 직면한다.

 

  영화를 보며 그 망측하고 기괴한 스토리 전개에 무심은 할 말을 잃었었다. 그런데 요즈음 드러난 여중생 딸의 친구를 죽인 어금니아빠정체는 그 기괴함에 있어 올드보이영화를 능가한다. 아무리 소설로 구성해도 어금니아빠의 기괴함을 제대로 그려내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역시 현실은 픽션을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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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심이병욱 2017-10-1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동감합니다.
 

 

춘심산촌의 농막  뒤편에 요염한 백합  한 송이  활짝  피었다.  팜므파탈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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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꽃모임 카페에서 수련을 분양받았다. 집 마당에 큰 대야를 놓고 물을 가득 채운 뒤 수련화분을 놓았다. 수련이 이름처럼 잎들을 수면에 띄운 채 잘 자라고 있다. 화초들이 사는 공간도 참 다양하다. 대부분 땅위에서 꽃과 잎들이 자라는데 수련은 별나게 물위라는 생각지도 못한 공간이다.

그 별난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물소가 떠올랐다. 물소는 무더운 동남아지역에서 사는 소과의 짐승이다. 우리나라의 소는 땅위에서 사는데 물소란 놈은 항상 하체를 물에 담근 채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늘 축축한 물에 젖어 사는 물소가 딱해 보였다.

하지만 오늘 우리 집 수련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수련이 얼마나 물이 좋으면 물에서 살겠는가. 동남아의 물소 또한 축축한 물이 좋아 그렇게 사는 것임을. 어쩌면 물소는 땅위의 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잘 사는데 너희는 왜 땅위에서 덥게 살지?’하는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그렇다. 물소는 물소대로 땅위의 소는 소대로, 태어난 대로 사는 것이다. 물위에 아이 손바닥만 한 잎들을 띄운 채 편안해하는 수련을 보며, 서로가 인정해줘야 할 삶의 다양성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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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을 맞아 야생화꽃향유들이 일제히 꽃을 피웠다. 어디선가 꿀벌들 수십 마리가 날아와 꿀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어제 일이다. 꽃향유 꽃마다 그 놈들이 달라붙어 꿀 채취에 여념이 없더니 어둑해지는 오후 5시경이 되자 대부분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퍼뜩 깨달았다. 그 놈들이 퇴근시간에 맞춰 퇴근했다는 사실을.

햇빛 환한 시간에는 직장(꽃밭)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해가 질 때쯤에는 미련 없이 퇴근하는 꿀벌 놈들의 철저한 근무정신. 아내를 꽃밭 가로 불러내 그 사실을 일러주자 이런 대답을 했다.

다 퇴근한 것은 아니네. 서너 놈은 남아 있잖아요.”

수십 마리 중 서너 마리쯤이야 잔무 처리 차 남는 거지.”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리고는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딱히 정해진 게 없는, 인간사회의 고된 회사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전반적인 불경기 분위기 탓일까, 그런 회사들이 주위에 적지 않은 것 같다.

아침 햇살을 받고 출근해서 해 지는 시간에 맞춰 칼 퇴근하는 회사. 얼마나 멋진 회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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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7미터다. 더 내려가자 얼마 안 가 물갈퀴가 강바닥에 닿았다. 수심 9미터. 강을 다녀본 중에 가장 깊었다. 얼결에 이 강의 최대수심에 닿은 것이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깊고 컴컴한 물의 무게. 수심 9미터의 강바닥은 의외로 흔한 모래밭에 자갈들이 널린 풍경이었다. 문득 그 풍경이 아주 느리게 회전하고 있음을 느꼈다. 깨달았다. 박 사장이 말했던 흰 바위 아래 소용돌이의 정체였다. 그의 얘기대로라면 내 몸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야 했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체감되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소용돌이였다. 피서객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라기보다는 이 부근이 워낙 깊고, 멀리서 헤엄쳐 오느라 체력이 다한 때문에 변을 당한 게 아니었을까.

박 사장이 허풍을 친 거다.

괜히 맥이 빠져서 그대로 수면을 향해 올라가려다가, 바위의 뒤편을 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뒤편으로 돌아선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어린애만 한, 두 자 크기의 쏘가리 한 마리가 바위에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달째 우정 식당의 수조 안을 살펴봤지만 이렇게 큰 쏘가리는 없었다. 쏘가리와 나는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눈알 하나만도 왕방울만 한 놈. 워낙 몸체가 커서, 들어가 있을 만한 바위틈을 못 찾고 그냥 바위벽에 붙어있는 게 아닐까. 나는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작살의 고무줄을 조용히 잡았다. 놈은 달아날 수 있음에도 그대로 있었다. 아마, 놈으로서도 그 깊은 수심에서 사람과 맞닥뜨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작살의 고무줄을 길게 잡아당겼다가 탁 놓았다. 작살 촉이 몸체에 꽂힌 순간 놈은 한 번 꿈틀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잡았구나!’나는 긴장이 확 풀리면서 작살을 쥔 채로 강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때다. 물속 전체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물속에서 겁먹거나 당황하면 위험하다. 천천히, 쏘가리가 꽂힌 무거운 작살을 두 손으로 쥔 채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수면에 오르자마자 요란한 소리와 얼굴을 후려치는 물방울들에 정신이 없었다.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번쩍번개가 친 뒤 얼마 안 가쾅쾅쾅천둥소리가 나기도 했. 강가로 나가는 걸 포기하고 흰 바위 위에 쏘가리가 꽂힌 작살을 올려놓은 뒤 내가 오르려는데…… 여의치 않았다. 손으로 잡을 데 없이 온통 매끄러운 바위에 빗발까지 더해진 탓이다. 얼마나 세찬 빗발인지, 강마을도 보이지 않는다.

 

 

 

빗물이 유입되면서 강물이 느닷없이 부풀었다. 험한 바위들이 많이 박혀 있는 강이다. 내 몸을 강물 흐르는 대로 방치했다가는 다른 바위들에 부딪쳐 크게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공포에 사로잡힌 나는 기를 쓰고 흰 바위 위로 기어오르려하는데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워져만 간다.

 

 

 

 < 무심 이병욱의  단편소설  ‘그 강의 흰 바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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