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의 어느날, 조카를 데리고 원숭이 쇼를 보러 갔다.

원숭이의 재롱에 조카는 신나했지만,

난 그 쇼를 즐기지 못했다.

저 동작들을 익히기 위해 고생했을 원숭이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렇듯 어린애는 보지 못하는 사물의 이면을 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마 전 설 특집으로 TV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해주기에 열심히 봤다 (절대 불법다운 받은 건 아닙니다!)

젊은 시절 비디오로 볼 땐 그 영화가 ‘노래로 뭉친 가족애’를 주장하는 영화로 보였다.

하지만 중년이 된 나이에 그 영화를 보니까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먼저 마리아. 수녀원에서 나와 트랩 대령의 집에 간 그녀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 등 거의 베르사이유 궁전에 가까운 그 집에 반한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좋겠다”고 생각한 마리아에게 나타난 트랩 대령은

미남이기까지 하다.

나이는 거의 마흔에 달했으니 (애가 일곱이니 그 정도는 됐을 듯하다)

잘해야 이십대 초중반인 마리아와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그리고 애가 일곱이나 되지만,

마리아는 트랩 대령을 잡기로 한다.

트랩 대령이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보트에서 호수로 빠지고,

물에 젖은 채로 트랩 대령 앞에 나타난 것은 마리아가 선수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트랩 대령. 아이 일곱을 데리고 혼자 살아온 트랩은

미모의, 그리고 돈까지 많은 남작부인과 연애를 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 나타난 풋풋한 매력의 마리아에게 트랩은 다른 마음을 먹는다.

특히 트랩은 옆에 남작부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에 빠졌다 나온 마리아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선생은 나 좀 봅시다.”

트랩의 마음은 이 말에 나타나 있다.

물론 트랩의 구실은 아이들을 나무에 매달리게 했고, 또 커튼으로 옷을 만들어 입힌 걸 꾸짖는 것이었지만,

난 봤다. 트랩의 눈이 마리아의 가슴을 향해 있음을 (아내의 말에 의하면 마리아가 가슴이 꽤 큰 편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트랩은 고민한다.

마리아를 어떻게 해볼 기회를 잡으려고 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돈이 이미 많은 남자에겐 돈많은 미망인보다

풋풋한 매력으로 무장한 이십대 여자가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비슷한 컨셉의 드라마 <푸른안개>에서 김미숙은 이십대의 이요원에게 말한다.

“네가 언제까지 젊을 것 같아?”

영화에서도 위기감에 빠진 남작부인은 마리아를 불러 이야기한다.

마리아 때문에 자신과 트랩대령의 사이가 위기에 처했다는 남작부인의 말에

마리아는 죄책감을 느끼고 수녀원으로 떠난다.

영화에선 남작부인이 무슨 마녀 비슷하게 그려지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이 여자는 트랩대령의 돈이 아닌, 그 자체의 트랩을 사랑한 몇 안되는 여자였다.

그럼에도 노래를 못한다고, 또 이미 다른 여자에게 사로잡힌 아이들과 불화한다고

“안되겠소.”라는 잔인한 말로 파혼을 선언한 트랩이 나쁜 놈인 거다.

 


수녀원으로 돌아간 마리아는 그대로 죽을 수 없다며 계획을 세우는데,

그녀가 구워삶아 놓은 바로 일곱 아이들이 그녀의 구세주였다.

남편이 재산만 남기고 죽은 탓에 우아하게만 살았던 남작부인은

도통 아이들과 놀아줄 줄을 모르고,

아이들은 공놀이 도중 그녀를 일부러 맞히는 등 노골적인 이지메를 가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교훈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남자도 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

최근 드라마에 비유하자면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손여은이 남편의 전처 딸과 불화를 한 끝에 아이를 때리고,

이로 인해 남편과 시댁 전체의 불신을 산 예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마리아를 따끔하게 꾸짖어야 할 원장수녀도 마리아의 편에 선다.

하느님은 한쪽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등, 그 사랑이 그 사랑하고 별 차이가 없다는 등

감언이설로 마리아에게 트랩 대령의 품으로 돌아가라고 권한다.

무슨 저런 원장수녀가 다 있담, 하고 의문을 품겠지만,

아무래도 원장수녀는 트랩 대령의 부인이 된 마리아로부터 많은 기부를 받는 미래를 상상한 게 아닌가 싶다 (이 대목은 같이 보던 아내가 얘기했다).

 


이 영화의 진짜 위기는 트랩이 독일군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했을 때가 아니라,

트랩과 마리아가 아이 일곱과 더불어 알프스산을 넘어 도망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생각해 보라.

돈 때문에 트랩과 결혼한 마리아인데, 이제 재산도 못챙기고 스위스로 간 트랩이

대체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대충 예상되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

마리아는 아이들과 합창단을 만들어 길거리에서 노래를 하며 돈을 벌고,

별로 할 일이 없는 트랩은 그 돈으로 술을 마시며 맨날 성질만 부린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신사가 나타나더니 그들 앞에 있는 상자에 백 달러짜리 지폐를 (보이게끔) 넣는다.

그 액수에 놀란 마리아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가씨는 노래 부를 때가 정말 아름답군요.”

그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각에 나타나 백 달러짜리 지폐를 넣는다.

결국 남자는 마리아에게 차나 한잔 마시자고 하고....

뭐 이렇게 진행되는 게 실제의 삶이 아닐까 싶다.

젊을 때 봤으면 아름다운 영화라며 넋을 잃고 봤을 것을,

오래 살면서 이것저것 다 겪으니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좀 슬프다.

더 신기한 것은 지금부터 11년 전, 이 블로그에다 트랩 대령에 대해 악담을 퍼부었다는 것.

http://blog.aladin.co.kr/747250153/597287

그 글을 읽으면서 느낀 건, 그래도 그때는 조금 순수함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마리아가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비난은 안했으니까.

 

* 둘이서 잘 되고 난 뒤 트랩은 마리아를 사랑하게 된 게 솔방울 위에 앉을 때부터였다고 하고, 마리아는 “당신이 그 우스꽝스러운 호루라기를 불 때부터예요”라고 하는데, 마리아는 그럴 수 있겠지만 트랩의 말은 거짓말이다. 그 이전까지 마리아를 볼 때와 호수에 빠지고 난 뒤의 마리아를 볼 때의 눈이 완전히 다르며, 그때가 진짜로 마리아에게 빠진 순간이다.

 

** 이 영화의 히로인이었던 줄리 앤드루스는 그 이후 별다른 작품이 없다.

아내가 <메리 포핀스> 있잖아,라고 하기에 찾아보니까 그 영화는

<사운드 오브 뮤직>보다 1년 전에 만들어졌다.

줄리 앤드루스가 노출을 한 <텐>을 비롯해서 그 후에 찍은 영화들은 정말 별볼일이 없는데,

아주 나이든 다음에 오히려 더 잘나가는 것 같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비롯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비로소 나타난다.

 


*** 반면 트랩 대령은 그 잘생긴 외모답게 그 후에도 계속 영화를 찍었고,

필모그래피를 보니까 82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최근까지도 계속 영화를 찍은 그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못받은 오스카상을

2012년에 받았다고 한다.

1929년생이니 무려.... 83세, 최고령 아카데미 수상 기록을 세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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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12 2015-02-2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 앤드류스는 꾸준한 뮤지컬 배우였지요. 성대 수술한 후에 카메론 매킨토시의 생일 축하 공연-이것이 생일 파티의 끝이다을 보여주지요-에서 노래도 안하고 마이 페어 레이디 대사 하나 읊어주는대 눈물이 나게하는 그녀를 보고. 아. 진정한 꿀성대의 끝판왕이구나 했습니다. ^.^. 한때 사운드 오브뮤직은 어린이날. 설날 크리스마스 점령 영화였는대.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군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마태우스 2015-02-22 19:37   좋아요 0 | URL
소요님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서툴렀던 것이, 영화 찍던 사람이 갑자기 안보이면 인생이 실패했다고 단정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루크 스카이워커로 나왔던 이도 위키백과를 보니까 영화 안찍는 동안 많은 일을 했더라고요. 그럼에도 그가 영화를 못찍어서 실패다,라고 단정을 짓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줄리 앤드류스가 뮤지컬로 활동했군요. 흠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moonnight 2015-02-2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이들어서 영화를 다시 보니 남작부인이 너무 슬펐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리 포장해도 결국 트랩대령은 어리고 상큼한 여인에게 혹했던 거겠지요. ㅠㅠ 첨에 오드리햅번에게 의뢰된 역할이었는데 노래땜에 부담을 느껴서 고사하는 바람에 줄리 앤드루스가 맡게 되었다는 얘기 들었어요. 오드리 햅번이 마리아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해요. 첨 보자마자 트랩대령이 홀딱 반하게 되지 않을까요. ㅎㅎ

마태우스 2015-02-22 19:38   좋아요 0 | URL
달밤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드리헵번이 나왔다면...ㅎㅎ 남작부인을 호수에 던져버렸겠죠. 원래 이영화의 컨셉이 노래에 이끌려 좋은 여인을 찬다, 이런 거일텐데 오드리 헵번이면...호호호. 좋은 정보 감사요
 
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제대로 된 교양과학서가 드물다는 것. 청소년들을 자극할 과학서의 부재는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가 암담한 이유 중 하나다. “너도 과학자 아니냐?”라는 반박이 나올까봐 미리 말씀드리자면, 나는 <기생충열전>이라는 책으로 기생충학계를 천하 통일한 바가 있으니, 다른 분야를 질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나를 경악하게 만든 책이 있으니, 그건 바로 <가슴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은 솔직한 이유는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이유였지만, 막상 읽어보니 내 기대와 달랐다. 그래서 실망했다는 게 아니라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얘기다. 책을 읽고 받은 감동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교양서를 쓰고 싶은 과학자라면 <가슴 이야기>를 읽고 참고하시라.”


 

이 책은 내가 그토록 뿌듯하게 여겼던 <기생충열전>마저 초라하게 만드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저자인 플로렌스 윌리엄스가 과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 작가라는 사실이다. 다들 알다시피 과학자는 글을 못쓴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특히 그런데, 과학잡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과학자들의 글쓰기에 대한 성토를 몇 시간이고 들을 수 있다. 교양과학서가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은 그 때문으로, 얼핏 생각하기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에게 글쓰기 훈련을 혹독하게 시키면 될 것 같다. 문제는 이게 너무 어렵다는 것. 그래서 또 다른 방법이 등장한다. 글 잘쓰는 작가에게 과학을 가르치면 된다. 이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플로렌스의 사례를 보면 최소한 전자보다는 훨씬 더 쉬울 듯하다. 그녀가 대학에서 환경저널리즘을 연구했다는 걸 알고나면 내 생각에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플로렌스는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슴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유방암, 사춘기 변화와 더불어 가슴의 진화와 기원 등 폭넓은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쓸 수 있었다. 저서가 있어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대접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계속 글쓰기를 게을리 한다면 머지않아 프리랜서 작가들에게 전문가 타이틀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여성의 가슴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각적 즐거움 같은 차원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관해서 말이다. 예컨대 우리가 알을 깨고 나온 뒤 바로 먹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사흘은커녕 이틀도 안돼서 다 죽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주장이 성립된다.
수유의 진화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먹이를 직접 구해야 하는 성체가 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죠.” (62쪽) 즉 젖을 분비하는 포유류는 새끼들에게 맞는 먹이가 있는 서식지에 머물러야 할 필요를 없앴고, 그 결과 먹이가 별로 없는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 새끼를 낳는 게 가능했단다. (64쪽) 한 가지가 더 남았다. 딱딱한 먹이 대신 젖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태어났을 때 치아가 없어도 됨을 뜻하며, 이는 출생시 머리가 작아도 됨을 뜻한다. 또한 젖을 빨아야 하는 필요 때문에 “구개와 혀 근육이 발달”했고, 이는 “언어능력 진화로 가는 길의 출발점이 됐다.” (65쪽) 그러니, 어머니한테, 그리고 다른 여성들에게 잘하자. 여성들의 가슴 덕분에 언어능력을 기른 주제에, 그 능력을 여성들을 비하하는 데 써서야 되겠는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은 내가 여태껏 읽은 교양과학서 중 단연 최고이며, 이를 본뜬 교양과학서가 많이 출간됐으면 좋겠다. 자신의 첫 책을 대박을 터뜨린 플로렌스 윌리엄스가 그 다음에 어떤 주제를 선택할지 궁금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게 어떤 분야든 나는 그 책을 사리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가슴을 정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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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2-1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열전>이라는 책으로 기생충학계를 천하 통일한 바가 있으니˝
하하~~ 그렇습니까?
꼭 한 번은 웃게 만드십니다.

프리랜서 작가라는 직업. 멋지네요. ^^
이 책을 보관함에 담습니다.

마태우스 2015-02-16 23:01   좋아요 0 | URL
아앗 한번밖에 못웃게 해드려 죄송해요. 다음부턴 꼭 노력할게요! 글구 프리랜서 작가는 울나라에선 참 살기 힘든 것 같더라고요. 아내가 프리랜서로 일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저랑 결혼하자마자 때려치운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좋은 대중 교양 과학서`는 정말 재미있죠....

마태우스 2015-02-18 03:2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

2015-02-17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2-18 03:26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님한테 이런 멋진 멧시지를 받았으니, 좋은 명절 될 것 같네요. 님도 좋은 명절 보내시길.
 














교보문고에서 열 명을 골라 한달에 한번씩 강의를 시킨다.

그걸 '빅10'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올해 그 명단에 내가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다른 분들의 면면을 보면 내가 왜 저기 있나 의아할 정도인데,

강의준비를 엄청나게 열심히 해야겠다 싶다. 


어머니를 제외하곤 여기에 대해 특별히 얘기한 적은 없지만,

과거 방송에 나갈 때 피디였던 분이 이걸 알고 축하문자를 보냈다.

거기에 대해 주고받은 문자다.




음성인식으로 문자를 보내다 수시로 오타를 낸 바 있어서

지금은 웬만하면 손으로 보낸다.

그런데 '열심히 싸겠습니다'란 말도 안되는 문자가 전송된 건

다들 알다시피 ㅅ과 ㅎ이 같이 있는 데서 기인했다.

받은 분은 당황했지만,

이게 다 직업병이란 생각도 든다.

기생충 하면 다들 변을 떠올리는데,

그러다보니 무의식 중에 '싸겠다'가 각인돼 있어서 수시로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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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12 2015-02-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6월의 남자신가요? ^.^

마태우스 2015-02-06 01:04   좋아요 0 | URL
오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다락방 2015-02-0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6월에 들으러 가겠습니다!!

단발머리 2015-02-0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직접 뵐수 있는 절호의 찬스군요.
저도 6월이요 *^^*

아무개 2015-02-0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 회합이되겠는데요
6월에 뵈요 마태우스님
^^

Mephistopheles 2015-02-0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일단 싸야 기생충을 확보.........아 이게 아니죠.

뽈쥐의 독서일기 2015-02-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오타가 넘 저질..이에요ㅋㅋ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5-02-0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실수도 하며 살아야 웃을 일이 있는 거죠. ㅋㅋ ^^

순오기 2015-02-0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10~~축하드려요!!
실수라 해도 기생충과 어울리는 낱말이네요.ㅋㅋ

카스피 2015-02-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당^^

마태우스 2015-02-1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피님/고맙습니다. 원래 의도가 이게 아니라 열심히 싸겠습니다,인데...^^
순오기님/그죠 기생충들과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페크언니/그럼요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삶의 활력소가 되더라고요
아무개님/아, 그런가요. 생각지도 않은 번개가....^^
단발머리님/윽 단발머리님까지 오시면 강의준비 진짜 열심히 해야겠네요...!
다락방님/오오오 님은 언제나 제게 태양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어쩐지 근사한 나를 발견하는 51가지 방법 - 한 번만 따라하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혼자 놀이법
공혜진 글.그림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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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주로 혼자 먹는다.
우리 과에 교수라곤 나밖에 없고,
작년 9월부터 학교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조교를 없앴기에 완전히 혼자가 됐다.
매번 같이 밥먹자고 부탁하는 것도 귀찮고, 하다보니 혼자 먹는 게 편한 면도 있다.
다른 사람과 먹으면 무슨 주제로든 얘기를 해야 하고,
그러다 밥알이라도 튀면 좀 쑥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혼자 먹는 건 결정적인 단점이 있는데
왠지 인간성이 파탄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그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난 꼭 잡지나 책을 들고 식당에 간다.
뭔가를 열심히 하면서 밥을 먹는 모습은, 이건 순전 내 생각이지만, 천생 학자 같다.

 

얼마 전부터 내 식사 파트너가 됐던 책은 <어쩐지 근사한 나를 발견하는 51가지 방법>이다.
이런 유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몇 가지 이야기’ 같은 제목은 십년도 더 지난, 외환위기 무렵에 유행했던 것인데다
‘어쩐지 근사한 나를 발견한다’는 건 아무래도 유치할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내게 배달된 지 몇 달간 책꽂이에 꽂힌 채 먼지를 맞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드디어 내 간택을 받았다.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일단 내용이 별로 어렵지 않으니 밥 먹으면서 보기 딱 좋다.
땅에서 단추를 줍는다든지, 천으로 만든 시계를 차는 행위는 분명 유치하지만,
중요한 건 행위가 아니라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이며,
저자의 설명을 듣다보니 그런 것들도 ‘한번 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나 십자수처럼 손재주가 필요한 일들은 그냥 패스했지만,
그런 게 필요 없는 일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나만의 루틴 동작 만들기’!
이걸 읽다가 감명을 받아 멋있는 걸로 하나 만들었는데,
앞으론 이게 내 루틴 동작이다!


혹시 나랑 있을 때 이 동작을 보면 “왜 저러나?”고 딱하게 보지 말고,
“아, 쟤의 루틴이구나”라고 너그러이 봐주시길.

혼자 밥을 먹고 싶은데 인간성 파탄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분들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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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15-01-2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실에서는 알라딘 잘 안들어오는데요.
잠깐 알라딘에 들어왔더니
마태우스님의 깜찍한 모습을 보고가네욤.
책리뷰도 맘에 들지만
오랜만에 보는 마태우스님을 보고 기분좋게 갑니다^^

마태우스 2015-01-29 13:57   좋아요 0 | URL
네...제 사진 보고 기분좋아지는 분이 계시다니, 저도 좋습니다!

꽃핑키 2015-01-2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커피 마시다가 뿜었어요 ㅋㅋㅋ 내 노트북 어쩔 ㄷㄷㄷㄷ
노트북이야 닦으면 되고 ㅋㅋㅋ 덕분에 ㅋㅋ 힐링 제대로 하고갑니다 ㅋㅋㅋ 너무 귀여우셔요!! ㅋㅋ

마태우스 2015-01-29 13:57   좋아요 0 | URL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님도 멋진 루틴 하나 기대할게요!

순오기 2015-01-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혼자 밥을 먹어도 마태님 감각은 죽지 않았어요!👍
혼자 산지 20개월쯤 되니까 혼자 사는 거 혼자 먹는 거...겁나지 않아요. 다만 남편이 천안에서 강릉으로 현장을 옮겨 마태님 보러 갈 명분이 사라졌다는 게...ㅠ

마태우스 2015-01-29 13:56   좋아요 0 | URL
글네요. 강릉이라뇨... 이번엔 제가 한번 내려갈게요. 지난번에 대접을 넘 잘받아서, 한번 저도 베풀고 싶어져요!

마립간 2015-01-2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루틴이면서도 인간성 파탄으로 보이는지조차 관심없는 저에게 마태우스 님의 글이 위 책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태우스 2015-01-29 13:55   좋아요 0 | URL
아유 그래도 제가 글을 매일 쓰는 게 아니잖아요. 책 하나 장만하세요...^^

soyo12 2015-01-30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무늬 남방이 참 멋지네요. ^.^.

마태우스 2015-02-05 22:08   좋아요 0 | URL
아 그렇죠? 이거 집사람이 사준 거예요 제 눈으로 고를 수 없는 그런 남방이죠^^

신데렐라엄마 2015-01-30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개그 본능 작렬.... 아침에 이거 보고 배꼽이 빠질 뻔했어요!!!! 뭘 해도 웃긴 마태우스 님... 사랑합니다^^

마태우스 2015-02-05 22:08   좋아요 0 | URL
루틴동작 멋진 거 하나 정하졌나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데렐라엄마 2015-01-3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블로그와 트위터로 가져갔어요. 저도 루틴 동작 구상 중... ㅋㅋ http://blog.naver.com/dymg98/220257518701 https://twitter.com/jimo_jiho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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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리뷰대회에 응모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알라딘 대주주라는, 스스로 낸 소문 때문에 혹시 내가 1등이라도 하면 “짜고 친다”는 오해라도 받을까 두려웠던 탓이었다. 하지만 방송출연 수입이 끊겨 주말마다 라면을 먹는 현실을 타계할 생각에 리뷰대회를 떠올렸고, 대상도서를 검색하다 고른 것이 <여자 없는 남자들>이었다. 


한 남배우가 운전기사를 뽑는다. 차를 고치러 맡긴 수리업체는 여성을 추천해 준다. 그 얘기를 들은 배우는 “그다지 달가운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11쪽) 하지만 그 여자가 운전 하나만큼은 잘 한다는 말에 한번 시험해 보기로 한다. 이럴 때 “눈이 휘둥그레지는 미녀”가 올 것 같았지만, 막상 온 여자는 “어느 모로 보나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17쪽). 하지만 자동차는 사방이 꽉 막힌 방 비슷한 공간이라 같이 있다 보면 친밀감이 싹트기 마련이다. 미녀도 아니고 말수도 적은 이 여자와 나란히 있다보니 그 배우는 자기보다 스무살 가량 어린 그 운전기사와 친해지며, 죽은 아내에 대한 얘기를 비롯한 내밀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이제부터 둘이서 뭔가 이루어지나 하는 기대감에 다음 장을 넘겼더니 갑자기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가 아는 한 비틀즈의 <에스터데이>에 일본어로 가사를 붙인 인간은 기타루 한 사람밖에 없다.” (63쪽)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기타루’는 제1 장에는 나오지 않는 인물이었으니까. 내용도 이상해서, 차 얘기가 아예 없었다. 성큼성큼 책을 넘기다가 비로소 깨달았다. 이 책은, 단편소설집이었다!


단편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집중할만하면 이야기가 끝나 버려, 밤을 새면서 읽어나갈 동력을 잃는다. 이 책이 단편인 걸 알고 실망했지만, 하루키의 글솜씨 덕분에 어느 정도 그 실망감을 만회할 수 있었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서, 자기 친구한테 미녀인 자기 애인과 데이트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기타루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다. 갑자기 끝나는 이야기에 실망하면 또 다음 얘기가 나를 기다렸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단편은 <기노>였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책 중간중간에 내 로망이 들어 있어서였다. 로망을 얘기하기 전에 소설 얘기를 잠깐 한다. 주인공인 기노는 운동화 세일즈맨으로, 출장이 잦다. 출장에서 하루 먼저 돌아온 날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걸 목격한 기노는 그 길로 집을 나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이모에게 전화를 건다. 찻집을 하는 이모가 나이가 들어 가게를 인수할 사람을 찾고 있었으니까. 결국 기노는 월세로 그 가게를 빌렸고, 저금한 돈의 반을 들여 찻집을 ‘바’로 개조한다. 2층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퇴직금도 남아 있었다. 거기다 집을 판 돈을 아내와 나눴기에 “한동안은 먹고살 수 있을 터였다.” (226쪽) 처음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기노는 “손님이 전혀 오지 않는 가게에서 기노는 오랜만에 마음껏 음악을 듣고, 읽고 싶던 책을 읽었다.” (227쪽) 


한때 나이가 좀 들면 책방을 할 생각을 했었다. 음료수를 파는 곳도 있으니 북카페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동네서점이니 사람도 많지 않아 임대료와 직원의 월급을 빼면 남는 건 별로 없지만, 거의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내가 꿈꾼 책방이었다. 한 몇 년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아내와 결혼하면서 꿈을 접었는데, ‘기노’를 읽으면서 그때를 다시금 떠올렸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행복했던 그때를 말이다. 이런 말을 아내한테 하니까 아내가 이런다. “그럼 내가 바람을 피워야 하는 거야?” 하지만 기노와 나는 몇 가지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첫째, 난 저금한 돈이 없다. 둘째, 기노와 달리 난 음식 만드는 데는 잼병이다. 셋째, 결혼해서 알게 된 건데 난 책만 읽는 것보단 아내와 강아지들과 더불어 사는 걸 훨씬 더 좋아한다. 그러니 여보, 바람 피우지 마. 내가 더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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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1-2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글은 언제나 유쾌해요.

마태우스 2015-01-28 00:54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리뷰대회의 강자 블랑카님, 이번에도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페크pek0501 2015-01-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수가 많으면 리뷰대회에서 뽑히는 건가요?
글 재밌게 읽고 보태고 갑니다. ^^

마태우스 2015-01-28 00:54   좋아요 0 | URL
그럴 리가요. 사실 제 스타일의 글은 리뷰대회에 적합하지 않죠. 리뷰를 못쓰니까 유머코드로 만회하는 거라...^^ 암튼 님의 마음은 감사히 받을게요

paviana 2015-01-28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더러가 떨어져 살짝 결승까지 별 무리없이 가겠구나 안도했었는데....
어엉 베르디히한테 질 줄이야..ㅠㅠㅠ
근데 변가보다 마태님이 더 형 아니신가요? 글케 보이던데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