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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의 추리 책방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번에 나온 <물만두의 추리책방>(이하 추리책방)이 '종합블로거 베스트셀러' 2위란다.
어떻게 이 책이 1위가 아니라 2위일 수 있냐는 생각에 전체 순위를 클릭해봤더니,
1위는 홍윤 씨가 쓴 <별 다섯 인생>이었다.
하마터면 <추리책방> 100권을 주문할 뻔했다 (이 책을 1위로 올리려고!)
추리책방은 물만두님이 2000년 10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쓴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추린 거다.
대체로 시간 순서에 따라 배치가 되어 있는데,
그걸 보다보니 물만두님의 필력이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특히 2006년 이후에 쓰신 글들은 카리스마가 넘쳐서 날아다니는 느낌까지 준다.
"당신이 이 책을 사서 읽는 그 순간 우리 문학 발전의 디딤돌이 다져지게 되는 것이다.(2007년 2월)"라든지
"살아있는 한 우리는 추억이라는 유령과 늘 함께 할 것이다...그것이 유령일지언정 한때 사랑했던, 다시 없을 순간이기 때문이다(2008년 1월)."같은 구절은
보통의 리뷰에서 만나기 어려운 멋진 말이다.
만두님에겐 미치지 못하지만 나 또한 알라딘에서 글을 쓰면서 내공을 쌓았으니,
알라딘 서재야말로 글공부의 전당이라 할 만하다.
만두님 리뷰의 최대 강점은 스포일러가 전혀 없다는 것.
추리소설 리뷰를 쓸 때 보면 줄거리와 범인 빼곤 쓸 게 없던데,
만두님은 사건의 발단만 살짝 흘린 후 작품과 사회와의 연관성이랄지,
그 작품과 작가가 추리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 같은 얘기들로 나머지 지면을 채운다.
이런 게 바로 전문성에서 나오는 내공이리라.
"추리소설에서 트릭이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같은 말을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많이 읽어 지식을 쌓으면 더 고급스러운 리뷰를 쓸 수 있다는 진리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전문성을 쌓지 않은 사람은 추리소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까?
그냥 줄거리와 범인을 쓰면 된다.
물론 "야! 이 스포일러 같은 x아!"같은 비난을 독자와 출판사 양쪽에서 받겠지만,
원래 좋은 리뷰어는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탄생하는 법 아니겠는가?
책을 덮고 나서 생각을 해본다.
추리문학은 물만두님이 선점했고 인문학은 로쟈님과 발마스님의 분야인데
내가 개척해야 할 땅은 대체 어디일까?
물론 나도 기생충이라는 전문분야가 있긴 하지만,
기생충책은 1년에 한권도 나올까 말까라는 게 문제다.
인간 기생충들이 창궐하는 정치 영역을 파고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분야엔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또 다른 문제.
내가 리뷰보다 페이퍼에 주력하는 이유다 (현재까지 리뷰 477편, 마이페이퍼 185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