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의학의 세계사 - 웃기고 때로는 속이 뒤집히는 질병들
데이비드 하빌랜드 지음, 이현정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재미있는 세계사 책을 읽었다. 역시 세계사책은 통사보다는 이런 미시사가 훨 흥미롭고 재미지다. 아주 완전 내타입이야 내타입!! 더군다나 이 책의 주제가 ‘의학의 역사’인데, 때마침 요 몇년간 코로나19에 맞닥뜨리면서 많은 매체에서 의학의 역사에 대해 보고 들었단 말이지(말이 의학의 역사지, 고대중세근세로 가면 크...의학이 아니라 환자들 운의 역사일지도 ㅋㅋㅋ). 그래서 그런지 아는 내용도 꽤 나오고, 진짜 상상을 초월한 의술(?)도 나오고, 정말 2022년을 살고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무엇보다 세계사는 한 편의 이야기가 길면 이상하게 눈이 안가는데, 요건 1편당 길어야 몇 페이지정도. 짧게짧게 읽기에도 넘나 편한 것! 근데 실려있는 이야기 편수는 무려 118편. 아니 대체 현대의학이 들어오기전까지 이렇게나 많은, 기상천외한 의술(?)이 있을 거라곤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요 ㅋㅋ


한편한편 읽다보면, 진짜 흑사병 유행당시 저승사자같은 까마귀복장(?)으로 유명한 의사들은 암것도 아니었구나 싶고. 분명 118편이란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읽다보면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넘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권 후딱 읽게 된다. 뭐랄까, 킬링타임용으로도 제격인 역사책, 세계사책 이랄까?





읽으면서 정말 기상천외한 의학의 역사 중 일부만 아주 짤막하게 옮겨와본다.


▶ 손수레에 자신의 불알을 올려놓았던 사내들?


환부가 부풀어 오르고 딱딱해져 코끼리 피부처럼 변한다는 상피병. 놀랍게도 일부 상피병 환자들은 실제로 자신의 불알을 외바퀴 손수레로 옮겨야만 했다. 음낭이 너무도 크게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신체 형태의 변질을 불러오는 불쾌한 상피병은 아프리카 곳곳과 인도, 남아시아 등에서 발견된다. p 032



▶ 왜 빅토리아 여왕의 탈장은 진단받지 못했을까?


제임스 리드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주치의가 된 것은 1881년이었다. 당시 빅토리아 여왕은 62세로 조금 과체중이었지만 전반적으로 건강했다. 하지만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민감해서 리드와 빅토리아 여왕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생략) 그런데 빅토리아 여왕이 1901년에 사망하고 리드가 그녀의 시체를 검사했더니, 여왕이 탈장을 겪고 있었으며 자궁탈출증도 심한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이 두가지 병은 모두 진단된 적도 없었다. 왕실의 예의범절 상 여왕이 옷을 벗은 상태로 진찰받는 것은 금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왕이 사망하기 6일 전까지 리드는 여왕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 조차 볼 수 없었다. p 073



▶ 바보와 등신의 차이는 뭘까?


간단하게 말해 바보와 등신의 차이는 ‘IQ25점’ 만큼이다. 적어도 예전에는 이게 정답이었다. 미국의 첫 IQ 검사에서는 바보나 등신이나 천치 따위는 비하가 아닌, 중립적인 용어로 쓰였다. 우선, 바보는 IQ가 51~70 사이의 성인을 일컫는다. 또 등신은 좀 더 낮은 IQ 26~50 사이의 성인이다. 마지막으로 천치는 셋 중에서 가장 지능이 낮은 IQ 0~25 사이의 성인을 의미한다. p 075



▶ 전쟁터에서 생긴 상처를 소변으로 씻어냈다고?


소변은 수 세기 동안 전쟁터에서 발생한 상처를 씻어내는 소독약 역할을 해왔다. 깨끗한 물이나 다른 소독약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다. 물론 지저분하게 들리겠지만, 소변을 본 사람이 요로감염증만 아니라면 소변은 대게 살균된 상태다. 따라서 소변을 소독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나름 효과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소변은 전쟁의 와중에서 얻을 법한 다른 연고들보다는 더 선호됐다. p 091



▶ 소독약은 누가 발명했을까?


영 괴과의 조셉 리스터는 ‘소독 수술’이라는 개념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수술실에 석탄산 용액을 뿌리고, 같은 용액으로 수술 도구와 붕대, 심지어 환자의 상처까지 소독하는 것이었다. 리스터의 위생개혁 덕분에 수술 후의 감염과 사망률은 극적으로 감소했고, 그의 주장은 널리 수용되었다. (생략) 리스터는 수술대 주위를 청결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수술실 전체는 병원의 다른 시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리스터 자신도 매일 같은 수술용 앞치마를 썼다. 앞치마에는 피가 두껍게 굳어있어 반짝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오늘날의 수술은 ‘방부나 소독’보다는 ‘무균’의 원리를 따른다. 그러니까 단순히 수술과정에서 세균을 없애는 개념이 아니라, 미리 수술실과 도구들에 세균이 완벽하게 없도록 준비하자는 이야기다. p 150



▶ 실수로 환자의 불알을 자른 유명한 외과의?


로버트 리스턴은 19세기의 유명한 외과의사였다. 그는 복잡한 수술도 뛰어난 기술과 속도로 소화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따. 마취제를 사용하기 전에는 수술 속도가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는데, 리스턴은 다리를 절단하고 절단 부위를 봉합하는 데 단 90초면 충문했다고 한다. (생략) 하지만 속도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수술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일이 가끔 생겼다. 한 번은 리스턴이 환자의 다리를 겨우 2분 30초만에 절단했는데, 그만 그의 왼쪽 고환까지 잘라버리는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 또 절단 수술을 관람하던 관객들이 그가 조수의 손가락 두 개와 어떤 유명한 참관인의 코트 자락까지 한꺼번에 잘라버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저명한 관객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죽어버렸다고 한다. 그 뒤로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와 손가락이 잘린 조수도 상처에 생긴 괴저로 사망하고 말았다. 후일 위대한 의학 사가인 리처드 고든은 이 사건을 ‘역사상 치사율이 300%에 이른 유일한 수술’이라고 묘사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p 149~150



▶ 아기들은 엎드려 자야할까, 아니면 똑바로 누워 자야할까?


미국 소아과 의사 벤저민 스폭 박사의 <유아와 육아의 상식>은 육아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중의 하나다. 책에서 스폭 박사는 아기를 엎드려 재우라고 권유했다. 그의 논리는 아기들이 똑바로 누워서 자면 밤에 구토 할 때 토사물에 질식할 위험성이 더 크다는 거였다. 스폭의 책 덕분에 이 충고는 그야말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 충고에 오류가 있음이 드러났다. 소위 ‘요람사’라 불리는 유아 돌연사 증후군 연구에 따르면 엎드려 자는 것은 요람사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명쾌한 이유는 알려진 바 없지만, 추측성 이론들은 많다. 엎드려 자는 아기는 ‘반복 순환’되는 공기를 들이마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가지 이론이다. 이런 공기에는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축적될 수 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아기가 엎드려 자면 스스로 질식할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이 또 다른 이론이다. 세번째 이론은 엎드려 자는 아기는 침대 매트리스에 있을지 모를 독성이나 곰팡이를 들이마실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p 167~168



이 외에도 이 역사책에서는 딸국질은 왜 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껌을 소화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보름달이 뜨면, 정말로 사람들이 미치는지 등 정말 기상천외한 의학의 역사가 줄줄이 사탕으로 끌려나온다. 만약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 작가가 이 책을 본다면.... 서프라이즈 안끝나겠는데ㅋㅋ?



일단 확실한 건 과거의 의사는.....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의사’는 확실히 아닌 너낌적인 너낌^_^. 그냥 환자들이 ‘병으로 빨리 죽느냐, 치료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느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하는,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고르는 듯한 선택지를 주는게 과거의 의사가 하는 의료인것 같달까. 하하하하ㅏ하하ㅏㅏ. 진짜 의료사고라고 칭하기도 어려울정도로 ‘의료인..가?’하는 것도 많고! 정말 내가 2022년을 살고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하는 생각이 미친듯이 몰려온다. 하하하하.



진짜 불과 백년 전까만해도, 조금만 심하게 아팠으면 바로 저세상 행이었다는게! 그마저도 아파서 죽는것보다 기상천외한 치료받다가 죽는다는게!!! 넘 무서운 사실인것이다..........허허허.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9-22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옮겨 주신 에피소드만 봐도 이 책 재미있겠어요.
피로님^^
 



이쁜 보드리와 벚꽃구경을 하고 싶었던 대발이. 하지만 보드리 눈에는 왜인지 모르게 대발이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특히 발!!!!! 그래도 대발이는 보드리를 너무 죠아해.....흑흑 아, 우리 대발이.... 이렇게 짠한 캐릭터였니? 엄마는 슬프구나T_T.



뭐랄까, 성인인 엄마의 눈으로 본 이 그림책은 모든 친구들이 나를 좋아할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보드리처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는 그런 너낌적인 너낌의 그림책이다.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잔혹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건 사실이니까T_T.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내가 나빠서 ‘거절’당했다고 생각하고 상처를 받아버리니, 그전에 이렇게 그림책으로 미리 이런 상황을 대리경험하면서, 모든 친구들이 나와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인 것 같다. 




아, 뎡말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조금 슬픈이야기네. 우리 뿡뿡이는 친구를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싫어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딱 적당할 정도로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으면. 여튼 그래서 난 우리 뿡뿡이가 기관에 입소하거나, 단지 내 친구들이 생긴다면 친구에게 너무 집착하지도 말고,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으니, 그 친구들에게 잘보이려 하지도 말라고 꼭 이야기하고 싶다. 흑흑.



아? 문득 내가 자주 뿡뿡이에게 하는 말이 떠오른네?



“뿡뿡아, 착한 호구처럼 살면안되고, ㅅ년으로 살아야 잘 살아!! 네 것은 네가 챙겨야해!! 엄마랑 아빠는 뿡뿡이꺼니까, 엄마아빠는 챙기는거 잊지 말고?!”



이제 뒤집을 준비하는 어리디 어린 뿡뿡이에게 엄마가 하는 말이 이런거라는게 넘나 슬픈것T_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전설일본


꽤 오래전에 짧은 서평으로 올렸던 『에도 일본』 후속편이다. 음 후속편이라고 하는게 맞나..? 저자인 모로 미야는 『에도 일본』, 『전설 일본』, 『헤이안 일본』, 『이야기 일본』 총 4권의 책을 출간했다. 다만 이 책들은 현재...당연히 절판이다. 하지만 내 책장에는 4권 모두 있다는 것! 이럴땐 묘하게 뿌듯뿌듯.



일본은 팔백만신의 나라답게, 그만큼 많은 전설을 가지있다(도시전설 제외!!). 예컨데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모모타로 이야기라던가, 카구야 공주 이야기도 일본의 오래된 전설 중 하나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전설들이 일본의 요괴문화의 시작이었으며, 현재 일본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쉽다. 우리나라로 치면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까지는 아니고, 쉽게쉽게 읽힌다고 해야할까? 거기다가 역사적 근거 또는 전설이 전승된 지역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된 유적지도 알려준다. 친절하게 사진까지 포함해서! 책을 읽다보면 내가 가본 곳도 있고, 가보고 싶은 곳도 있고 그렇다. 특히 가본 곳은....당시 그 곳을 갔을 땐 이런 전설이 있는지 몰랐던지라, 왜 진작에 이 책을 읽지 않았나 후회했을 정도T_T. 모르고 가서 보는 거랑, 알고 가서 보는 거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



2) 일본신화 코지키(고사기)


음.... 이 책은 오늘 서평하는 3권중 제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아마 1n년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뭐 당시에는 책은 읽기만 할뿐, 서평따위는 쓸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흠흠.



일본에서 제일 유명하고 오래된 역사서로 《고사기》, 《일본서기》 2개가 있다(뭐, 《신찬성씨록》도 있긴 한데, 음). 개인적으로는 이 책들을 다 읽고 싶었었다. 한일고대사나 도래인에 대한 내용을 알려면 《고사기》, 《일본서기》, 《신찬성씨록》 을 전부 읽어봐야하니 말이다. 다만 이 책을 살 당시에는 해당 책들의 완역본이 국내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때 내 눈에 띄었던게 이 책 『일본신화 코지키』다. 


아! 물론 지금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위 책들 완역본을 출간했다. 사야지사야지 하고 있는데, 서...섣불리 손이 안가는게 함정;; 



뭐 여튼, 이 책은 《고사기》 상,중,하편을 읽기 쉽게 엮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상권의 이야기는 일본의 창세신화, 중권과 하권은 초대 천황을 시작으로 역대 천황들의 영토 정복과 이런 저런 이야기다. 온전히 《고사기》에 대한 내용이다. 근데 굳이 우리가 일본 신화를 읽을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 고대사를 추적하기 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역사서인 《고사기》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고대사, 그러니까 당대에 쓴 역사서가 남아있는게 없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는 당대의 역사서가 남아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고대사 추적을 위해 중국과 일본의 역사서를 봐야한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의 역사서를 말이다. 유독 ‘일본’을 강조하는건, 《고사기》, 《일본서기》, 《신찬성씨록》에 고대 한반도의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당대 한반도 도래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당시 우수했던 한반도의 청동기, 철기문화를 비롯하여 수 많은 서적을 전래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당대 천황가를 주름잡던 실세들은 한반도 출신 도래인들이 많았다.



특히 《고사기》 편찬자인 오오노 야스마로(기원 후 723년 사망)를 비롯하여 그의 가족들도 백제계 도래인이었다. 백제 멸망 당시 왕자 풍장을 호위단 중 한명이 오오노 야스마로의 조부였다. 야마토 정권 당시 대표적 실세였던 소가씨도 백제계 노래인이었고, 소가씨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모노노베씨도 도래인이었다. 당연스레 백제계 도래인 여성들이 천황 조모, 모친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고사기》에는 백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아무리 당대의 역사서인 《고사기》라고 할지라도, 이 책은 천황가 주도로 편찬이 되었다는 점이다. 황실 주도라는 건, 황실을 띄우기 위해 편찬했다는 점을 뜻한다. 그래서 책 전반적으로 천황가의 정통성이라던가, 신의 자손이라는 점을 부각한다던가 뭐 이런 과장과 허구가 즐비하다. 그래서 보통, 아니 나같은 경우는 《고사기》를 비롯한 일본의 고서3종을 ‘5%의 진실과 95%의 과장’이 섞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속에서 5%의 진실을 찾아내는게 우리 고대사를 추적하는 길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렇다.



3) 정창원, 역사와 보물


일본 나라시에 위치한 도다이지(동대사). 도다이지는 아스카데라와 함께 나라시대를 대표한 사찰이다. 참고로 도다이지를 건립한 행기 스님은 백제 도래인이다(혹은 백제 도래인의 후손). 뭐, 이때는 이미 귀족, 기술자 각종 계층에 백제계 도래인들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도다이지 뿐만 아니라 아스카데라, 교토의 기요미즈데라, 교토의 아사카데라 및 아사카신사, 교토의 후시미이나리신사 기타등등. 유명한 대부분의 사찰과 신사의 건립자는 대게 한반도 도래인 또는 도래인 후손이다. 뭐, TMI는 여기까지하고.



이 책은 도다이지의 쇼소인(정창원)에 대한 전문서적이다. 지금이야 도다이지의 쇼소인(정창원)이 워낙에 유명하여 고유명사처럼 되었지만, 실제로 ‘쇼소’, 즉 ‘정창’이라는 말은 중요한 물건이 보관된 창고를 의미한다. 고로 쇼소인은 도다이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찰에 쇼소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유물이 발굴된 대표적인 쇼소인으로는 규슈의 니시노 쇼쇼인, 규슈 우미노 쇼쇼인이 있다. 어라 생각해보니 이것도 TMI22.



흠흠.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2002년 당시 정창원 사무소장으로 재직하던 일본인이 쓴 저서다(지금도 재직중인지 모르므로). 이 저서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완역하여 출판한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 한일관계사를 좋아하다보니, 동북아역사재단의 책도 꽤 읽어본 편이다. 해서 그 연장선상에서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책의 내용은 내가 생각한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난 도다이지 쇼소인에서 나온 한반도계 유물들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은 정창원 자체에 대한 소개와 정창원의 역사 및 정창원 보물 분류 및 보관 등등 오롯이 ‘정창원’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내 기대와는 달랐지만, 이 책은 도다이지 쇼소인을 이해하는데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숲에 있는 나무 한그루만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은 그 나무를 포함한 숲 전체를 보여준 느낌이랄까?


정창원 보물은 다양한 원류를 가진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이 정창원 보물들의 핵심이며 구심력이 되는 것으로 ‘정창원이라는 장소’를 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창원이라는 장소’에서 이루어졌떤 행위 그 자체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보물 보전’의 내용이며 ‘정창원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동대사 정창원은 역사상 많은 중요한 인물들이 오고간 장소다. 후지와라 미치나가, 고시라카와 법황, 다이라노 키요모리, 아시카가 요시미쓰, 아시카가 요시마사, 오다 노부나가, 메이지 천황 등 역사상 많은 중요한 인물들이, 고요황후가 쇼무 천황의 행복을 빌기 위해 대불에 바친 쇼무천황의 애장품을 보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보고의 수리를 명하였고, 보물 보존을 위한 용기를 기증하였다. 오쿠보 도시미치는 식산흥업을 위해 보고에 보관된 직물을 배포하여 활용할 것을 제언하였고, 이토 히로부미는 보물의 공개와 보존을 양립하기 위해 보고 안에 유리 진열장을 설치하였다. p 021(저자)



우리에게 정창원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라촌락문서를 비롯하여 신라, 백제 등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문물들이다. 일본학계에서 신라촌락문서가 소개되자 한국 고대사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후 수많은 연구 성과가 쏟아졌다. 1차 자료가 흔치 않은 한국 고대 사료의 세계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창원에는 희귀한 고대 자료들이 풍부하게 남아있다. 보통 고대 자료들은 필사된 후대의 사본들이거나 지하에서 출토된 매장유물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창원 문물들은 한 건물 안에서 온존하게 보존되어 전해졌다는 점에서 다른 고대 문물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p 022(역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10-07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신화책 읽어보고 싶습니다.
축하드려요 *^^*

이하라 2022-10-07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로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2022년을 살고 있는 나지만, 난 꽤나 우리 민속&전통문화를 중시한다.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금기담도 어느정도는 지키려고 하는 편이다. 다 이유가 있으니 생긴 전통문화, 금기담이 아니겠는가? 이 책도 그 연장선이다. 




본디 우리나라에 있던 세시풍속은 농업의 주기에 맞춰 생겨났다. 한마디로 세시풍속은 곡식의 씨를 뿌리는 시기, 잘 자라는 시기, 수확하는 시기, 농사를 쉬는 시기에 맞춰 생겨난 것이다. 해서 매 계절, 절기마다 그에 따른 세시풍속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절도 세시풍속중 하나인 것이다. 벗뜨, 시간이 흘러흘러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는 산업국가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세시풍속도 잊혀져갔다. 대표적으로 일년 중 제일 큰 명절인 4대명절 설날, 추석, 단오, 한식 중에서 설날과 추석정도만 살아남았다. 그나마 단오는 여러 지자체에서 자체행사를 하기도 하지만, 한식은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옛날엔 4대명절 중 한식을 제일로 쳤는데, 2022년인 지금 한식은 아예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신 외국에서 들어온 기념일을 챙기기 시작했고,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화하니 어쩔수 없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난 옛부터 전해져 내려온 세시풍속이 하나둘 사라져가는게 슬펐다. 그래서 ‘나라도 알고 있어야지, 나라도 지켜야지’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뭐 역사를 좋아하는지라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예로부터 전해져내려온 세시풍속을 월별로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1페이지당 세시풍속 1개씩이고, 그나마 페이지의 반 이상이 일러스트다. 글이 많은 편도 아니어서 읽기 어렵지도 않다. 거기다 책도 손바닥만해서 보기도 편하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면, ‘이 달의 세시풍속은 뭐가있나?’ 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겸사겸사 하나둘 정도는 직접 챙겨보면 더 좋고.



아래는 9월에 해당하는 세시풍속 중 일부다. 아! 여기서 주의해야하는 건, 세시풍속은 ‘음력’ 날짜 기준이라는 것.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로 양기가 가득한 날이다. 이날에는 연고가 없이 객사한 이들, 자식이 없어 제사를 못 지내는 이들을 위로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를 망제라고 한다. 망제는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못한 소회된 혼령을 위로하는 의미가 있다. p 276



양기가 가득한 중양절엔 귀신을 쫒는 풍속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수유열매를 머리에 꽂는 것이다. 산에 올라가 수유 열매를 꽂고 돌아다니면 잡귀를 물리친다는 속설이 있다. 수유 열매의 붉은색이 벽사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 279



봄에는 진달래 화전을 먹듯 가을이 오면 국화를 따 국화전을 요리한다. 요리하는 방법은 진달래 화전과 동일하다. 찹쌀가루 반죽을 얇게 펴고 그 위에 국화를 올린 뒤 부치는 것. 국화는 잡귀를 물리치는 힘을 가진 식물이기도 하다. p 280



음력 9월이 되면 가정에선 마당에 엄나무를 심거나 베어서 문에 매달아둔다. 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에 귀신의 도포가 걸려 못 들어온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p 285



경상남도 함양에서는 중양절이 되면 시냇가에 모여 앉아 손을 씻는다. 손을 씻는 풍습은 액을 떨쳐내는 것과 연관이 있는데 단옷날 창포물로 머리감기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중양절 냇물은 양기가 가득해 음기가 있는 귀신을 씻어낼 수 있다. p 2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왕실의 자녀교육법 - 혜경궁 홍씨, 인수대비, 사주당 이씨에게서 조선시대의 총명하고 어진 자녀 교육법을 배운다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집에 있던 책이다. 내가 학찰시절 산건지, 아니면 누가 준건지 당최 언제부터 우리집에 있었는지 알수 없는 책이랄까. 그토록 오래 있었는데, 읽어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뿡뿡이를 낳았기 때문에 이 책에 눈길이 간게 아닐까 싶기도?




우리는 임신을 하면 그렇게나 ‘태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산모만 편하면 될것인데, 뱃속 아가를 위해서 고놈의 태교태교태교. 물론 나는 태교다운 태교는 하지 않았다. 산모인 내가 편하면 뱃속 아가도 편할텐데, 굳이 찾아나서서 태교를 할 필요가. 그저 내 취미생활인 독서를 계속했고, 틈틈히 블로그도 하고, 포켓몬고도 하고. 진짜 나 편한일만 했다............는 내 TMI. 우리나라에서 고놈의 태교를 입에 달고 있는건, 이 태교가 옛날부터 중요하게 여겨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임신태교 교육서까지 나왔다. 바로 사주당 이씨가 저술한 『태교신기』. 난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태교신기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냥 드립인줄 알았는데, 와- 진짜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었다는게 너무 소오름이었다. 더 놀라운건 현대의 태교보다, 조선의 태교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아기를 갖는 과정조차도 엄격하게 따졌다. 우리가 아주 잘 알고있는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조차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사극에서 종종나오는 ‘합방일’이라는 것도 왕과 왕비사이에 아기를 갖을 최적의 날짜를 계산해서 합방을 하게 하는거니 말이다. 그래봤자 애바애라고, 성군될 놈은 성군되고 암군될 놈은 암군될 터인데. 허허허 ㅋㅋㅋ


아버지가 아이를 갖게하는 것과 어머니가 아이를 뱃속에서 기르는 것과 스승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한가지이다. 훌륭한 의사는 병들기 전에 치료하고 잘 가르치는 사람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가르친다. 그러므로 스승이 10년동안 가르치는 것보다 어머니가 뱃속에서 10개월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10개월간 뱃속에서 기르는 것보다 아버지가 하룻밤에 아이를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p 036 『태교신기』 中



자녀를 갖고자 한다면 부인은 반드시 월경이 순조로워야 하고, 남자는 반드시 정액이 충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욕정을 줄이고 마음을 깨끗히 하는 것이 상책이다. 욕정을 줄이면 함부로 교합하지 않아야 기운과 정액이 쌓인다. 그러다가 때에 맞게 교합을 하면 능히 자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욕정을 줄이면 정액이 충분해 자녀가 많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자녀를 낳을 수 있고, 오래 살 수도 있다. p 066 『동의보감』 中



조선시대의 임신한 여성에게는 수많은 금기사항들이 있었다. 임신 금기는 조선 왕실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었다. 왕비의 안전을 위해 또 몸과 마음이 건강한 후손을 위해 임신 금기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왕실의 임신 금기는 『동의보감』에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임신 금기가 음식 금기와 약물 금기로 나뉘어 있다. 그만큼 임신 중 음식과 약물이 태아에게 중요하다는 뜻이라 하겠다. p 105



태교에 대한 조선 왕실의 목표와 신뢰는 『내훈』이라는 책에 잘 나타나있다. 이 책은 인수대비 한씨가 왕실 여성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궁중 여성 교과서였다. p 109



조선시대 왕실을 비롯한 여러 계층의 여성들이 자녀 교육의 목표로 삼았던 문왕은 동양사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되는 인물이었다. 유학을 대표하던 공자가 존경해 마지않던 사람이 문왕이었다. 문왕은 중국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국가로 생각되는 주나라를 세운 창업자이며 완벽하게 인격을 연마한 성인이었다. (생략)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명실상부한 제왕을 길러내기 위해 태교를 행하였다. 나라와 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리기 위해서는 문왕 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길러내야 하고, 그런 지도자는 태교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왕실 태교의 목표이자 신념이었다. p 112



조선왕실의 자녀교육은 태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출산 후 교육도 포함이다. 왜냐? 왕이 되어야 하니까!


옛날 사람들은 나라의 세자를 교육하는데 더욱 신중을 기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세자가 위로 왕업을 이어받고 아래로 천하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세자는 지위와 권세가 한없이 높아 방종하기 쉬우니

미리미리 바르게 교육하는 방법을 더욱 시급하게 서둘러야 합니다.

-중종실록 권 27, 12년 1월 을미조



어쩌면.. 현대의 유별난 조기교육은, 조선왕실에 비하면 손톱의 때만큼도 따라가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왕실에서는 아이가 두세살이 되면(특히 원자라면 더더욱), 그때부터 기본교육에 들어가니 말이다. 심지어 원자를 가르치는 스승은 당대 최고의 유학자들. 실제로 조선시대 원자의 스승은 삼정승이나 2품 이상의 고위 관료 또는 명망 높은 유학자 중에서 뽑았다고 하니, SKY 과외선생을 고르는 요즘 부모 유별나다할게 못된다.



근데 여기서 함정. 조선 왕실에서 정식으로 원자교육-제왕교육 루트를 밟고 왕이 된 사람은 몇명 없다는 것ㅋㅋㅋㅋㅋㅋ



고로 저렇게 유별나게 원자/제왕교육한다고 해도 쓸모가 ..........음, 쓸모가 있을수도 있겠으나 대체로 쓸모가 없지 않을까. 그나마도 조선왕실에서 저렇게 정식 루트 밟고 왕이된 사람들 보면 아주 소수만 성군이 될뿐 대체로 단명하거나, 암군되던데? 결국 애바애아닌가. 뎡말 예나 지금이나 애바애는 명언중의 명언인듯! 이래저래 작금의 유별난 태교열풍이나, 조기교육, 사교육 열풍은.......예로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이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