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 자녀교육법 - 혜경궁 홍씨, 인수대비, 사주당 이씨에게서 조선시대의 총명하고 어진 자녀 교육법을 배운다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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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집에 있던 책이다. 내가 학찰시절 산건지, 아니면 누가 준건지 당최 언제부터 우리집에 있었는지 알수 없는 책이랄까. 그토록 오래 있었는데, 읽어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뿡뿡이를 낳았기 때문에 이 책에 눈길이 간게 아닐까 싶기도?




우리는 임신을 하면 그렇게나 ‘태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산모만 편하면 될것인데, 뱃속 아가를 위해서 고놈의 태교태교태교. 물론 나는 태교다운 태교는 하지 않았다. 산모인 내가 편하면 뱃속 아가도 편할텐데, 굳이 찾아나서서 태교를 할 필요가. 그저 내 취미생활인 독서를 계속했고, 틈틈히 블로그도 하고, 포켓몬고도 하고. 진짜 나 편한일만 했다............는 내 TMI. 우리나라에서 고놈의 태교를 입에 달고 있는건, 이 태교가 옛날부터 중요하게 여겨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임신태교 교육서까지 나왔다. 바로 사주당 이씨가 저술한 『태교신기』. 난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태교신기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냥 드립인줄 알았는데, 와- 진짜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었다는게 너무 소오름이었다. 더 놀라운건 현대의 태교보다, 조선의 태교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아기를 갖는 과정조차도 엄격하게 따졌다. 우리가 아주 잘 알고있는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조차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사극에서 종종나오는 ‘합방일’이라는 것도 왕과 왕비사이에 아기를 갖을 최적의 날짜를 계산해서 합방을 하게 하는거니 말이다. 그래봤자 애바애라고, 성군될 놈은 성군되고 암군될 놈은 암군될 터인데. 허허허 ㅋㅋㅋ


아버지가 아이를 갖게하는 것과 어머니가 아이를 뱃속에서 기르는 것과 스승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한가지이다. 훌륭한 의사는 병들기 전에 치료하고 잘 가르치는 사람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가르친다. 그러므로 스승이 10년동안 가르치는 것보다 어머니가 뱃속에서 10개월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10개월간 뱃속에서 기르는 것보다 아버지가 하룻밤에 아이를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p 036 『태교신기』 中



자녀를 갖고자 한다면 부인은 반드시 월경이 순조로워야 하고, 남자는 반드시 정액이 충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욕정을 줄이고 마음을 깨끗히 하는 것이 상책이다. 욕정을 줄이면 함부로 교합하지 않아야 기운과 정액이 쌓인다. 그러다가 때에 맞게 교합을 하면 능히 자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욕정을 줄이면 정액이 충분해 자녀가 많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자녀를 낳을 수 있고, 오래 살 수도 있다. p 066 『동의보감』 中



조선시대의 임신한 여성에게는 수많은 금기사항들이 있었다. 임신 금기는 조선 왕실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었다. 왕비의 안전을 위해 또 몸과 마음이 건강한 후손을 위해 임신 금기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왕실의 임신 금기는 『동의보감』에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임신 금기가 음식 금기와 약물 금기로 나뉘어 있다. 그만큼 임신 중 음식과 약물이 태아에게 중요하다는 뜻이라 하겠다. p 105



태교에 대한 조선 왕실의 목표와 신뢰는 『내훈』이라는 책에 잘 나타나있다. 이 책은 인수대비 한씨가 왕실 여성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궁중 여성 교과서였다. p 109



조선시대 왕실을 비롯한 여러 계층의 여성들이 자녀 교육의 목표로 삼았던 문왕은 동양사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되는 인물이었다. 유학을 대표하던 공자가 존경해 마지않던 사람이 문왕이었다. 문왕은 중국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국가로 생각되는 주나라를 세운 창업자이며 완벽하게 인격을 연마한 성인이었다. (생략)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명실상부한 제왕을 길러내기 위해 태교를 행하였다. 나라와 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리기 위해서는 문왕 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길러내야 하고, 그런 지도자는 태교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왕실 태교의 목표이자 신념이었다. p 112



조선왕실의 자녀교육은 태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출산 후 교육도 포함이다. 왜냐? 왕이 되어야 하니까!


옛날 사람들은 나라의 세자를 교육하는데 더욱 신중을 기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세자가 위로 왕업을 이어받고 아래로 천하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세자는 지위와 권세가 한없이 높아 방종하기 쉬우니

미리미리 바르게 교육하는 방법을 더욱 시급하게 서둘러야 합니다.

-중종실록 권 27, 12년 1월 을미조



어쩌면.. 현대의 유별난 조기교육은, 조선왕실에 비하면 손톱의 때만큼도 따라가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왕실에서는 아이가 두세살이 되면(특히 원자라면 더더욱), 그때부터 기본교육에 들어가니 말이다. 심지어 원자를 가르치는 스승은 당대 최고의 유학자들. 실제로 조선시대 원자의 스승은 삼정승이나 2품 이상의 고위 관료 또는 명망 높은 유학자 중에서 뽑았다고 하니, SKY 과외선생을 고르는 요즘 부모 유별나다할게 못된다.



근데 여기서 함정. 조선 왕실에서 정식으로 원자교육-제왕교육 루트를 밟고 왕이 된 사람은 몇명 없다는 것ㅋㅋㅋㅋㅋㅋ



고로 저렇게 유별나게 원자/제왕교육한다고 해도 쓸모가 ..........음, 쓸모가 있을수도 있겠으나 대체로 쓸모가 없지 않을까. 그나마도 조선왕실에서 저렇게 정식 루트 밟고 왕이된 사람들 보면 아주 소수만 성군이 될뿐 대체로 단명하거나, 암군되던데? 결국 애바애아닌가. 뎡말 예나 지금이나 애바애는 명언중의 명언인듯! 이래저래 작금의 유별난 태교열풍이나, 조기교육, 사교육 열풍은.......예로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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