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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8월
평점 :
3월에 두 번째로 읽은 책은 바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입니다.
이윤기 선생님이 쓰신 그리스 로마 신화 5권 시리즈 중에 세 번째 책입니다. 2010년 63세 나이에 심장마비로 별세하셔서 많은 독자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아직은 더 활동하셔도 충분한 나이이고, 번역가로도 유명하셨기 때문에 좋은 책을 저술 또는 번역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입니다. 어떤 특정 주제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많은 신과 인간들의 이야기를 본인의 생각, 동양의 신화 등도 함께 재미있게 소개해 줍니다.
그리스 로마 신들은 참 질투도 많고, 고집도 세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면을 많이 보여서 정말 신인가라고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더 예쁘다고 혜라, 아프로디테, 아테나는 서로 경쟁을 벌이고, 파리스를 통해 승리한 아프로디테는 헬레나와 파리스가 서로 반하게 하여 그 유명한 트로이아 전쟁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인간들은 죽고, 아킬레우스라는 희대의 영웅도 결국 죽음을 맞이하죠. 물론, 신이 원하는 대로 인간은 안 하면 좋겠지만, 약한 존재인 인간은 그런 힘이 없습니다.
이 책에는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하나의 주제가 눈에 띕니다. 바로 인간의 '오만'입니다. 신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감사를 표하지 않았거나 자신의 뛰어남을 믿고, 신을 넘어서라고 하거나 또는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들이 어떻게 종말을 맞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항상 겸손하고, 감사를 표하라는 단순한 진리를 신화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포메네스가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아탈란타와 결혼하지만, 아프로디테에게 제물도 안 받치고, 명예로 돌리지 않아서 결국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는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능력으로 얻지 못한 행복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인간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은 피리 연주 솜씨를 가진 마르쉬아스가 아폴론과 경쟁을 하다가 결국 살가죽이 벗겨진 이야기는 얼핏 보면, 아폴론이 잔인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마르쉬아스가 주운 피리는 결국 아테나가 버린 피리였다는 점에서 마르쉬아스도 본인의 능력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이 태양신에게 태양 마차를 몰고 싶다고 고집 피우다가 제우스에게 벼락을 맞은 이야기,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로스가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 있는 곳까지 날아오르다가 땅에 떨어져 죽은 이야기,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키마이라를 죽인 벨레로폰이 올림푸스 산에 올라가려다 제우스가 보낸 등에에 의해 땅에 떨어져 죽은 이야기 등.. 모두 한결같이 잘난 척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라는 교훈을 줍니다.
물론, 신들의 장난, 특히 제우스의 난잡한 행동 등은 마음에 안 들지만, 신화는 원래 이런 것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기존의 올림푸스 신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줍니다. 신들이 인간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이윤기 선생님이 책 후반부 '나오는 말'에 쓰신 내용이 참 공감이 갑니다.
나의 실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설명해도 남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이걸 꼭 붙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단다.
...
나도 신화라는 이름의 내 실을 꼭 붙잡되 놓치지 않으려 한다. 독자들도 각자의 실꾸리를 하나씩 마련하기 바란다.
우리들의 실꾸리는 뭘까요? 인생을 살면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실꾸리가 뭔지 생각해 볼만합니다.
2016.01.11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