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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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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우리 이만 헤어져요-이혼 변호사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


 


<우리 이만 헤어져요>, 이혼 변호사가 쓴 인스타툰이라 그런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메리지레드>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인스타툰과  함께 미공개 에피소드, 그리고 저자의 에세이가 수록된 책인데 이제까지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점을 진솔하게 써 놓은 점이 장점이다.


인스타툰으로 연재할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최소 한 번은 하는 고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결혼과 이혼! 결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 더 좋은지 고민한다. 최유나 변호사는 20대 부터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천 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고민과 결심, 결혼 생활 중 이혼을 결심하게 만드는 불행, 이혼의 문턱 앞에서 결심을 재고하게 하는 것들 등을 모두 지켜 본 것이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에는 자신의 친자인 줄 알고 키웠던 아이가 사실은 다른 남자의 아이라는 것, 배우자의 잦은 외도나 폭력, 고부나 동서 사이의 갈등 등 극단적인 사례도 많지만 결혼 생활을 하며 흔히 겪을 수 있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자신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마음을 다치는 것이다. 물론 두 사람 다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어떻게 상대방에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분노만 남기기도 한다. 이 책 속에는 그런 다양한 상황이 나와 있고, 저자는 마음이 돌아선 모든 부부에게 이혼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반드시 이혼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이 책 소개에 결혼한 사람 뿐 아니라 미혼인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나와 있는 것 같다. 결혼 전에 이 같은 상황을 알고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더욱 행복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예전에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던 <사랑과 전쟁>에 나온 사례처럼 파렴치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아서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혼할 때 이혼 변호사가 어떤 역할을 하며, 이들에게 이혼 상담을 할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 지에 대한 정보도 간접적으로 나와 있었다. 물론 결혼을 계획하면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처음부터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이 과정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복역을 하던 와중 이혼을 바라는 부인 등 온갖 굳은 사건도 맡는 바람에 머리를 기른다는 이야기나 정말 안타까운 경우지만 이혼 소송은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 시원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이야기 등 변호사들의 고충을 간접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사례도 많았다. 가장 안타까웠던 저자의 글 중 하나는 '우리는 모두 이전 세대에 빚을 지고 있다'였는데 여기에 많은 공감을 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자식들의 뒷바라지 등을 위해 주로 희생을 해 온 부모님들이 이제 자신의 의무는 다 했다며 이혼을 하는 경우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 속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나름대로의 희생과 인내를 했고 많은 분들이 이제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황혼 이혼을 한다고 한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정말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이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이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우선 '이혼'이라는 중대 사건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또한 결혼이라는 중대한 결심을 하기 전, 후, 그 과정에 생각해 봐야 하는 많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혼이라는 것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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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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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높고 푸른 사다리-공지영 장편 소설 추천


 


<높고 푸른 사다리>는 공지역 작가의 장편 소설로, 최근 읽은 그의 작품으로는 <해리>, <즐거운 나의 집>에 이어 세 번째이다. 물론 예전에 그의 대표 소설 중 하나인 <봉순이 언니>와 <도가니>등을 읽었지만 워낙 읽은 지 오래 되어 그 생생한 느낌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해리>, <즐거운 나의 집>, <봉순이 언니>, <도가니> 등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소설이지만(해리와 도가니는 '추리+팩션+사회고발' 이라는 비슷한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리>는 '해리'와 종교단체 사이의 유착 관계와 그 사이의 피해자들을 취재하는 것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 그들을 잇는 사랑이 그 무엇보다 돋보였다.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받침대로 삼아 주인공은 '해리'에 대한 조사를 이어 나갔다. <즐거운 나의 집>은 그야말로 세 번 이혼한 엄마와 딸 사이의, 모녀 간의 사랑이 중점을 이룬다. 주인공과 배 다른 여동생은 사랑할 수 없어도 아빠가 다른 남동생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바로 그 엄마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도 살아가면서 겪는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통해 행복을 깨닫는다. 공지영 작가는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썼지만, 그의 작품을 하나로 잇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랑에 대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명언이 차례 뒤에 나와 있었다. 우리가 지상에 머무는 이유는 '사랑의 섬광'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이 명언이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작가가 말하는 바라고 느꼈다.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도 공지영 작가의 문장은 훌륭했다.


누구나 살면서 잊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고통스러워서 아름다워서 혹은 선연한 상처 자국이 아직도 시큰거려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뛰는 심장의 뒤편으로 차고 흰 버섯들이 돋는 것 같다.


-<높고 푸른 사다리> 첫 페이지 중에서-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흔처럼 남아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상기하기만 하면 심장이 불안하게 박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억들 말이다. 이렇듯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을 적절한 단어의 배치로 써 놓은 것을 보면서 다시 감탄했다. <도가니>의 첫 장에서도, <즐거운 우리 집>에서 모녀의 대화 속에서도 수없이 비슷한 감탄을 하였다.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주인공은 신부 서품을 앞둔 베네딕도 수도회의 젊은 수사이다. 그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세 번이나 겪었으며 힘든 수도원 생활을 하였다.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수도원 생활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성욕을 비롯한 여러 욕구를 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가 수도원 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때쯤, 아빠스님에게서 호출을 받는다. 아빠스님은 미국 뉴저지 뉴튼 수도원에서 받은 소식을 그에게 전달하였다. 바로 미국 정부가 한국전쟁사를 대작으로 엮으면서 흥남 철수를 삽입하고, 그 안에 마리너스 수사님의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면서 주인공과 깊이 관련된 여자 '소희'의 이름이 나온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그 '소희'는 주인공을 보기 위해 이 곳에 온다고 했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파릇한 대학 시절, 신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과거 속으로 푹 빠져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낯선 신학교 대학생들의 일상을 들으면서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의 친구들에 대해 듣는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한 때 사랑했던 여자 '소희'에 대해서 알아가고, 토마스 수사님을 인터뷰하면서 한국사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함께 얽힌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독자는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간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처럼 <높고 푸른 사다리>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델이 된 실존했던 사람들이 나온다. 작가는 송봉모 신부님의 책을 읽고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고 젊은 시절 한국에 들어와 생을 바쳤던 신부님, 토마스 신부님과 비슷한 사람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 등이다. 작가는 이들의 삶을 훌륭하게 한 편의 소설로 쓰면서 한국사의 비통한 부분까지 엮어내었다. 그리고 독자에겐 훌륭한 문장으로 심금을 울리면서, 우리네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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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인들의 성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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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로틱 조선-조선 시대의 성 이야기


 


조선시대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매사에 진지하고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을 일컬어 약간의 비꼼을 담아 '선비 같다'라고 말한다. 집 안에서도, 나라를 이끄는 데에도 갖가지 규율이 있었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약하게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심하게는 벌을 받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성적인 욕구도 제한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인간은 언제나 빈틈을 찾는 법이다. 식욕과 수면욕과 함께 3대 욕구로 뽑는 '성욕'은 아무리 온갖 법규로 제재하려고 한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시대는 법과 신분, 제도의 틀 때문에 소수의 남자들만이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채울 수 있다고 한다. 힘 있고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여러 여성들을 만나며 성적 유희를 즐길 수 있었고 대부분의 여성은 이들이 만든 규제 속에서 살아야 했다. 물론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이 있었으나 어을우동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실패로 끝난다.


조선 시대에 성욕의 표출은 철저히 금지되어 혼인마저 반드시 '중매'라는 중간 다리를 거쳐야 했다. 부부가 된 이후에도 그 전에 만났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이혼시키는 것이 법이었다고 하니 제도가 얼마나 엄격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결혼을 했으니 부부 간에도 애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었고 권력자들은 이런 욕구를 표출할 다른 방법을 찾았다. 풍류라는 이름으로 기생과 첩을 통해 성생활을 즐긴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권력자, 그리고 유명한 학자들 또한 첩이나 아끼는 기생을 두었다. 특히 정철이 기생과 정분을 나누며 주고 받은 시는 지금의 관점으로 읽어도 꽤 노골적이다.(물론 표현은 은유적이지만, 시에서 의미하는 바가 그렇다.) 때로는 사랑하는 기생을 두고 상대방을 무고하거나 길에서 드잡이를 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권력의 중심에는 항상 기생이 함께 했으며, 권력자의 부인들은 남편을 사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면서 인내해야만 했다. 남편이 첩이나 여종을 취하는 것을 인내하지 못하고 복수심에 불타 범죄를 저지른 부인들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일화를 예로 들면서 기생이나 궁녀, 의녀, 첩 등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춘화, 육담을 통해 성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의 성 생활은 어땠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조선을 뒤흔들었던 섹스 스캔들과 그와 관련된 규범을 다루면서 당시 성에 대한 관점을 알아본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성에 대한 것들이 현대 사회의 많은 부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부패가 있는 곳에는 항상 여성을 두고 싸우거나 여성을 권력자에게 바쳐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일이 있었으며, 심지어 기생에 푹 빠져 황제를 속인 중국 사신도 있었다. 또한 아끼는 기생을 빼앗기고 상대방을 무고한 양반은 무고죄를 받게 되었으나 홀로 남은 어미가 있고 유일한 아들이라는 이유로 감형을 받았다. 사람들은 기생을 노류장화라고 비꼬았으나 왕의 후궁 중 기생 출신이 종종 있었으며, 왕이 후궁이 되어달라고 간청했으나 거절한 기생의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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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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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뷰]공지영 장편소설 추천 즐거운 나의 집-행복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처음으로 접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봉순이 언니>였다. 어린 날, 봉순이 언니를 읽고 봉순이의 삶이 너무 기구하고 슬퍼서 펑펑 울면서 책을 읽었다. 다음으로 읽은 것은 <도가니>, 좋아했던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처럼 시작하는 도입 부분을 보고 감탄했고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분개했다. 아,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여 전개해나갈 수도 있구나 열심히 타자를 쳤을 그녀의 손이 탐났다. 페이스북 게시물이 실제로 올라온 것처럼 사진과 글이 함께 실렸던 <해리>는 내 취향에 영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몰입감은 좋았다. 이번에 재출판된 <즐거운 나의 집>, 제목에는 '즐거운'이라고 나와 있지만 가정 환경을 생각하면 결코 즐겁지 않을것만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그녀의 표현력이 탐났다.


<즐거운 나의 집>은 엄마와 아빠의 이혼 후 아빠와 재혼한 새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과 함께 살던 위녕이 다시 엄마와 함께 살면서 시작된다. 엄마는 무려 3번이나 결혼을 한 후 3번 이혼했고 엄마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 남동생 두 명은 모두 성이 다르다. 위녕도 두 동생과 성이 다르니 성이 모두 다른 세 명의 자녀들이 한 집에 살게 된 것이다. 엄마는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소설가이고 위녕은 그런 엄마를 보면서 모든 것을 규칙처럼 해야만 하는 아빠의 생활을 떠올린다. 그 규칙에서 언제나 벗어나고 싶었던 위녕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하나씩 찾아간다.


<즐거운 나의 집>의 스토리는 작가의 개인적 삶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도 그것을 아는지 후기에 이 이야기는 소설이라는 것을 못 박는다. 3번이나 이혼한 여자라는 타이틀, 사람들이 모두 우려하고 연민의 눈길 또는 걱정의 눈길로 보는 것과 다르게 위녕은 그리고 엄마와 가족들은 불행하기도 행복하기도 하면서 보통의 가정처럼 살아간다. 물론 위녕의 엄마가 보기 드물게 자유분방한 쪽에 속하긴 하지만 자녀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것도 같고 아이들에게 더 잘 해주고 싶어서 일을 꾸역꾸역 해 나가는 것도 비슷하다.


<즐거운 나의 집>은 위녕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절묘한 표현력에 감탄하거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어쩜 이렇게 고등학생인 위녕이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읽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를 타고 왔다갔다 했던 십대의 기분이 떠오른다. 귀찮게 치근덕 거렸던 동생의 모습도 떠오르고 어릴 때 몹시 어른 같았던 엄마와 아빠도 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가 생각난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곳곳에 나의 모습이 그리고 내 가족의 모습이 숨어있다. 또는 내 친구들의 가족과 타인의 가족들도.


위녕은 엄마와 살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자신과 닮은 모습을 찾는다. 그리고 엄마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엄마들이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녀의 엄마가 소설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여 무언가를 절묘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위녕 또한 그렇다. 엄마가 비행기에서 내려서 '아가씨'라는 말과 미혼이냐는 질문을 몇 번 듣고 좋아하면서 위녕에 호들갑을 떨자 위녕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왜냐면...... 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는 빛이 없거든.


-즐거운 나의 집, 위녕의 말 중에서-

 

엄마는 깜짝 놀라 위녕을 바라본다. 위녕은 정말 결혼한 여자에게는 반짝반짝한 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서 삶의 안정감, 노련함은 보였지만 '빛' 대신에 '체념'이 남아 있었다. 엄마는 애써 그건 결혼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가는가의 문제라고 하지만 위녕은 어쨌든 결혼한 여자들에게서는 그 빛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저 여자는 아줌마구나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핵심을 콕 찌르는 위녕의 말에 엄마는 위녕이 가끔 무섭다고 한다.  


나 또한 엄마에게서 빛이 나는 여자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엄마는 엄마였고, 엄마이고 또 엄마일 것이다. 물론 그녀는 우리를 둬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자체발광하는 빛은 아니다. 젊든 나이가 들었든 주변의 엄마들에게서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위녕이 말하는 아줌마의 느낌을 알 것 같았다. 나도 위녕의 엄마와 함께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무서웠다. 나도 언젠가 아이를 낳고 시간이 지나면 그 빛을 잃게 되는 것일까.


어느 날 위녕의 엄마는 자신의 이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3번이나 이혼한 여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는 것은 그녀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두 번째 남편이 폭력을 휘둘렀던 사실을 말하며 그녀는 가정 폭력을 이렇게 표현한다. 가족이라는 것은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견고한 울타리 같은 것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것도 사적인 영역이라고. 그러니 당연하게 보호받아야 하고 침범당해서는 안 되지만, 이 폐쇄된 영역에서 힘이 센 한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쓰자고 들면 힘이 약한 사람은 당하게 된다. 이것이 가족의 딜레마이고 사랑해야만 한다고 믿는 가족이 그런 일을 저지르면서 비극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었고, 이렇게 말하는 위녕의 엄마도 아들을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폭력을 견뎠다.


유명한 여자의 가정 내에서의 인권은 빈민들만큼이나 비참하다.

그녀들은 가정 내의 폭력을 감추지 않으면 안 된다.


-즐거운 나의 집, 위녕의 엄마가 한 말 중에서-

 


위녕은 그런 엄마를 안아 주면서 엄마는 언제나 자동차의 열쇠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라 말한다. 친구들 엄마는 자동차의 열쇠를 강물 속으로 던져버렸지만, 위녕의 엄마는 스스로 시동을 꺼 버리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행복을 향해 출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아마 위녕의 엄마는 딸의 위로를 듣고 매우 기뻤을 것이다.


이 외에 이 소설은, 재혼 가정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위녕이 엄마의 다른 성을 가진 형제들과는 순식간에 가까워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살았던 아빠와 새엄마 사이의 여동생 위현에게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위녕은 새삼 그들을 떠올리면서 그녀가 다른 성을 가진 형제들을 사랑했던 것은 엄마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고 위현에게 언니가 될 수 없었던 것은 새엄마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가정에는 문제가 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문제가 있는 집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이혼과 재혼을 한 가정에 대해서 다루지만 이 또한 우리들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냥 다른 집과 조금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랑으로 이뤄나가는 것이다. 엄마가 된 삶, 여자로서의 삶,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부모님을 둔 자녀로서의 삶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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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정재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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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색이_번지고 물들어-미술 심리 상담사의 따뜻한 사랑이야기


 


여기 그림 그리는 것에 푹 빠져 살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도화지 위에 연필로 선을 긋다 보면 선 외에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던 아이,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아르바이트와 빠듯한 월급으로 전시회 비용과 재료비를 감당했습니다.

힘든 생활에 잠시 그림이 아닌 길을 갔다가 8년 만에 되돌아왔습니다.

미술 심리 상담사 일을 하고 다시 연필과 붓을 그리는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여자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납니다.

그는 여자에게서 '노랑'을 보았다고 합니다.

확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가 궁금해집니다.

몇 번의 데이트를 하고 나서 그녀는 남자에게 묻습니다. 왜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느냐고.

남자는 그녀가 생각했던 정열적인 사랑이 아니라 배려 가득한 사랑을 합니다.

그녀는 이제 남자를 진심으로 바라 볼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를 만나기 전에 여자는 불안한 내면을 숨기고 자유로운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였습니다.

그를 만나고 나서 여자는 불안정한, 불완전한 자유를 버리고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여자가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자전거를 타는 마음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인연,

남자는 그런 사랑이었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고마워합니다.

천천히 좋아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서.


여자에게 남자는

가끔 균형을 잃어도 뒤돌아보면서 기다려주고,

다시 나란히 섰을 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랑입니다.


<너의 색이_번지고 물들어>는 정열적이고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제목처럼 서로에게 조금씩 물드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예쁜 삽화와 함께 자신의 사랑이야기, 다른 말로는 한 남자를 만나 자신의 일부분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완전한 모습이 아니지만 그 불완전함을 함께 채워가면서 따뜻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비 오는 여름 밤에, 예쁜 색으로 마음을 물들이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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