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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홈 수채화 - 정겨운 집과 풍경 20개 차근차근 따라 그리기
이자벨라 슈톨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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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수채화를 배우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또는 수채화를 그럭저럭 그릴 수는 있지만 좀 더 감각있고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설명이 상세한 책이나 유튜브를 이용하면 좋다. <스위트 홈 수채화>는 특별한 기법을 배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예쁜 집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스위트 홈 수채화>의 저자 이자벨라 슈톨베르크는 인스타그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_paperieur_를 방문하면 저자의 다른 작품을 볼 수도 있고 이 책을 보고 예쁜 그림을 그렸다면 #sweethomewatercolor 해시태그를 달고 소통을 할 수도 있다. 외국에 있는 저자의 활동을 이렇게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다니 새삼 소셜미디어의 힘에 감사하게 된다.




<스위트 홈 수채화>의 의도는 완벽한 수채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수채화가 주는 서프라이즈에 그림을 맡기는 것이다. 선이 좀 삐뚤삐뚤해도, 건물이 기울어졌어도 매력적인 그림이 될 수 있다. <스위트 홈 수채화>에서는 재료부터 작가가 주로 쓰는 제품들, 간단한 기법과 실용 이론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수채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또는 초보자라도 얼마든지 처음부터 따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저자는 주로 쉬민케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는데 아예 이 책과 거의 동일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저자가 소개한 재료들을 거의 갖추는 게 좋다. 책에 나온 색상 목록이 있으므로 쉬민케 물감을 사용한다면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융통성을 발휘하여 집에 있는 물감 색상표를 만들어보고 비슷한 색감이 있다면 활용해도 좋다. 붓이나 종이, 필기구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원래 그림그리기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기본 붓과 여기에 나온 필기구 중 몇 가지는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술용품이 꽤 비싸기 때문에 책에 나온 그대로 모두 사는 것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전문적인 수채화 책에 비하면 <스위트 홈 수채화>에 나오는 기법은 간단한 편이다. 기본적인 색상이론과 수채화를 한다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건식 기법 '웨트 온 드라이'과 습식 기법이다. 목재, 지붕, 풀 등을 그리는 방법도 상세히 나와 있다. 밝거나 맑은 물로 전반적인 바탕을 칠한 후 세필 붓이나 연필, 파인라이너 등을 이용하여 음영 등 세세한 포인트를 잡는 방법이다. 벽돌 벽같은 경우 평붓을 이용하면 빠르고 편리하며, 최대한 다양한 갈생을 사용하면 더 생생해 보인다.




<스위트 홈 수채화>에는 총 20가지의 그림이 소개되어 있다. 위쪽 가장자리에 그려진 붓의 개수가 난이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붓의 개수가 적은 것부터 따라하기 시작하는 편이 좋다. 스웨덴의 여름 별장이나 짙은 색 목조주택 등이 '붓 한개'짜리 쉬운 그림이다. 색상도 많이 활용되지 않았고 재료도 간단한 편이다. 참고로 수채화는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채화전용지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배경을 채색하는 방법, 집을 칠할 때 쓰는 붓과 터치 방법 등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따라하기 쉽다.


<스위트 홈 수채화>에 나온 집 그림은 대체로 단순하고 따라그리기 편하지만 이마저도 부담감을 느낀다면 책 가장 뒤에 있는 밑그림을 활용할 수 있다. 또는 이 책에 영감을 받아 나만의 예쁜 집과 풍경을 그리고 싶어질 수도 있다. <스위트 홈 수채화>에서는 멋진 영감을 주는 모티프 그림까지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유럽풍 창문들과 현관문, 우편함과 화분 등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한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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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 해학 - 본성에서 우러나는 유쾌한 웃음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최광진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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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해학-선조들의 유쾌함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해학>은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호암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다양한 미술품들을 접하였고 최근에는 한국미학 연구를 하면서 이 시리즈를 출판하게 된 것 같다. 첫 번재 책은 '신명'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흥' 정도 되겠다. 한국인은 누가 뭐래도 흥이 넘치는 민족이니까 말이다. 두 번째 책이 '해학'이고 책 소개를 보니 다음으로는 '소박'과 '평온'을 주제로 한 책이 나올 듯 하다. 선조들의 유쾌함을 대변하는 특징 '해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지금도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등 sns을 이용하여 해학적인 면모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표현하는 방식과 이용하는 매체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민족은 해학적이다.


저자는 단순히 한국의 미의식 '해학'의 특징들을 잡아내고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신명은 내적 감정을 분출시키는 표현주의와, 해학은 현실 풍자적인 리얼리즘이나 낭만주의와 연결시켜 설명하였다. 또한 한국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독자 대상으로 포함하여 한국의 미술품과 유사한 다른 나라의 미술품들을 함께 실어놓았다. 이런 방식은 한국인들도 자국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미술을 더욱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민족의 해학적인 특징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판소리, 탈춤 등을 통해서 양반들의 모순을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문학, 미술 가릴 것 없이 해학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힘든 삶, 핍박받는 삶, 사회의 부조리에 분개하고 화를 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낙천적으로 소화해 낸 것이다. 1장에서는 귀면 기와, 장승, 사천왕상에서 익살스러운 모습을 찾아내고 2장은 시와 그림을 통해 조선의 풍속을 살펴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민화, 역시 해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민화를 빼 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중섭, 장욱진, 주재환 등 현대 미술에까지 이어지는 해학의 미학을 살펴본다.


귀면 기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괴물의 얼굴을 새긴 기와로 목조 건축물의 마루와 사래 끝에 만들어 붙인다. 이 귀면 기와만 좋아하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국 가옥 형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험악한 괴물 또는 도깨비의 얼굴 속에 익살스러운 모습이 살아 있어 동양풍 장르 문학에서도 종종 언급되곤 한다. 한국의 귀면 기와가 특징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데에는, 단순히 침입자를 징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용까지 하는 양가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귀면 기와의 특징은 중국, 일본의 귀면 기와나 다른 나라의 건축물에 새겨진 괴물 조각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한국은 한때 호랑이의 나라로 불렸을 정도로 호랑이가 많았던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산이 국토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호랑이가 살기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유독 호랑이 관련 이야기가 많은데, 여러 민화 속에서 호랑이는 무섭지만 매번 작은 동물 또는 인간에게 당하는 존재로 나온다. 토끼와 호랑이에서는 그 커다란 호랑이가 매번 똑똑한 토끼에 꽤에 넘어가 호되게 당하고 만다. 유독 다른 나라와 달리 호랑이의 존재가 이렇게 표현된 것이 재미있었는지,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기도 하였다. 한국 민화에서도 호랑이는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나온다.


미술과 선조들의 '해학성'을 연결시켜 이렇게 다룬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특이 이 책은 한국 미술품과 함께 유사한 외국의 미술품을 다양하게 실어 놓아서 좋았다. 어떤 점이 유사하고, 우리 미술품에만 나타나는 특징이 무엇인지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외국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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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보태니컬 아트 세트 (본책 + 컬러링북) - 전2권 기초 보태니컬 아트
송은영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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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초 보태니컬 아트&컬러링 북-예쁜 꽃들을 그리면서 힐링을 해 보자


 


어쩌다 쉬는 날, 티비나 유튜브를 보면서 집에서 뒹굴거리면 순식간에 휴일이 사라지곤 해요. 그러나 분명 쉬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뭔가 몸은 찌뿌둥하고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낸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굉장히 허무하게 하루가 날아간 느낌이 들곤 하죠. 스트레스도 그다지 풀린 거 같지 않고요. 반면에 주말 아침에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서 잘 볶아진 원두콩을 손으로 직접 갈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먹거나 바깥 풍경을 보면서 예쁜 식물을 하나씩 그리다 보면 굉장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특별히 무언가를 열심히, 막 적극적으로 한 행동은 아닌데도 나의 손짓 하나하나에 달라지는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 그 자체로 힐링하는 시간이 되죠.

약간 시간을 내서 명상 비슷한 걸 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쉬는 날 이런 취미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해도 금손이 있기 마련이고, 뭘 해도 잘 되지 않는 손이 있죠. 저 또한 식물에 대한 책을 읽고 이런 식물들을 정교하게 그려놓은 그림들을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그런 것들을 자주 보다 보니 어느새 욕심이 생겨 파버카스텔 색연필, 온갖 물감 등 미술도구를 사게 되었어요. 그러나 열심히 돈을 들여서 산 도구에 비해 뭘 그려야 할지 몰라 헤매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 도구들은 방 구석을 조용히 차지하기만 했죠. 


 


그러나 저와 같은 사람들도 예쁜 식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책이 있으니, 이름 하여 <기초 보태니컬 아트> 책입니다. 미술 관련 책으로 유명한 이종에서 나온 책인데요, 어떤 색연필의 어떤 호수를 써야 하는지 부터 그림을 그릴 때 주의사항까지 굉장히 세세히 나와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아무리 초보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안 예쁜 그림이 완성되면 힐링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죠) 쉽게 그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어느 부분에 무슨 색을 칠하면서 명암을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까지도 지시 사항이 나와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알려 줘도 밑그림 등등의 그리기에 실패하는 분들이 있죠.


<기초 보태니컬 아트 컬러링 북>이 있다면 그런 걱정을 과감히 날려 버리셔도 돼요. 식물 종류 별로 밑그림이 잘 그려져 있어서 색연필 색과 명암 구분을 하고 열심히 색칠하면 되거든요. 물론 여기도 손재주에 따라 다른 그림이 나오겠지만 제가 해 보니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최소한 그냥저냥 만족할만한(비전문가, 집에서 그냥 하는 취미입니다!) 그림이 완성되더라고요.


또 식물을 볼 때 어떤 점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는지, 잎맥 같은 것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특정 그림을 그릴 때 주의해야할 사항이 무엇인지도 나와 있어요. 책에 나온 꽃들 뿐 아니라 내가 관심있는 다른 식물 그림과도 연계할 수 있게 말이에요. 올해는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고 있다면, <기초 보태니컬 아트>로 예쁜 꽃들을 그리면서 힐링 취미를 가져보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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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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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술관에 간 심리학-미술로 심리 살펴보기



시험을 위해 미술책이나 역사책에 나오는 유명한 그림들을 줄줄 외우곤 했지만 단 한 번도 그 그림들이 아릅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많이들 그러는 것처럼 사람들이 '명화'라고 하니까 명화라고 생각했고 아름답다고 강요하니까 저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고 머리속에 주입시켰다. 그 그림들을 실물로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실물로 보고 가장 큰 충격을 느꼈던 그림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화가의 작품들(주로 인상파)이 많아 좋아한다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처음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을 보고 그 앞에서 발을 뗄 수 없었다. 질감, 붓의 흔적 등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왜 사람들이 이 그림을 그렇게나 아름답다고 말하는지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30분을 넘게 그 앞에 서 있어도 눈이 황홀했다. 처음엔 그림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그 다음엔 반 고흐가 왜 이 그림을 이렇게 그린 건지 궁금해졌다. 소설가들이 왜 특정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이유가 궁금한 것처럼, 그가 왜 이 그림을 그려야만 했는지 이 그림을 그릴 때의 심경은 어땠는지 좀 더 알고 싶었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쓴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었고 그림 너머에 있는 화가들의 삶을 심리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사람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알라딘 책선물 상자(상자가 예뻐서 가끔 금액을 추가하여 시키는데, 셜록홈즈와 함께 모지스 책의 삽화로 만든 상자도 하나 보관하고 있다) 중 하나로 제작되고 있는, '모지스 할머니'로 유명한 그 사람이다.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작품들은 현대 추상미술과 달리 그냥 사진으로 보아도 예쁘다. 아름다운 배경에 사람들은 활기차고 귀엽다. 그녀는 평생 농장 일을 하면서 자식을 키웠고 남편을 사별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에 돌입한 나이는 무려 76세, 고작 얼마 되지 않은 나이로 '이걸 하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종종 생각하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숫자다. 세련된 기교 없이 아이가 세상을 보는 방식처럼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는 마르크 샤갈, 앙리 루소,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 등이 있다고 한다.


여러 도구를 이용한 그림 중에서도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수채화'이다. 유화를 한번도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수채화를 한번도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3, 4학년 즈음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까지 학교 미술 시간에서 수채화 그리기는 빼 놓을 수 없다. 저자도 가끔 수채화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우리가 소설가로 알고 있는 그 헤르만 헤세이다) 또한 수채화를 그리곤 했는데 정신분석학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 미술치료를 받을 때 그렸다고 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수채화를 그렸으며 이 치료법으로 안정을 찾은 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데미안>을 완성했다고 한다.



 


앙리 루소와 구스타프 클림트, 마네의 그림을 훌쩍 넘어 내 손길이 멈춘 곳은 '에드가 드가'에 대해 다룬 부분이었다. 역시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여럿 볼 수 있다. 당시 매춘부로 활동하기도 했던 발레복을 입은 어여쁜 소녀들, 에드가 드가는 그런 여성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에서 발레리나들의 몸짓과 옷은 아름답지만 여성의 얼굴은 흐릿하다. 특정 인물을 모델로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이런 여성들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들의 얼굴은 어딘가 경직되어 있고 우울하며, 그림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느낌이다. 실제로 에드가 드가는 우울한 가정사가 있었는데, 바로 그의 아름다운 어머니가 삼촌과 외도를 저지르고 고작 서른을 넘긴 나이에 죽게 된 것이다. 또한 유전병으로 인해 눈부심 병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남동생은 부도로 엄청난 빚을 진다. 에드가 드가는 남동생의 빚을 갚기 위해 모델이 필요 없는 온갖 곳에서 그림을 그렸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단지 화가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 사람들의 삶과 작품을 연결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단순히 예쁘네, 하고 지나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의 삶이 어떻게 그림에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오늘은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보면서 나의 내면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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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인문학 - 오늘, 우리를 위한 동양사상의 지혜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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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옛그림 인문학-그림으로 배우는 선현들의 지혜


 


자주 보아야 예쁘다.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이라도 자주 접하다 보면 그것을 대하는 눈이 바뀐다. 우리나라의 옛그림들도 그렇다.


현대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그림보다 서양의 그림에 익숙하다. 우리의 옛그림보다는 서양의 인상파 화가가 그린 그림들이 익숙하고, 그것들이 더 화려하고 예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의 옛그림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리고 찬찬히 그것들을 살피다 보면 점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조상들이 가지고 있었던 마음들, 민중들의 소박한 생활, 추구했던 정신적 가치들 등등 수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옛그림 인문학>은 그림과 함께 선조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책이라 그런지 각 챕터의  제목들부터 굉장히 낭만적이엇다.


배움, 달빛 언덕에서 시를 논하는 행복


물론 현대의 학생들처럼 입신양명을 위해 억지로 공부했던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과거에는 學而時習之不亦說乎 [학이시습지불역열호]​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직접 실천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정선의 <독서여가도>는 책을 읽다 잠시 쉬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으며 조선의 화가들이 자주 그렸던 것은 선비들의 서재를 담은 <책가도>였다. (참고로 정조도 독서광이라 <책가도>를 좋아했으며 책가도를 그리지 않은 화공에게 벌을 내리기도 했다.) 공부를 위해 은거하는 선비를 찾아온 지인의 모습을 그린 조영석의 <설중방우도>는 고즈넉하게 눈 쌓인 배경 안에서 두 사람이 진지하게 무언가를 토론하고 있어서 벗과 함께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눈에 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김홍도에 얽힌 이야기와 달리 꼿꼿한 자세를 하고 새하얀 도포를 입은 김홍도의 자화상은,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그의 면모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애초에 그의 이름 자체가 유가의 핵심 가치를 체득하여 도를 넓히는 군자가 되라는 바람이 담겨 있으니 이런 모습이 당연한 거 같기도 하고 다른 그림들을 보면 풍류를 자유롭게 즐기는 그의 모습이 진짜인 것 같기도 하고.


 

하늘과 사람을 알다


커다란 보름달 밑에 나무들만 지키고 서 있는 길, 쓸쓸함이 밤의 정취와 섞여 누군가에게는 고독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편안함을 준다. 우리나라의 밤 풍경을 그린 김두량의 <월야산수도>이다. 산과 물을 좋아했던 조상들의 '요산요수'가 절로 떠오르는 이 풍경은 현대에 와서는 즐기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고구려 벽화의 사방신, 그리고 해신과 달신. '하늘과 사람을 알다'에서 다루는 다른 그림이다. 주몽 신화와 관련이 있는 이 그림은 '인간의 삶이 곳 신의 뜻'과 같을 때 비로소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옛그림 인문학>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 조금은 낯선 그림 등을 주제에 맞게 나열하여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자연스럽게 그림과 연결하였다. 주로 인간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면서 조상들이 추구했던 주제들에 대해 다뤄 진정으로 내가 추구해야 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바쁘게, 성공과 효율만 생각하면서 앞으로만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휴식처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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