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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와 배신자 -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중 스파이, 올레크 고르디옙스키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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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쫄깃한 열린책들의 신간 <스파이와 배신자>

책과 함께 받은 라이트펜의 색이 파란색이다.

깜깜한 데서 켜 보니 뭔가 진짜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소품같기도 하다.



<스파이와 배신자>는 무려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이중 스파이,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의 실화라고 한다. 책을 살펴보니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다. 책의 앞 부분에 나오는 '올레크 고르디옙스키'가 관련된 암호명과 가명이 얼핏 봐도 대여섯 개가 넘는다. 그만큼 그가 관련된 작전이 많다는 것.

덧. 러시아 관련 책을 몇 번 읽어본 경험으로 볼 때, 이 인물 표기가 꽤 중요하다. 처음엔 나만 그러나 하고 생각했는데 러시아문학 읽어본 사람들 대부분 동의했다. 러시아 이름이 생각보다 헷갈려서...전부 -스키, -프 등으로 끝나는 데다가 우리나라 이름과 달리 길어서 자꾸 이 구간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보고 잊어버려 책 읽는 데 걸리면, 이 페이지를 찾아보면서 읽는다.




핌리코 작전 지도에 나오는 경로도 길다.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의 이동 경로와 M16의 이동 경로가 쭈욱 나와 있는데 구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모스크바에서 시작하여 핀란드, 노르웨이를 통과하여 런던까지 이어진다. 긴박함을 보여주는 탈출 경로가 아닌가 싶다.


1985년부터 시작되는 프롤로그부터 쫄깃하다.

KGB 방첩 담당부서에서 나온 사람들이 KGB 장교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아파트에 자물쇠를 따고 침투한다. 도청 장치를 아파트의 온갖 군데에 설치하고 옷장 안의 옷과 신발에 방사성 가루까지 뿌린다. 방사성 가루를 방사능 피해는 주지 않지만 방사능 탐지기를 사용하면 착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농도로 사용한다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용도다.

소련 정보국의 천재로 승승장구하던 러시아의 고위급 정보 요원 고르디옙스키가 런던에서 모스크바의 공항에 도착한다. KGB의 베테랑이면서 영국의 스파이인 그는 공항에서부터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다. 마중나오기로 한 직원은 보이지 않고 평소와 공항 사람들의 분위기도 다르다. 게다가 그 자신은 단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아파트의 세 번째 잠금장치가 잠겨있었다.

이후 <스파이와 배신자>는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한다. KGB 자체였던 그의 삶을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 없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안톤 고르디옙스키부터 KGB의 전신인 NKVK에서 일했고 그 혜택을 받으며 안락한 집 안에서 상대적으로 풍족한 음식을 먹으며 자랄 수 있었다. 그의 형은 먼저 스파이 활동을 시작하여 불법스파이로서 외국에 파견되었고 그 또한 제대로 외국에서 스파이활동을 하기 위해 마음에 맞는 똑똑한 여자 옐레나와 결혼했다. 물론 올레크는 옐레나를 사랑했지만, 뜨거운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서로 필요에 의해 매력적인 이성과 결혼한 전형적인 KGB 식의 정략결혼이었다.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의 이야기는 조지 오웰의 1984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올레크가 가족에게도 진실된 자신을 보여주지 않고 가족들 또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어디에서 감시당하고 있을지 모르므로. 옐레나를 만나 결혼하는 과정까지도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것과 묘하게 매치된다. 물론 <스파이와 배신자>는 1984처럼 완전히 암울하게 끝나지 않고, 주인공인 올레크 고르디옙스키는 똑똑하고 현명한 이중스파이였다.

냉전시대 스파이들의 생활, 러시아의 KGB요원이 길러지는 과정과 이중스파이들의 심리, 긴박한 탈출 실화가 궁금하다면 <스파이와 배신자>를 추천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가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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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일어서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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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바닥에서 일어서서-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



<눈먼 자들의 도시>가 리뉴얼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을 읽었고,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많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상당히 끔찍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작가의 문체는 담담했고 사실적이었다. 그 담담한 와중에 각 인물들에게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들의 심리가 너무 소름끼치게 사실적으로 나와 있어, 허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그 경험을 다시 하게 되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진 후, 그의 초기작 <바닥에서 일어서서>를 읽었다.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 안의 인물 속에는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자신의 이야기 또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당시 포르투갈의 시골에서 일어났던, 농민들에게 찾아온 비극적인 사건들이 사실적으로 나와 있다.


개인적으론 <바닥에서 일어서서>보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더 마음에 들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함께 세상이 흰 색으로 보이는 흑색증에 걸렸다는 허구의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서술해 나간다. 하지만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1900년 대의 진짜 있었던 사실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진행되지만 소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농민들이 대를 이어 물려주는 고달픔, 빠져나올 수 없는 가난의 수렁텅이, 때로는 건강이나 생명과도 연결되는 고통과 가난 등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포르투갈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역사와 1대1 대응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 그래서 이들의 비참함이 완전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농민들을 현대의 노동자로 치환하면 또 먼 세상의 일이 아니다. 현실과 강하게 연결되는 이 느낌은 내가 반기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다.


<바닥에서 일어서서>를 읽으면서 몇 개월 전에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이 떠올랐다. 국가의 존재 이유와 정치, 국민들의 현실 등을 노골적으로 비판적으로 나타낸 작품이었다. <바닥에서 일어서서>와 문체의 느낌, 서술 방식 등은 완전히 다르지만 잘못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나쁜 날씨(포르투갈어로 마우템푸)'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가족들이 나온다. 이 농민 가족 3대의 이야기가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된다. 땅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떠돈다. 정착하고자 하지만 빈곤은 늘 그들을 쫓아오고 이 빈곤은 사회구조로부터 시작되어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자신들의 몸을 갈아 넣으며 땅을 일구고 지주, 정치인 등 사회 기득권에 끝없이 희생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더없이 비참했다. 이런 비참함마저 담담함으로 이끌어나가 포르투갈의 독재 정권이 무너진 1974년까지 이 가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는 현대에도 이런 삶을 끊임없이 반복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 <바닥에서 일어서서> 또한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1900년대 포르투갈의 농민들과 역사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현대사회의 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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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최강 영화 유튜버 고몽의 유튜브 이야기 - 유튜브 영화 채널 1위 200만 구독자 고몽의 유튜브 성공 공식
김웅현 지음 / 성안당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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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내레이션 최강 영화 유튜버 고몽의 유튜브이야기-유튜버를 위한 모든 이야기


 


유튜브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도 몇몇 유튜버들은 억소리 나는 수익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그 때문에 현재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도전하고 있으며 유튜버로 투잡을 뛰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유튜버로 성공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수익을 올렸더라도 컨텐츠 부족이나 질 하락, 인기도 하락 등의 이유로 수익이 급격히 줄기도 한다. 유튜브로 수익을 올리자 직장을 그만두고 유튜브에 올인하였는데 유튜브 수익마저 줄어버려 거의 백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그 외에 노란딱지가 붙어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늘었고 아동이 나오는 유튜브는 광고가 제한이 되어 예전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나는 유튜브를 시작하지는 않았으나 언젠가 좋은 컨텐츠를 가지고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진 것은 아니라 현재는 피상적인 수준이다. 어쨌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관심이 있어 이제까지 유튜브 운영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어 보았다. <내레이션 최강 영화 유튜버 고몽의 유튜브이야기>는 이제까지 내가 읽어 본 유튜브 운영 관련 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책이었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특히 유튜브 관련해서 단 한 권의 책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무조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으나 그리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 않다면 또 이 책을 읽어라. 본인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리뷰를 유튜브로 즐겨보는 편은 아니라 '고몽'이라는 유튜버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그가 엄청 꼼꼼하고 준비를 많이 하며 알짜배기 컨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버라는 것을 확신했다. 우선 책의 목차부터 다른 책들과 다르다. 유튜브를 운영하기 전에 궁금해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특히 고몽은 영화 유튜버, 즉 다른 사람이 만든 창작물을 가지고 리뷰를 하는 형식의 유튜브를 운영하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써야하는 편이다. 나 또한 책리뷰를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궁금한 점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대충이 아니라 목차에 따라 매우 자세하고 꼼꼼하게 알아야할 것들을 적어두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유튜브란 무엇인가, 유튜브를 부업으로 하는 것과 전업으로 하는 것의 차이점, 유튜브 조회수가 잘 나오게 하거나 구독자를 늘리는 방법, 초보 크리에이터가 자주 하는 실수, 유튜브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광고주에게 친화적인 콘텐츠 만드는 방법 등부터 유튜브 제작 기술까지 나와 있다. <내레이션 최강 영화 유튜버 고몽의 유튜브이야기>는 그야말로 유튜브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사람 등에게 교과서같은 책이다.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제까지 읽은 유튜브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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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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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천년의 질문-조정래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추천



전라도 가시내는 전라도 말을 써야지 


조정래 작가 하면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은 이것이다. 사투리와 표준어 사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때, 그리고 사투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가속화됐던 때 조정래 작가는 전라도가 고향인 교수님께 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나 또한 표준어도 정확히 알아 두고 사투리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쪽이었기 때문에 사투리를 무턱대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말을 꼭 해 주곤 한다. 조정래 작가의 위상이 워낙 대단해서인지 사투리를 촌스러운 말로 치부했던 사람들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꾹 닫는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등의 대작으로 한국의 슬픈 역사와 인간의 본성을 다시 돌아보게 했으며 출판계에서도 어마어마한 기록을 수립했다. 그처럼 20세기에 이름을 날린 작가는 2000년 대 이후 수그러들 법도 한데, 그는 21세기에 와서도 지치지 않고 이 대단한 이력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등 꾸준히 집필을 하고 있고 그의 작품들은 오디오북, 인터넷 연재 등 새로운 매체로도 계속 나오고 있다. 덕분에 태블릿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 

 


   
 

응답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작가의 말-

 
   

 

 

조정래 작가의 신작 <천년의 질문>을 펴면 처음으로 보이는 문구이다. <천년의 질문>은 현대 사회를 겨냥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정치의 역할,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인문학 책에서나 볼 법한 문구, 그러나 이 사회에 태어나 원하든 원하지 않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체계에 끼워맞춰 살아야 하는 우리가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분단 이후 대기업 위주로 수도권 위주로 끊임없이 발달하다 보니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들었다. 외국인들은 서울의 잠들지 않는 밤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안다. 저 불빛이 누군가의 노동력과 눈물을 갈아 넣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원하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남들을 짓밟고 만든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이번 소설에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뼈가 담겨 있다. 아무리 정부가 아이를 낳으라 해도 이 미쳐 돌아가는 사회에 애국을 할 생각은 없고, 쉼없이 여기까지 바삐 달려왔는데 여전히 허기가 지고 서울 하늘 수 많은 건물 중에서 내 것은 없다. 부를 추구하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부를 역겨워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깨어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사회부 기자들도 사람인지라, 이런 사회세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때는 자유와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소리쳤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본의 사슬에 발이 묶여 정치계와 결탁한다.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다른 이의 이름으로 내 주고 대신 자식들을 배불린다. 어찌 이들을 비난할 수 있으랴.

 


이 침몰 직전인 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보다는 가라앉으리라는 전망이 앞선 가운데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가? 장우진은 사회학자인 고석민에게 우리 국민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치인과 경제인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서, 집단적인 망각증에 걸려서 잊어버리고 살기 바빠 무관심해서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속이 뜨끔하다. 그리스 시대에 대해서 사회책에서 배우고 또 배우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시민들의 책임과 의무, 권리에 대한 기본이 그 때에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민의 의무를 다 하고 있던가? 사회고 정치계고 경제계고 다 인간들이 모여서 만든 것인데, 우리가 바로 세우지 못한 것이 그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조정래 작가는 이 사회를 소설 속에서 그대로 그려내면서 묻는다. 백년, 천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은 것을 또 고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이고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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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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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천년의 질문-조정래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추천



전라도 가시내는 전라도 말을 써야지 


조정래 작가 하면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은 이것이다. 사투리와 표준어 사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때, 그리고 사투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가속화됐던 때 조정래 작가는 전라도가 고향인 교수님께 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나 또한 표준어도 정확히 알아 두고 사투리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쪽이었기 때문에 사투리를 무턱대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말을 꼭 해 주곤 한다. 조정래 작가의 위상이 워낙 대단해서인지 사투리를 촌스러운 말로 치부했던 사람들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꾹 닫는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등의 대작으로 한국의 슬픈 역사와 인간의 본성을 다시 돌아보게 했으며 출판계에서도 어마어마한 기록을 수립했다. 그처럼 20세기에 이름을 날린 작가는 2000년 대 이후 수그러들 법도 한데, 그는 21세기에 와서도 지치지 않고 이 대단한 이력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등 꾸준히 집필을 하고 있고 그의 작품들은 오디오북, 인터넷 연재 등 새로운 매체로도 계속 나오고 있다. 덕분에 태블릿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 

 


   
 

응답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작가의 말-

 
   

 

 

조정래 작가의 신작 <천년의 질문>을 펴면 처음으로 보이는 문구이다. <천년의 질문>은 현대 사회를 겨냥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정치의 역할,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인문학 책에서나 볼 법한 문구, 그러나 이 사회에 태어나 원하든 원하지 않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체계에 끼워맞춰 살아야 하는 우리가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분단 이후 대기업 위주로 수도권 위주로 끊임없이 발달하다 보니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들었다. 외국인들은 서울의 잠들지 않는 밤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안다. 저 불빛이 누군가의 노동력과 눈물을 갈아 넣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원하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남들을 짓밟고 만든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이번 소설에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뼈가 담겨 있다. 아무리 정부가 아이를 낳으라 해도 이 미쳐 돌아가는 사회에 애국을 할 생각은 없고, 쉼없이 여기까지 바삐 달려왔는데 여전히 허기가 지고 서울 하늘 수 많은 건물 중에서 내 것은 없다. 부를 추구하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부를 역겨워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깨어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사회부 기자들도 사람인지라, 이런 사회세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때는 자유와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소리쳤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본의 사슬에 발이 묶여 정치계와 결탁한다.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다른 이의 이름으로 내 주고 대신 자식들을 배불린다. 어찌 이들을 비난할 수 있으랴.

 


이 침몰 직전인 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보다는 가라앉으리라는 전망이 앞선 가운데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가? 장우진은 사회학자인 고석민에게 우리 국민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치인과 경제인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서, 집단적인 망각증에 걸려서 잊어버리고 살기 바빠 무관심해서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속이 뜨끔하다. 그리스 시대에 대해서 사회책에서 배우고 또 배우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시민들의 책임과 의무, 권리에 대한 기본이 그 때에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민의 의무를 다 하고 있던가? 사회고 정치계고 경제계고 다 인간들이 모여서 만든 것인데, 우리가 바로 세우지 못한 것이 그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조정래 작가는 이 사회를 소설 속에서 그대로 그려내면서 묻는다. 백년, 천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은 것을 또 고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이고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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