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탐정 홈즈 1 - S큐브
모치즈키 마이 지음, 야마우치시즈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리뷰]교토탐정 홈즈-교토 신사가 해결하는 골동품점의 미스터리 사건


원래 내가 골동품점, 엔틱 느낌, 시대물, 역사에 얽힌 이야기나 야사 등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취향 저격인 책이 나올 줄이야.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도 시대물+추리물 이라는 점에서 선호하긴 하지만 재미로 따지면 이 책이 월등했다. 만약 엔틱 느낌+추리물+감성이 물씬 풍기는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싫어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인공은 17세의 여고생 마시로 아오이와 22세 교토대학 대학원생인 야가스라 키요타카, 통칭 홈즈로 불리는 청년이다. 마시로 아오이는 집안 사정으로 사이타마 현 오미야 시에서 교토로 이사오게 되었는데, 홈즈가 일하는 골동품점에 할아버지의 수집품을 팔고자 한다. 집안 사람들 몰래 목돈을 마련하고자 죄책감을 무릅쓰고 가져온 것이, 알고보니 엄청난 작품이었던 것! 그녀가 전에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사귄 남자친구와 절친이 바람이 나서 찾아가 따지려고 하였는데 기차표가 비싸서 돈을 마련하려고 했었다. 홈즈는 신기하게도 마시로 아오이의 이런 사정을 모두 꿰뚫고 있어 그녀는 역시 '셜록 홈즈'같다며 감탄한다. 잘생긴 교토대학 대학원생인 홈즈는 그녀에게 골동품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차표를 마련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고, 그녀가 수락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마시로 아이오가 '교토신사'라고 생각하는 통칭 홈즈, 바로 이 교토대학 대학원생이다. 정말 홈즈처럼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추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안목을 갖고 있어서 일본의 골동품을 감정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이런 능력을 갖게 된 데에는 특이한 집안 내력과 집안 사정이 얽혀 있지만, 이 감정능력은 무척 뛰어나서 갖가지 사건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해결한다.


여기까지는 원탑 주인공이 활약하는 추리물은 대부분 갖고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는데,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부분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교토에서 활약하면서 알게 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들이다. 일본인들이 자기네들의 문화를 컨텐츠로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는 점점 더 교토 분위기에 빨려들어갔다. 현재 교토 부근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구경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교토 여행은 완전히 단념하고 있었는데(교토보다 훨씬 매력적인 여행지도 많고) 이 책을 읽고 나니 너무 교토에 가고 싶었다.


봄이 오면 자전거를 타고 교토를 돌아다니며 닌나지의 키작은 벚꽃들을 감상하며 꽃구경을 하고 싶었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영향을 받았을게 분명한 달마도를 살펴보고 싶었으며 올해의 사이오다이가 발표되어 무녀의 역할을 하는 축제 장면을 보고 싶었고 숲의 제신이 숲에서 재판을 했다는 '타다스의 숲'에 가 보고 싶었다. 교토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신기한 소품과 골동품들을 보며 즐기고 싶었고 여름에도 25도를 유지하며 뛰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일본의 계곡에 가고 싶었다.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토의 숨겨진 이야기 그러니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역사적 이야기를 하나씩 재미있게 풀어내어 교토의 매력을 수직상승 시킨다는 점이다. 교토가 이런 곳이었나?(물론 일본의 옛수도니까 당연한 거지만 일본인도 잊고 사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슬프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게 컨텐츠화된 작품들이 많이 없을까? 굳이 딱딱한 방법으로 설명하듯이 가지 않아도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고 장르소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마 나 이외에도 이 소설을 읽은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일본의 '교토'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서 장르문학이 가진 판은 너무 좁다. 독자층도 좁고 소재도 좁고, 여전히 장르소설은 인스턴트 싸구려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교토 탐정 홈즈>는 재미있는 장르 소설이 문화 컨텐츠를 어떻게 재생산하고 사람들을 일본 특유의 매력으로 이끄는지 보여주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감탄할 수 있는 작품들이 잔뜩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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