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자유론/존 스튜어트 밀-아아비리그 필독 고전 읽기


현대 지성에서 클래식 시리즈로 이번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 정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선 보였다. 철학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를 논할 때, 그리고 공리주의에 관해서 논할 때 존 스튜어트 밀은 빼 놓을 수 없는 철학자이다. 그래서 아이비리그를 비롯하여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자유론>을 필독 도서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명문대의 필독 도서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자유론>에 빚지고 있다'라는 소개글이 매우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보장 등을 생각해보니 우리가 머리 속에서 당연하게 떠올리는 사회적 자유에 대한 기본 원칙이 모두 그의 이론에서 나온 것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축약된 버전, 사회적 자유의 발전 과정(마이클 샐던의 정의론에서도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본 것 같다.) 등으로 접한 적은 많았는데 왜 그의 저서를 직접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문득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론>에서는 존 스튜어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은 물론이고 요약본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가정적 배경까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1806-1873년,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계몽주의 사상이 발생했으며 영국에서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많은 변혁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였던 아버지 밑에 태어나 아주 어릴 때부터 엄격한 조기교육을 받은 그의 이력은 어마어마하다. 조기교육을 했다고는 하나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워 8살부터 헤로도토스와 플라톤의 저작을 읽었다고 한다. 8살부터는 라틴어를 배워 오비디우스 같은 고전을 읽고 12살부터는 스콜라 철학의 논리학을 공부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작들을 원어로 읽고 13살 때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스 리카도의 저작을 통해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는데, 완전히 천재의 행보이다. 고등학교 때 이런 철학 이론을 쉽게 풀어놓은 비문학 글을 읽고도 멍 때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10대 초반에 이미 이 수준에 다다랐으니 <자유론>, <공리주의>같은 저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24살 때 존 테일러의 부인이자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벌인 해리엇 테일러를 만나 교제했고 오랫동안 지적 교류를 하면서 지내다가 남편이 죽자 그녀와 교제한지 21년 만에 결혼하여 해리엇이 아비뇽에서 폐출혈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밀 또한 말년에 프랑스에 머물다가 아비뇽에서 죽었고 부인과 나란히 묻혔다. 부인의 영향인지 그는 여성의 해방과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며 평등만이 미덕들과 능력을 계발할 수 있게 해 주므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밀은 자유론의 맨 앞 부분, '헌정사'에서 부인의 뛰어난 지혜를 통해 동기부여와 도움을 받았다며 그녀의 공헌을 말하는데 부인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외에 맨 앞 부분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살던 사회적 배경과 함께 그의 저작과 사상을 간략히 정리해 놓았다. 만약 이런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해제'부분을 꼼꼼히 읽고 <자유론>을 본격적으로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밀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유를 향할 수 있어야 개개인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렇게 천부적인 재능을 발전시켜 나가야 최대의 효용을 얻는 것이라 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의 자유를 자유롭게 누를 수 있으며 직접적인 피해를 줄 때에는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보았다. 만약 간접적인 피해라면 정부는 간섭할 수 없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상황에까지 간섭하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제한하는 폐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 하였다. <자유론>에서는 자신의 이론과 함께 상세한 예시도 함께 들어가 있어서(사회가 개인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한계에서는 금주법이나 미국 대중의 사례 등을 들었다) 생각보다 그의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놀랐다. 추상적으로, 현학적으로 이론을 전개해 나간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자세한 예를 들어 되도록 자신의 이론을 정확하게 피력하려고 노력한 부분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존 스튜어트 밀에게 '자유'를 빚지고 있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이 달콤한 자유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이 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면 날 잡고 <자유론>을 제대로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엑시트
황선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엑시트/황선미-소녀에게 행복으로의 출구는 있을까?


 


황선미 작가는 여러 작품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뤄왔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고 싶어 양계장에서 나왔고, <빈 집에 온 손님>에서는 엄마가 외출한 후 비를 뚫고 온 외부인에게 아이들이 따뜻한 배려를 베푸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청소년 소설 <엑시트>는 소녀이자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로 세상에 존재하지만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아이들, 미혼모에 대한 소설이다.


장미, 이 어여쁜 꽃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는 한번도 엄마와 아빠의 손길을 느껴본 적이 없다. 너 때문에 부모가 도망갔다는, 할머니의 구박 속에서 애정을 갈구하며 물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며 자랐고 할머니가 없어지고 나서는 고모의 차가운 눈초리 속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학교를 다녔다. 어른들에게서 한 톨의 애정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애정을 갈구하느라 갖가지 알바를 하며 학교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 와중에 반해버린 친구의 남자친구 J.


처음으로 이성을 좋아한다는 감정을 깨닫고 그걸 밝혔을 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성폭행이었다. 삐끗, 고작 한 걸음 잘못 디뎠을 뿐인데 어른들의 울타리가 없는 이 소녀는 곧장 낭떠러지로 직행하고 말았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아이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은 너무나 쉽고 평범한 일이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품고 있어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그게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J는 교모하게 그 사실을 이용했다. 거듭되는 성폭행으로 '하티'를 낳게 된 장미, 미혼모 센터에 가게 되지만 거기에 있는 어른들은 모두 장미에게 아이를 입양보내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장미는 그 곳에서 알게 된 진주의 집에서 하티와 함께 신세를 진다.


센터처럼 무료로 지원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장미는 하티와 자신의 생계를 잇기 위해 사진관에서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막내'로 일하게 된다. 막내가 된 장미는 사진관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을 때 아이들을 어르고 돌보는 일을 떠맡는다. 그럴 때마다 구토감이 올라오지만 돈을 위해 꾹 참는다. 모든 걸음걸이가 위태롭지만 집에 있는 하티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간다. 곰팡내가 나는 방에서 하티의 피부병은 점점 심해지고 돈이 떨어지는 속도는 빠르다.  


사진관 사장은 본인의 허영을 채우고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입양인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장미는 시급도 없이 일감이 늘어나는 그 날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동호회 사람 중 한 명이 장미를 아는 것 같다고 사장에게 언급하고 장미는 애써 잡아떼지만 아는 누군가를 마주칠까봐 불안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출구 없는, 커다란 검은 구멍을 가지고 있는 듯한 장미의 인생. 과연 그녀에게 행복으로 가는 출구는 존재할까? 장미에게, 넌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라고 말해 줄 어른이 어디엔가 있을까?


작가는 문단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입양인, 입양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났고 그럴 때마다 불편하고 부끄러웠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도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보내고 있고, 그 입양인들이 한국에 돌아와 부모를 찾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전쟁 때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가난해서... 그리고 지금은 충분히 안전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사회의 안전망 밖에 있다. 미혼모는 여전히 치명적인 주홍글씨이며, 출산률이 아무리 낮아도 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만한 장치를 만들기보다는 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입양시키게 한다. 어디서부터 이 커다란 구멍이 시작되었을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이 검은 구멍이 메워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여기 두 가족이 있다. 부모님이 투자한 주택에서 나온 돈으로 대학 학비를 내고 평생 부유하게 살아온 리처드슨 부인네 가족과 어느 날 갑자기 이사온 싱글맘과 그녀의 딸. 리처드슨 부인은 클리블랜드의 고요하고 우아한 지역사회에 살면서 부모님께 물려받은 주택을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낮은 가격에 내 놓으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었고, 미혼모 미아는 예술적인 작업에 몰두하며 돈이 부족할 때마다 그때그때 임시직을 구하여 필요한 것을 채우는 사람이었다. 완전히 정 반대의 삶을 추구하는 두 여자, 그리고 리처드슨 부인의 아들 무디와 미아의 천재적인 딸 펄.


항상 필요할 때마다 떠돌아다녔던 미아는 이번에야말로 한 자리에 정착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펄과 리처드슨 부인이 세를 놓은 집으로 이사를 온다. 클리블랜드의 고아한 지역사회 셰이커하이츠는 좋은 학군, 안전한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그만큼 지켜야할 것이 한가득이다. 보였을 때 미관에 좋지 않은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모두 뒷길로 빠져 있으며 잔디는 항상 일정 길이를 유지해야 하고, 쓰레기는 냄새가 나고 보기 싫으므로 반드시 정해진 날애 내 놓아야 한다. 집을 칠할 때 집의 종류에 따라 칠해야 하는 페인트 색이 지정되어 있으며 그 외에 자질구레한 규칙들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미아는 펄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이런 것들을 모두 감수하고 이 곳에서 삶을 꾸려나간다.


미아에게 자신 또래의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리처드슨가의 셋째 아이 무디는 미아의 집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한 눈에 펄에게 반하고 그 둘은 단짝이 된다. 단짝이 된 두 아이는 서로의 집까지 교류하며 서로의 집 문화에 물들게 되는데, 이제껏 새 것이라고는 가져보지 못하고 물질적인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펄에게 리처드슨 씨의 집은 신세계이다. 리처드슨 가족은 언제나 당당하고 세련됐으며 소파는 솜이 꽉 찬 새 것이고 가구 또한 반짝인다. 언제나 중고 가게에서 모든 걸 구매하여 리폼해서 썼던 펄의 삶과 정 반대이다. 펄은 리처드슨 가의 자녀들이 받는 물질적 혜택에 눈이 반짝이고 리터드슨 가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에 푹 빠져든다. 반대로 리처드슨 가의 모든 것에 반발했던 막내 이지는 미아를 보자마자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쫓아다니게 된다.


모든 것이 정확히 반대인 이 두 가족이 만나 교류를 한다. 정확히 반대의 집에서 살던 아이들이 반대의 가족에 속절없이 이끌린다. 세상의 겉치례, 이렇게 해야한다는 고정관념 등에 진저리가 나는 사람이라면 좋지 않은 것은 모두 예쁜 미관 뒤로 숨긴 셰이커하이츠의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두 모녀가 이 곳에서 어떤 불꽃을 피울지 기대하면서 봐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