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위한 교회‘는 무분별한 연대성과 막연한 동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소원대로 세계를 위해 봉사하는 것과 세계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과 소원은 그리스도의 파송과 사도직 속에 드러난다. 온 인류에 대한 교회의 개입(介入)은 선교 속에서 실현된다. 이러한 파송은 사회가 교회에게 허락하는 사회적 역할의 기대 지평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 오고 있는 공의와 오고 있는 평화, 오고 있는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의 종말론적인 기대 지평 안에서 일어난다. 교회가 인류를 섬기는 목적은 이 세계가 지금의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거나 보존되기 위함이 아니라, 이 세계가 변하여 자신에게 약속된 바로 그것이 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세계를 위한 교회‘란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교회‘와 세계의 갱신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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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인역 입문 - 칠십인역의 정의, 역사적 배경, 기원, 번역 과정, 가치, 권위
그레고리 R. 래니어.윌리엄 A. 로스 지음, 이민희 옮김 / 북오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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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에게 칠십인역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칠십인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천차만별입니다. 70명의 번역자가 아닌 72명의 유대 학자들이 번역했다는 정도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지적 만족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된 것은 시기와 장소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칠십인역에 대한 우리의 정보는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의 설명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 필라델포스의 요청으로, 72명의 번역가들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파견되어 프톨레마이오스 궁궐에서 72일만에 과업을 마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 『칠십인역 입문』에서는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고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칠십인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자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구약학자인 윌리엄 A. 로스(William A. Ross)와 신약학자인 그레고리 R. 래니어(Gregory R. Lanier)는 보다 통전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칠십인역에 접근합니다.



먼저 저자들은 '칠십인역'이 무엇인지를 논합니다. 대부분의 사본들도 동일하지만 '칠십인역'은 구체적인 특정 성경 역본 모음집이 아닙니다. 이는 히브리 성서의 고대 그리스어 번역 전서를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입니다. 번역 초기는 '오경'이 중심이었고, 이후에 히브리 책과 외경이 추가적으로 포함되었습니다.



저자들은 칠십인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포괄적 접근한 뒤, 그리스어 구약을 통칭하는 칠십인역의 근원과 발전과정을 설명합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들을 다 알 수 없지만, 가능성 있는 사안들을 꼼꼼하게 살피며, 최근 학계의 흐름과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에 대해 짚어줍니다.



이러한 개념 정리와 칠십인역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나서, 저자들은 칠십인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합니다. 크게는 구약 연구에서의 중요성과 신약연구에서의 중요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과 신약에 동일한 에너지를 쏟는 것이 구약학자와 신약학자가 함께 저술한 책이기에 가질 수 있는 이 책의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칠십인역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고대 사본들보다도 훨씬 이전의 해석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칠십인역을 통해 당대의 유대인들이 어떻게 구약성경을 해석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와 사회적 맥락, 신학적 통찰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의 다양한 번역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성경의 원뜻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각각의 번역본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으며,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는지에 따라 번역에 여러 차이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리스어 구약을 히브리 본문의 번역본으로, 더 나아가 고대의 주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입문서는 개념과 역사, 중요성, 이후의 연구에 있어 더 찾아보아야 할 과제 등을 정리하여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세세한 사항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칠십인역에 대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이해와 더불어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입문서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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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폴 투르니에 지음, 강주헌 옮김 / 포이에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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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과정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참 존재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 상황에 휩쓸려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각자 저마다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갑니다.



이러한 삶은 타인과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괜찮은 듯합니다. 문제는 진짜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역할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는 능수능란하지만, 참 존재에 대한 인식은 흐릿해집니다.



스위스의 내과 의사이자 정신의학자인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 상담을 공부할 때 그리스도인이었던 교수님께 여쭈어보았습니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꼭 보아야 하는 기독교 상담 학자가 있는지 말입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분이 폴 투르니에입니다. 그 누구보다 그분의 책은 꼭 봐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폴 투르니에는 『모험으로 사는 인생』, 『강자와 약자』, 『고통보다 깊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등으로 이미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성경적 인간관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습니다. 이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본격적으로 인간의 실제 모습에 대한 오랜 시간의 고민을 풀어냅니다.



불분명한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은 생각보다 고됩니다. 급하게 가다 보면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저자를 따라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함께 질문하고 함께 답을 모색해야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상담 사례들과 심리학과 의학, 신학 등을 동원해 인간의 참된 존재가 무엇인지를 찾아갑니다.



저자는 처음으로 지적 정보 교환과 영적 교감에 대해서 말합니다. 누군가에 대해서 아는 것과 그 사람 자체를 아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이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정작 나 조차도 나의 진실한 존재를 모를 수 있습니다. '실제의 나'와 '현상의 나'는 서로 도움이 되긴하지만 통합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 선이 희미해지고 흐릿해집니다. 어떤 지점에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드러나는 나'에 대한 에너지에 비해 '진짜의 나'에게는 마음 다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실제의 인간과는 다른 거짓된 자아를 통칭할 때 '등장인물'이라 명명합니다. '등장인물'은 극 중에 역할을 부여받은 꾸며진 존재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서 등장인물로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진정한 교감은 하기 힘듭니다.



우리들이 등장인물이 되는 이유는 개인의 욕망과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역할을 부여받는데, 우리 또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여서 존중받고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또한 집단 사회는 정신없이 움직이며, 기계처럼 진행됩니다. 그러한 현대사회에서 정작 우리는 누구에게 마음을 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 게 됩니다.



의사나 상담사와 마찬가지로 목회자도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그들의 존재에 깊이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로 치부할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혹은 상대방이 선을 넘을 것 같다는 부담감으로 존재 자체로 대하는 것을 회피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참 모순된 존재입니다. 온갖 부조리 가운데서도 어느새 자연스레 익숙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다층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섣불리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총체성과 모순에 대해 인식하고, 최대한 여유롭고도 넉넉하게 상대방에게 다가가야겠다 다짐을 합니다.



저자는 등장인물과 실제 인간의 관계를 말합니다. 우리는 둘의 통합을 꾀하기도 하고,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의 실제 모습에 다가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도 자체가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우리는 등장인물과의 관계를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은 우리가 등장인물을 떠안으시기를 바라십니다. 성경은 자연을 아름다운 하나님의 창조물이며, 무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우리를 표현하는 여러 도구들 조차도 아름답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실제의 자아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다시 한번 말합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진실성과 책임감이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대화를 통해 진정한 실체로서의 인간과 인간이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적 삶을 되찾기 위한 대화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두려움과 장벽들이 존재합니다. 진정한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과 방해물이 매우 많습니다.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책임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의 참 존재와 대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자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존재와의 만남과 존재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진솔한 대화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도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하나님과의 만남, 즉 기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이 점을 통해 우리는 기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학자나 저서들이 생소하여 빠르게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와 더불어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통찰을 얻게 됩니다. 저자와의 여정은 참 자아와 대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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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을 때 - 고난과 고통 속에서
해럴드 센크바일 지음, 김태형 옮김 / 구름이머무는동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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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잘 내색하지 않는 편입니다. 말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입니다. 혹여 우리의 고난 이상으로 지나치게 관심받을까 봐 두렵기도 합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어려움을 주시겠거니 생각하며 묵묵하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신음 소리에 반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아셨는지 저보다도 더 자주 저의 아이가 있는 병원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보호자를 위해 커피를 사고, 아이를 위해 선물을 사서 말입니다. 심지어 집에 있는 아이를 잊지 않고 맛있는 음식도 배달해 주십니다.



끊이지 않는 사건들 앞에 지칠 때가 많습니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일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지나간 일에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고통의 강도가 높을수록 한숨이 늘어나긴 합니다. 이랬다면, 저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요.



주변에 소중한 분들이 계셔서 어려움 가운데 기쁨을 느낍니다. 쉴 틈 없이 집과 병원, 직장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풍성합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그들의 위로와 끊임없는 관심으로 우리 아이들은 참으로 넉넉한 사랑을 받으며 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주는 위로도 이러할진대, 우리 하나님이 주시는 하늘의 위로는 어떠하겠습니까? 짜증과 원망, 무력감이 우리 안에 가득 찰 때 갑작스레 주님이 주시는 평안을 맛볼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인가가 주어지는 성취감으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주님이 내려주시는 한없는 사랑입니다.



이 책 『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을 때』는 고통과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지를 묻습니다. 저자인 해럴드 센크바일(Harold L. Senkbeil)는 50여 년의 오랜 목회 경험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 그곳에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만나도록 도와줍니다.



실제로 고통의 문제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하는 대상자와 그들의 태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난의 문제를 설명한다고 해서 이해되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논리도 필수적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따뜻하고도 진심 어린 마음입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할 수 있는 넉넉한 품이 느껴집니다. 깊은 묵상과 오랜 기도 가운데 말씀과 치열하게 싸웠던 목회자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그리하여 독자를 눈물로 안내하며, 드넓은 주님의 품으로 함께 인도합니다.



우리는 너른 품 안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리는 불신했지만, 하나님은 항상 신실하셨습니다. 가장 힘겨운 순간, 나 혼자라고 느꼈던 그 순간이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당신 또한 고난의 그 순간 우리와 함께 하셨음을 느끼게 됩니다.



기쁘고 즐거운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듯합니다. 우리네 삶은 오히려 슬픔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사도는 "항상 기뻐하라"했으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기쁨을 모색해야겠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신실하신 하나님을 발견한다면 그때는 우리의 슬픔이 기쁨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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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언제나 우리가 불안을 극복하고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을 신뢰할 것을 요구한다. 바로 불안과 염려가 넘치는 그때 말이다. 그 고난이 개인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 사회 전체에 주어진 것인지는 상관없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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