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말들 - 시간 부자로 살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조현구 지음 / 유유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인가 정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과정을 함께 하며 고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짧은 인생이지만 명확한 해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그저 묵묵하게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좋아졌습니다. 든든하게 옆에서 위로와 격려, 때로는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요.


곁에서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 있습니다. 여전히 조용히 응원해 주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런 책은 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좋았던 문장을 들려주고, 그 이유를 읊조립니다. 자신이 행복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이런 삶도 어떠하겠냐고 물어봐 줍니다.


오랫동안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글을 써 온 이 책 『시간의 말들』의 저자 조현구. 그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갖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속에 의미와 성찰을 건져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시간에 관련된 문장을 선별합니다. 이 문장은 책이나 영화, 노래 등에서 흘려보냈을 수도 있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짧은 문장들은 저마다의 색과 향내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100가지의 문장은 시간을 지혜롭게 가지기 원했던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한 문장을 깊이 음미하고 난 뒤 저자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보다 더 그 문장의 생동감이 살아납니다. 입체적으로 그 문장을 다시 만납니다. 동떨어져 있던, 나와 상관없던 문장이 슬며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일상에 적실하게 흘러들어갈 수 있는 우리의 언어가 되어갑니다.


유유 출판사의 '말들 시리즈'가 주는 유익은 다양한 책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읽었던 책에서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문장을 보고, 다시 그 책을 들춰보기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믿고 볼 수 있는 책의 목록을 늘여갈 수 있습니다.


시간만큼 공평한 것은 없습니다. 물론 그 시간조차도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휘둘릴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원천적으로 시간을 더 늘일 수도, 줄일 수도 없습니다. 시간에 대한 번뜩이는 문장들을 대하며 다시금 나의 시간을 의미 있게 가져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너를 위해 사용해 보기도 하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따져 보니 문제는 일이 아니었다. 나의 일을 불행하게 만든 건 불합리한 환경이었다. 일의 과정에서 내가 전혀 컨트롤할 수 없는 시간과 사람, 그러면서 불편해지는 관계로 말미암아 내 일에 정나미가 떨어졌던 것이다. - P23

세상을 이해할 줄 알고 세상과 교감할 줄 아는 오랜 시간, 그 ‘유연한 오래‘만이 귀하고 아름답게 오래오래 지속된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쇄 찍는 법 - 잃은 독자에서 읽는 독자로 땅콩문고
박지혜 지음 / 유유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고 쓰는 일상이 반복되니 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납니다.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상황과 환경에서 '책'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독자는 줄어들고, 출간되는 책은 넘치는 시대에서 출판사와 저자, 독자는 저마다 어떤 생각으로 책을 대할까요?


출간된 책이 여전히 유의미함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 '중쇄'는 대표적입니다. 한 권의 책이 초판을 다 소진하게 된다면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인쇄를 하게 됩니다. 재고 소진이라는 부분도 분명 중요하지만, 중쇄를 함으로 작가와 출판사는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됩니다.


편집자로 13여 년을 일하다, 2020년에 1인 출판사를 창업한 이 책 『중쇄 찍는 법』의 저자 박지혜. 창업 2년 시점에 출판사 '멀리깊이'의 중쇄율은 70퍼센트였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펴내게 됩니다.


책은 무엇보다 책 본연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팔로워가 많다고 하여 책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책 안에 있어야 합니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책 자체가 가진 힘이 있어야만 합니다.


저자는 책 자체의 힘이 있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바로 파격성(전복성)과 충분성, 미래지향성입니다. 더하여 중쇄의 황금비를 2할의 전복성, 7할의 충분성, 1할의 미래지향성으로 제시합니다. 이러한 어울림이 있을 때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짐을 설명합니다.


'전복성'은 메시지 자체가 주는 충격입니다. 그것은 새로움일 수도 있고, 완벽한 검증일 수도, 반전일 수도 있습니다. 책 자체에 무엇인가 파격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무엇인가가 있을 때 독자들은 그 책을 읽고 싶어 하고, 구매하고 싶어 합니다.


'충분성'은 그 메시지의 온전한 근거입니다. 파격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이제 설득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전복적인 요소만 강조된다면 그것은 혼란을 야기할 뿐입니다. 적절한 전복은 이제 신뢰할 만한 근거들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7할의 충분한 근거와 공감이 뒷받침될 때 신뢰할 만한 책이 완성됩니다.


'미래지향성'은 일종의 소명의식과 연결됩니다. 한 권의 책이 모든 문제를 다 감당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분의 문제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대안들이 담겨있어야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책을 판매하기가 참으로 힘겹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생명력 있는 책은 그 와중에도 꾸준히 팔립니다. 저자는 여전히 책이 매우 매력적인 도구임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매개체가 지속적으로 책을 위협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매체들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동료 출판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각자의 소명의식으로 이 자리까지 온 그들에게 끝까지 함께 하자며 그들을 응원합니다. 마음을 다해 책을 만들면 결국 그 책은 우리의 책이 됩니다. 고통을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서도 한 권의 책은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통을 옹호하다 - 전통의 의미와 재발견, 회복에 관하여 비아 시선들
야로슬라프 펠리칸 지음, 강성윤 옮김 / 비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은 이전의 것에 비해 발전된 듯하고, 좀 더 완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새로움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것은 옛 것을 품고 있습니다. 그 안에 많은 역사와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전통'을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통찰'이 주어집니다.


'전통'과 '통찰'은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무시한 채, 미래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통찰'은 '전통'의 또 다른 목소리와 같습니다. 전통에 귀 기울일 때 더 나은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그리스도교 역사가인 야로슬라프 펠리칸(Jaroslav Pelikan)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에 대한 5권의 저술을 남겼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The Christian Tradition)에서의 그의 방대한 사상을 이 책 『전통을 옹호하다』에서 간명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983년 펠리칸의 제퍼슨 강연을 토대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는 서문에서 평생의 연구를 돌아보며 이 강연을 준비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평생의 연구가 이 책에 녹아져 있음과 동시에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현장감이 느껴지는 언어로 그의 연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마치 전통을 성서와 대립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펠리칸은 오히려 그리스도교의 전체 역사를 통해 보다 폭넓게 전통을 살펴보기를 요청합니다. 그리하여 유구한 전통 가운데 보다 풍요로운 조화가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전통을 면밀하게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것은 이전의 것을 품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혹여나 전통과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관념이나 사상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새로운 논거는 기존의 사상을 전제하며, 부분적으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의 재발견은 과거를 재발견하며 재구성합니다. 과거의 체계나 사상이 전통을 어떻게 선택하며, 해석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펠리칸은 자신의 연구에서도 이를 중시했다고 밝힙니다. 즉 전통의 비언어 요소 혹은 개념으로 잡히지 않는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죠.


전통에 대한 펠리칸의 개념은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교리의 발전을 이해했으며, 아돌프 하르낙(Adolf von Harnack)과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전통은 그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를 그 안에 가두지 않습니다. 또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자신을 넘어서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보편적 진리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전통은 그것을 안내하며 도와줍니다.


우리는 과거의 것에 사로잡혀 있는, 죽은 신앙인 '전통주의'는 멀리해야 합니다. 반면 살아있는 전통을 통해 통찰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전통을 올바로 계승할 때 우리는 풍요로운 유산을 통해 살아있으며, 더욱 깊이 있고, 힘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성백광 외 지음, 김우현 그림,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가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몸은 쇠약해지나, 마음으로는 청춘처럼 살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늙어가는 것은 보이지만, 정작 자신이 나이들어가는 것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하나 둘 복용해야 할 약이 늘어납니다. 거뜬하게 오르내리던 길이었는데, 어느샌가 헉헉 거리게 됩니다. 이전에는 전자제품 최신 업데이트를 미리 챙겨봤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새로나온 기능이 더 편리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기존의 것이 더 쉽게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깊게 알지 못합니다. 그저 추상적으로만 생각할뿐입니다. '힘드시고 외롭겠지'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아픔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더 세심하게 그들의 마음을 살피지 않았던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은 (사)한국시인협회와 (사)대한노인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에서 발굴한 시를 엮은 시집입니다. 총 5,800여편의 작품 가운데 예심을 거친 100편의 작품이 본심(심사위원: 김종해, 나태주, 유자효)을 거쳐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만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솔직담백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표현합니다. 유쾌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문장들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추리고 추려서 건져 올린 짧은 문장은 깊고도 따뜻합니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이 담겨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지만 지혜가 담긴 비범함이 빛납니다. 유쾌하게 표현한 문장들 사이로 외로움과 서글픔, 서운함과 비통함이 묻어납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향한 양가감정이 절묘하게 교차합니다. 모든 문장은 생동감이 넘치며, 살아있음을 뽐내고 있습니다.


끝이 있음을 인정하며 사는 겸손한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에 온 마음을 다하는 인생은 불행합니다. 비록 지금은 불편하고 힘들어도, 선물로 주어진 인생을 어르신들의 지혜로 채워나가다보면, 우리 삶도 충분히 아름답고 경이로울 것입니다.



*이 리뷰는 문학세계사(@munse_books)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