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섬유 ‘면‘의 처절한 역사다.

˝인정사정없는 목화라는 기관차는 아프리카인들의 육체라는 연료를 요구했다.˝(225)











대농장에서, 그녀는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바람을 쐬고 여름 별을 바라보며 제한 없이 움직였다. 작음 안의 큰 곳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주인에게서 자유롭지만 일어설 수도 없는 작은 토끼장 속을 살금살금 돌아다녔다.

코라는 이 집의 다락방을 몇 달째 떠나지 않고 있었지만 관점은 아주 멀리까지 방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는 정의의 언덕이 있었고, 코라에게도 자기만의 정의의 언덕이 있었다. 

공원이라는우주를 내려다보면서 그녀는 이 마을이 원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돌 벤치에 떨어지는 햇살에 일광욕을 하고, 사람을 목매다는 나무의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그러나 그들은 두려움에 족쇄가 차인 그녀와 같은 수인들이었다. 마틴과 에설은 불 꺼진창문 뒤에 숨어 감시하는 그 많은 눈에 공포에 떨었다.
 
마을은 금요일 밤이면 어둠 속의 것들을 물리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모여들었다. 부상하는 검은 부족, 혐의를 꾸며내는 적, 자신을 혼낸 것에대해 한 집안을 파멸시킴으로써 장대하게 복수하는 아이.

 이웃과 친구와 가족의 얼굴 뒤에 도사린 것들을 대면하느니 다락에 숨어있는 편이 더 나았다.
- P252

"누구라도 움직였다간 뽑힌 이가 더 많아질 것이오." 그 남자가말했다. 셋은 밝은 데로 걸어 나왔다.

말한 사람은 마을에서 본 젊은 니그로, 코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던 사람이었다. 그는 리지웨이를 감시하느라 지금은 코라 쪽을 보지 않았다. 그의 얇은 테 안경에 등불이 반사되어 마치 그 불꽃이 그의 안에서 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권총이 수맥을 찾는사람의 지팡이처럼 두 백인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두 번째 남자는 라이플총을 들고 있었다. 키가 큰 근육질의 그 남자는 두툼한 작업복 차림이었는데 코라가 보기에는 이 일을 할때 입는 복장 같았다. - P315

이 남자들이 리지웨이의 손목을 마차 바퀴에 쇠사슬로 묶을 때 그는 웃었다.
"아까 그 소년은 교활한 부류야." 리더가 말했다
"나는 알 수있어. 우리는 가야 합니다." 
그가 코라를 바라보았다. 

"우리와 같이 가겠어요?"

코라는 새 나무 신발로 리지웨이의 얼굴을 세 번 걷어찼다. 세상이 나서서 사악한 자들을 벌주지 않을 거라면, 코라는 생각했다. 누구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나중에 코라는 세 번의 살인이라 세 번이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말 속에서나마 잠시 다시 살려내고자 러비, 시저, 재스퍼에 대해서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아니었다. 전부 다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리지웨이를 왜 죽이지 않았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죽였어도 결코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는데 말이다.
- P318


코라의 방. 그 모든 감옥들을 거치고 밸런타인 농장에서 받은또 하나의 믿기지 않는 선물.

시빌과 딸 몰리는 이 집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생석회로 외벽을 칠하고, 그 위에 분홍색 물감을 칠했다. 거실에는 노란 물감을 칠하고 하얀색 테두리를 둘렀더니 해가 들면 생기가 넘쳤다.

따뜻한 계절에는 들꽃으로 장식을 했고, 가을에는 붉은색과 황금색 낙엽으로 만든 화환을 걸어두어 늘 실내가 상쾌했다. 보랏빛 커튼이 창문에 걸려 있었다. 농장에 사는 목수 두 명이 이따금씩 가구를 만들어 날라다주었다-그들은 시빌에게 다정했고 무심한 그녀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그들의 손은 내내 분주했다.
 시빌은 포대 자루를 물들여서 카펫으로 만들었는데, 코라는 두통이찾아올 때면 그 위에 누워 있었다. 거실로 산들바람이 잘 들어와 두통의 공격을 줄여주었다.
- P366

정말 많은 탈주자들이 밸런타인 농장을 거쳐 갔다- 여기 누가 머물다 갔는지를 다 꿰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시빌은 혹시 조지아에서 온 여자를 알지 않았을까? 코라가 어느 날 시빌에게 물었다. 코라는 몇 주째 그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두어 번은 밤새푹 자기도 했고, 다락에서 지내며 빠졌던 살이 어느 정도 다시 붙었다. 
파리 소리가 잦아들면 밤중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혹시메이블이라는 이름을 썼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조지아에서 온 여자를 알지 않았을까?

**메이블... 엄마...찾을 수 있을까?
꼭 찾았으면 좋겠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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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작가의 글이 술술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쓰여진 글이 아니란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질의 응답으로 답을 해주시니 역시 그렇군 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술술 읽히는 책을 다음에 본전 생각나서? 또 사게 될까 싶다가 또 사게 될 거란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배경음악처럼 열심히 듣고 좋아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책도 주저없이 사게 되었고 읽게 되었고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을 이제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음악 작업과 글쓰기는 결국 다 같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인간 이석원을 보여주는 도구들인데 난 그 도구에 반한건지 이석원에 반한건지는 모르겠지만-작가가 말하길 글을 쓴 사람과 글이 너무 다른 경우도 많이 봤다고 하시고, 또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유명 작가들의 실생활은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 너무 다른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난 계속 이석원 작가도 이석원 작가의 작품들도 사랑하게 될 거 같다.

아무튼 글을 쓸때도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음악과 책을 만드는 일은 내게 어째서 다른 것이 아닌지 나는 왜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는지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제게 음악과 글은 별로 다른것이 아닙니다. 그 얘기는 그 두 가지의 일을 동일한방식으로 접근하고 해낸다는 뜻도 될 텐데요. 하지만엄밀히 말해서 분명히 다른 일들인데 어떻게 같은 식으로 해내는 게 가능할까요.

2009년에 어떤 영화제의 트레일러 영상 연출을 맡은 적이 있거든요. 저는 그 전까지 영상은커녕 사진한 장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었는데 어쨌든 그 일을했단 말이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야 쟤는 어떻게 음악, 책, 영화, 장사 다 할 수가 있냐고 그러는데 그건제가 다재다능해서라기보다는 어떤 일에든 적용 가능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창작자는 무슨 일이든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그것만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있다는 것이죠.
- P158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이루는 요소들을 놓고 보면
그 안에서는 대체될 수 없는 일이 있고 대체가 가능한 일이 있거든요. 항상 그걸 먼저 구분하는 게 중요한데 방금 설명드린 영상에서 대체될 수 없는 역할은 뭘까요. 배우? 아니면 촬영감독? 둘 다 아니죠. 배우는 잘생긴 친구 또 데려오면 되고 촬영감독님도 잘찍어주셨지만 꼭 그분이 아니면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영화도 있겠지만요.  - P160


하지만 제 영상에서는 이 영상 자체를 구상하고 시나리오짜고 콘티를 그리고 적절한 배우를 골라서 캐스팅한 감독의 역할은 누구도 대신할 수가 없죠. 대신하는순간 그건 본질적으로 다른 작품이 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가능한 한 대체될 수없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일의 주도권도 쥘 수 있고 세상이 계속 나를 필요로 하거든요. - P161


자, 이거 너무 중요한 얘기라서 다시 한번만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창작자는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스스로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 분야의 많은 일을 경험하고 그에 관한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배우고 익힐 수 있으면 당연히 좋겠죠. 내가 내공간 속 복잡한 전선의 배열까지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면 나쁠 것 없겠죠. - P164

 그러나 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은세부적인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일의 원리에 관한 것입니다.

 즉, 우리가 요즘 창작자로서의 수명과 정년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날 대신할 사람이 없는 것보다 더 확실한 수명 연장의길이 뭐가 있겠어요.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상의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가게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내 힘으로 내 공간을구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내 가치도 인정받고 가능한 한 오래 (창작자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 P164


가령 독자들이 쉽게 잘 읽히는 글을 보면 어떻게 느끼죠? 글을 읽는 사람들이 하는 대표적인 착각, 쉽게읽히면 쓰는 것도 쉽게 썼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글을쓰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글을 쉽게 읽히도록 쓰려면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요.

 여러분 누군가에게 뭘 설명할 때 어려운 개념을 그대로 어렵게 설명하는 것과 듣는 사람 입장에서 가능한 한 이해가 쉽고 빠르게 되도록 설명하는 거랑 어느 게 더 어려우세요. 후자가 훨씬 더 어렵죠.
그거거든요. - P181


담백한 글은 글에 묻은 온갖 감정과 과잉된 수사를을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글은처음부터 단번에 그렇게 쓴 것이 아니라 그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수많은 과정 끝에 나온다는 걸 독자들은굳이 알 필요 없지만 같은 작가끼리는 알아야 하고 알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선수라면은.

질문 주신 분께서 제 글을 읽고 자기가 느낀 그대로써봤지만 잘되지 않았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던거죠. 그저 꾸밈없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는 일이가능하다면, 그런 세상은 얼마나 간편하겠어요. 그럼 세상의 많은 창작자들이 자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고민을 할 이유도 없겠죠.

그래서 당신이 적어도 창작자를 꿈꾼다면 최소한 향유자로 즐기기만 하던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전문성을갖춰가는 길이니까, 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답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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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대형서점이 더 편하고 좋더라~~
나랑 비슷하시네^^


다음은 서점인데, 조금 멋은 없는 일이지만, 저는동네의 개성 있는 독립 서점 같은 곳보다는 기업화된대형 서점들을 더 좋아합니다. 일단 공간이 넓으니까 산책을 할 수 있고 숨을 곳도 많은 데다가 무엇보다 익명의 자유를 누릴 수가 있거든요. 작은 서점에가면 누가 나를 꼭 알아봐서가 아니라 주인이나 다른손님들을 어떤 식으로든 의식하게 되더군요. 그리고소위 말하는 트렌디한 서점 같은 곳엘 가려면 괜히옷도 아무렇게나 입고 가면 안 될 것 같고 이래저래편하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시내 대형서점을 그렇게 좋아했던 건데 여기도 역시 작가가 되길 선택함으로써 잃게 되죠.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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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처음 시저가 북쪽으로 달아나는 것에 대해 말했을 때 코라는 싫다고 했다.
이것은 코라의 할머니가 하는 말이었다. 코라의 할머니는 우이다 항구에서의 그 화창한 오후 이전에는 바다를 본 적이 한 번도없었는데, 요새 지하 감옥에서 나와서 본 바닷물은 눈이 부시도록반짝거렸다. 그들은 배가 올 때까지 지하 감옥에 보관됐다.  - P11

다호메이족 침입자들은 처음에는 남자들을 그다음 달이 뜰 때는 마을로돌아와 여자와 아이들을 납치해 갔고, 발에 족쇄를 채우고 두 줄로세워 그들을 바다까지 걷게 했다. 아자리는 감옥의 검은색 입구를바라보면서 저기 캄캄한 지하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마을사람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아자리의 아버지가긴 행렬의 보조를 맞추지 못하자, 노예 상인들이 그의 머리를 베어꼬챙이에 꿰고 몸은 길가에 버렸다고 말해주었다. 아자리의 어머니는 몇 년 전에 죽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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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7 시간 수면을 좀 지켜볼까 싶어 새벽 1시 전에 자리에 누웠는데 오히려 6시도 전에 자꾸 눈이 떠지고 정신은 말똥말똥 맑아지면서 잠이 안온다.
눈 떠진 김에 이석원의 <나를 위한 노래> 주르륵 좀 읽고 나니 책 내용이 재밌어서 그랬나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 얇은 책이라 금방 다 읽을수 있지만...
아꼈다 밤에 읽어야지!

어제 120여 페이지 읽고 그쳐... 그만 읽자!
머리도 좀 쉬어야지 하면서 모바일 게임 좀 하다가..
릴렉스 릴렉스~~ ~~~

오늘 시작은 좋지않다.
6월17일, 그러니까 처칠이 수상이 된 5월10일로부터 한 달 보름 정도의 날.

기어코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을 선언했다.
이제 독일 공군 루프트 바페는 비행대를 영국과 가까운 해안쪽 기지로 옮길 것이다. 독일에서 출격할 때보다 비행거리가 짧아진만큼 보다 더 많은 포탄을 싣고 공격해 올 것이다. 공습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6월 17일 월요일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프랑스가 함락된 것이다. 처칠의 내각은 오전 11시에 소집되었고 곧이어 레노의 후임으로 프랑스를 이끌게 된 필립 페팅Philippe Pétain 원수가 프랑스군에게전투 중지를 명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처칠은 다우닝가 10번지의 정원으로 혼자 걸어 들어갔다.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등 뒤로 돌려깍지 낀 채 천천히 걸음을옮겼다. 풀이 죽거나 겁먹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깊은 생각에 잠긴 것같았다. "프랑스 함대와 공군과 식민지를 구해낼 방도를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콜빌은 그렇게 썼다. "그분은 확신하건대 절대 굴하지않을 것이다." - P133

*
그날 오후에는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어왔다. 적막이 흐르는다우닝가 10번지 각료회의실에 앉아있던 처칠은 병력 수송선으로 차출된 대형선박회사인 큐나드Cunard 사의 여객선 랑카스트리아호 Lancastria가 6,700 명이 넘는 영국 병사와 항공기 승무원과 민간인을 태운 채 독일 항공기들의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폭탄 3발이 배에 명중했고 곧이어 불이 붙었다. 랑카스트리아호는 20분 만에 침몰하면서 최소4,000 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타이타닉호Titanic 와 루시타니아호 Lusitania 를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였다. - P135

회의실에는 해군의 최고책임자 두명이 먼저 와있었다. 해군장관A. V. 알렉산더 A. V. Alexander와 그의 작전참모인 제1 해군경 더들리 파운드 경 Sir Dudley Pound이었다. 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프랑스 함대의처리 문제는 히틀러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함대를 강탈할 것인지 여부를 정하는 양단 간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영국 해군은 "접근 가능한 모든 프랑스 함대에 대해 동시적으로 압류하거나 통제하거나 무력화시킬" 계획을 당장 실행할 수 있었다. - P176

시간이 촉박했다. 언제든지 출항할 수 있는 이 배들이 독일의 통제를 받게 되면 바다, 특히 지중해에서 힘의 균형은 달라질 것이다. 히틀러가 전쟁을 치르는 중에 프랑스 함대를 그냥 두고 놀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가지 불길한 사실도해군부의 두려움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영국 정보부는 독일군이프랑스 해군의 암호를 손에 넣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단 캐터펄트 작전이 개시되었을 때 프랑스군이 자진해서 그들의 배를 포기하거나 무력화시키지 않는 한 작전을 맡은 영국 지휘관은무력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처칠은 생각했다. 그 책임을 맡은 사람은 부제독 J. F. 소머빌 경Sir J. F. Somerville 이었다. 

*캐터펄트 작전: "접근 가능한 모든 프랑스 함대에 대해 동시적으로 압류하거나 통제하거나 무력화시킬" 계획을 말한다. - P177

지금까지 그는 영국 정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가 함락되고 덩케르크 이후 영국군이 혼란에 빠졌을 때 히틀러는 영국이 기회를 보아 전쟁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렇게 돼야하고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영국은 서부전선의 마지막 장애물이었지만, 히틀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련 침공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영국이라는 장애물을 걷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선을 둘로 나눠야 한다. 신조어를 만드는 독일인들의 능력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츠바이프론텐크리크Zweifrontenkrieg (양면전), 히틀러는 제아무리 처칠이라도 계속 자신에게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인정할 것이라고믿었다.

 히틀러가 보기에 서부전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국은가망이 없소." 히틀러는 육군총참모장 프란츠 할더 General Franz Halder에게 그렇게 말했다. "전쟁은 우리가 이겼소. 이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오." 히틀러는 영국이 협상에 응할 것이라 확신하여 그의 군대의 25퍼렌트에 해당하는 국방군wehrmacht 40개 사단을 해산시켰다.

그러나 처칠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 P180

전략적으로 이 공격은 프랑스 해군을 일부 무력화시키는 눈에 보이는 이득을 안겨주었지만 처칠에게는 그것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더 중요한 효과가 있었다. 그 사건이 보내는 신호였다. 이때까지도 수많은 방관자들은 프랑스와 폴란드와 노르웨이와 그 밖의 많은 나라가히틀러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상 영국도 히틀러와 휴전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영국이 항복할 의사가없음을 알려주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증거였다. 그것은 루스벨트에게보여주는 증거이자 히틀러에게 보내는 확실한 통고였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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