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멋진 일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고 글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 다다를 때 아, 하고 멈춘다. 더 나은 자신이 된다는 쾌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그건 안전한 영역에서만일어나는 일이다. 실제 내 인생이 주제가 된다면 다르다. 그것은 때때로 비참하고 잔혹하고 지치고 화가 나는 일이 된다. 더 나아가선 유약하고 비겁한 자신의 태도에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사방이 지뢰였다. 화가 난다. 그리고 지뢰는 내 안에도 있다. 부끄럽다. 그런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기운이 빠진다. 세상은 빨리 변하지 않을 것이고 상황은 반복될 것이고 그걸 겪고 있는 나자신도 사실은 그다지 괜찮은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흐름은 사람을 무력하게만든다. 눈을 뜨기 시작한다는 것은, 이렇게 간단히 적을 수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간단한 일이 아니다. - P120
그는 출전한 경기에서 전부 이겼다. 그래서 준비했던 일곱 개의 각각 다른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마스크를 전부 쓸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21세기의 영웅의 모습은 이렇다. 흔들리고, 고민하고, 때때로 무너져도, 계속달려가는 사람. - P130
블랙 위도우의 굉장한 점은 그에게 슈퍼파워가 없다는것이다. 특수한 주사를 맞지도 않았고, 신의 자식도 아니다. 그저 뛰어난 무술 실력과 두뇌, 침착한 판단력만으로 지구를지키는 것이다. 굉장하지 않은가? 무적 방패도 없고 손을 뻗으면 돌아오는 신의 망치도 없이, 손에서 레이저빔도, 거미줄도 나오지 않는데 어벤져스와 대등하게 전투를 한다. 그런 와중에 자기 잘났다고 하는 동료 영웅들을 계속 돌본다(으악 감정노동!). - P133
나는 아마도 모르는 새에 수많은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여기에 왔을 것이다. 지금도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공짜로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는 지금도 가시밭길을 걷는다. 지뢰가 터진다. 우리는 같은 땅에 서있다. 희망이 아주작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막을 계속 걷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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